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발하라리의 [사피엔스]에 이어

레이 커즈와일의 [마음의 탄생] 좋은 책이다.

그의 저작은 [영원히 사는 법]과

이 책과도 관계가 있어보이는 [특이점이 온다]를 읽었다.

다소 황당하다고 느껴지지만

그의 예측은 대부분 현재 실현되고 있다.






다음 글은 그의 글에서 차용한 내용이다.


포유류의 뇌, 특히 인간의 뇌는

다른 동물 집단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인간은 계층적사고를 할 수 있고,

다양한 요소들이 규칙적으로 배열되어

만들어내는 구조를 이해할 수 있고,

그 배열을 기호로 재현할 수 있고,

그렇게 만든 기호를 훨씬 복잡한 배열 속에

하나의 요소로 사용할 수 있다.


이러한 작업은 신피질이라고 하는

뇌구조가 수행한다.

인간의 신피질은 발전을 거듭한 결과,

생각다시 말해, 체계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을

할 수 있는 '진화의 문턱을 넘어섰다.

이 문턱을 넘어선 순간 호모사피엔스는

끝없는 순환프로세스를 처리 할 수 있게 되었고,

이로써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훨씬 복잡한 생각을

구축할 수 있게 되었다.


순환적으로 연결된 생각이 집적된 거대 한 배열을

 우리는 지식이라고 부른다.

우리가 쌓아온 지식기반은 다시 급속도로 성장하였고,

이전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이어지며

지식은 스스로 진화하기 시작했다.


인간의 뇌는 추상성의 또 다른 수준을 넘어섰다.

뇌의 지능은 우리 눈앞에서 조작할 수 있는

부속물인 엄지손가락을 사용하여

환경을 조작함으로써 도구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로써 신경학은 기술을 낳았다.

우리가 만들어낸 도구는 진화가 새로운 방식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인간의 지식기반이 지금까지 무한하게

성장하고 진화할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도구(기술) 때문이다.


인간이 처음 발명해낸 도구는 이다.

말이란 구별되는 발화로서 생각을 재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다.

뒤이어 발명해낸 글은 '구별되는 기호

생각을 재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다.

글을 모아놓은 도서관은,

순환하는 구조로 이루어진 생각의 지식기반을 유지 하고

확장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도서관은 우리 뇌의 능력을 크게 확장시켜 준다.

  

  

이렇게 빅뱅은 원자를 낳았고

원자는 물리학을 낳았다.

다시 물리학은 화학을 낳았으며

화학은 생물학을 낳았다.

그리고 생물학은 신경학을 낳았다.


이렇게 우리는 원자에서 분자로,

DNA, 뇌로 진화해 온 것이다.


빛고을 광주에서

처서가 지나고

매미소리가 그 힘을 잃고

비가 내리는 날


여송 김성훈


모험심은 유전자가 결정한다
도파민 수용체 만드는 D4DR 등 10여개 유전자가 새로움 추구 주관

(사진/일란성 쌍둥이에 대한 연구를 통해 성격과 행동이 상당부분 유전자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들 두 형제는 어렸을 적에 헤어졌다가 나중에 만났는데 둘 다 수염을 기르고 있었고, 소방관이 되어 있었다)

유전인가, 환경인가? 행동과 성격이 부모에게 받은 유전자로 결정되는지, 환경의 산물인지를 둘러싼 논쟁은 전문가뿐 아니라 문외한에게도 관심거리이다. 최근 과학자들이 모험을 좋아하는 성격과 관련이 있는 유전자를 찾아내 눈길을 끌고 있다.

심리학자들은 모험을 좋아하는 성격을 ‘새로움 추구’라는 용어로 정의한다. 스릴, 모험, 경험의 추구, 쉽게 지루해 하는 것이 이 성격의 네 가지 기본 특징이다. 이런 사람들의 뇌는 위험을 감수하고 성공했을 때 짜릿한 기분을 느낀다. 암벽 등반, 스카이다이빙, 도박, 주식 투자, 음주, 마약, 다양한 섹스 등을 즐기고 돈은 일단 쓰고 본다. 자동차 운전 속도도 이 성격과 직접적인 비례관계가 있다. 반면 새로움 추구 경향이 적은 사람들은 모험을 하면 불안해진다. 따라서 심리적인 소모를 줄이기 위해 위험한 모험은 피하게 된다. 대개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며 근면 검소하다. 또 친근한 것을 좋아하고, 보수적으로 생각한다.

최대의 쾌락 느끼는 자극 수준 사람마다 달라

(사진/새로움 추구의 경향이 강한 사람은 최대의 쾌락에 이르기 위해 각종 모험적 활동을 통해 강한 자극을 얻는다)

파일럿, 소방관, 주식거래인, 은행강도 가운데 새로움 추구형에 속하는 사람들이 많고, 회계사, 도서관 사서, 편집인, 기계공, 치과의사, 컴퓨터 프로그래머는 그 반대에 속하는 사람의 직업으로 적합하다. 전자가 설득을 하려는 경향이 강한 데 반해, 후자는 더 듣고 규율을 준수한다. 미군은 군인들의 성격과 직무를 분석해 특공대 대원으로는 모험을 좋아하는 사람을 선발하고, 모니터를 감시하는 레이더 부대에는 반대 경향의 사람을 배치하고 있다.

한때 사람들은 위험을 좋아하는 성격이 무의식적인 죄의식 즉 죽음에 대한 동경에서 온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요즘 심리학자들은 ‘최적 자극의 원칙’으로 이런 성격을 설명하고 있다. 이 이론은 우리의 뇌가 최대의 쾌락을 느끼는 자극의 수준이 정해져 있다고 본다. 이보다 자극이 적거나 많아도 불쾌하다. 새로움 추구의 경향이 강한 사람은 최대의 쾌락에 도달하기 위해 강한 자극이 필요하다. 반면 반대 성격의 사람은 자극이 이미 어느 정도 수준까지 와 있어, 외부에서 자극이 조금만 가해져도 최대의 쾌락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쾌락을 느끼게 하는 물질이 무엇인가 추적해 왔다. 그 결과 황홀한 섹스, 좋은 식사 뒤, 또는 코카인 같은 각성제를 먹었을 때 나오는 신호전달물질 가운데 하나인 도파민이란 분자가 그중 하나라는 것을 밝혀냈다. 도파민은 사람의 감정을 관장하는 뇌의 아주 깊숙한 곳에서 만들어진다. 흔히 이곳은 여성의 민감한 성기에 비유해 뇌의 ‘지-스팟’으로도 불린다. 여기에서 도파민이 분비되면 기분이 좋아진다.

지난 1995년 이스라엘 S. 헤르조그 메모리얼 병원의 리처드 엡스타인과 심리학자인 로버트 벨마커는 정신분열증과 관련된 유전자를 탐색하던 중 우연히 도파민 수용체를 만드는 D4DR이란 유전자가 새로움 추구 성격과 연관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세포의 바깥에 마치 손처럼 붙어 있는 이 수용체는 신호전달물질인 도파민을 붙잡아 그 신호가 신경세포 안으로 전달돼 흥분되도록 한다. 매우 특이한 점은 이 유전자가 사람에 따라 각양각색이라는 것이었다.

D4DR 유전자의 중간에 보면 48쌍짜리 DNA 염기가 여러 개 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이것이 2개이고, 어떤 사람은 3, 4, 5, 6, 7, 8, 9, 10, 11개씩이었다. 즉 두개인 사람은 96쌍의 짧은 염기를 갖고 있고, 9개인 사람은 432쌍의 긴 염기를 갖고 있다. 이 길이가 길수록 단백질의 길이도 길다. 또 단백질이 길수록 도파민과의 결합력은 약해진다.

다양한 유전자의 길이가 혹시 다양한 성격을 설명해줄지도 모른다고 본 이스라엘 연구팀은 병원 의료진 등 124명의 혈액을 채취해 유전자를 조사하고, 인성 검사를 했다. 그 결과 이 유전자가 길수록 새로움 추구 경향이 강하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는 사람의 성격이 어떤 특정 유전자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밝혀낸 첫 번째 사례였다. 그뒤 핀란드 연구팀이 이스라엘 연구팀의 조사 결과와 상반되는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지만, 미 국립보건원 딘 해머 박사팀이 좀더 많은 인원(315명)과 여러 인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똑같은 결과를 얻었고, 이어 캐나다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해머 박사는 “하지만 D4DR 유전자는 새로움 추구와 관련된 성격의 약 10%밖에는 설명하지 못하므로, 이 성격과 관련된 유전자가 9개는 더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마치 오케스트라처럼 성격은 여러 개의 유전자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형성된다는 것이다. 또 마치 북채가 없으면 북소리가 나지 않듯이 10개의 유전자를 모두 갖고 있다 하더라도 환경이 주어지지 않으면 새로움을 추구하는 성격의 소유자가 될 수 없다고 설명한다.

남녀 관계에도 영향…성격 변화 힘들어

새로움 추구는 인간 관계 특히 남녀 관계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부부는 사회적 태도, 종교, 정치적 견해 등이 같아야 결혼 생활이 만족스럽다. 이를 동류 교배라고 한다. 하지만 성격은 동류 교배가 적용되지 않는다. 실제로 성격이 다른 경우에도 잘 사는 부부가 많다. 그러나 새로움 추구만은 이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미국, 네덜란드, 독일 학자들의 조사 결과 새로움 추구만은 점수가 비슷해야 만족을 느끼고 행복하게 사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끔 상반된 상대방의 새로움 추구 경향에 이끌려 친해지는 수가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점수가 높은 사람은 상대의 열정 부족에 실망해 헤어지는 경우가 많다. 또 점수가 낮은 사람이 새로운 것을 찾아 헤매는 상대방의 예측할 수 없는 변화에 견디지 못하고 결국 헤어지게 되는 경우도 많다. 점수가 높은 남자가 점수가 낮은 여자와 살 경우에는 남자답게 행동한다고 느끼고 무리없이 사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점수가 낮은 남자가 점수가 높은 여자와 사는 경우에는 성적 욕구를 잃어버리거나 발기 불능 상태에 빠지기도 하는 등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딘 해머 박사는 “시간이 지나면서 성격이 변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대부분 환상”이라며 “배우자가 번지 점프를 좋아하면 말리기보다 점심을 싸주고 생명보험 액수를 두배 올리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고 충고한다. 유전자와 환경이 작용해 이미 성격이 형성되고 난 다음 성격을 바꾼다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케임브리지=신동호 기자/ 한겨레 편집국

한겨레21 2000년 01월 20일 제292호

‘나’의 의지인가 ‘뇌’의 명령인가
뇌과학·철학계 ‘자유의지 논쟁’ 재연
한겨레 오철우 기자기자블로그
» ‘나’의 의지인가 ‘뇌’의 명령인가
생각하는 나, 내겐 정말 순수한 자유의지가 있을까? 순전히 내 의지대로 손가락을 까닥거렸다면 그건 내 자유의지의 선택일까?

최근 일부 뇌 과학자들이 ‘자유의지’에 대한 전통적 믿음도전하는 실험 결과를 내놓으면서 1980년대 이후 뇌과학·철학계에 일었던 ‘자유의지 논쟁’이 재연되고 있다.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의 존-딜런 헤인스 박사 연구팀은 과학저널 <네이처 뉴로사이언스> 온라인판(13일치)에 사람이 의지에 따라 어떤 행동을 하기로 결정을 내리기 10초 전에 뇌는 이미 그런 결정을 준비하고 있음이 실험에서 확인됐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독일 연구팀 “인간의 결정 10초전 뇌가 먼저 반응”
“실험 하나로 자유의지 존재 부정 못해” 반론도

연구팀은 피실험자 14명한테 두 손에 버튼 하나씩을 쥐고서 자기 의지에 따라 버튼 하나를 누르게 하고, 동시에 피실험자들의 뇌에서 일어나는 신경 반응을 뇌기능 자기공명영상(fMRI)을 통해 관찰했다. 그랬더니 피실험자들이 ‘내가 어떤 버튼을 누를지 결정했다’고 생각하며 버튼을 누른 순간보다 10초나 먼저 손가락의 움직임을 맡는 뇌 부위에서 신경 반응이 나타났다. 인간의 자유결정 전에 뇌가 이미 그 결정과 관련한 활동을 준비하고 있으며, 우리가 자유의지에 따라 어떤 결정을 내렸다고 생각하는 시점은 이미 뇌에서 많은 반응들이 있고난 다음임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인지과학자인 이정모 성균관대 교수는 “이는 ‘자유의지가 과연 무엇이며 존재하는가’라는 오랜 철학적 논쟁을 끄집어내어 다시 생각하게 할 만한 연구 결과”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 논문이 발표되자 세계적 과학출판그룹인 네이처의 누리집에선 논문을 다룬 기사의 댓글에 단편적 실험 하나로 복잡한 자유결정 과정의 존재 여부를 논하는 건 위험하다는 등의 반론들이 실렸다.

사실, 이번 실험은 1980대 벤자민 리벳(1916~2007년·당시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교수)의 유명한 실험을 일부 고쳐 재현한 것이다. 당시 리벳 교수는 피실험자들한테 자기 의지에 따라 손가락을 까닥거리게 하고 피실험자의 뇌에서 일어나는 전기신호 반응을 뇌 전극을 통해 관찰했다. 그는 실험에서 사람이 자유의지에 따라 어떤 결정을 내렸음을 의식하기 0.3~0.5초 전에 이미 뇌 신경은 그 행동을 할 채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는 ‘자유의지는 없다’는 가설을 제시했다.

목     차

인사말          이 수 영 / 뇌과학연구개발사업단장

anib11.gif 사업단 학제적 연구 과제


뇌 정보처리에 기반한 인공 시·청각 시스템 연구


1.
인간의 시각 메커니즘의 이해와 A Neural Network and Computational Algorithm for Color Constan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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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시각 메커니즘의 이해
   ball03b.gif
A Neural Network and Computational Algorithm for Color Constancy

2. 시각정보의 단계적 특징추출 모델
   ball03b.gif 상호활성화모형과 다중해상도경로에 기반한 문자인식 계산모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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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A Mixture Model을 이용한 필기숫자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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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시각기능을 기반으로 한 경계선 추출 모델링
   ball03b.gif Second-order Motion and Depth with Glass Patterns
   ball03b.gif
운동정보에 의한 형태변별에서 양안부등 잡음의 효과
   ball03b.gif 동일한 시선에 놓여있는 두 대상의 입체시 깊이

3. 청각정보의 단계적 특징추출 모델
   ball03b.gif
청각신호처리 모델 시스템에서 청신경 반응분석
   ball03b.gif 복잡음 처리 모델 시스템에서 내부 청각 신호처리 경로 추적
   ball03b.gif
트리구조 필터뱅크에 의한 잡음에 강인한 음성인식 전처리기 설계
   ball03b.gif
2차 통계에 기반한 잡음에 강한 음성 특징 추출
   ball03b.gif
음성 스펙트럼 파라미터를 위한 청각 기반 에러 척도
   ball03b.gif
생성 모델 관점에서의 비선형 토포그래픽 매핑을 이용한 음성 신호의 스펙트럴 특징 추출
   ball03b.gif
Topographically 정렬된 음성 특징 추출에 관한 연구
   ball03b.gif
웨이브릿 필터 뱅크(Wavelet Filter Banks)에 기초한 암묵신호분리


4.
생물 시각 기능에 기반한 물체 인식 및 추적 기능 모델
   ball03b.gif
부분 특징 지도에 기반한 얼굴 인식 모델
   ball03b.gif 선택적 주의집중기능을 갖는 도약 안구 운동 시스템


5.
음성인식 및 Parsing 연구 - 연속 숫자음, 구어 태거, 화자검증
   ball03b.gif
한국어 연속 숫자음 인식
   ball03b.gif
강화학습을 이용한 한국어 구어 태거
   ball03b.gif
화자검증을 위한 연구


6.
선택적 주의집중 모델
   ball03b.gif
필기 한자 인식을 위한 유사 문자쌍 구분
   ball03b.gif
Target Digit Spotting을 통한 필기 숫자열 인식
   ball03b.gif
시각에서의 선택적 주의집중의 계산 모형
   ball03b.gif
선택적 주의집중을 이용한 필기체 숫자 인식
   ball03b.gif
선택적 주의가 공간적 표상과 지각적 군집화, 암묵적 맥락 단서에 미치는 효과
   ball03b.gif Factorial Code 표현법을 이용한 얼굴 인식
   ball03b.gif
Nonstationary한 신호의 분리


7.
시청각 통합 모델 및 시스템
   ball03b.gif
능동 시각 시스템의 응시점 제어
   ball03b.gif
시각적 음성 인식 기법의 일반화 성능개선 연구
   ball03b.gif
주파수 영역에서의 새로운 손등 정맥 인식 기법


8.
인공 시각칩
   ball03b.gif
움직임의 무게중심점 계산을 이용한 영상센서
   ball03b.gif
광적응 기능을 가지는 윤곽검출용 CMOS 망막칩의 설계
   ball03b.gif
인공시각 장치 구현을 위한 정보전파 신경회로망 개발(물체 움직임 검출)


9.
인공 청각 시스템
   
ball03b.gif 잡음에 강인한 디지털 음성 인식 시스템 구현
   
ball03b.gif 아날로그 달팽이관 칩을 위한 다중필터
   
ball03b.gif 잡음환경에서 시간 정규화 한 특징벡터
 

anib11.gif 사업단 기반 기술 연구 과제


1. 신경세포의 분자세포생물학적 연구 : 연구결과 요약 및 활용방안
   ball03f.gif
해마 신경선구세포에서 열충격 단백질 25의 신경세포 보호 조절 기작
   ball03f.gif
 PSD-95 단백질의 SH3 domain의 기능에 관한 연구
   ball03f.gif
단기 시냅스 촉진에 미치는 PKA와 PKC의 역할 분석
   ball03f.gif
에스트로젠에 의한 카테콜아민 분비의 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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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 해마에서의 시냅스 가소성
   ball03f.gif
Presenilin에 의한 Ca2+ release-activated Ca2+ current(1CRAC)의 조절
   ball03f.gif
뇌 세로토닌 신경세포의 발생화 분화 메카니즘 연구


2. 감각-운동 연계의 시스템 신경과학 연구
   ball03f.gif
혈액화학정보의 감지와 조절 : 뇌궁아래기관 신경전달에 대한 Glutamate의 작용
   ball03f.gif
흰쥐 척수절편에서 강축자극에 의해 유발되는 장기강화에 따른 시냅스 가소성의 변화
   ball03f.gif
쥐모델의 신경병증성 통증에서 후근신경절의 역할
   ball03f.gif
흰쥐의 일차 체감각 신피질과 시상에서 일시적 감각차단에 의한 신경회로망의 변화
   ball03f.gif
전전두엽 내 인접 신경세포들 사이의 상관관계
   ball03f.gif
Mesencephalic 신경핵의 도약 안구 운동 수평 성분의 추출 : 전기 자극 연구
   ball03f.gif
감각-운동 협응의 정량적 계측


3. 뇌의 인지기능 연구
   ball03f.gif
그림의 일화기억과 전전두엽 활성화 : fMRI 연구
   ball03f.gif
시간경과와 처리유형에 따른 지각적 표상체계와 의미적 표상체계의 상호작용
   ball03f.gif
암묵시기억과 외현기억에 대한 심상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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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유성에 다른 표상 차이 : 개념의 위계성과 전형성의 점화효과 비교
   ball03f.gif
인지수행이 저조한 비치매 노인들의 측두엽 부피 위축
   ball03f.gif
발달성 난독증과 언어형태
   ball03f.gif
유창성 실어증 환자에서의 단어산출과정과 신경해부학적 구조와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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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천성 한글 난독증 환자의 어휘처리에서 나타나는 구체성 효과 : 범주-특유적인 의미체계에 대한 증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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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천성 한글 난독증 환자의 어휘처리에서 나타나는 단서 주기 효과
   ball03f.gif
NeSIS : 뉴로-심볼릭 추론 시스템
   ball03f.gif
선택과제에서 후건의 표현양식과 조건문의 내용이 미치는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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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단자의 입장과 과제상황이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
   ball03f.gif
Web 상에서의 정보 마이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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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론기능 구현을 위한 모듈형 신경망의 결합모델


4. 뇌 기능에 기초한 감각정보처리모델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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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기둥의 단위 신경망 모형의 정보처리 방법
   ball03f.gif
호모클리닉 분기점 근처에서의 확산결합 진동자의 동기화
   ball03f.gif
상호 작용하는 결맞음공명 진동자
   ball03f.gif
관찰학습을 이용한 복수 예측적 생성
   ball03f.gif
베이지안 진화 연산에 의한 신경트리의 학습 및 최적화


5. 뇌 정보처리의 하드웨어 구현
   ball03f.gif
진화하드웨어를 적용한 자율적인 결함극복회로의 구현
   ball03f.gif
온 칩 학습 기능을 내장한 신경회로망 칩 구현
   ball03f.gif
완전 연결된 피드백 구조를 이용한 주파수 영역 신호 분리
   ball03f.gif
병렬 유전자 알고리즘 프로세서의 구현


