알랭드보통 인생학교 中 발췌 와닿는글

 

 

 

김박사의 한마디

알랭드보통의 책을 가끔 읽으면 당연한 것을 이렇게 차분차분 나지막한 목소리로

읽어주듯 정리해주는 느낌이 좋다.  그리고 그럴때 마다 이성적으로 다시한번 내 주위를 둘러보게 된다.

난 그래서 알랭드보통 의 필체가 좋다.

 

 

 

 

 

유년기에 특히 요람에서는 헌신적인‘엄마’라는 존재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우리와 친밀한 관계를 맺는다.

우리는 발가벗은 몸으로 엄마의 살을 파고들어 심장박동 소리를 듣는다.

엄마는 우리가 눈을 깜빡거리며 미소를 짓는 일, 먹는 것, 자는 것, 심지어는 싸는 것에도,

다시 말해 우리가 단지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따뜻한 눈길을 보낸다.

 

 

 

 

 

딸랑이를 아무렇게나 흔드는 것만으로도 깔깔 웃음을 터트려주는 엄마와 아빠는

애정어린 시선으로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안아주고, 온 몸에 뽀뽀를 퍼붇는다. 그 시절의 우리는 굳이 말을 할 필요도 없다.

언제나 엄마의 시선 그 끝에는 우리가 있게 마련이며, 우리가 배가 고픈지, 기분이 좋은지 나쁜지 늘 세심하게 신경 써 주기 때문이다. 
 
그러다 차츰 변화가 닥친다.

더 이상 엄마의 젖꼭지를 물지 못하게 될 때쯤, 섭섭하게도 우리는 밥과 채소, 국, 고기 같은 것을 먹어야 한다.

우리의 몸은 이제 더 이상 남을 기쁘게 해주지도 않거니와 함부로 내보여서도 안된다.

신체 특정 부위에 대해서는 부끄러움도 생겨나고, 차츰 남들이 만지면 큰일나는줄 아는 곳도 늘어간다.

처음에는 성기만 그런것이라 생각했는데, 허리, 귀, 겨드랑이까지 점점 늘다가 나중엔 엄마, 아빠를 안아주거나

그들에게 가벼운 뽀뽀를 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부위의 신체접촉을 꺼리게 된다. 
 

 

그 무렵, 엄마아빠를 비롯한 주위 사람들의 관심 역시 시들해진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아주 어렸을 때의 관심을 다시 받기 위해서는 무엇인가를 잘해야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제 우리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만으로는 관심을 끌기가 어렵다. 우리가 무엇을 ‘하는지’가 중요해진 것이다.

예전에는 무엇을 그린것인지 도무지 알아볼 수 없는 크레파스화에도 칭찬을 받았었지만, 이제는 남들보다 더 뛰어난 무엇인가를 그려야만 칭찬을 받을 수 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주위 사람들의 시선도 신경써야만 한다.

그들은 때로 우리에게 모진말을 퍼부으며, 얼른 세상으로 나가 그 곳에 스스로 적응하라고 한다.

너는 언제까지 집에만 있을거니? 일자리는 구하고 있니? 일이 구해지는 동안 아르바이트라도 하는건 어떠니?

영어 공부는 하고 있니? 그들은 우리가 ‘얼마를 버는지’에 따라서 우리를 대하는 태도를 달리한다.  
 
그렇게 우리는 이 세상에 길들여진다.

우리가 어떤 말을 하고 싶은지, 어떤 일을 하고싶은지는 그다지 중요한 것이 못된다.

그것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들릴지 먼저 생각해야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반감을 살만한 부분이 있다면 그들이 눈치채기전에 먼저 감추어야 한다.

옷을 잘 갖춰입고, 단정하게 머리를 정돈하는 것 역시 다른 사람들을 위한 배려다. 그렇게 우리는 기꺼이 돈을 써가며 남들에게 보이는 우리 스스로의 모습을 연출한다.

 이렇게 우리는 점점 부족하고 어설픈 존재, 부끄러움과 불안함을 가득 담고 있는 존재로 성장해간다.  
 
하지만 우리의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여전히 아주 어렸을 때의 그 충만했던 감정들을 갈구하고 있다.

어렴풋하게 우리 몸에 남아있는 그 완벽한 편안함으로 회귀하고 싶은 것이다.

무언가를 잘하든 잘못하든, 돈을 많이 벌든 한푼도 벌지 못하든, 성공하든 실패하든, 그 모든 우리의 행동과 상관없이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은 욕구다.

우리의 몸을 매개로, 우리의 존재 자체로 사랑받고 싶은 욕구. 그렇게 다른 어떤 사람에게 안겨서 편히 쉴 수 있는 욕구가 우리 모두에게 내재되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찾아 헤맨다. 그냥 온전하게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해줄, 혹은 그 존재 자체만으로 나를 설레게 할 사람을.
그리고 그 사람에게 중독된다. 요람에서 엄마가 아아에게 중독되듯이... 
 

 

알랭드 보통 인생학교 중에서

 

 

 

책을 많이 읽어요 여러분!! 빚고을 광주에서 김성훈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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