6. 뇌정보처리기법에 의한 지능형 자율 적응시스템 구현 및 응용
   ball03f.gif
동적 다차원 웨이브릿 신경망과 응용
   ball03f.gif
진화 투명 셀룰라 신경망(ETCNN)의 계통발생 및 후전적 설계
   ball03f.gif
이동 로봇의 주행을 위한 신경망 기반의 행위 융합
   ball03f.gif
군지능에 의한 자율이동로봇의 협조행동 구현
   ball03f.gif
발생과 진화를 이용한 자기조직 신경회로망 설계 방법
   ball03f.gif
지능형 자율 주행 이동 로봇개발
 

anib11.gif 사업단 자유 공모 과제


check01e.gif
신경세포의 분자 생물학적 연구

1.
Dopamine Receptor D2가 결여된 쥐에서의 GABA의 운동 조절 기능에 대한 역할 분석


2. 척수 손상 후에 시행적으로 일어나는 세포사멸은 TNF-α에 의해 유도되는 Nitric Oxide(NO)를 통해 매개된다


3. PDZ domain을 통한 Phospholipase C-bataCortBP1의 결합
   ball03a.gif
신경세포의 성장과 분화에 대한 Phospholipase C-gamma1의 역할연구


4. 신경세포로의 운명과 분화를 결정하는 bHLH 전사인자의 클로닝 및 역할 분석


5. 뇌세포 opioid계 유전자 결핍동물창출과 이를 이용한 신경세포 및 신경교세포 기능규명 연구


6. 생식소 스테로이드에 의한 뇌 발생과 분화 조절기작 연구


7. Pherpheral Nervous System의 손상에 의해 유도되는 신경세포 재생관련 유전자의 기능 분석


8. 신경세포의 분화를 유도하는 새로운 신호전달기전 탐구

 

check01e.gif 신경계 통합조절기구의 시스템 연구


1.
쥐의 뇌 흑색질에 있는 도파민성 신경세포에 미치는 zinc의 효과


2. 척수손상에 의한 VPL시상핵 내 체성감각정보 처리과정의 변화


3. CRF 계통 신경 펩타이드발현의 분자, 세포생물학적 조절기작 규명을 통한 스트레스 전달 시스템의 이해

 

check01e.gif 인지기능 및 행동 연구


1. 뇌의 기능적 연결성 연구
   ball03a.gif
PETTMS 이용한 뇌의 기능성 연결성 기초 연구
   ball03a.gif
기능적 자기공명영상과 경두개 자기 자극법을 동시에 이용한 뇌신경망 연구


2. 학습행동 조절인자에 대한 신경행동학적 연구


3. 뇌신경계 도파민 신호전달계의 구성 요소인 Adenylyl Cyclase의 신경생리적 기능에 대한 분자유전학적 연구

 

check01e.gif 뇌 정보치리의 모델링, 구현 기술 및 응용 시스템


1. 뇌의 자율적응방식을 모방한 연산제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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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학습제어 알고리즘을 이용한 이족보행로봇의 걸음새 제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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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학습을 위한 논리적 진화 방식
   ball03a.gif
로봇 제어에서의 외란 감쇠


2. 바케리오로돕/플래빈 복합 LB막의 광전류 응답특성


3. ICA에 기반한 다중 뇌파 신호원 추정 방법
 

anib11.gif Biotech 2000 편입 과제


1. 전정기관 손상 후 자세조절기능의 회복에 관한 신경회로망의 연구


2. 특이적 뇌세포 괴사연구와 관련된 유전병 진단연구


3. 허혈뇌조직 미세환경의 분자생물학적 이해를 통한 뇌졸중 치료방안 연구


4. D3 도파민 수용체의 신호전달체계에 관한 연구


5. 동물 뇌허혈 모델에서 소디움 및 칼슘 이온통로 차단제의 신경세포 보호효과


6. 신규 Zinc finger 단백질 ZPR9에 의한 B-myb 활성도의 촉진


7. 마취제와 알코올이 신경세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분자유전학적 연구


8. GABA 신경계 관련 뇌질환의 치료제 개발을 위한 신경분자생물학적 연구


9. 중추신경계 신경회로의 발달과 기능 및 장애요인에 대한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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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PP+의 세포독성기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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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킨슨병 모델쥐에서 신경영양인자의 발현
   ball03e.gif MPP의 처리로 유도된 신경세포사멸 중의 cytochrome c oxidase의 변화
   ball03e.gif Oxidative stress와 신경세포의 사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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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 염증을 통한 알밀로이드 베타 및 C단 단백질에 의한 독성기전
   ball03e.gif 흰쥐 망막에서 일산화질소 합성효소 함유세포의 분화
   ball03e.gif 신경분화과정에서 신경성장인자의 역할
   ball03e.gif 망막에서 도파민성 신경세포의 발생과 분화
   ball03e.gif 중추신경계 분화와 발달 및 기능장애에 관한 연구-시신경과 해마 발달에 관련된 유전자의 기능연구
   ball03e.gif 사람성상교세포 배양에서 Protein kinase Ctyrosine kinase에 의한 아밀로이드 베타 전구 대사 단백질의 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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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열통모델 흰쥐의 척수 및 등쪽뿌리신경절에서 조절유전자의 동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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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식세포자극호르몬 분비호르몬(GnRH)의 자가조절과 GnRH와 그 수용체에 미치는 IL-1β의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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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스트레스에 의한 LHPRL 분비변화에 대한 내인성 오피오이드와 도파민 신경계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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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repinephrine이 부신을 제거한 랫드 뇌실옆핵의 자발적인 억제성 시냅스 전류에 미치는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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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초 유해자극의 종류에 따른 척수후각에서의 통각정보 처리기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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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증, Opioid의 진통작용 및 유전자 발현에 있어서 G-protein의 역할


10. 노화성 인지기능감퇴 및 알쯔하이머병의 분자유전학적 연구


11. 뇌신경 장애개선을 위한 합리적 요소기술에 관한 연구


12. 전기경련 충격에 의한 흰쥐 뇌세포의 cAMP 신호전달계의 발현 변화

인문학이란 마법을 생각해 볼 때

 

세상에는 빛과 그림자가 있기 마련이다. 요즘 젊은 세대를 보아도 그렇다. 몇 주 전 일가족 4명을 숨지게 한 한 중학생의 방화사건이 ‘아, 이럴 수가’ 하는 탄식이 나오게 하더니, 슈퍼스타K2의 ‘허각 신화’가 그 어두웠던 마음에 빛을 던져준다.

 

 젊은 세대를 키운다는 것은 가정, 학교, 사회 모두의 공이 들어야 가능한 일이다. 그중에도 가정은 특별한 곳이다. 그 어느 곳보다 이해와 소통이 이루어져야 할 곳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해 보인다. 몰이해, 과잉보호와 과소관심 속에 있다. 자식이 성공하려면 할아버지의 재력, 엄마의 정보력, 아빠의 무관심이 합쳐져야 한다는 시중의 우스갯소리조차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학교 또한 마찬가지다. 주입식 교육과 사지선다형 문제지로 이루어진 교육 현장 속에서 아이들이 꿈과 상상력의 둥지를 틀 곳은 없어 보인다. 그들이 마음을 붙이는 곳은 인터넷이다. 그곳에는 재미가 있고, 정보가 있고, 친구가 있다. 그러나 그 재미란 폭력과 선정이 있는 재미일 수 있고, 그 정보는 파편화되고 균형을 상실한 정보일 수 있고, 그 친구는 우정과 배려가 없는 ‘가짜 친구(fake friend)’일 수 있다.

 

 세상이란 어느 한편의 힘이 승하면 그 다른 편의 힘을 키워야 하는 법이다. 우리 현실처럼 부에의 집착과 경쟁의 힘이 강하면 도덕과 배려의 힘을 키워야 하고, 디지털의 힘이 강하면 아날로그의 힘을 키워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균형이 잡히고 조화로운 사회가 되는 것이다. 무엇으로 그 힘을 키울 것인가? 그 대답 중의 하나가 인문학이다. 소위 문사철(文史哲) 교육이다. 인간 존재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문학, 시간과 공간을 넘어 삶의 지혜를 가르쳐주는 역사, 모호한 현실을 구체화시켜 주는 개념 분석과 논리의 철학, 그렇기에 문사철에는 상상력과 포용력과 판단력이 있다. 인문학은 그래서 우리 삶의 품격을 결정하는 것이다.

 

 인문학은 또한 우리의 미래 경쟁력과도 직결돼 있다. 21세기는 하드웨어가 아닌 콘텐트의 시대다. 그렇기에 이 시대에 필요한 것은 콘텐트를 채울 스토리와 상상력이다. 그것을 길러주는 것이 문사철이다. 조선왕조실록 하나가 얼마나 많은 콘텐트를 만들어내었는가. 우리 미래는 또한 다양한 생각과 문화를 융합시켜야 하는 컨버전스 시대다. 제품과 서비스가 융합되고, 사람의 능력과 능력이 결합해야 하는 시대다. 이 시대는 서로 다름을 끌어안는 포용력이 경쟁력의 원천이다. 사람 사이의 여백과 관계를 만들어 주는 것, 그것이 인문학이다. 미래는 또한 와해적 혁신의 시대다. 혁신이 큰 불확실한 환경에서는 무엇보다 고도의 판단력이 요구된다. 어느 직업보다 판단을 많이 해야 하는 월가의 유능한 CEO와 분석가를 어느 대학보다 많이 길러낸 곳이 미국의 세인트존스 대학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대학은 고전 100권을 읽게 만들 정도로 인문교육이 강한 대학이었다. 경제적 가치를 직접 창출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그 가치 창출의 샘을 마르지 않게 하는 것이 바로 인문학이다.

 

 

 인문학은 지금 우리의 교육 현장에서 질식 상태에 있다. 국·영·수 중심의 입시에 밀려 관심을 갖기 어렵게 되었고, 교양과목은 외부 강사에게 맡기기 일쑤고, 전공 학과는 학생들의 기피로 통폐합 대상이 되고 있다. ‘인문학의 위기’는 전공자들의 ‘연구의 위기’에 머물지 않고 우리 사회 전반의 ‘교육의 위기’로 연결되고 있다. 우리의 미래 세대들이 인문학적 소양을 갖지 못할 때, 그것은 이 사회가 가져야 할 정신의 빈곤 문제일 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인재의 결핍으로 연결된다.

 

 인문학 교육을 살려내는 것은 돈보다 관심이 문제다. 선진경제를 지향하는 한국이라면 이제는 인문학을 사회의 공공재로 인식할 때가 되었다. 급격히 쇠퇴하는 인문학에 대한 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다. 인문학을 현대와 접목하는 연구자들의 노력도 필요하다. 프랑스 CNRS 같은 인문학 종합연구기관을 육성하는 것도 검토해 볼 일이다. 양질의 교육 인프라를 확충하는 것은 더욱 시급한 일이다. 대학들이 인문학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 입시과목도 재검토가 필요하다. 지역별로 인문학 거점대학들을 육성해 그 지역의 중심 역할을 맡기는 것도 한 방법으로 생각해 볼 일이다. 이념에 편향되지 않는 균형 잡힌 교육 콘텐트, 참여와 공유를 가능케 하는 2.0시대에 맞는 콘텐트의 개발도 선결돼야 할 과제다.

 

 해리포터의 작가 조앤 롤링은 말했다. ‘세상을 바꾸는 데 마법은 필요 없다. 우리는 이미 이보다 더 나은 상상력이라는 힘을 가졌다’고. 젊은 세대들에 감추어진 그 상상력을 깨워줄 마법의 그 힘, 그것이 바로 지금 우리가 인문학 교육을 다시 생각해야 하는 이유다.

 

이홍규 KAIST 경영과학과 교수

 

'스탠포드 감옥실험(Stanford Prison Experiment)'이라는 것입니다.

 

이 실험은 1971년 미국에서 '필립 짐바르도'라는 스탠포드 대학교수가 주도한 실험이었습니다. (구인광고를 통해서 실험차가자를 모집한것은 사실입니다. 실제 미국 심리학 실험의 참가자는 구인광고를 통하여 모집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악한 본성을 드러내게 만든 실험으로 '밀 그램'이 1963년도에 실시한 '전기충격실험'과 함께 유명한 실험입니다. 실험은 예상했던것과 너무 다르게 흘러가게 되어 6일만에 중지하게 됩니다. 자세한 실험 내용은 밑의 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실험의 시작>>


1971년 스탠포드 대학 심리학과의 Zimbardo 교수는 ‘교도소의 생활이 인간의 심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라는 제목으로 신문지에 내고 지원자를 모았습광고를 지역 니다. 광고 후 70여명의 지원자가 연락을 해왔고, 이후 간단한 정신과적 면접과 성격 검사를 실시해서 심리적인 문제가 있거나 병력이 있는 사람은 제외시켰습니다. 그리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 이전에 범죄나 마약과 관련한 전과가 있는 사람들도 제외시켰죠. 이런 심사 과정을 통해 최종적으로 24명의 실험 참가자가 결정되었고, 실험에 참가하는 대가로 하루에 15불 정도의 금액을 받기로 했습니다.

우선, 선발된 24명에 대한 기본 프로필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들이 실험 참가자로 선발될 때 앞서 말씀드린 검사나 면접외에도, 참가자들간 이질성을 최소화하고 가능한한 일반인, 보통 사람들을 대표할 수 있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습니다. 예를 들어 경제적인 수준이나 지능, 건강 조건도 비교적 사회적으로 가장 많은 퍼센티지를 차지하는 계층으로 구성하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동질적인 구성원들을 두 집단으로 나눈 후 한 집단은 교도관의 역할을, 다른 한 집단은 죄수의 역할을 맡기려고 했습니다. 결국, 죄수냐 혹은 교도관이냐 하는 집단의 분류는 임의적인 것이었지, 결코 두 집단간의 유의미한 차이를 반영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 점을 반복해서 강조하는 것은, 실험이 진행될수록 이 두 집단은 정말로 놀라운 모습으로 다르게 변화해간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차차 말씀드리죠.

Zimbardo 교수는 교도소 환경과 가장 유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 실제로 이전에 장기 복역수로 교도소에 수감되었던 적이 있는 사람을 섭외해 필요한 정보를 얻었습니다. 그리고 스탠포드 대학 심리학과 건물의 한 쪽 복도 끝을 막아, 감옥 셋트를 만들었습니다. 실험이 시작되면 복도는 죄수(실제 죄수가 아닌 죄수 역할을 하기로 한 참가자들)가 거닐거나 식사, 운동들을 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 됩니다. 그리고 화장실은 죄수들이 수감되는 방에서 떨어져 다른 곳으로 가야만 하는 구조로 만들어졌습니다.

물론 참가자들은 이곳이 진짜 감옥이라는 생각을 갖게 하기 위해서 눈을 가린 채 이곳으로 데려오게 되죠. 그래서 그곳이 스탠포드 대학내 임시로 만든 감옥이라는 생각을 못하게 한 것이죠. 그리고 이 복도는 빛이 들어오는 창문이나 시계를 놓지 못하게 해서, 여기가 어딘지, 그리고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도 짐작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소품들도 모두 감옥과 동일하게 만들었습니다. 3개가 있던 감방의 반대쪽에는 매우 작아 혼자만 들어갈 수 있는 어둡고 작은 공간을 따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실험장소인 교도소가 다 만들어진 후에, 참가자들은 이미 협조가 요청된 경찰의 인도로 실험실로 옮겨지게 됩니다. 물론 죄수역을 맡은 참가자들에게는 실험실이 급조된 교도소가 아닌 아닌 스탠포드 주립 교도소라는 안내를 하고, 이를 위해 눈을 가린 채 데리고 옵니다.

교도관으로 참여한 참가자들은 교도관의 역할에 대해 사전 지식이 전무한 상태였고, 연구에서도 이에 대해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다만, 법적으로 타당한 선에서, 그리고 죄수들을 존경하는 선에서 감옥의 규칙을 만들 수 있다고 얘기만을 들었죠. 시간이 지나면서, 이들은 서서히 교도소 안의 규칙을 만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셋팅을 만들고 교도관과 죄수들의 역할 설정을 하면서 교도소의 하루가 지나갔습니다. 그리고 실험 이틀째의 날을 맞게 되는데, 그날 밤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 교도소, 정확히는 실험실에서 일어나게 됩니다.

이날 아침 예상치 못한 죄수들의 집단 행동이 발생했습니다. 아침이 밝자 죄수들은 모자를 벗어버리고, 죄수복에 달려 있던 숫자를 잡아뜯는가 하면 감방 안에서 문을 향해 침대로 바리케이드를 친 채 방어 태세를 갖추기도 했습니다. 또한 교도관들에게 욕설과 비난을 하고조롱하기까지 했죠. 첫날 아무 일 없이 조용히 지나갔던 것을 생각하면 이러한 행동이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여기는 감옥이 아닌 실험실이었으니까요. 그런데, 더더욱 놀라운 것은 바로 이 폭동에 대한 교도관들의 행동이었습니다.

앞서 여러 번 강조했던 점이 있죠? 실험에 참가하기 전 이들은 교도관이나 죄수나 모두 지극히 평범한,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20대 젊은이들이었습니다. 감옥이니 교도관이니 하는 것에 대해 전혀 사전 지식이 없던 이들이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죄수와 교도관이라는 구분은 그저 임의적인 구분에 불과한 것들이었죠. 그런데, 둘째 날 죄수 역의 참가자들이 폭동을 일으키자 교도관 역할의 참가자들은 놀라울 정도로 신속하게, 그리고 강력하게 사태를 진압하기 시작했습니다. 실험 전에는 단 한번도 교도소에 다녀오거나 교도관을 만난 적도 없던 사람들이 말입니다.


교도관들은 일단 소화기를 가져와 죄수들을 향해 뿌려대기 시작했습니다. 순간적으로 피부의 온도를 낮추는 하얀 분말의 소화액이 발포되자 죄수들은 문에서 떨어져 밀려날 수 밖에 없었고, 교도관들은 이틈을 타 문을 부수고 안으로 들어가 죄수들을 진압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교도관들은 죄수들의 옷을 모두 벗기고, 감방 안에 있던 생필품들, 침대와 담요 등을 모두 밖으로 끄집어 낸 후 알몸인 상태로 죄수들을 감방 안에 넣었습니다. 그리고, 폭동을 주도했던 죄수들을 모아 독방에 집어넣었죠. 죄수들에게 가하는 체벌로는, 한 명씩 불러내어 push-up을 시키고 나머지 죄수들을 모두 벽을 바라보고 서 있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push- up 정도는 체육 시간에도 하는 거고 건강 삼아 혼자서도 곧잘 하는 거라, 이게 체벌일까 싶은 생각이 드는데, 당시에 연구자들도 그러한 생각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곧 연구자들은 놀라운 사실 하나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경악을 금치 못했죠.



체벌일까 싶었던 바로 그 push-up, 한 사람이 이를 하고 있으면 다른 사람들은 모두 벽을 향해 서 있어야만 하는 바로 이러한 체벌이, 실제 교도소, 그것도 그 악명 높았던 나찌의 수용소에서 존재했었다는 것입니다. 정말 한끝의 차이도 보이지 않고 스탠포드 감옥에서의 체벌과 나찌 수용소에서의 체벌이 똑같은 모양새를 띠고 있었습니다. 차이라면, 나찌의 수용소에서는 우리가 전쟁 전범이라고 하는, 극악무도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독일군 장교들이 유태인에게 그러한 체벌을 가했던 데 반해, 스탠포드 감옥(대학)에서는 이틀 전까지만 해도 너무나 평범하고 순진했던 청년들이 똑같은 청년들에게 체벌을 가하고 있다는 점뿐이었죠. 놀라웠던 점은 이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교도관의 임무나 전반적인 업무 스케쥴에 대한 지식이 전무하다싶었던 참가자들은 어느새 기존 교도소에서 행해지는 교도관의 업무 스케쥴을 정확히 계획하고 실천에 옮기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자발적으로 3명의 교도관들이 나서서 야간에 당직을 서기로 했고, 3교대로 9명의 교도관들이 번갈아 가며 한시도 놓치지 않고 죄수들을 감독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너무도 지능적인 심리적 진압 방법까지 동원하면서 말이죠.



폭동과 그에 대한 진압을 계기로 교도소의 상황은 급변하게 됩니다. 죄수들은 그들 사이에 팽배해진 불신으로, 서로를 믿지 못하고 분열되는 양상을 보이는 반면, 교도관들은 몰라볼 정도로 강한 결속력을 가지게 됩니다. 교도관들은 죄수들이 실제로 문제가 많으며, 반드시 다스려져야 하는 망나니처럼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들에 대한 탄압을 보다 강화하기 시작했죠. 심지어 죄수들이 화장실에 가는 것조차 막아, 허락을 받아야지만 가능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감방안에 양동이를 하나 주고 거기에 대소변을 보게 했죠. 그러나 곧 감방은 오줌 냄새와 변냄새로 가득차게 되고, 2일만에 환경은 최악으로 치달아 가게 되었습니다.

드디어, 실험이 시작된 지 36시간만에 죄수 역의 참가자는 정신과적인 문제가 있는 사람처럼 심한 정서 장애 및 혼란스런 사고와 감정을 경험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시도 때도 없이 울거나 웃고, 분노감에 차서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하는 등 문제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연구자들은 이 사람의 처우에 대해서 고민하고 그를 면담했지만, 좀처럼 가라앉지 못한 채 다른 죄수들에게 “아무도 여길 떠날 수 없어. 이걸 멈출 수는 없다구”라고 외치고 다녔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정말 미쳐가는 것 같았죠. 결국, 연구자들은 실험 중간에 그를 풀어주어야만 했습니다.

그러나 그를 풀어주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었습니다. 그가 나간 후 감옥 안에는 묘한 루머가 돌기 시작했죠. 그가 풀려난 것이 아닌 탈주였다는 것이죠. 그러면서 다른 죄수들도 탈주를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였습니다. 이 얘기는 교도관들에게도 그리고 연구자들에게 전해졌습니다. 그리고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요.

연구자들은 이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서 전략 회의를 가지고, 죄수들의 안전을 위해 이들을 살필 장치를 하고 탈옥을 막을 수 있는 장치를 고안해냈습니다. 또한 그러한 루머가 돌던 방안에 정보를 미리 알려줄 수 있는 밀고자를 두기로 결정하고 이를 시행하기도 했죠. 이전에 비해 더 많은 교도관을 두고 죄수들을 감시하고 이들을 함께 묶고, 머리에 자루를 씌어 두기도 했죠. 그리고 어떻게든 탈주가 일어나지 않도록 감시하고 보안책을 강구하는 데 더 열심이었습니다. 자, 이 연구자들의 모습은 어떻습니까. 이들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있습니다. 실험 중에 연구자의 동기 하나가 실험실을 찾아왔다고 합니다. 그리고 돌변한 상황을 놀래서 바라보고는 이렇게 물었다고 합니다. “도대체 뭘 실험하고 있는 거지?”라고요. 그 순간 연구자들은 스스로의 모습을 돌아보며 정말이지 크게 놀라게 됩니다. 즉, 그 며칠 사이에, 연구자들은 어느새 연구자, 심리학자가 아니라 또 다른 교도관, 감독자의 역할을 하면서 죄수들을 감시하고 있었던 거죠. 연구자들조차도 당시에 다른 교도관들처럼 죄수들이 반드시 도망을 칠 것이며 해를 끼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는 겁니다. 그들이 인식을 하기도 전에 말이죠. 실험에 대해 Zimbardo 교수의 얘기를 빌면, 당시 실험에 참여하지 않은 동료가 실험 과정을 지켜보며, “도대체 이들에게 무슨 짓을 하는 거냐, 도덕적으로 어떻게 이런 실험을 계속 진행하느냐?”라고 항의하기 전까지는 아무도, 그리고 그 자신도 실험의 도덕성에 대해 의문을 가지지 못했다고 합니다. 이미 연구자들도 더 이상 연구자의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관찰자의 위치가 아닌 거대한 심리적 장치안으로 빨려들어와 있었던 셈이죠. 마치 교도관이나 죄수들처럼.

실험 5일째로 접어들면서 일부 교도관이 죄수들을 성적으로 학대하기 시작했고, 교묘한 방식으로 이들을 고문하고 체벌하는 것이 발견되었습니다. 죄수들은 극도의 공포와 불안감에 시달리게 되고, 급기야 그들의 부모들이 찾아와 이들을 빼내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겠다는 포고를 하기도 했다는군요. 심한 정신과적 증상을 보이는 죄수들이 속출하기 시작하는 등 상태가 악화 일로를 걷게 되자, 결국 실험은 6일만에 중단되어야만 했습니다.

그리고 실험의 결과는 앞서 말씀드린 대로 학계에 보고되면서 큰 충격을 일으키게 됩니다.
실험이 일으킨 가장 큰 파장은 진정한 휴머니즘이란 없다는 것, 누구나 상황에 의해서 악인이 될 수도 선인이 될 수도 있다는 뼈아픈 인식을 가져왔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는 대학 때, 처음 이 실험에 대한 얘기를 듣고, 학자 혹은 학문이라는 이름으로 개인의 인권이 제대로 보호되지 않는 실험 상황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가에 대해 깊이 생각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우리가 현실과 관련지어서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은 현재 교도소라고 하는 사회적 격리 장치가 죄수들의 인권을 보호하거나 그들의 재활과 갱생을 위한 긍정적인 장치가 될 수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교도소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일들은 죄수들을 통제하기 위해 인간에게 가할 수 있는 가장 환멸스럽고 고통스러운 조치로, 그곳에서 진정 갱생과 재활이 이루어 질 수 있을는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부분일 겁니다.




"나는 최근(출감한지 37개월)에야 교도소 독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감옥 안에서 난 늘 침묵해야 했다. 옆 감방 사람에게 속삭이기라도 할라치면 곧 교도관의 곤봉과 매가 등과 어깨로 쏟아지곤 했다. 그리고 내 몸에 이나 다른 벌레들이 있다고 벌거벗긴 채 뿌려지는 살충제. 그리고 맨 바닥에서 이불도 침대도 없이 알몸으로 자야했고 맨 손으로 화장실 변기를 닦아야 했던 시간들. 나는 도둑이 반드시 처벌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내가 도둑이라도 절도 행위가 정당화될 수 없음을 안다. 하지만 감옥 안에서 결코 재활이나 갱생이 이루어질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출감할 때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은 건 유일하게 나를 때린 사람, 나를 마치 개처럼 취급한 그 사람을 죽일 생각이었다. 나는 내가 그런 잔혹함을 벗어날 수 있었던 것, 그리고 정상적인 도덕성을 되찾았다는 것에 감사한다. 그러나 그 과정은 너무나 잔혹했다.“


- 미국에서 실제 교도소 생활을 했던 어느 죄수의 고백

의식, 즉 자신에 대한 자각은 인간의 고유한 특성이다.

프랑스의 평론가 오귀스트 베일리는 제임스 조이스에 대해서 쓰면서 의식이 마음과 맺는 관계를 교향곡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마음의 일생은 교향곡과 같다. 화음을 갈래갈래 찢어서 그 구성요소 를 한 줄로 늘어놓거나 한 평면에 늘어놓는 것은 아무리 잘해 보아야 임의적인 방법일 수밖에 없고 때로는 큰 실수가 될 수도 있다. 그런 방법 은 우리 정신을 구성하는 요소의 복잡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게 한다. 왜냐하면 우리 자신에게 상대적으로 중요한 것. 우리의 삶과 행동에 상 대적으로 더 중요한 것, 또 여러 생각의 흐름 중에서 상대적으로 더 중 요한 것들은 한 시점에서 여러 개의 구성요소들중 어느 것에 더 초점을 맞추느냐에 따라서 결성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떤 생각을 할 때 한 평면 상에서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개의 평면에 걸쳐서 생각 을 한다. 어떤 시점에서 우리가 한 생각만을 따라가고 있다고 단정짓는 것은 잘못이다. 한 시점에서도 여러가지 생각을 할 수 있고, 이런 생각 들이 서로 맞물려 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고차적인 평면에 형성되는 생각에 대해 더 잘 의식할 수 있다. 또는 그런 생각들에 대해서만 더욱 완벽하게 의식적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또한 하위 수준에서 일 어나는 생각의 흐름도 분명치는 않지만 어렴풋이나마 의식할 수 있다. 우리는 일련의 영상이나 심상에 주의를 기울이게 되고, 영상이나 심상 이 하나의 시리즈를 이루고 있음을 인정한다. 한편 우리는 의식의 보다 불명확한 평면에 나타나는 여러 시리즈의 영상이나 심상도 항상 의식하 고 있다."
데카르트에게는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라는 생각이 가장 강력한 것이었다. 그래서 데카르트는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그 사고와 견줄 만한 다른 모든 요소들은 정신세계의 모기와 같은 것이어서 잡 아 없애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야만 그가 자신의 의식의 본질이라고 생각했던 정신적 풍경화(mental landscape)에 집중할 수 있다고 믿었다. 데카르트는 인간이 깨어 있는 동안 한순간도 그침 없이 의식을 만들어 내는 복잡한 구성요소들, 어떻게 보면 혼란이랄 수 있는 것들을 완전히 무시 했다.* (그는 꿈도 무시했다.꿈 속에서는 대부분 여러 개의 다른 테마나 하위 테마가 때론 아주 교묘하게 연관되어 한 시점에서 여러 개가 상상화 속에서 펼쳐진다.)
그러나 데카르트가 한 가지 사실에서만큼은 옳았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것은 바로 우리 의식이 항상 어떤 조건에서도 하나의 개체로 경 험된다는 것이다.

강박장애인을 예로 들어 보자. 만일 그가 이사회에 가 야 할 이유를 수십 개 생각해내서 가지 말아야 할 이유 수십 개와 균형 을 이루게 한다고 하더라도. 즉 그가 이사회에 가야 할 이유와 가지 말 아야 할 이유를 모두 마음 속에 생각하고 있더라도 그는 자신을 한사람 으로 경험한다. 강박장애인도 고통받는 개체이긴 하지만 여전히 자신을 개체로 경험한다는 것이다. 환청을 듣는 정신분열증 환자든. 피에 젖어 눈을 부릅뜬 얼굴 환상으로 고통받는 PCP(마약의 일종으로 펜사이클리 딘의 약자) 중독자든 자기 혼자서(하나의 개체로서) 그런 무서운 일을 겪고 있다고 지각한다.
이런 단일하게 통합된 의식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된 다. 그러나 이 세상에 태어나면서부터 통합된 어떤 것이 없는 세계, 아 무 의미도 없는 세계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에드는 24세의 청년으로 이전에 소유했던 자전거를 모두 기억하고 생생하게 기술할수 있다. 매주 토요일 아침. 그는 자기 자전거를 타고 여행을 떠난다. 여행 목적지는 지도에서 선택한 어느 도시의 어느 가게이다. 목적지는 한 번에 한 곳뿐이 다. 그는 방문할 도시나 가게를 알파벳 순으로 정해 놓았고 한 주에 한 가게만 찾는다. 방문해야 할 도시 목록 에서 다음번에 방문하기로 예정한 도시로 가기 위해 몇 시간을 자전거 로 달려간다. 그리고 그 도시에서 처음 방문할 A가게가 다음에 방문할 B가게보다 먼 곳에 있다고 해보자. 그러면 에드는 더 가까운 B가게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B가게는 다음주에 다시 와야 한다. 그럼 에드는 이렇게 애써서 찾아간 가게에서 무엇을 하는가? 그는 단지 목적지를 잠시 바라보다가 지도에서 그 위치를 확인하고는 다시 집으로 향하는 먼 길을 떠난다.
여러 면에서 에드는 정상이다. 그의 문제는 정신지체가 아니고 '자폐증' 이다. 그에게 부족 한 것은 자신이 살고 있는 환경 내의 장소나 사람 들에게서 보통의 의미와 목적을 찾는 능력인 것이다. 자신의 삶에 질서 를 부여하기 위해 에드는 목록을 작성한다. 그 목록들이 에드가 다른 방 법으로는 구성할 수 없는 어떤 틀을 그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자폐증 때 문에 에드는 자신에 관하여 생각할 수 있는 마음을 지니지 못한다. 그러므로 그의 마음은 다른 사람들에게 의미를 부여하거나,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다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데는 부적절하 다. 에드의 아버지는 말한다.
"그는 살아가면서 날마다 어떤 동질성을 찾으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그는 무엇을 질문해 온 적이 없습니다. 만일 우리가 사회적 행동을 하라 고 강요하지 않았다면 그는 아무런 사회적 행동을 보이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에드는 그냥 자기 방에 앉아서 자기가 갖고 있는 지도를 보고 자기 라디오를 들을 뿐입니다. 에드의 행동에 나타나지 않는 세 가지 일 이 있는데, 첫째 어떤 것을 요구하는 것. 둘째 다른 사람과 무엇을 공유 하 는 것. 셋째 자신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샌디에이고에 있는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의 신경과학자 에릭 쿠셴이 에드를 안 지는 여러 해가 되었다. 그는 자폐증이 보이는 결손이 정보를 종합하는 능력이 부족해 생긴다고 주장한다.
"자폐아들은 사회적 상호작용이나 일상의 상호작용에서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을 가능한 한 철저하게 기록합니다. 자폐아들은 서로 연결되 지 않은 여러 정보 조각을 모은 다음. 이런 사실들을 종합하여 자신만의 독특한 새로운 창조물로 역어내기보다는 정보를 조각조각 가지고 있을 뿐입니다. 그러다가 자신들의 신경계에서 어떤 단추가 눌러지면 그 단추에 적절한 정보의 조각 또는 적절한 규칙에 따라 반응하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 규칙이나 정보는 처음에 갖고 있던 것들로. 전혀 변화를 거 치지 않은 깃입니다. 정보와 정보가 조합되는 법도 없습니다. 어떤 정보를 자기 세계 안에서 자신만의 경험을 표상하는 독특한 기호나 생각으 로 바꾸는 능력 혹은 종합하는 능력이 없다는 것이 자폐아들의 특징입니다."
자폐증은 오 늘날에는 뇌 손상으로 인한 것이라고 인정된다. 에드는 지능이 충분히 높으며 학습능력과 호기심도 있다. 그리고 자신이 소유 했던 자전거에 관심을 가지듯 어떤 대상에 강한 흥미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자폐증 때문에 에드의 마음에는 중요한 요소가 하나 빠져 있다. 즉. 에드는 학습한 정보를 상징이나 생각으로 변형하여 자신의 마음을 구성하거나 만들어내는 능력이 없다. 쿠셴은 이렇게 말한다.
"정상인에게는 삶이 소설처럼 펼쳐집니다. 그래서 그 소설 같은 개인 의 이야기에는 시작이 있으며. 인물들이 나오는 일련의 사건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자폐아 들에게는 이야기가 없는 셈입니다. 그 대신에 사 실, 규칙. 목록의 나열이 있을 뿐입니다. 마치 십자말 풀이와 같습니다. 그들이 알고 있는 사실, 규칙, 목록은 십자말 풀이의 겹치는 부분처럼 연관이 있을 때도 있지만 아무 관계가 없을 때도 있습니다. 자폐아들에 게는 사실들 사이의 본질적인 상호작용은 없는 것입니다. 사실들이 그냥 존재할 뿐입니다. 즉 사실들이 개인의 이야기로 구성될 수 없다는 말입니다. "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통합과 종합이 문제가 되는 듯 '보이 지는' 않는다. 자신의 행동에 대해 대체로 조리 있게 설명할 수 있으며, 그냥 존재할 뿐입니다. 즉 사실들이 개인의 이야기로 구성될 수가 없다는 자신의 운명은 대부분 자신이 만들어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통합체로서 자신을 경험한다. 철학자 존 설은 이렇게 의식의 중요성을 말한다 .
"의식은 마음의 본질적인 면입니다. 마음에 대한 이론은 모두 그 탐구 의 중점을 의식에 두어야 할 것입니다. 의식을 주요 연구대상으로 삼지 않는 한 그 이론은 핵심을 간과한 것입니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과학자들은 의식을 연구하기를 꺼렸다. 이 의식을 그 연구 대상으로 선호하지 않은 이유는 의식이 '과학적'인 것이 아니고 신비주의나 종교와 관련된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존 설은 다음 과 같이 말한다.
"마음이 신비로운 것, 신화적인 것이라는 생각은 소화작용이 신비롭고 신화적인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뇌가 마음에 대해 하는 일은 바로 위가 소화를 위해서 하는 일과 같습니다. 이제는 의식과 같은 정신적인 것도 물리적 세계에 있는 다른 것들처럼, 즉 물리적 세계의 일부로 취급해야 합니다. 저는 마음이 독립된 운동장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마음이란 그런게 아니라 사고, 감정, 경험처럼 마음에서 일어나는 정신현상이라고 부르는 일들의 나열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음' 이 란 과정을 지칭하는 말이지 어떤 대상을 지칭하는 것이 아닙니다. 마음은 탈신비화되어야 합니다. 전통적으로 인간은 마음을 무시무시한 것으로 생각해 왔습니다. 그러나 마음은 전혀 그런 것이 아닙니다. 마음은 생물로서의 우리 삶의 일부분일 뿐입니다. 그럼에도 생물로서 살아가는 데는 마음이 가장 중요합니다. 손가락을 잃고도 살 수 있고 눈이 없더라도 살아갈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의식이 없다면 그걸로 끝입니다. "
마음이 일부를 차지하는 '생물로서의 인간 삶'은 아주 구체적이다.

두개골이 잘 보호하고 있는 약 1.4킬로그램 가량의 신경조직인 뇌가 바 로 마음의 물리적 구현이다. 뇌가 특정 부분 손상되면 마음이 변질된다. 이런 특정 영역의 손상에 대한 연구는 마음을 탐구하거나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분리뇌' 수술을 받은 환자들을 연구하면 이런 관점에서 특히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정상적으로는 뇌의 오른쪽 반구와 왼쪽 반구가 뇌량이 라는 구조에 의해 사슬처럼 서로 연결되어 있다. 뇌량은 굵은 신경섬유 의 다발로서 두 반구 간의 상호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한다.(라 페로니의 환자가 다친 곳이 여기다.) 간질 발작 가운데 한쪽 반구에서 시작된 전 기 신호의 방출이 뇌량을 통해서 다른 쪽 반구로 전해져, 양쪽 뇌가 모 두 발작을 일으키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런 발작이 생명을 위협할 정도 거나 다른 치료가 아무 효과가 없을 때는 뇌량을 외과 수술로 절단함으 로써 전기 신호가 전해지는 경로를 차단해 버릴 수 있다. 그 수술을 받 고 나면 발작이 일어나더라도 약으로 통제할 수 있고. 환자는 비교적 정 상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뇌량 절단 수술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 뇌량을 절단하면 두 반구 사이에 정보를 교환할 수 없게 된다. 이 것은 괴상한(한편으로는 흥미로운) 상황을 연출하게 해서 마음의 중요 한 과정을 이해하는 열쇠가 되기도 한다.
다트머스 대학의 신경과학자인 마이클 가자니가 박사는 분리뇌 수술 을 받은 간질병 환자 조를 대상으로 실험했다. 가자니가는 조 앞에 놓인 스크린에 '걷다' 라는 단어를 시야의 왼쪽에만 제시했다. 왼쪽 시야는 뇌의 오른쪽 반구에만 투사되므로 조의 왼쪽 반구는 '걷다' 라는 단어가 전달되었는지 알 수가 없다. 그런데 왼쪽 뇌는 대개 언어와 관련 있다. 그러므로 조의 경우 언어를 처리하는 왼쪽 뇌는 '걷다'라는 단어를 못 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조는 그 단어를 보고 몇 초 지난 후에 의자에서 일어나서 걸어갔다. 어디로 가느냐고 물어보니 "콜라 마시러 가요"라고 대 답했다.
가자니가가 이 환자에게서 시도한 것은 분리뇌 수술을 받았기 때문에 좌반구와 단절되고. 본래 언어능력이 없는 우반구에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그 우반구에 주어진 정보 때문에 피험자는 자신이 의식하지 못하는, 의식 바깥에 있는 행동을 하게 된다. 즉, 조는 '걷다' 라는 단어 에 비언어적으로는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무엇을 하느냐고 물어 보면 조는 왜 걸어갔는지 까닭도 모른 채. 자신이 하는 일에 뭔가 그럴듯한 이유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이 실험에서는 사고가 언어와 상관없이도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여기서 사고라는 것은 보여준 단어를 제대로 읽고 그림으로 나타 내는 것을 말한다. 단어로 된 지시를 읽고 지시대로 그림을 그리는 사고 가 피험자가 말로 보고한 것과는 전혀 관계없이. 심지어는 보고한 것과 반대로 일어났다. 피험자는 자신이 아무것도 못 보았다고 말하면서도 자동차를 그려 냈다.
이런 실험 결과들은 흥미로운 문제를 제기한다. 그것은 바로 뇌 전체 가 앞에서와 같은 이중 장부 체계에 따라 기능하느냐는 것이다. 말하자 면 독자들이 이 글을 읽고 있는 동안에도. 또한 필자가 이 글을 쓰고 있 는 동안에도 뇌에는 두 개의 체계가 따로 작동하고 있을까?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우리는 알 수 없다. 또 이 문제를 놓고 통제된 실험을 할 수도 없다. 왜냐하면 정상인에게 '횡연합신경 절제수술*(신경섬유 다발을 자르는 수술)을 할 수 는 없기 때 문이다. 그러나 이런 분리뇌 현상에 대한 실험 결과들이 사실이라면. 또 그런 결과들이 보편성이 있다면 적어도 소크라테스 때부터 목표해 왔던 자기자신에 대한 이해( "너 자신을 알라")가 언어만을 통해서는 불충분 해진다. 왜냐 하면 우리 행동은 여러가지로 설명할 수 있으며 그 중 어느 것이 '진짜' 인지 확실히 알 수 없는데도 좌반구는 하나만을 선택해서 우리의 행동을 설명하는 근거로 삼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나온 자료들은 인간의 정신활동이 여러 개의 서로 독립적 인 뇌 체계의 활동들이 재구성된 결과라는 사실을 보여줍니다"라고 말 하는 가자니가는 또한 이런 결과들의 통합에 대해서도 다음과 같이 말 한다.
"이런 모든 정보를 하나의 이론으로 통합하는 어떤 최종적인 단계 또 는 체계가 좌반구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 이 모든 독립적인 요 소들을 일관성 있게 설명하려면 좌반구에 있는 어떤 체계가 일종의 이 론을 생성해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 이론이 곧 우리 자신과 외부세 계에 대해서 개인이 가지는 이론이 되는 것입니다."
1세기 전에 ≪심리학의 원리≫에서 윌리엄 제임스는 의식을 이해하는 열쇠는 '자기참조' 에 있다고 말했다.
"인간이 보편적으로 의식하는 사실은 '느낌이 있다' 내지는 '사고가 있다' 가 아니라 '나는 느낀다' 또는 '나는 생각한다' 이다."
곧, 경험, 사고, 행동을 의식하려면 사고와 느낌에 대한 심적 표상과 경험자로서 자신에 대한 심적 표상이 서로 연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심적 표상간의 연결이 기억으로 나타난다. 이런 연결이 제대로 안 된 놀라운 예가 클라이브의 경우이다. 그는 바이러스성 뇌염을 앓았다. 말 그대로 뇌에 염종이 생긴 것인데. 클라이브의 경우에는 양쪽 측두엽 과 왼쪽 전두엽의 많은 부분에 바이러스가 침투했다. 양쪽 측두엽에는 학습에 절대적으로 중요한 해마라는 부위가 있다. 그의 해마는 양쪽이 다 파괴되었다. 뇌염을 앓기 전에 클라이브는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 음 악을 전공한 학자였고. 오르간의 대가이며. 저명한 합창단장이었다. 그 러나 지금은 가로. 세로 각각 3~4미터 되는 병실에 앉아서 솔리테어라 는 카드 게임을 혼자 끊임없이 하거나 노트에 무언가 계속 적으면서 시 간을 보내고 있다.
 
가자니가는 이러한 실험 결과들이 우리가 자각하지 못하는 동안에도 여러가지 복잡한 활동들이 뇌에서 계속 일어난다는 사실에 대한 믿을 만한 증거라고 주장한다. 가자니가는 이렇게 말한다.
"조와 같은 사례는 의식을 들여다보는 창문을 제공합니다. 그리고 또 ' 한 이런 경우는 무의식적 과정들이 우리가 의식하고 자기자신이라고 느 끼는 자아에 얼마나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입니 다. 조 같은 환자들은 많습니다. 이런 예들은 서로 반(半)독립적인 행위 자들(agents), 또는 반독립적인 처리 과정들이 통합되어 마음이 이루어 진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런 반독립적 처리과정들은 우리 의식 바깔 에서도 수많은 활동들이 일어나게끔 합니다."
가자니가는 뇌에 하나의 자아만이 존재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정상적인 뇌는 여러 개의 모듈로 구성되어 있고 이런 모듈들은 각각 운동, 정서 변화, 자극에 대해 반응할 수 있습니다."
가자니가는 이런 모듈 중의 하나를 '해설자' 라고 부른다. 해설자라는 모듈은 서로 독립된 뇌의 모듈들이 생성해낸 여러가지 행동들을 조직화 한다. 그럼으로써 한 인간은 통합된 자아를 주관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한 인간이 자신이 통합된 실체라고 객관적으로 경험하는 것은 곧 '여러 정신체계의 연합'이 아닌 '하나의 마음'을 가진 인간이라는 자각이다. 이런 해설자가 없다면 그 사람 의 행동은 분열되고 그의 성격은 여러 자 아들로 분리되어 각기 다른 목적을 추구하고 말 것이다.
가자니가는 앞에서 설명했던 것과는 또 다른 실험도 했는데. 이 실험 에서는 '자동차' 라는 단어를 조의 우반구만 볼 수 있도록 비쳐 주었다. 그리고는 "왼손으로 스크린에 비친 단어에 해당하는 것을 그리십시오" 라고 지시했다. 왼손은 엄격하게 우반구가 통제한다. 그러므로 가자니 가가 피험자에게 요구하는 과제는 우반구만이 지각하는 깃에 기초한 활 동이다. 한편 조의 좌반구, 즉 언어를 처리하는 반구는 아무것도 본 것 이 없다. 그래서 조는 "뭘 그리라는 것이죠? 아무것도 보지 못했어요" 라고 항의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가자니가가 "그래도 한번 해보세요. 왼손으로 뭔가 그리려고 해보세요"라고 다시 한번 요구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조는 가만히 왼 손으로 연필을 들고 자동차를 정확히 그려내는 것이다. 그러나 더욱더 재미있는 것은 조가 그 그림에 대해 보이는 반음이다. 그는 "왜 제가 그 걸 그렸는지 모르겠군요"라고 말하는 것이다.
클라이브가 노트에 적는 내용은 늘 똑같다. "이제서야 몇 년 만에 처 음으로 완전 히 깨어 있다." 그리고 그는 그 내용을 다시 볼 때마다 " 누 가 이걸 썼는지 난 모르겠다. 나는 아니다"라고 자신이 노트에 무언가 적었다는 사실을 부인한다. 노트의 글씨체가 그의 것이 아니냐고 지적 하면 그는 화를 낸다. 그의 아내 데보라는 남편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이제 클라이브의 세계에는 한순간 한순간만이 존재합니다. 현재의 경험을 비교할 과거에 대한 기억도 없고 바라볼 미래도 없습니다. 그의 세계는 눈 깜 짝하는 순간뿐입니다. 그는 눈앞에 놓인 것은 볼 수 있지만 그 정보가 뇌에 도달하자 마자 사라지고 맙니다. 아무것도 클라이브의 뇌에 표상으로 남을 수가 없습니다. 즉, 아무것도 기록되지 않는 것입니 다. 그의 다른 능력에는 이상이 없으므로 모든 것이 아주 정상적으로 입 력은 됩니다. 그의 지능은 사실상 온전하고. 그의 지각은 저나 여러분과 마찬가지로 정상입니다. 그러나 그가 지각한 다음 눈을 돌리기만 하면 그가 지각한 것은 사라지고 맙니다. 그러므로 그의 의식은 순간에서 순 간으로의 의식일 뿐입니다. 시간의 진공상태라고 할 수 있겠죠. 순간 순 긴마다 이전의 모든 것에 대해서는 진공이라는 것이죠. 그래서 그는 매 순간 자신이 새로 깨어난다고 느끼는 것입니다. 그는 항상 깬 지 2분밖 에 안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마인드>(The Mind)라는 텔레비전 시리즈를 찍을 때 보았던 클라이 브에 대한 가슴 아픈 실례가 있다. 데보라가 문을 열고 들어오자 클라이 브는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얼굴에 행복한 웃음을 활쫙 띠고 아내를 맞 았다. 그는 마치 아내를 몇 년 만에 보는 듯했다. 그러나 사실은 몇 분 전에도 아내는 그의 곁에 있었다. 그 사실을 클라이브는 기억하지 못하 는 것이다. 그렇게 똑똑했던 사람이, 그렇게 많은 것을 이루어낸 사람이 이런 지경에 빠진 것이다. 데보라는 말한다.
"여기 이 사람은 망령이 난 것도 아니고, 건망증이 심한 것도 아니고, 얼간이도 아닙니다. 그는 정신이 맑고 지능도 높은 사람입니다. 단지 자 신의 삶에 대한 지식을 도둑맞았을 뿐입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처지 에 대해서 매우 자존심 상해하고 커다란 좌절감을 느낍니다. 그에게 뭔 가 말해 주면 바로 이전의 문장을 잊어버립니다. 그래서 무엇이 잘못되 었는지 말해 주어도 그는 그것을 알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 속 자신이 어디가 잘못되었는지 이해할 수 없을 것입니다."
서섹스 대학의 앨런 파킨 박사는 클라이브가 처한 비극적인 상황을 다음과 같이 설명 한다.
"그는 정상인들과는 너무나도 다릅니다. 우리가 마음이라고 부르는 것은 스스로를 시간적인 연속선 상에서 지각하는 능력을 포함하고 있는 데, 클라이브는 마음의 일부를 심하게 손상당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 자리에 앉아서 어떻게 여기에 왔는지, 여기를 떠나면 무엇을 할 것인지 등등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클라이브는 그런 경험을 할 수 없 습니다. 그래서 그는 망망대해에서 표류하는 심정일 깃입니다."
그러나 주목할 것은 클라이브의 의식이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는 자신이 누구인지 알며 아내도 알아본다. 그러나 그의 의 식은 순간 순간에 제한된다. 그가 의식하고 있는 그 짧은 순간의 전후에 는 두려운 심연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뇌염으로 인한 무서운 뇌 손상이 클라이브의 중요한 한 부분은 온전히 남겨 두었다. 이것은 그 를 잘 알고 사랑하는 아내 데보라에게는 아주 고마운 일이다. 데보라의 맡을 들어 보자.
"클라이브라는 존재와 클라이브라는 인간, 그의 영혼은 이전처럼 온 전합니다. 그가 그렇게도 길망하고 고뇌하고 화가 나 있고, 그렇게도 날 사랑한다는 사실은 현실적인 인간의 열성들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는 다른 어떤 것들보다도 마음의 한복판에서 나오는 가식없는 인간의 열정 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
클라이브는 현재에서만 살 수밖에 없는 저주를 받았다. 그러나 다른 보통사람들은 마음을 통해서 현재가 제한하는 깃에서 벗어날 수 있다. 마음이 있기 때문에 자신의 모습이 어떨 것인가 비추어 보고, 과거를 되 돌아볼 수 있다. 우리는 기억을 갖고 있다. 다른 사람의 감정과 행동에 감정이입을 할 수 있고 동일시할 수 있다. 우리는 창작과 예술활동을 할 수 있다. 마음은 우리에게 의미와 방향 그리고 시간에 따른 발전 가능성 을 제시해 준다. 마음은 뇌의 실제적 기능들을 총지휘하며 의식과 무의 식을 통합한다. 마음은 수백억 개 뉴런의 놀라운 상호작용이며. 그 이상 이 다.
이 책에서는 마음을 탐색할 것이며, 그러기 위해 한세기 동안이나 마 음을 연구해 온 연구자들의 길을 되밟게 될 것이다. 오늘날 그 길은 신 경과학과 심리학에서 나온 새로운 발견, 때로는 경이로운 발견들이 환 하게 밝혀 주고 있다. 마음의 본질과 정의에 대한 물음은 역사적으로 철 학자들을 매혹시켰고, 어리둥절하게 만들어 왔다. 이 장에서는 마음이 무엇인지 일기 위해 그 몇 가지 측면들을 생각해 보았고. 다음 장들에서 는 마음에 대한 새로운 발견과 지식들을 다룰 것이다. 마음에 대한 지식 을 탐색하는 출발점으로서 논리적으로 적당한 곳은 인간의 발달에서 마 음이 처음으로 나타나는 시점일 것이다. 따라서 다음 장에서는 인간의 발달을 살펴 본다.

마음은 출생시에는 기초적인 형태로만 존재한다.

출생 이후부터 마음은 서서히 그 모습 을 갖추어 간다.

마음이 발달하는 순서에 대해서는 스위스의 심리학자 장 피아제가 이론적으로 설명했다. 피아제는 자신의 아이들과 다른 어린이들을 관찰한 결과에 기초하여 독창적 인 실험들을 고안했다. 피아제는 인간의 마음이 성숙해지고 학습이 진행됨에 따라 유아와 어린이가 보여주는 과정들을 단계별로 정리하여 이론화했다.

피아제는 1920년대에 학교에서 어린이들에게 실시할 지능검사(IQ검사)를 고안하면서 인지 발달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그는 아이들이 특정한 질문에 대해 비슷한 류의 오답을 하는 것을 발견했다. 이 체계적인 '오류들'로부터 피아제는 각기 다른 발달단계에 있는 아동들의 사고가 어떤 보편성을 보인다는 것을 밝히려 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기초로 한 것이 피아제의 연령에 따른 발달의 단계설이다.

잘 알려진 피아제의 실험들 중에는 아주 어린 아이들이 숨겨진 물건을 찾는 능력이 서서히 발달해 감을 보여주는 것이 있다.

또 숨겨진 물건을 찾는 능력이 발달해 가면서 궁극적으로 는 물체가 숨겨져 있더라도 눈앞에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계속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 게 된다. 그러나 이렇게 대상이 계속 존재한다는 것을 아는 능력이 갑자기 발달할 수는 없 다.이 능력은 경험과 성숙에 따라 발달하며, 그 아이의 마음이 발달할 때가 되기 전에는 이 런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없다. 공간, 시간, 인과성, . 그리고 위계구조 같은 것들은 마음의 중요한 속성들로서 인간의 내부세계가 제대로 기능하는 데 없어서는 안되는 것들이다. 이런 속성들은 모두 발달할 때가 되어야지만 나타난다는 것이 발달단계 이론의 요지이 다.

피아제는 마음이 능동적 '구성'(construction)을 통해 발달하고 진화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인간은 가만히 앉아서 외부세계로부터 들어오는 정보를 수동적으로 지각하고 처리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정보를 변형하여 처리하는데, 이 정보를 변형하는 능력이 발달단계를 거치며 진화하는 것이다. 또 능력의 발달은 미리 정해진 지침에 따라 진행된다는 것이 피아제 이론 의 뼈대이다.

최근 30여 년에 걸친 인간의 뇌에 대한 연구들은 뇌의 발달단계에 대해서 미리 정해진 지침이 있거나, 이와는 다른 지침이 또 있다는 것을 밝혀 주고 있다. 또한 이런 연구들은 인간 의 마음이 단순히 '깨끗한 석판'이 아님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 갓 태어난 아이의 마음 은 아무것도 씌어 있지 않은 '깨끗한 석판'이고, 어린이가 성장해 가면서 획득하는 세상에 대한 표상이 이 석판 위에 그려진다는 영국의 경험주의적인 생각과는 들어맞지 않는 결과들이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뇌의 한 부위가 전문화되어 있어 각 영역에 대응하는 기능을 찾는 국지 화론보다는 뇌가 전체로서 기능한다는 전체관을 주장한 사람들 중에 심리학자 칼 래슐 리가 있다. 1929년 출판된 자신의 저서 《뇌의 기제와 지능》에서 래슐리는 주로(走路)달리기를 학습한 쥐의 뇌를 부분적으로 제거했을 때의 효과를 분석한 결과를 밝혔다. 이때 래슐리는 쥐가 주로를 성공적으로 달리는 능력이 형성되고 유지되는 것은 뇌 손상의 정도에 따르며. 어느 부위가 손상되었는지에는 영향받지 않 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일반적으로 뇌 손상 에 따른 수행 결손은 뇌가 얼마나 제거되었는가에 직접적으로 비례했다.

, 1960년대에 들어서는 뇌 조직에 대한 세 가지 발견에 기반하여 신경 과학자들이 뇌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먼저 주요 뇌 구조, 가장 쉽게는 대뇌피질 같은 구조가 거의 똑같은 여러 개의 모 듈들의 반복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 첫째 발견이었다. 그래서 이런 모듈들은 서로 비슷한 점이 많고. 하나의 모듈이 수십만 개의 뉴런을 포 함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발견은 존스 홉킨스 의과대학의 신경생리학 자였던 버넌 마운트캐슬 박사의 연구에 기초한 것으로, 그의 연구 결과 는 피질세포들이 피질 표면에서부터 피질의 6개 층을 꿰뚫는 수직기둥 모양으로 정리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둘째 발견은 대뇌피질세포들 간의 연결에 관한 것이다. 즉, 이전에 믿어 온 것보다 훨씬 여러 개의 피질세포들끼리 연결되어 있고, 또 세포들 이 매우 구체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셋째로 피질의 처리 모듈들이 전부 모여서 하나의 집합을 만든다면 그 집합을 여러 개의 부분집합들로 나눌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모듈 여러개가 모인 부분집합 한 개가 다른 뇌 구조나 영역에 있는 그 것과 유사한 다른 부분집합 여러 개들과 연결되어 있다.

마운트캐슬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서로 연결된 이 부분집합들이 분산된 체계를 이룹니다. 각 부분집합 의 구성요소는 뇌의 여러 다른 영역에 있는 모듈들이고, 이런 모듈들이 직렬 또는 병렬 배열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모듈이 직렬, 병렬로 연결되어 이루어진 이런 부분집합들이 뇌 안의 분산 또는 병렬 처리의 신경경로를 이룹니다. "

뇌에 대한 현대의 생각은 어느 한 부위에 국지화된 망구조보다는 분 산된 망 구조에 기초한다. 분산된 구조 에서는 어떤 행동만을 주로 처리 하는 '중추' 라는 개념이 없다. 분산된 구조에는 어떤 일을 하는데 숙련 된 뉴런이 있는 것도 아니고, 신경이라는 기계적인 구조에 내재된 '유령' 이 있는 것도 아니다. 또한 분산된 체계에서는 '운동영역' , '감각영역' 이라는 것도 기능이 아니라 편의에 따라 분류된 개념일 뿐이다. 마 운트캐슬은 말한다.

"운동피질이 본질적으로 '운동' 적인 면은 정말 없습니다. 또한 감각 피질이 본질적으로 '감각' 적인 점도 없습니다. 운동피질 또는 감각피질 이라고 각각 불리는 것은 이들 부위가 외부와 맺고 있는 연결 때문입니다. . 감각피질 또는 운동피질이 받는 입력과 이들과 연결된 다른 뇌 영역들이 감각피질을 감각피질로, 운동피질을 운동피질로 만드는 것입니다."

우리가 만약 피질의 어느 부위의 기능을 이해할 수 있다면, 또는 한 수직기 둥의 기능을 알아낼 수 있다면, 그 영역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다른 뇌 영역에 대한 이해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마운트캐 슬은 주장한다.

피질의 여러 영역들이 주요 감각체계에 각각 대응하는 것으로 이미 밝혀져 있다. 하나의 '청각중추'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네 개의 청각영 역이 있음이 알려져 있고. 역시 한 개의 '시각중추'가 있는 것이 아니라 12개 이상의 시각영역이 있음 또한 알려져 있다. 더 나아가서 이 모든 감각영역들이 마운트캐슬의 말을 빌리자면 "다른 영역들을 통해 자기에 게까지 표상이 도달하면 그 영역만이 제공할 수 있는 추상화와 합성을 덧붙일 수 있다. 또 이런 감각영역들은 분산 중추로서 기능하기도 한 다,"고 한다.

 

깊이 생각해 보지 않으면 마음을 정의하는 것은 쉽고 간단한 일처럼 보일 수 있다. 어쨌거나 우리는 거의 날마다 마음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흔히 마음을 정했다(또는 못 잡겠다)고도 말하고,

주위 사람들에 대해 '정신이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또는

어떤 사람을 두고 '자기자신의 마음을 잘 모른다'고 말하기도 한다.

대체로 마음이란 단 어는 기억, 감정. 지능. 이성. 지각. 판단을 뜻하는 말로 쓰인다.

그러나 마음이란 단어를 정의하는 일은 간단하지 않다.

일부 언어들에서 마음 이란 것을 정확히 표현하는 단어가 없고. 수많은 철학자와 심리학 창시 자들의 모국어인 독일어에서조차도 마음이라는 단어가 없는 것을 보면 마음을 정의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짐작할 수가 있다.

이마누엘 칸트는 1782년 자신의 저서순수이성비판에서 마음의 해 부학적 구조를 다루려고 했을 때 독일어에 마음에 해당하는 말이 없음 을 발견했다. , 칸트는 감수성, 이해력, 이성과 판단이 어떤 매체 안에 들어 있다고 쓰려고 했는데 이때 이 매체에 적합한 단어를 '지어낼' 수 조차 없음을 깨달았다. 독일인들은 마음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면 좀 기 이한 단어인 Gemut를 종종 쓰는데. 이것은 어떤 사람의 친성을 가리키 는 말이다. 또 그리스어나 영어로 하자면 '영원 (psyche) 또는 '' (soul)을 뜻하는 Seele라는 단 어를 선호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독일어 에는 '정신' (spirit)이란 뜻을 가진 Geist란 단어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단어 모두가 마음을 나타내기에는 다소 적합하지 못한 점이 있다. 왜냐하면 마음을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두 영혼이 존 재한다고 믿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마음이나 영혼뿐 아니라 또한 정신이라는 것은 도대체 무엇일까?

마음을 학문적으로 정의하기가 어려우니만큼 사전에 있는 정의도 별 로 도움이 되지 못한다. ≪헵스터 신국제사전 제3에서는 "지각. 기억. 고찰. 평가. 판단에 필요한 인간 능력의 복합체"라고 마음을 정의하고 있다. 이 정의는 언뜻 보면 마음을 학문적으로 정의하는 테 도움이 되는 듯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팽창이나 '앤트로피' 같은 단어들의 정의 와 성질이 비슷함을 알 수 있다. . 팽창이나 엔트로피라는 말을 들으 면 언뜻 무슨 뜻인지 이해는 할 수 있지만. 결국 팽창이나 앤트로피가 물리적인 어떤 것을 지칭하는 말이 아니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어떤 것 을 머릿속에 떠올릴 수 없음을 곧 깨닫게 된다.

웹스터 사전》은 마음에 대해 다음과 같이 보충 설명을 해놓았다.

"先行한 심리 내적 또는 외적 사건들을 신경조직은 지각하고 분류하 고 변형한다. 또 현재 알고 있는 정보로써 예측 가능한 결과를 내다보고 그에 따라 어떤 행동을 시작하기 위해서 신경조직간의 협응이 일어난다. 이렇게 심리 내외적 사건에 대하여 신경조직이 반응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련의 사건들이 조직화된 것이 마음이다."

 

3 사람의 생각, 감정, 기억 따위가 생기거나 자리 잡는 공간이나 위치.

What is mind?

1.
과학자들과 철학자들은 마음이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해 그 독특한 성질들을 가려내려고 오래 전부터 애써 왔다.

그 중의 하나가 자신에 대해 의식할 수 있는 능력이다. . 인간은 자신이 지금 지구 어디엔가 있고, 시간의 흐름 속에서 어느 때 자신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식한다. 고고학자인 리처드 리키 박사는 자신을 의식할 수 있는 능력이 매우 서서히 진화해 온 능력이라고 말한다.

"1 8천만 년 또는 1 9천만 년 전 인간인 '호모 하빌리스,(Homo habilis)는 제가 보기엔 침팬지보다는 자신을 의식하는 능력이 더 나았 겠지만, 현재의 인류보다는 그 정도가 비교 안될 정도로 휠씬 낮았을 것입니다."

리키가 침팬지와 인간을 비교하는 데는 까닭이 있다. 침팬지는 인간 과 가장 가까운 친척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침팬지의 뇌는 인간의 뇌와 놀라우리만큼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침팬지와 인간은 99퍼 센트의 유전물질을 공유하고 있고, 또한 침팬지의 사회구조는 인간의 사회구조와 유사하며 침팬지가 보이는 사회행동은 인간의 사회행동과 유사하다.

그리고 인간과 유사한 또 다른 점은 꽤 높은 수준의 학습을 어떤 면에 서는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여러가지 유사점들이 있지만 침팬지의 정신적 능력에는 인간과는 다른 본질적 한계들이 있다. 그렇지만 침팬 지는 이렇듯 인간과 유사한 점을 많이 지니기 때문에 침팬지 연구가 인 간의 마음을 이해하는 데 많이 기여할 수 있다.

1960년부터 제인 굿올 박사는 집단을 이루고 사는 영장류들을 연구해 왔다. 그녀의 연구는 침팬지의 행동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 주었다. 침 팬지와 인간의 마음에서 가장 핵심적인 차이는 인간에게만 발달한 언어 에서 비롯된다고 굿올은 주장한다.

 

침 팬지와 인간의 마음에서 가장 핵심적인 차이는 인간에게만 발달한 언어 에서 비롯된다고 굿올은 주장한다.

"언어는 당장 눈앞에 닥친 단 기간의 일뿐 아니라 먼 훗날에 대한 계획 도 세울 수 있게 해줍니다. 침팬지도 눈앞의 미래에 대한 계획은 세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인간은 그것보다 훨씬 먼 10,20년 후의 일도 생 각하고 계획을 세울 수 있습니다. 그런 능력 때문에 행동유형을 이해하 고. 눈앞에 당장 보이지 않는 대상의 전통이나 문화를 이해하고 다음 세 대에 물려줄 수도 있는 것입니다. 인간은 눈에 보이지 않는 대상에 대해 서 이야기할 수도 있고 서로 설명해 줄 수도 있습니다. 이 점이 침팬지 와는 아주 다릅니다."


동물학자이며 작가이자 화가이기도 한 데스몬드 모리스 박사는 다음 과 같이 인간과 침팬지의 차이를 이야기한다.

"침팬지들이 인간과 유사한 부분은 아주 많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그 사실을 인정하기를 꺼리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어떤 이유 때문인지 몰 라도 인간은 침팬지가 넘지 못한 어떤 선을 넘어 왔다고 볼 수 있습니 다. 그래서 인간은 침팬지와는 전혀 다른 세계로 들어왔다고까지도 말 할 수 있습니다. 마음에서 인간과 침팬지의 차이는 아주 작은 부분에 불 과하며 인간의 마음이 조금 더 복잡할 뿐입니다. 하지만 그 작은 차이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그 점 때문에 인간은 침팬지보다 훨 씬 더 많이 진화한 것입니다. 차이의 정도가 10이라면 그 효과는 100만 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예를 하나 들어 보지요. 사람이 가만히 앉아서 두 눈을 감고 가령 두 시간동안 생각한 뒤 눈을 떴다고 칩시다. 그 사람 은 겉으로 보기에는 두 시간이 지나는 동안 아무 것도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이지만. 속으로는 두 시간 전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

. 인간에게는 내성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인간은 사회적 관계를 맺을 수 있고 다른 사람들과 조화를 이루며 산다. 실험심리학자인 니콜라 스 험프리 박사는 이 점이 인간을 다른 모든 동물들과 구별짓는 점이라고 주장한다. 사회적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인간 개개 인이 자신을 잘 아는 '심리학자'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늘상 접하는 사람들의 행동을 예측하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떻게 인간이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예측하고 해석할 수 있을까? 험프리는 인간이 사회적 관계를 맺는 데 마음이 하는 역할을 이렇게 설명한다.

"의식의 눈으로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면.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일 들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 의식의 눈으로 볼 수 있는 일들은 인간 내부 에 있는 '심적 모형'에 계속 입력됩니다. 이런 심적 모형으로 자신의 마 음을 읽는 것처럼 인간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짐작하고 해석합니다. 때 때로 우리는 자신의 마음이 온갖 욕망. 의지, 감정. 감각 따위로 가득 차 있음을 느낍니다. 이런 느낌들이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는 기본 틀을 제 공하는 것입니다."

그가 말하는 의식의 눈은 곧 '자아성찰'이며, 이것은 인간에게만 있 는 독특한 특성이다.

 

칼럼 : 재미있는 뇌 잡학

사랑이란 두 개의 피부가 접촉하는 것인가

 

피부를 통한 자극은 남녀의 사랑을 낳는다

이 장에서 기술한 바와 같이 촉각은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몸이 뭔가에 접촉했을 때, 그 감각을 받아들이는 것을 촉점이라 한다. 그 밑에는 많은 감각기가 숨겨져 잇는데 바깥 세계의 정보는 이런 감각기에 캐치되어 전기신호로 바뀐다. 그 신호는 척수와 시상을 통과해서 대뇌 피질의 두정엽에 있는 감각중추에 도달한다. 거기서 사람은 처음으로 피부가 접촉한 사물이 어떤 성질의 것인지를 인식한다.

그 감각은 남녀의 사랑을 중개하는 감각이기도 하다. 사랑하는 남녀는 손을 잡거나 팔짱을 끼고서 각자의 감정을 피부를 통해서 느끼는 것만이 아니라, 그런 행위를 통해서 일체감을 높인다.

이렇게 일체감을 높일 때, 두 사람은 같은 전기신호가 척수와 시상을 통과해서 대뇌 피질의 두정엽에 있는 감각중추에 전달된다.

 

손을 잡는 것과 섹스는 같다?

가장 중요한 일은 피부에 따른 촉각 그 자체가 애정의 표현이 되고, 그것은 섹스의 표현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피부만으로 섹스를 느끼는 일은 없다." 이런 반론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잘 생각해 보면 키스는 입술과 입술이 접촉하는 피부 감각이고, 섹스는 남녀의 피부 전신의 접촉이다. 남자의 페니스와 여자의 음경도 피부끼리의 접촉이고, 그 마찰이 섹스의 쾌감을 부르는 것이다.

이렇게 애정과 섹스의 표현은 피부를 통해서 행해진다. 그런 의미에서 손을 잡거나 팔짱을 끼는 것도 최종적으로는 섹스와 똑같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거기에는 촉각이 불가결하다. 만약 동물에게 촉각이라는 감각이 없다면 애정 표현은 사실상 어려울 것이다.

어느 의학자는 이런 명언을 남겼다.

"사랑이란 두 개의 혼의 조화이고, 두 개의 표피의 접촉이다" 라고.

이 말이야말로 애정과 촉각의 관계를 모두 이야기하고 있다.

12. 식욕과 뇌②

"먹어라", "그만 먹어라" 를 정하는 것은 포도당이었다

섭식중추와는 반대로 포만 상태가 되면 먹는 것을 멈추게 하는 중추도 있다. 과식으로 비만인 사람은 뇌의 일부가 망가져 있다.

 

1) 포만중추를 자극하면…

앞에서 기술한 바와 같이, 시상하부 중 식욕 조절 부분은 둘로 나뉘어져 있다. 하나는 음식을 먹이려는 기능이고, 또 하나는 먹는 것을 정지시키려는 기능이다. 전자를 '섭식중추', 후자를 '포만중추' 라 한다.

섭식중추는 시상하부의 바깥쪽에 위치하고, 포만중추는 시상하부의 안쪽에 있다. 섭식중추는 식욕을 증진시켜 주지만 포만중추는 그 섭식을 정지시킨다.

쥐 등의 실험에서 포만중추를 자극하면 동물들은 아무것도 먹지 않게 된다. 아무리 한계에 이른 공복 때일지라도 이 중추에 자극을 가하면 먹는 일을 거절한다.

 

2) 균형이 깨지면 과식→비만으로

섭식중추가 망가지면 식욕을 전혀 느끼지 않는다는 사실을 앞에서 설명했다. 그것은 때로 죽음과도 직결된다. 그렇다면 포만중추가 망가졌을 경우엔 어떻게 될까.

만일 포만중추가 망가지면 "그만 먹어라" 라는 명령이 내려지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사람을 포함한 모든 동물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끊임없이 먹기만 한다. 일은 잘 없지만 기능 부전에 빠지는 경우는 실제로 있다. 그렇게 되면 이른 바 과식을 하기 시작해서, 이윽고 포만 그리고 각종 병이 생기는 사태까지 발생한다.

병은 아니지만 과식에 따른 비만을 걱정하는 독자도 적지 않을 것이다. 과식은 섭식중추와 포만중추의 균형이 망가졌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른 바 정상 섭식중추가 "힘을 내서 먹어라" 라고 강하게 명령을 내리는데 비해, 포만중추의 "이제 그만 먹어라" 라는 명령은 약해져 있다. 그렇게 되면 두 개의 중추의 균형이 무너져서 "먹어라" 가 "멈추어라" 를 능가하게 된다.

그렇다면 섭식중추나 포만중추를 움직이는 메커니즘은 무엇인가. 그 포인트는 혈액 중의 포도당과 몇 가지의 호르몬이다.

뇌는 혈액 속의 포도당을 영양원으로 삼고 있는데, 그 포도당이 적어지면 섭식중추가 반응해서 "먹어라" 라고 권한다. 반대로 포도당이 많아지면  포만중추가 반응해서 "멈춰라" 라고 스톱을 건다. 즉, 포도당의 농도가 올라가거나 내려가면 섭식중추와 포만중추를 자극해서 식욕을 절묘하게 조절하는 것이다.

 

 

11. 식욕과 뇌①

섭식중추를 자극하면 쥐는 끊임없이 먹을 수 있다

설사 공복일지라도 뇌의 어느 한 부위가 망가져 있다면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 맛있게 적당하게 먹는 일상생활도 실은 뇌가 유지하고 있다.

 

1) '배가 고프다' 는 시상하부에서

뇌 이야기에 가끔 등장하는 시상은 뇌간의 가장 위에 있고, 많은 소형 신경세포 덩어리가 들어 있다. 여러 감각정보는 여기를 경유해서 대뇌 피질의 감각중추 등에 전달된다.

이 시상 밑에 있는 것이 시상하부인데, 이것은 뇌의 거의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다. 이 부위의 첫 번째 역할은 생명의 유지에 필요한 욕망을 낳는 것이다.

 

2) 공복감과 포만감을 반복하는 구조

그 욕망의 하나가 식욕이다. 사람은 배가 고프면 무엇인가 먹고 싶어진다. 배가 심하게 고프면 무엇이라도 먹어야만 된다. 그것은 말할 것도 없이 생명 유지에 관계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욕심을 내어 과식하면 더 이상 음식이 보기도 싫다 … 는 생각을 하게 된다. 누구나 그런 기억이 있을 것이다.

사람은 공복감과 포만감을 반복하면서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이렇게 식욕을 조절하는 것이 시상하부이다.

 

3) 섭식중추가 망가지면 어떻게 되나?

시상하부 중 식욕조절을 하는 부분은 두 개의 기능으로 나뉘어져 있다. 하나는 음식을 먹이려는 기능이고, 또 하나는 먹는 일을 정지시키는 기능이다. 전자는 '섭식중추' 이고 후자는 '포만중추' 이다.

섭식중추는 시상하부의 바깥쪽에 위치하고 있는데, 이곳을 자극하면 동물은 음식을 끊임없이 먹는다. 그것은 실험으로 증명되었다. 이를테면 쥐의 섭식중추에 전기자극을 가하면 그 쥐는 왕성한 식욕을 발휘해서 위 속 상화오가는 관계없이 끊임없이 먹는다. 어느 정도 포만 상태가 되어도 결코 먹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멈추는 것은 자극을 중지했을 때이다. 섭식중추가 어떤 명령을 내리고 있는가는 이 실험을 통해서 명백해졌다.

만약 섭식중추가 망가지면… 이라는 생각만 해도 등이 오싹해진다. 섭식중추가 기능을 중지하면 당연히 식욕은 생기지 않는다. 그러면 아무리 심한 공복일 때라도 먹으려는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그것은 죽음과 직결되는 상황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오늘 점심은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고, "여름이라 식욕이 없다" 등으로 고민하는 일은 정상이라는 증거다.

 

10. 평형감각

몸이 기울어졌음을 알리는 귓속의 '유모세포' 란

생각해 보면 불가사의한 일이다. 머리를 조금 움직여도 눈에 비치는 광경은 흔들리지 않는다. 그것은 내이에서 뇌로 이어지는 평형감각 때문이다.

 

1) 평형감각의 선물

야구선수가 공을 칠 때 한쪽 다리를 들고 대단히 불안정하게 보이는 자세로 치는 경우가 있다. 불안정 속의 안정 타법이라고나 할까.

우리가 똑바로 서 있을 수 있는 것도, 야구선수의 이런 타법도 모두 평형감각이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이 감각을 가지고 절묘하게 균형을 이루고 있다.

원래 평형감각은 자신의 몸 위치나 운동 변화를 인식하는 감각이라고 하는데, 그 시스템은 어떠한가?

 

2) 액체 속 유모세포의 비뚤어짐

평형감각에서 중심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은 귀의 내이에 있는 삼반규관(세반고리관)과 석기이다. 이것들은 평형감각이라 불리는데, 모두 털을 가진 유모세포이다.

삼반규관의 유모세포는 림프액 속에 있다. 림프액의 움직임으로 털이 움직이고 세포가 자극된다. 그 자극은 전기신호로 바뀐다. 그 신호는 회전이나 속도 등 머리나 몸의 움직임을 느끼는 정보가 되어 즉시 뇌에 전달된다.

한편, 이석기의 유모세포는 이석을 담은 젤리 상태의 액체 속에 있다. 이 액체의 움직임으로 유모세포가 일그러지고, 그것이 전기신호가 되어 뇌로 전달된다. 이석기의 신호는 머리의 기울어짐 등에 대한 정보이다.

이렇게 두 개의 평형감각기의 정보는 뇌간 등을 통과해서 소뇌에 도달하고, 소뇌의 일이 시작된다. 소뇌는 타원형인데, 그것은 먼저 삼반규관과 이석기에서 보낸 정보를 분석하고, 그것을 기초로 여러 활동을 전개해 간다. 이를테면 머리가 움직여도 눈에 비치는 상이 흔들리지 않도록 안구를 조절하고, 불안전한 상태라도 몸이 기울어지지 않도록 돕는다.

야구선수가 불안정하게 보이는 자세로 야구 방망이를 신기하게 조절할 수 있는 것은 두 개의 평형감각으로부터의 정보와 그것을 분석하고 몸의 균형을 잡아 주는 소뇌가 있기 때문이다.

균형을 유지하는 행위에 공헌하는 것은 평형감각기만이 아니다. 안구 조절에서는 시각이 관여하고, 몸이 기울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근육과 관절 등이 동원된다. 즉, 균형을 유지하고 일상생활을 지탱하기 위해서는 평형 감각기와 많은 감각기관이 서로 협력하고 있는 것이다.

 

9. 환상지통

없는 팔이 아프다! 환상지통이란 무엇인가

환상지통 - 부상이나 병으로 잘린 팔이나 다리가 아플 때도 있다고 한다. 뇌는 무엇을 착각하고 있는 것일까?

 

1) 실험에서도 증명되었다

사고 등으로 팔을 잃은 사람이 잃은 부위의 아픔을 느끼는 일이 있다. 잘 믿을 수 없겠지만, 이를테면 팔꿈치를 자른 사람이 손 바닥이나 손가락의 아픔을 느끼는 일이 있다고 한다.

본래 아픔이란 망가진 세포에서 나오는 통증유발물질의 자극이 감각기를 경유해서 뇌에 전달되면서 생기는 것이다. 즉, 피부가 상처를 입거나 자극을 받지 않는 한 뇌가 아픔을 느낄 리가 없다. 그러나 실제로는 잘려나가서 없는 부위의 아픔을 뇌가 느끼고, 감각적으로 피부나 팔이 아픈 것처럼 생각되는 일이 있다.

그것은 실험으로 증명되었다. 이를테면 대뇌 피질에서 아픔을 느끼는 부분을 자극하면 그 아픔에 관계되는 피부나 팔에서 아픔을 느낀다. 그러나 실제로 피부나 팔에는 아픈 흔적이 없다.

 

2) 뇌만 있다면 아픔을 느낀다

예를 들어 교통사고로 오른팔을 잃은 사람이 있다고 하자. 당연히 그에게는 오른팔이 없다. 오른팔이 없으므로 오른팔에서는 아픔을 느끼지 못한다. 상식적으로 누구나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기묘한 것이다. 오른팔이 없는데도 그의 오른팔에 관계된 대뇌 피질의 어떤 부분을 자극하면 그는 오른팔에서 아픔을 느낀다. 이것을 의학적으로 '환상지통' 이라 하는데, 그것은 오른팔이 아픈 것이 아니라 오른팔 감각을 지배하는 뇌에서 아픔을 느낀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이것은 픽션 세계의 이야기가 아니다. 미국의 신경과학자 V. S. 라마찬드란이 쓴 <뇌 속의 유령> 에는 환상의 팔에서 아픔을 느끼는 환자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어느 아마추어 운동선수가 오토바이 사고로 팔을 잃은 후, '환상의 팔' 이 움직이는 감각을 느끼면서 살고 있다는 것이다. 손을 뻗어 커피 잔을 잡기도 한다. 라마찬드란이 그 컵을 잡아당기면 그는 아파서 비명을 지를 정도이다. 물론 팔을 잃은 환자가 커피 잔을 잡는 일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그의 뇌는 그것을 잡고 있다고 착각하고 통증을 느끼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환상지통이다.

 

 

8. 촉각

몸의 어디가 아픈가? 그것을 감지하지 못하면 살아갈 수 없다

촉각은 무엇인가에 접촉했을 때 느끼는 감각을 말한다. 그러나 그 구조는 복잡하고 종류도 다양하다. 왜냐하면 위험을 알아차리는 일이 제 1 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1) 복잡한 '피부 촉감' 의 구조

촉감은 주로 피부를 통해서 바깥 세계의 정보를 느낀다. 성인의 피부는 평균 1.8 m² 인데, 그 피부가 촉각의 창구이다.

피부는 자극을 어떻게 느끼는가? 먼저 접촉한 감각을 받아들이는 곳을 촉점이라 한다. 그 밑에 많은 감각기가 숨어 있다. 그것들은 파치니 소체, 마이스너 소체 메르겔 반, 루피니 종말, 그리고 자유신경종말이라 불린다. 이것들은 각각 다른 역할을 맞고 있다. 이를테면 피부가 무엇인가에 접촉했을 때 파치니 소체는 처음으로 반응하고, 마이스너 소체는 피부의 형태가 변형하는 속도를 파악한다. 그리고 가볍게 눌리는 감각을 느끼는 것은 메르겔 반이다. 피부가 당기는 감각을 담당하는 것은 루피니 종말, 통증이나 따뜻함ㆍ차가움을 느끼는 것은 자유신경종말이다.

이런 감각기를 통해서 얻어진 바깥 세계의 정보는 시각이나 청각과 마찬가지로 전기신호로 바뀐다. 그 신호는 척수와 시상을 지나 대뇌 피질의 두정엽에 있는 감각중추에 도달한다. 거기서 사람은 처음으로, 접촉한 것이 어떤 성질의 것인가를 인식한다.

 

2) 통증은 몸을 지키는 경보기

촉각 기관 중에서도 특히 주목되는 존재가 자유신경종말이다. 이것에 대해서는 제 4 장에서 소개했는데 (96 쪽), 이 감각기가 사람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한다.

이미 기술한 바와 같이 자유신경종말은 통증이나 따뜻함ㆍ차가움을 느끼는 역할을 담당한다. 온각과 통각에는 확실하게 연관성이 있다. 고추를 만진 손으로 눈을 비비면 눈의 점막은 아픔과 동시에 열이 나는 느낌을 받는다. 그 이유는 실로 단순하다. 온각과 통각을 받아들이는 수용 단백질이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 수용 단백질은 고추의 매운 성분인 캡사이신이 결합하는 단백질로서 발견되었다. 바니로이드 수용체라 불리는 이것은 상처에 생기는 통증유발물질을 받아들인다.

이런 자극은 전기신호로 바뀌고 통증의 정보가 되어 척수와 시상을 통과해서 대뇌 피질의 두정엽에 있는 감각중추에 도달한다. 감각중추에서는 즉시 분석작업이 시작되고, 그 통증이 어느 부위의 피부 상처인가를 특정짓고 최종적으로 경고한다.

아픈 곳을 통보하는 시스템이 없다면 어느 세포에 상처가 생기고, 때로는 사멸할 것인지를 알 수가 없다. 그렇게 알지 못한 채 방치해 두면 때로는 그 상처가 치명상이 되어 생명에 위험이 생길지도 모른다.

촉각은 '접촉하는 즐거움' 을 가져다줌과 동시에 생명을 유지하는 경보장치이다.

 

 

7. 미각

맛을 즐기는 일보다 훨씬 더 중요한 혀와 뇌의 협동 작업

미각이라고 하면 식도락을 연상하지만, 실은 현실의 미각은 맛을 즐기는 세계만이 아니다. 뇌는 항상 음식의 위험도를 판단하고 있다.

 

1) 사람이 가장 민감한 것은 '쓴맛'

미각에는 단맛ㆍ짠맛ㆍ신맛ㆍ쓴맛 네 종류가 있다. 물론 그것들은 단순히 음식의 맛을 즐기기 위한 감각이 아니다.

네 종류의 맛 중 신맛은 음식의 부패를, 쓴맛은 음식이 해로운가를 감지하는 감각이다. 이른 바 자신을 부패한 물질이나 유해 물질로부터 보호하려는 감각이다. 미각도 사람의 생존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기능인 것이다.

맛을 느낄 수 있는 농도에서 생각하면 그 기능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맛을 느낄 수 있는 농도가 높은 것에서부터 나열하면 단맛, 짠맛, 신맛, 쓴맛의 순서다. 다시 말해서 쓴맛은 조금의 농도에서도, 즉 조금만 있어도 민감하게 느낄 수 있고, 다음으로 민감한 것이 신맛인 셈이다.

이 점에서도 신맛이 민감하게 위험을 감지하고 사람의 생존을 지키는 기능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 8 천 개나 되는 미관구

그렇다면 미각을 느끼는 과정은 어떻게 되어 있는가? 우선 미각을 느끼는 감각기를 미관구라 한다. 혀를 내밀어 보면 거기에 입자 모양의 돌기가 보이는데, 미관구는 그 입자 속에 있다.

미관구는 8 천 개나 되는데 혀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구개 (위턱) 나 인두, 후두 등에도 존재한다.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혀에 압도적으로 많다.

사람은 먼저 미관구 속에 있는 미세포라는 세포에서 맛을 캐치한다.

미세포는 럭비공처럼 생겼는데, 여기서는 맛의 정보가 전기신호로 바뀐다. 전기신호는 미각신경으로 전해지고 연수, 교, 시상을 경유해서 대뇌 피질의 미각중추에 도달한다.

 

3) 뇌 속의 '맛의 데이터 베이스' 에서 대조

미각중추는 단순히 단맛ㆍ짠맛ㆍ신맛ㆍ쓴맛을 판단하는 것만이 아니다. 미각중추는 미각에 대한 과거의 기억이나 경험을 재빨리 끄집어내고, 현재의 미각과 대조해서 어떤 맛인가를 판단한다. 말하자면 미각중추에 들어온 정보는 어디까지나 재료에 지나지 않는다. 그 재료는 컴퓨터 속의 막대한 데이터 베이스에 조회된 후 이윽고 그 독특한 맛이 인식된다. 과거 경험에 비추어, 그 신맛이나 쓴맛이 '이상한' 것일 경우 뇌는 위험하다는 적신호를 보낸다.

평상시 무엇인가를 먹을 때에는 전혀 의식하고 있지 않지만, 뇌는 '맛' 에 대해서 이렇게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6. 후각

5천만 개의 후세포로 미묘한 냄새의 차이를 구분한다

냄새를 맡는 후각. 이 능력은 살아남기 위한 중요한 기능이다. 사람은 어떻게 냄새를 맡는가?

 

1) 교미ㆍ생식에서도 중요한 '냄새'

사람이 후각을 필요로 하는 것은 주로 음식과 관련해서다. 부패한 음식을 후각으로 판단할 수 있는가, 없는가! 그것은 생사와 직결된다. 또한 어떤 종류의 동물은 냄새로 교미 상대를 정한다. 즉, 냄새를 맡는 행위에는 그 종의 생존이 걸려 있다.

연어나 거북이가 산란을 위해서 자신이 태어난 장소로 되돌아간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연어나 거북이가 돌아갈 수 있는 것도 그곳의 물 냄새를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후각은 모든 동물에게 꼭 필요한 기능이고, 물론 사람에게도 그 중요성은 말할 필요가 없다. 그렇다면 사람은 어떻게 냄새를 맡고 그 냄새의 '정체' 를 판단하는 것인가?

 

2) 냄새마다 준비되어 있는 후사구체

시각은 빛에 대한 정보, 청각은 공기 진동에 대한 정보를 받아들이고, 후각은 공기 속의 화학물질, 즉 냄새 분자에 관한 정보를 받아들인다.

냄새 분자는 먼저 콧구멍 (비강) 에서 그 속에 위치한 후상피에 도달한다. 후상피 표면에는 점막이, 그 내부에는 후세포가 있다. 냄새 분자는 점막에 녹고, 후세포는 그 분자를 잡는다. 이것이 냄새를 맡는 제 1 단계이다. 후세포가 잡은 냄새 분자는 전기신호로 바뀌어서 후세포를 통과하고, 후구에 도달한다. 후구에는 각 냄새에 반응하는 후사구체가 준비되어 있는데, 냄새는 종류에 따라 각 후사구체로 들어간다. 이것이 제 2 단계이다.

후사구체에 들어간 냄새 정보는 계속 이동해서 먼저 이상엽으로 향하고, 거기서 시상이나 시상하부를 경유해서 대뇌피질의 후각 중추로 진행한다. 후각중추에서 그것이 어떤 냄새인가를 판단한다.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냄새 분자를 처음으로 잡는 것은 후상피의 내부에 있는 후세포이다. 이 세포의 수는 사람의 경우 2 천만 개에서 5 천만 개에 이른다. 한편, 후각이 예민한 개는 1 억 개에서 2 억 개라고 하니, 후각이 민감한 동물일수록 그 세포의 수가 많은 셈이다.

또한 냄새에는 다종다양한 것이 있으므로 여러 타입의 세포가 준비되어 있다. 그 수는 500 종이라고도, 1 천 종이라고도 한다. 냄새의 종류에 따라, 후세포는 다른 짝을 이루고 동시에 흥분한다. 따라서 느낄 수 있는 냄새의 종류는 엄청나게 많다. 냄새를 맡는다고 한마디로 말하지만 거기에는 여러 기능이 동원된다.

 

5. 청각

어디서 어떤 소리가 나는가를 정확하게 잡아내는 뇌의 구조

사람은 항상 소리를 듣고 있다. 소리는 원래 공기의 진동이다. 그것을 소리로 인식하는 것도 뇌의 중요한 기능이다.

 

1) 공기의 진동을 잡는 일에서부터 시작한다.

사람이 소리를 들을 때, 그것은 처음부터 소리로 들린다. 소리가 실은 공기진동에서 시작되며, 그런 진동이 몇 개의 기관을 통과하고 여러 과정을 거쳐서 비로소 소리가 된다고는 생각지도 못할 것이다.

물체가 움직이면 그것은 공기의 진동이 되고, 귓속의 고막이 그 진동을 잡는다. 그 진동을 이소골이 증폭하고, 증폭된 진동은 내이에 있는, 달팽이를 닮은 달팽이관에 전달되어 전기신호로 바뀐다.

전기신호로 바뀐 정보는 연수와 교의 경계 부근을 목표로, 중뇌와 시상을 경유해서 대뇌 피질의 청각중추로 향한다. 청각중추는 청각정보를 처리하는 곳이다. 위치는 측두엽 내부의 구석진 곳에 있는데, 여기서 처리된 정보가 드디어 소리로 인식되는 것이다.

 

2) 좌우 귀에는 약간의 시차가 있다.

소리에는 세 개의 요소가 있다. 먼저 강약, 그 다음이 높이, 그리고 세 번째가 음색이다.

소리가 어느 방향에서 들리는가도 중요하다. 그렇다면 청각은 어떻게 소리의 방향을 판단하는가.

좌우에서 들려오는 소리에는 강약이 있다. 그리고 소리 발신지까지의 거리가 오른쪽 귀와 왼쪽 귀는 약간의 차이가 있으므로 들리는 타이밍에도 약간의 시차가 있다. 청각중추는 이런 미묘한 차이를 이용한다.

즉, 소리의 강약이나 소리가 들어오는 시차로 소리의 방향을 정하고 소리의 발생 지점을 판단한다. 이른 바 귀, 귓구멍은 외이다. 그 뒤의 고막이나 이소골 부분은 중이라 한다. 중이보다 안쪽에는 달팽이관, 전정, 삼반규관이 있는데, 이것들은 합쳐서 내이라 한다.

난청 중 외이나 중이에 이상이 있는 것을 전음성 난청이라 한다. 이것은 청각기로 대응할 수 있고, 수술로 고치는 길도 있다. 그러나 내이의 이상이 원인인 감음성 난청은 치료가 어렵다.

최근에 개발된 인공 내이로 청력을 상당히 회복할 수 있게 된 것은 큰 축복이다.

대뇌의 청각중추에 장애가 생기면 소리의 내용ㆍ의미ㆍ방향 감각 등을 잃는, 이른 바 '청각 실인증' 이나 '피질농' 이 된다.

 

4. 시각 ②

시각이 장미를 '빨갛다' 고 인식하는 구조

눈에 보이는 사물에는 색과 명암이 있다. 시각정보를 받아들이는 망막에서는 두 종류의 세포가 그것을 각각 분석ㆍ처리한다.

 

1) 색을 분별하는 세포, 명암을 아는 세포

사물을 볼 때, 색이나 명암이 없다면 그것은 아주 평면적 화상으로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모든 사물에는 색과 명암, 그리고 배경과의 대비가 있기 때문에 비로소 사물의 입체적 모습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오감 중 하나인 시각은 색과 명암을 분석하는데, 그 시스템은 놀라울 만큼 정교하다. 이미 기술한 바와 같이 바깥 세계의 사물은 수정체라는 렌즈를 통해서 좌우의 망막에 맺히고, 망막 속의 시세포에서 전기신호로 바뀌어 시신경에 전달된다. 그 과정에 등장하는 시세포는 하나가 아니라, 추체와 간체라는 두 종류가 있다. 망막 중심부에 있는 추체라는 세포는 사물의 색에 대한 기본 정보를 뇌에 전달한다. 이에 비해 간체는 막대와 같은 모양으로 사물의 명암에 대한 정보를 담당하고 있다.

시세포 속의 이 두 세포가 색과 명암에 관한 정보를 각각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2) 색을 정하는 것은 '파장'

바깥 세계의 사물 정보는 수정체를 통과해서 망막의 시세포에 전달되는데, 이때 사물 정보는 빛에 있다. 시신경 중 추체는 이런 빛의 파장을 느낀다. 시각은 결국 빛 파장의 차이를 색의 차이로 번역하는 구조다.

복잡한 색일수록 다른 파장의 빛이 포함되어 있다. 추체에 포함된 로돕신이라는 물질에는 세 종류가 있는데, 각각 다른 파장의 빛에 대해서 감도가 높다. 즉, 빨강ㆍ초록ㆍ파랑에 대응하는 파장이다. 세 파장의 센스가 느끼는 정도를 다양한 색의 시리즈로 변환한다. 추체는 각 파장의 차이에 대한 정보를 대뇌로 전달한다.

대뇌는 추체에서 처리된 정보가 전달되면, 사물이 내는 빛의 파장을 자세하게 분석해서 그 파장의 차이로 사물의 색이 무엇인가를 인식해 간다. 분석 결과, 빨강 파장의 빛이라면 사물의 색을 빨강이라고 결정한다. 그러므로 같은 사물이라도 사람에 따라서 보이는 색은 미묘하게 다르다.

한편, 간체는 명암에 강하다. 추체는 색을 판정할 때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그 최대의 약점은 어둠에 약하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간체는 색을 판단하는 능력은 없지만 명암에는 민감하다. 특히 어두운 곳에서 저력을 발휘한다. 어두운 곳에 있는 사물을 볼 때에는 추체 대신 간체가 사물의 정보를 대뇌로 전달한다.

시세포에는 추체와 간체라는 두 개의 세포가 있어서, 비로소 다양한 사물 정보가 대뇌로 전달된다. 이것으로 사물의 색이나 명암이 결정되고 사람은 그것을 인식해 간다.

 

3. 시각 ①

바깥 세계의 정보 가운데 70% 는 눈으로부터 들어온다

오감 중 압도적인 양의 정보를 가지는 것이 시각이다. 좌우의 눈이 사물을 파악하고 뇌가 인식하기까지의 구조는 복잡하고 치밀하다.

 

1) 망막의 시세포에서 전기신호로 변환

감각의 민감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청각이 예민한 사람도 있고, 후각이 예민한 사람도 있다. 혹은 타인보다 미각이 예민한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도 포함해서, 사람은 필요한 정보의 대부분을 시각에 의지한다. 자료에 따르면, 사람은 바깥 세계의 정보 가운데 70 ~ 80 % 를 시각에서 얻고 있다. 그러므로 오감 중 시각이 가장 발달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시각은 어떤 신경의 길을 지나 뇌로 전달되는 것인가. 시각의 경우, 바깥 세계와의 창구는 말할 것도 없이 양쪽 눈이다. 양쪽 눈에는 수정체라는 렌즈가 있고, 바깥 세계의 사물은 수정체를 통해서 양쪽 망막에 비추어진다. 망막에는 시세포라는 세포가 있다. 바깥 세계로부터의 자극은 망막의 시세포에서 전기신호로 바뀌고 시신경으로 보내진다.

여기까지가 사물을 보는 제 1 단계이다.

 

2) 초스피드 작업

왼쪽 눈과 오른쪽 눈의 시신경은 뇌 속에서 교차된다. 교차되는 지점을 시신경 교차 지점이라 한다. 양쪽 시신경은 시신경 교차 지점에서 그 흐름이 바뀐다. 오른쪽 시야에 비친 정보는 좌반구의 뇌 (=왼쪽 뇌) 로 진행한다.

좌우의 뇌에도 도달한 정보는 먼저 시상으로 향한다. 시상의 역할은 뇌에 들어온 정보를 대강 정리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사물을 인식하기 전의 준비 단계라 할 수 있다.

시상에서 대강 정보 정리가 끝나면 그것들은 드디어 대뇌 피질의 시각중추로 보내진다.

시각중추에서는 바깥 세계로부터 날아들어와서 시상에서 정리된 정보가 세밀하게 분석ㆍ검토 되어진다. 분석ㆍ검토되는 것은 그 정보의 형태나 색을 비롯해서, 밝기나 어두움, 움직임, 주변과의 위치 관계 등이다.

분석ㆍ검토가 끝나면 드디어 바깥 세계의 정보는 뇌 속에서 구체적인 이미지로 형성되고, 뇌는 사물이 무엇인가를 인식한다. 즉, 사람은 이 시점에서 그 사물이 무엇인가를 판단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런 일련의 작업이 순식간에 이루어지므로, 사람은 끊임없이 눈앞에 나타나는 사물을 보고 그것이 무엇인가를 판단한다. 시각을 비롯해서 모든 감각은 사람이 깨어 있는 동안에는 끊임없이 이런 작업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2. 오감

정보가 없다면 뇌도 고기 덩어리에 지나지 않는다

사고나 판단 등 여러 기능을 가진 뇌. 그 뇌도 먼저 느끼는 일에서부터 시작한다. 느끼는 것은 오감을 통해서 들어오는 바깥 세계의 정보다.

 

1) 뇌가 기능을 다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

뇌에는 다섯 개의 연합령이 있는데 (→24쪽), 그것들이 사람에게 필요한 모든 기능 중추를 형성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전두연합령은 최고의 중추로 높은 단계의 정신적 영역을 담당하고 있다. 그것은 생물 중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매우 발달된 특별한 세계이다.

그러나 뇌가 아무리 우수한 기능을 가지고 치밀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고 할지라도 그 뇌에 중요한 정보가 입력되지 않으면 사고하는 일도, 판단하는 일도 불가능하다. 이를테면 샐러리맨이 전직의 기로에 섰을 때, 그는 오른쪽으로 갈 것인가 왼쪽으로 갈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그때 오른쪽이나 왼쪽 세계에 대한 정보가 없다면 사고나 판단을 할 수가 없다. 그와 마찬가지로 정보가 없으면 이제까지의 경험을 살린 학습 작업이나 효율적 몸 운동도 불가능해진다.

뇌가 뇌로서의 기능을 다하는 데는 먼저 정보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중요하다. 그리고 그 정보를 뇌에게 제공하고 있는 것이 말초감각이다. 말초감각에는 형태나 색을 아는 시각, 소리를 듣는 청각, 냄새를 맡는 후각, 맛을 아는 미각, 감촉을 느끼는 촉각 이렇게 다섯 가지가 있고, 일반적으로 '오감' 이라 한다.

 

2) 오감의 정보는 감각 영역으로 향한다.

오감은 각각 감각기관을 통해서 뇌로 전달된다. 시각은 눈, 청각은 귀, 후각은 코, 미각은 혀, 촉각은 피부에 정보를 보낸다. 그것은 많은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는 바와 같다.

각각의 감각기관에는 감각을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세포, 이른 바 감각세포가 둘러쳐져 있다. 눈으로 보는 일, 즉 시각의 경우 사물의 형태나 색 등의 자극을 정보로서 받아들이는 시세포가 망막에 있는데, 먼저 그 세포가 바깥 세계의 자극에 반응한다.

이런 감각세포가 자극을 받으면 그 정보는 전기신호로 바뀌고, 이어지는 일련의 신경세포를 거쳐 각 신경으로 전달된다. 어떤 정보는 신경세포에서 척수로, 척수에서 뇌간으로, 뇌간의 시상을 경유해서 대뇌 피질로 직행한다. 시각에 대한 정보 등이 그렇다.

이렇게 바깥 세계의 정보가 감각 영역에 도달했을 때 사람은 비로소 사물의 형태나 색을 알고, 소리를 귀로 듣고, 음식 맛을 확인한다. 오감에 따른 정보야말로 뇌를 움직이는 스타트스위치인 것이다.

 

1. 뇌가 지배하는 '지각' 을 아는 포인트

본다ㆍ듣는다ㆍ냄새를 맡는다ㆍ맛을 본다ㆍ접촉한다 ㆍㆍㆍ
정교하고 치밀한 시스템

 

1) 오감은 바깥 세계의 정보를 모으는 안테나

사람은 눈으로 사물을 보고, 귀로 소리를 듣고, 코로 냄새를 맡고, 피부로 바깥 세계와 접촉한다. 이것을 오감이라 한다. 오감이 우리 생활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가는 말할 필요도 없다.

시각이나 청각은 물론이고, 냄새를 맡고, 맛을 느끼지 못하면 '먹는다' 는 인생의 즐거움을 빼앗긴다.

피부로 느끼는 촉감도 사람에게 즐거움을 가져다준다. 연인끼리 손을 잡고 걷는 것은 '접촉의 기쁨' 이 있기 때문이다.

즐거움만이 아니다. 오감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몸에 닥치는 위험을 감지하고 생명과 몸을 지킬 수 있다. 끓는 냄비에 손을 대도 아무런 느낌이 없다면… 상상해 보기 바란다.

오감은 이른 바 '안테나' 이다. 바깥 세계의 정보는 먼저 오감이라는 안테나에 잡히고 거기서 정보를 처리하기 시작한다. 다시 말해서 이 안테나에 장애가 생기면 사람은 바깥 세계의 정보로부터 차단된다. 바로 몸에 위험이 닥치는 것이다.

 

2) 컴퓨터와는 비교도 안되는 초고속 시스템

오감으로부터 얻은 정보는 뇌로 전달되어 각각의 기능에서 즉시 처리된다.

사물을 볼 때에는 시세포가 사물의 형태나 색 등의 자극을 받고 그것을 전기신호로 바꾼다. 그 신호는 몇 가지의 신경세포로 전달되어 마침내 뇌에서 그 사물이 무엇인가를 인식한다. 이런 오감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 바로 뇌이다.

그 시스템은 매우 정교하고 치밀하다. 순간적으로 날아오는 정보를 안테나가 잡고, 잡은 정보는 순식간에 신경을 따라 뇌 중추로 전달된다. 그것은 컴퓨터의 속도와는 비교할 수도 없이 빠르다.

매우 정교하고 치밀한 초고속 장치가 사람 뇌에 조합되어 있다. 그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좋아하는 음악을 감상하고, 맛있는 음식을 즐기고, 향기를 맡으며, 연인의 몸에서 포근함을 느끼는 것도 모두 정교하고 치밀하고 빠른 뇌의 장치 때문이다.

그 뇌의 장치란 대체 어떤 것인가? 그것은 사람의 감각ㆍ지각의 비밀에 다가가 감각을 연마하는 길로도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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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10월 2일 12:00~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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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두엽과 인지훈련

    박문호 박사(한국전자통신 연구원 책임연구원)

1986 년 경북대학교 전자공학과 졸업
1996 년 Texas A&M 대학교 전자공학 박사학위
1987~2009 현재 : 한국전자통신 연구원 책임연구원
경력 : 불교 TV 기획특강 뇌와 생각의 출현(28강 강의)
         불교 TV 박문호 박사 특강 137억년 우주의 진화(17강 강의)
         백북스 학습 독서모임 공동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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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연내용 소개 ▲ Top  
운동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지식이 전 인류에 확산된 것은 반 세기도 안 된다. 이젠 모두가 건강과 운동 상호관계를 체험하게 되었고, 건강을 위한 신체운동이 일반화되었다.

인지훈련과 삶의 질과의 관계도 운동과 건강처럼 점차로 확산되고 있다. 음악치료, 독서치료, 심리상담등 최근 새롭게 나타나는 직업군들의 바탕에는 우리의 인지도 훈련될 수 있다는 사실에 근거한다.
인지훈련은 대뇌피질 전체와 관련되며, 전두엽에서 시작된 의식적 학습은 대뇌 기저핵과 뇌간 시스템에 과 연계되어 무의시적 습관이 형성된다. 학습이 효과를 발휘하는 것은 습관화 되어야 한다.

학습의 습관화 관점에서 세 가지 구체적 학습은

대뇌 피질에서 이루어지는 인지적 학습,

변연계를 중심으로 형성되는 욕구강화 학습, 그리고

소뇌에 의한 운동학습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인지적 학습은 주로 문자와 언어를 통한 학습이다. 인지적 학습의 구체적 내용은 초등학교에 대학까지 우리가 매일 학습해온 수학, 물리, 역사, 문학, 철학등이다. 대뇌피질은 추상적 상징적 정신작용으로 이미지를 형상화한다. 감각과 지각과 생각의 처리과정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환경자극에서 입력되는 시각, 청각, 체감각의 감각정보를 기존의 기억과 비교하여 감각이 인식으로 전환된다. 인식된 환경자극에서 생존에 중요한 내용은 감정으로 채색된다. 감정이 스며든 지각정보는 의식적 처리과정을 거치게 된다.
의식 수준에 도달한 정신처리과정은 주로 언어적 상징으로 이루어진다.

생각이란 바로 언어적 상징으로 처리되는 우리의 의식이다. 꿈과 생각의 대부분은 신경 시스템 내부에서 자체 충족적인 정신공간에서의 작용이다. 따라서 근육운동을 통해 의도적 행동으로 표출되지 않는다. 상상훈련이 실제운동보다 효과가 크지 않는 것은 몸으로 행동한 직접적 과정이 없기 때문이다.
몸에서 뇌로 피드백 되는 몸 고유 정보 부족으로 인지적 학습이 장기기억 되기 어렵다.

운동으로 출력되지 않은 상징 처리과정으로만 구성된 학습은 쉽게 잊혀진다. 결국 이런 학습은 인지적 무의식을 형성하여 판단력을 높여주긴 하지만 무의식 형성까지는 수년 에서 수 십 년이 걸린다.

.....에델만에 의하면 생각의 출현에는 3가지 뇌과학적 발전이 있었습니다. 즉 의식의 출현을 위해서는 충족되어야될 세가지 현상이 있는데,

첫 번째로 새로운 피질 시스템의 진화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시상-피질계가 발달해야 됩니다. 이 시스템은 외부에서 들어오는 자극을 처리하기 위해 급격하게 진화된 형태의 브레인 시스템입니다.

둘째는 가치-범주기억이 발달해야 됩니다. 즉 가치에 의해 범주화된 기억시스템이 형성되어야 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인간이 본능을 프로세스 하는 가치 향상계입니다.

세 번째는 위의 두 시스템이 재입력 연결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시말해 첫 번째와 두 번째가 상호 연결되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이 세가지 조건이 만족되면 에델만의 소위 ‘장면의 출현’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생각이란 무엇입니까? 하나의 온전한 덩어리로서의 ‘장면’이 떠오르는 것입니다. 아침 식탁이라든가 회의시간, 출근길, 여름피서, 초등학교 동창.... 어떤 것을 생각해도 주변의 많은 것들이 인과로 연결된 많은 사고와 느낌들이 얽혀져 있는 하나의 덩어리로서 떠오르는 것입니다. 이러한 장면의 출현이 바로 1차 의식입니다.

그런데 이 장면이란 말 그대로 시간상으로 흐르는 것이 아니고 하나의 스냅사진 처럼 고정된 것입니다. 이제 이것이 고차의식으로 가기 위햇서는 장면이 흘러야 합니다. 바로 장면에 ‘시간’이 도입됩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장면의 연속이 고차의식이며 이것은 스냅사진들을 연결해서 하나의 드라마를 만들어낸는 것입니다.

이러한 장면의 흐름, 즉 내면의 흐름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브로카와 베르니케령을 통한 언어를 매개로한 내적 흐름입니다. 따라서 호모사피엔스이 사용하는 고차의식은 언어를 매개로 한 장면이 시간상에서 흐르는 것을 말합니다.
(이 글은 ‘뇌 생각의 출현’ 강의중에서 발췌하였습니다.)

수동적인 ‘보기’가 아니라 적극적인 관찰

 

1. 모든 지식은 관찰에서부터 시작 (시각적인 관찰)

① 화가 - 많은 놀라운 작품은 ‘적극적인 관찰’의 산물(오키프, 빈센트 반 고흐)

② 작가 - 독자들의 감각에 자극을 주기 위해 감각 자체를 알아야 함(사람의 외관, 대화, 행동 등을 관찰)

③ 과학자 - 관찰력의 비결은 시간과 참을성(뭔가 의미 있는 것을 발견할 때까지 끈질기게 보는 것)

※ 한 감각기관이 마비되면 다른 감각기관의 의존도를 높여 훌륭한 통찰을 얻을 수 있다.

⇒ 단 한 가지 감각에만 의지해서 관찰하면 안 된다.

 

2. 관찰은 시각분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① 청각적인 관찰 - 음악가들에게 새로운 악상을 제공

음악은 청중에게 ‘흘려 듣는 자’가 아닌 ‘경청자’가 될 것을 요구

② 감지 - 무용이나 다른 행위예술에서의 ‘수동적인 움직임’이 아닌 ‘ 적극적인 동작’

사람의 육체적 감정적 행위를 예리하게 관찰하려면 밝은 눈, 좋은 귀를 가져야 하고 관찰한 것에 의거하여 몸으로 이미지를 만들어냄

③ 냄새나 맛의 관찰(향기치료사, 요리사, 생물학자, 고대의 의사 등

 

3. 예리한 관찰자는 모든 종류의 감각정보를 활용한다.

① 위대한 통찰 - 세속적인 것의 장엄함

(모든 사물에 깃들어 있는 매우 놀랍고도 의미심장한 아름다움을 감지할 줄 아는 사람)

(예) 수학자 아르키메데스, 피타고라스, 알베르트 스젠트 기요르기, 애너 할프린 등

② 여러 생활 용품을 일상품이 아닌 관찰의 대상으로

 

4. 관찰은 ‘생각’의 한 형태이고 생각은 관찰의 한 형태다.

① 관찰한 것을 일정한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은 “마음”이 하는 일 - 객관적인 관찰은 가능한 것이 아니다.

⇒ 우리 자신이 갖고 있는 정신적 편견과 개인적인 경험에 의해 영향을 받음

② 관찰행위의 목적은 감각적 경험과 지적 의식을 가능한 가깝게 연결하는데 있다.

⇒ 관찰은 감각작용을 ‘이해’하는 일이다.

 

5. 관찰을 위한 예술 훈련법

① 수많은 시인과 소설가들 - 시각예술을 공부함(형태와 스타일 관찰)

② 과학자들, 해부학자, 임상의 - 미술 (스케치), 시각적 감지 능력(겉으로 보이는 것 너머에 있는 것을 봄)

③ 음악가, 음악비평가 - 소리 구분 훈련

 

6. 모든 과목에서 학생들에게 관찰 연습을 시켜야 한다.

① 눈가리개를 하고 손으로만 만져 관찰하여 알아맞히기

② 허브나 향신료를 직접 보지 않고 맛과 냄새 알기

③ 눈을 감은 채 소리만 듣고 주위의 상황 마음으로 구성해보기

④ 물건들을 수집하기 (시각적 관찰력 증대에 좋은 방법)

⑤ ‘세속적인 것의 장엄함’을 알도록 훈련이 필요

(어떤 대상물의 특징을 머릿속에 집어넣기 - 그것을 치우고 세부사항 하나씩 최대한 많이 떠올려보기 - 지각한 것을 적거나 그려보기 - 다시 대상물로 돌아가 관찰하고 대조하기)

 

※ 교육의 목표중 하나가 평생 배우는 사람 만들기 ⇒ 관찰력의 중요

세속의 물건에 ‘잠재된 것들’을 발견하고자 매일 매일 새로운 관찰(참을성과 끈기를 길러야 함)

이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시 중의 하나로 정현종 시인이 쓴 ‘섬’이라는 시가 있다.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문학평론가들은 대체로 이 시에서 ‘섬’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단절된 관계를 이어줄 수 있는 이상적인 소통의 공간을 상징한다고 설명한다. 언젠가 최승호 시인은 자신의 시를 지문으로 하여 작가의 의도를 묻는 대학입시 모의시험에 도전해 보았는데 단 한 문제도 맞추지 못했다며 우리 고등학교 문학 교육의 가르침을 ‘가래침’이라고 혹평한 바 있다. “작품은 프리즘과 같아서 눈 밝은 독자를 만나면 분광하며 스펙트럼을 일으킨다”고 덧붙인 그의 말에 힘입어 비록 특별히 눈 밝은 독자는 아니지만, 정현종 시인의 시를 나 나름대로 이해해 본다.

 

바다라는 자연생태계를 보면 사실 섬들이 떠 있고 그들 사이에는 바닷물이 있다. 그래서 섬들은 다른 섬들을 만나지 못한다. 시인은 일단 사람들이 각각의 섬이라는 형상에서 출발했을 것이다. 그런 섬과 섬 사이에 바닷물이라는 단절이 아니라 섬이라는 연결을 그려본다. 섬과 섬 사이에 새로운 섬을 만들고 모두 그 섬에서 만나자고 말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섬들을 이어주는 또 하나의 섬이 그런 역할을 자처하는 어느 특정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그 섬에 가고 싶다는 말은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표현인가? 나는 정현종 시인이 어쩌면 사람들이 좀더 마음을 넓혀 다른 사람들의 마음과 닿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꿈꾸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해본다. 여기서 섬은 면적이 정해진 그런 섬이 아니라 한없이 넓어질 수 있는 우리 인간의 마음을 상징하는 것은 아닐까 홀로 생각해본다. 이걸 시험문제로 만들어 답으로 우길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내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뇌과학의 함정, 인간은 섬이 아니다

2009년 2월 미국에서 출간되자마자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8월에는 우리말로도 번역된 알바 노에(Alva Noë)의 [뇌과학의 함정 Out of Our Heads]을 읽다가 나는 ‘인간은 섬이 아니다’라는 소제목을 접하며 불현듯 정현종 시인의 시를 떠올렸다. “왜 당신은 당신의 뇌가 아닌가(Why you are not your brain)”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이 책에서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 대학의 철학자 노에는 우리 인간을 진정 인간답게 만들어주는 의식(consciousness)이란 결코 뇌세포들의 단독 공연이 아니라 뇌, 몸, 환경이 함께 연출하는 춤이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그는 “마음은 삶”이라고 단언한다. 삶은 습관이며 습관은 세계를 필요로 한다. 세계는 결코 뇌 안에서 만들어지거나 뇌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PET(양전자방출단층촬영)나 fMRI(기능성자기공명영상) 등의 뇌 영상 촬영만으로는 우리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없다. 우리의 경험을 경험으로 형성해주는 것은 뇌의 신경 작용이 아니라 뇌와 환경의 역동적 관계이다. 그래서 그는 이제 우리가 습관의 생태학을 연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마음을 세포로 설명할 수 없듯이 춤을 근육으로 설명할 수 없다. 발음하기에 따라 우리말로 거의 ‘뇌(Noë)’처럼 들리는 성을 가진 말 그대로 ‘뇌 박사’의 도전이 지난 200년 동안 사뭇 안이하게 진행되어 온 뇌 연구에 상당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그는 이제 “존재한다, 그러므로 생각한다(I am, therefore I think)”라고 말한다. 바야흐로 뇌과학은 이제 데카르트와 헤어져 스피노자, 하이데거, 메를로퐁티 등을 끌어안고 있다.


알바 노에 [뇌과학의 함정]

  

노에는 제임스 왓슨과 함께 DNA의 이중나선 구조를 밝혀 196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프랜시스 크릭(Francis Crick)이 그의 저서 [엄청난 가설 The Astonishing Hypothesis: The Scientific Search for the Soul (1994)]에서 내세운 “우리의 일상적인 지각과 자아 의식은 전적으로 신경세포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주장을 정면으로 부정한다. 그는 의식이란 단순히 뇌에서 벌어지는 게 아니라 우리가 행동으로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의 습관은 언어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정신적 경험의 기초를 이루며 태생적으로 환경이라는 맥락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는 뇌과학이 그 동안 의식이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 의식을 연구해왔다고 단언한다. 뇌가 인간을 이해하는 데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뇌가 의식에 어떻게 기여하는지를 이해하려면 우리는 뇌뿐 아니라 몸, 그리고 우리가 속해 있는 환경과 관련하여 뇌가 작동하는 과정을 지켜봐야 한다. 우리는 그 동안 마음은 우리 내부에서 일어나는 것에만 의존한다고 배웠고, 지금 현재 뇌를 연구하고 있는 대부분의 학자들은 그 마음의 경계를 넘지 못하고 있다. 2008년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세계철학자대회에서 세계적인 인지철학자 차머스(David Chalmers)는 그의 강연에서 “마음 즉 의식은 두개골 속에 갇힌 채 일어나는 뇌의 신경 활동을 넘어선다”고 말한 바 있다. 일찍이 수전 헐리(Susan Hurly)도 두개골은 ‘마법의 막(magical membrane)’이 아니라고 했다. “우리는 우리 머리 밖에 있다.”

 

 

자유 의지는 진화한다

나는 노에의 이 같은 참신한 생각들을 접하며 자유 의지(free will)를 둘러싼 철학자들의 오랜 논쟁을 떠올린다. 철학자들은 우리에게 스스로 행동과 결정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없는지를 두고 참으로 오랫동안 끈질긴 논쟁을 거듭해왔다. 자유 의지와 관련하여 서양 철학은 크게 양립가능론과 양립불능론으로 나뉜다. 양립가능론은 자유 의지와 결정론이 동시에 성립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데 반해, 양립불능론은 자유 의지와 결정론 중 어느 한 가지만이 유효하다고 본다. 양립불능론은 다시 이 세상은 애당초 모든 것이 결정되어 만들어졌기 때문에 인간에게 선택의 여지란 본질적으로 주어지지 않았다는 결정론과 주어진 환경에서 개인이 취할 수 있는 행동이 하나뿐이 아니기 때문에 결정론과 자유 의지는 양립할 수 없다는 비결정론으로 구분된다. 

 

대니얼 대닛 [자유는 진화한다]


‘라플라스의 악마’라고 부르는 사고실험에 기반한 인과적 결정론과 모든 명제는 결국 참 또는 거짓으로 결정된다는 논리적 결정론은 철학자가 아니면 그리 자주 접하는 이론이 아니지만 우리의 행위와 운명이 신에 의해 결정된다는 신학적 결정론은 종교인은 말할 나위도 없거니와 적지 않은 수의 비종교인들의 마음도 슬며시 붙들고 있다. 최근에는 우리의 행동과 신념은 물론 일상의 욕구마저도 늘 유전자의 조정을 받고 있다는 유전자 결정론까지 이 논쟁에 끼어 들었다.

 

과학자들의 결정론은 늘 서로 부딪히며 끊임없이 움직이는 수많은 작은 입자들이 이 세계를 구성하고 있다는 걸 발견한 고대 그리스의 원자론자들로 거슬러올라간다. 자연의 구성원이 감히 자연법칙에 거스를 수 있으랴 생각하면 아무리 그럴 듯해 보이는 이 세상 모든 것들은 결국 환각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엄연히 내가 아니던가? 설령 내 삶이 이미 촬영을 끝낸 한 편의 영화에 기록되어 있으며 나는 이미 그 영화를 보기 시작했더라도 나도 모르게 무언가를 끊임없이 시도하며 살고 있다. 자유 의지에 관한 우리의 생각은 아마 결정론적 관점에서 출발하여 조금씩 천천히 비결정론적 낙수에 군데군데 무너져 내리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에피쿠로스와 그의 후예들의 끈질긴 흠집내기 덕택에 어느덧 자유 선택에도 상당한 여지가 주어졌다. 결정론과 자유 의지가 만들어내는 이른바 ‘네모의 원’에 대니얼 데닛이 설명을 시도했다. ‘다윈의 해’를 기다려 번역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2009년 10월에야 비로소 우리말로 소개된 그의 저서 [자유는 진화한다 Freedom Evolves(2003)]에서 데닛은 자유 의지는 결코 환상이 아니고 실재하는 객관적 현상이라며 진화생물학과 신경과학의 최근 발견들을 바탕으로 결정론과 양립 가능함을 보여준다. 자유 의지에 대한 그의 설명을 조금 길지만 여기 인용한다.

자유 의지는 우리가 숨쉬는 공기와 같으며, 우리가 가고자 하는 거의 어디에나 존재하지만 영구적인 것이 아니며, 진화했고 지금도 진화하는 것이다. 우리 행성의 대기는 단순한 초기 생명체들의 활동 결과 수억 년에 걸쳐 진화했으며, 그 결과로 가능해진 더 많은 복잡한 수많은 생명체들의 활동에 반응하여 지금도 계속 진화하고 있다. 자유 의지라는 대기는 또 다른 종류의 환경이다. 그것은 계획하고 희망하고 약속하고, 비난하고 분개하고 처벌하고 존경하는 의도적인 행동이라는, 감싸고 가능하게 하고 삶을 형성하는 개념적 환경이다. 우리 모두는 이 개념적 대기에서 성장하며, 그것이 제공하는 조건하에서 삶을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그것은 산술처럼 영구적이고 변함없는 안정하고 비역사적인 구성물인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그것은 인간의 상호작용이 최근에 빚어낸 산물로서 진화했으며, 그것이 이 행성에서 처음 가능하게 한 인간의 활동 중 일부는 그것의 미래 안정성을 파괴하거나 심지어 소멸을 재촉할 수도 있다. 우리 행성의 대기가 영원히 지속되리라는 보장은 없으며, 우리의 자유 의지도 그렇다.

데닛에 따르면 자유 의지란 ‘결과를 피할 수 있는 인간의 능력’을 말한다. 요즘 우리 TV 드라마가 뜻밖에 훌륭한 예를 제공한다. 원작 소설에는 스토리가 이미 결정되어 있다. 그러나 드라마가 방영되는 도중에 스토리에 몰입한 시청자들의 빗발 같은 성화에 때로 시나리오 작가와 감독은 원작에서는 죽기로 되어 있던 인물을 기발한 설정을 통해 살려내기도 한다. 데닛은 ‘피할 수 있음(evitability)’과 ‘피할 수 없음(inevitability)’의 올바른 해석이 결정론과 자유 의지를 양립할 수 있게 해준다고 설명한다. 양립불능론자는 이른바 ‘설계적 태도(design stance)’로 설명할 것을 ‘물리적 태도(physical stance)’로 설명하려는 범주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이 두 태도를 확실히 구분하면 세포와 그 이하의 수준에 존재할지 모르는 결정론적 메커니즘에도 불구하고 신경세포들의 시스템 수준에서 벌어지는 행동에는 상당한 자율성을 허락할 수 있다. 데닛은 이처럼 여러 가능한 선택지들을 비교하며 행동할 수 있는 ‘선택 기계(choice machine)’ 메커니즘이 우리 인간에게 진화했다고 설명한다.

 

 

인간은 설명의 뇌를 가졌다

내가 구상하고 있는 유전자장(遺傳子場) 이론에 맞춰 데닛의 설명을 재해석해보면 다음과 같은 그림이 그려진다. 이 경우에는 유전자의 장(場)으로 운동장을 생각할 수 있다. 운동장의 한복판에 있는 경기장은 선수들이 경기를 하는 곳이다. 그곳에는 모든 선수들이 따라야 할 규칙이 있다. 양팀의 전력에 따라 우리는 흔히 경기의 결과를 예측한다. 이변이 없다면 우리의 예측대로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믿는다면, 우리는 이미 그 경기가 어느 정도 결정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경기를 수없이 반복하지 않는 한 경기의 결과는 그 날 선수들의 컨디션은 물론 승리를 향한 그들의 의지에 따라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 선수들은 규칙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해 결과에 대한 예측을 어렵게 만든다. 지는 경기인 줄 뻔히 알면서도 최선을 다하고 때로는 예측을 뒤엎는 결과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심판은 규칙을 엄수하려 애쓰지만 선수들은 때로 약간의 반칙까지 감행하며 결과를 유리하게 만들려고 노력한다. 대개의 경우 반칙은 심판에게 적발되어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하지만 때로는 심판의 눈을 피해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한다. 손을 써서 골을 넣은 마라도나나 앙리처럼. 돌연변이는 대부분 해롭지만 때로 유리할 수도 있는 것과 흡사한 상황처럼 보인다.

 

운동장 비유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운동장에는 경기를 하는 선수들만 있는 게 아니라 감독도 있고 관중도 있다. 그들이 경기를 읽는 데에는 훨씬 더 큰 자유가 존재한다. 알바 노에에 따르면 우리가 세계를 해석하는 게 아니란다. 세계는 나름의 의미를 지닌 채 해석이 되기도 전에 우리 앞에 나타나 있다. 우리 뇌가 하는 일은 우리로 하여금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 속에서 적절히 처신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지 의식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다. 의식은 그런 식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노에는 이렇게 말한다.

세계—해석되어야 하는 원문으로서의 세계—에 대한 문학적 접근은 막다른 길이다. 흥미롭게도, 마음에 관한 문제—인지, 사고, 의식—와 씨름하는 많은 과학자들은 세계에 대해 문학적, 해석적 입장과 같은 무언가를 전제한다. 하지만 우리는 해석을 통해 세계를 확보하지 않는다. 해석은 우리가 세계를 손에 넣은 뒤에 온다.

나는 오래 전부터 인간 두뇌의 진화 단계에 또 하나의 단계를 첨가하고 그에 대한 지지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 인간 두뇌의 진화를 연구하는 진화생물학자들은 대개 세 단계를 설정한다. ‘생존의 뇌(survival brain)’, ‘감정의 뇌(feeling brain)’, ‘생각의 뇌(thinking brain)’가 그들이다. 동물의 인지에 관한 수많은 관찰결과들로 인해 생존의 뇌와 감정의 뇌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생각의 뇌로도 우리 인간의 뇌를 다른 동물의 뇌와 구별해낼 수 없게 되었다. 나는 우리 인간의 뇌가 다른 모든 동물의 뇌와 다른 결정적인 차이는 우리만이 유일하게 ‘설명의 뇌(explaining brain)’를 지녔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인간만이 유일하게 시를 쓰며 신화를 만들어내고 심지어는 신을 창조하기도 한다. 설명의 뇌는 앞의 다른 세 종류의 뇌와 달리 행위 이전이 아니라 이후에 기능한다. “세계를 손에 넣은 뒤에 온다”는 말이다. 자유 의지가 데닛의 주장 대로 자연선택의 결과라면 그 결과로 인간의 뇌가 지금처럼 진화한 것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자유 의지를 가능하게 하는 ‘선택 기계’의 전단계인 ‘상황-행위 기계(situation-action machine)’는 인간 이전 단계의 수많은 동물들에 이미 존재했지만 고도의 언어 발달이 전제되어야 하는 ‘설명의 뇌’는 오로지 인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진화할 수 있었다. 내가 설정하는 ‘설명의 뇌’는 바로 자유 의지의 진화로 나타난 결과이다.


결코 과학적 사고는 아니지만 나름 인문학적 상상력을 동원하여 생각해보면 자유 의지의 진화에 관한 내 생각은 흥미로운 순환의 고리를 그리며 신학적 결정론을 자극한다. 하느님은 왜 에덴 동산의 그 많은 나무들 중 하필이면 ‘지혜의 나무’를 가지고 하와와 아담을 꼬드기셨을까? 그들이 끝내 사탄의 유혹에 빠져들고 말 것으로 ‘결정’해 놓으신 상태에서 왜 꼭 그 나무를 선택하신 것일까? 나는 하느님께서 이 세상 모든 피조물 중에 우리 인간에게만 지식을 탐구할 수 있는 자유 의지를 허락하신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최재천
최재천 /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하버드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로는 [개미제국의 발견],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대담] 등이 있다. 2000년 제 1회 대한민국 과학문화상을 수상했다.

*마음과 뇌

자각, 상징, 내성 능력, 자아성찰, 심적 모형을 만드는 능력, 이 모든 것 들이 마음의 특성이다. 앞에서 언급했던, 마음을 탐구하는 여러 연구자 들. 곧 리키, 굿올,모리스, 험프리 박사 등은 그같은 마음의 특성을 연 구함으로써 그 본질을 밝혀내려 노력해 왔다. 이들의 탐구는 인간이 마 음을 연구해 온 건 역사에서 아주 일부분에 속할 뿐이다. 실제로 인간의 마음이 가지는 의미, 목적, 기능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인류의 문화와 함 께 시작되었으므로, 인간의 마음에 대한 탐구 노력의 역사는 문화의역 사만큼이나 오래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마음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철학과 함께 고대 그리스에서 시작되었다. 그리스 철학자들은 인간의 지식이 경험의 결과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최 초로 이해한 사람들이었다. 즉,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은 인간이 가진 지 식 자체도 철학자들이 자연의 어떤 대상을 분석하는 것과 같은 방법으로 연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기원전 4세기 경에 인간 마음의 작동은 인간이 알 고 있는 어떤 것과도 다른 특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인간의 뇌는 물리적으로는 동물의 뇌와 유사할 수도 있지만. 단지 체온을 조절하는 일을 주로 하는 속 빈 구조에 불과하다고 아리스토텔레스는 생각했다. 즉, 아리스토텔레스에게 마음은 몸과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실체였다. 이러한 심신 '이원론' 개념은 아리스토텔레스 시대에 시작되어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마음에 대한 생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의 몸에서 중요한 기관은 뇌가 아닌 심장이라 고 생각했다. 이렇게 아리스토텔레스가 심장을 강조한 것은 플라톤과는 다른 점이다. 플라톤은 마음(당시에는 '혼'이라고 불렀다)이 심장이 아닌 뇌에 있다고 보았다. 플 라톤은 뇌가 둥글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기하학적으로 완전한 도형인 구(球)의 모양에 들어 맞다고 생각했다.2세기경의 그리스 의사였던 갈레노스는 풀라톤의 뇌중심설을 받아들였지만, 그렇다고 그 시대에 아리스토텔레스의 심장중심설이 완전히 잊혀진 것은 아니었 다.
현대에는 마음이 뇌 속에 있다는 사실이 대체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완전히 그런 것은 아니다. 마음에 대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심장 중심설과 플라톤의 뇌중심설이 혼합되어 전통으로 남아 있는 재미있는 유산이 있다. 즉. 감정은 적어도 비유적으로는 항상 심장에 있다고 말한 다. 사랑이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때 '심장이 터질 듯하다, 고 말한다. 밸런 타인 데이 카드에는 뇌가 아니라 심장이 그려져 있다. 뇌가 아니라 "내 가슴 속에 비가 내리네"(It's raining in my heart)라고 작고한 로큰 롤 가수 버디 홀리는 애절하게 노래했다. 대부분 사람들이 사랑은(짝사 랑이든 아니든) 뇌가 아니라 가슴, 곧 심장이 담당한다고 생각한다.

뇌는 자신의 활동을 스스로 조절한다

마음과 뇌의 생리학적 과정 간의 관계를 연구하는 데 사용되는 현재의 방법은 제한되어 있다. 그 이유는 윤리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들 때문 에 실험 목적으로 뇌에 개입하는 절차들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편 앞의 '노화'에서 기술했던 뇌 혈류, 뇌 산소 소비량, 포도당 사용량 등은 윤리적으로 제한받을 만한 절차들이 아니기 때문에 사고기 능을 연구하는 데에도 중요한 절차들로 사용되고 있다. 잠시 두 눈을 감 아보자. 눈을 감으면 더 이상 시각 체계도 처리를 하지 않는다. 그 다음 에 눈을 뜨고 아무것도 없는 하얀 벽을 쳐다보고 있으면, 시각정보 처리 가 다시 시작된다. 그리고 창 밖에 있는 복잡한 거리 풍경을 내다보자. 그러면 이때 일어나는 시각정보 처리는 더 복잡한 것으로 바뀐다. 즉, 일차 시각피질 내에, 그리고 그 옆에 있는 시각 연합 영역들에 여러가 지 풍부한 형태와 움직임이 기록되어야 하고 이들이 분석되어야 한다. '눈 감기―흰 벽 쳐다보기―복잡한 풍경 바라보기' 의 단계들에서 다음 단계로 옮아감에 따라 산소, 혈류. 그리고 포도당 필요량이 증가한다.
몸 안에서 전기화학적인 작업을 수행하는 조직들(뇌, 심장, 콩팥, 허 파, 골격근 등)은 한 가지 원리를 따른다. 그 원리란 일을 많이 할수록 연료가 더 많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뇌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 하는 부위일수록 가장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러므로 에너지 신진 대사를 측정하면 그 부위의 활성화 정도를 평가할 수 있다.
이런 원리에 따라 어떤 특정 활동과 관련이 큰 영역들이 어디인지 알 아내려면 산소, 포도당, 혈류를 점검하면 된다. 이런 상황은 한 스파이 가 적국에서 완전 가동되고 있는 공장을 알아내기 위하여 각 공장에서 사용하는 연료의 양을 추적하는 상황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신경과 학자들도 똑같은 원리로 뇌에서 어느 부위가 일을 가장 많이 하는지를 알아낸다. 즉, 어떤 뇌세포가 가장 많은 '연료' 를 사용하여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가?
1970년대 말 미국 국립정신건강연구소의 루이 소콜로프 박사는 특정 한 뇌 영역의 세포들이 하는 일을 측정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이 방법은 방사성 탈산소포도당 또는 DG(탈산소포도당)라는 화학물질을 사용한 다. 방사성 탈산소포도당이란 뇌세포가 끌어들여 사용하는 보통 포도당 과 비슷한 물질로, 보통 포도당과 달리 분해되거나 배출되지 않는다. 방 사성 탈산소포도당은 활동하는 뇌세포에 계속 남아서 '뇌가 하는 일' 의 잣대 구실을 한다. 스웨덴의 스톡홀름에 있는 카롤린스카 병원의 임상 신경생리학과의 퍼 롤랜드 박사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뇌의 작업이란 특정한 방식으로 구조화된 정보처리의 모든 형태로 구성됩니다. 지각, 계획 세우기, 수의적 운동의 수행, 사고하기, 꿈꾸기, 기억하기 등등. 그리고 여기에 이런 특정한 정보 처리에 필요한 에너지 를 소모하는 다른 과정들이 더해집니다."
해야 할 과제가 복잡할수록 뇌가 할 일도 많아진다. 허공을 바라보고 앉아서 아무 생각도 안 할 때와 어려운 수학문제를 풀 때, 또는 강경하면 서도 자연스럽고 재치있는 어조가 요구되는 편지를 쓸 때를 비교해 보 면 잘 알 수 있다. 후자의 두 활동은 가만히 있을 때보다는 뇌의 일이 많 아져 정신적 피로를 훨씬 많이 느끼게 할 것이다. 이런 생각은 혈류량, 포도당, 그리고 산소의 신진대사에 관한 연구들로써 지지된다. 즉, 과제 가 복잡할수록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신경과학자들은 PET 스캔과 방사능 표지를 단 물질들을 이용하여 뇌 가 하는 일에 대한 반응으로 나타나는 뇌세포의 신진대사들을 보여주는 데, 여러 종류의 일을 함에 따라 뇌세포의 신진대사들이 다르게 나타남 을 생생한 색채로 보여줄 수 있게 되었다. 그 방법을 이야기해 보자.
먼저 피험자가 방사능 표지를 단 기체(예를 들어 산소)를 들여마시거 나 방사성 탈산소포도당 주사를 맞는다. 방사능 표지가 붙은 물질이 뇌 에 들어가면, 두개골 주위로 빙 둘러가며 붙어 있는 탐지기들이 그것을 탐지하고 측정한다. 그러면 뇌의 상이한 영역들이 하는 '일' 에 따라 방 사성의 정도가 다양하게 나타난다. 서로 다른 뇌 부위에서 나타나는 이 같은 방사성 정도에 기반하여 컴퓨터는 그 차이를 갖가지 색깔로 부호 화해서 지도를 그려낸다. 이 지도로 신경과학자들은 인간의 뇌를 기능 적으로 해부할 수 있으며 음조나 단어를 들을 때, 또는 번쩍이는 빛에 반응할 때와 같은 상황에서 서로 다른 영역들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를 발견해 낼 수 있다.
그리하여 이러한 연구들에서 하나의 일반 법칙이 나오기에 이르렀다. 그 법칙이란 바로 뇌가 언제나 스스로 알아서 자신의 활동을 조직화해 낸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이 그 순간 무슨 일을 하느냐에 따라 그 활동에 적절한 뇌 영역들만이 선택적으로 활동하도록 동원된다. 롤 랜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뇌가 쉬고 있다가 특정한 종류의 뇌 작업을 하게 되면, 이럴 때 생기 는 변화는 뇌가 스스로 알아서 자발적으로 이룩해냅니다. 실험실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예로 들자면, 실험 지시를 듣고 난 다음 뇌는 그 과제 에 필요한 특정한 뇌 작업에 몰두하게 됩니다. 실험에서 피험자에게 제 시한 지시문 어디에도 그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작동시켜야 할 피질 부위가 어디인지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습니다. 지시문에 어느 뇌 부위 를 활성화시키라는 사항이 들어 있지 않아도, 뇌는 들어온 정보를 바탕 으로 스스로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해야 할 피질 영역들을 선 발해내어 조직화해야만 합니다."
이같은 원리에 따라 뇌의 좌반구에 있는 브로카 언어영역( '언어' 참조)은 어떤 사람이 말로 된 명령어나 이야기를 들을 때면 항상 활성 화된다. 그러나 그 사람에게 가락이 있는 음의 리듬과 같은 비언어적인 정보를 분석할 것을 요구하면 '오른쪽' 반구에 있는, 좌반구의 브로카 영역에 해당하는 부위가 가장 활발히 활동한다.
카롤린스카 병원의 롤랜드와 그 연구팀이 수행한 또 다른 실험에서는 한 여성에게 자신의 검지에 '주의집중'할 것을 지시하고, 어느 순간 그 손가락을 살짝 건드릴 것이라고 일러 주었다. 그러나 사실은 어떤 접촉 도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검지에 주의를 집중하고 있 는 것만으로도 손과 손가락에서 느끼는 감각과 관련 있는 피질 부분, 그 리고 그 주위의 연합 영역들, 전두전피질(superior frontal cortex )의 뒤 쪽과 중간 부분, 그리고 전두중앙피질 등에서 뇌혈류량이 증가했다. 이 실험의 결과로 알 수 있듯, 아주 단순한 행위인 손가락 끝의 희미한 감 촉을 탐지하는 일도 광범위한 뇌 부위들을 활동시킨다.
그러나 롤랜드의 실험에서 가장 흥미로운 측면은 자극이 전혀 없을 때도 뇌의 감각 부위를 비롯한 많은 부위들이 흥분한다는 점이다. 이 실 험에서 접촉을 예상하는 것만으로도 피험자의 뇌는 스스로 조직화하여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다.
만일 어떤 사람이 이런 실험처럼 외부의 자극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아주 개인 적인 일, 이를테면 수학 계산을 하고 있다고 해보자.
이때 PET 스캔이 그 사람의 생각을 읽을 수 있을까? 일반적인 측면에서 는 이 물음에 그렇다고 답할 수 있다.
한 실험에서 피험자는 머릿속으로 계산할 것을 요구받았다. 그 결과 PET 스캔에 두정엽의 한 부분이 밝게 나타났다. 또 이와는 다른 두정엽 의 한 부위는 피험자에게 집 근처의 골목길 중 한 곳을 걷고 있다고 상상 하라고 했을 때 활발히 활동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피험자에게 자 신의 응접실을 생각해내고 그 곳에 있는 가구들을 기술하라고 요구했을 때는, 골목길을 걷는 상상과는 또 다른 뇌 영역인 전두중앙피질의 중간 부분이 흥분했다.
이런 실험들의 결과에서 특별히 흥미로운 사실은 뇌의 전두전 영역과 전두엽 영역은 항상 활동한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특별히 하는 일 없이 쉴 때조차도 전측 전두전 영역은 다른 뇌 영역보다 신진대사가 활발하 고 지역적으로 혈류량 증가를 보인다. 어째서 전두엽과 전두전엽 영역 은 뇌의 다른 부위들이 별로 활동하지 않을 때도 활발하게 활동할까? 
 

 

 

 

 

 

 

 

 

 

과학, 인문·예술과 로맨스에 빠지다 8일 폐막식과 함께 ‘과학시각화 작품’ 공모전 시상식 개최 2009년 11월 09일(월)

‘2009 과학과 인문·예술의 만남’이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 8일 ‘2009 과학과 인문·예술의 만남’ 마지막 날에 열린 사이언스 코스모스 ‘과학의 눈이 본 세계’ 

지난 3일부터 6일간 국립과천과학관에서 열린 이번 행사는 “보는 과학, 만져보는 과학, 즐기는 과학, 이야기하는 과학 - 로맨스 사이언스”를 주제로 삼았다. 창의적 융합문화를 맘껏 즐길 수 있었던 ‘2009 과학과 인문·예술의 만남’은 전문가 및 일반인에게 융합문화체험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이해와 공감의 자리를 마련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주최하고 한국과학창의재단·국립과천과학관이 주관한 이번 행사에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눈길을 끌었다.

보는 과학, 만져보는 과학에선 ▲화가의 비밀 ▲미술에 나타난 인체이미지를 차용한 해부일러스트 ▲범죄의 재구성 II ▲뿌로와 마로의 신종플루 팡팡! ▲NEIGBORING CUBE (이웃의 상자)·WINDOW + WALL ▲Machinimal-Brutale bone_드로잉 ▲인지도 프로젝트 - 얼굴읽기, 얼굴쓰기_상호작용체험장치_2007-2009 ▲CPA Bt-임상(T1)_watercolor_90.9x65.1cm_2009 등이 관객을 사로잡았다.

즐기는 과학에선 ▲관객과 함께하는 과학연극 ‘생명의 나무, 다윈’ ▲작가와 함께하는 디지털 대안영화제 ▲Rhythmic Gesture, 이야기하는 과학에선 ▲과학도를 위한 과학 글쓰기 특강 ▲교실로 찾아간 이야기꾼의 과학공연 ▲사이언스 코스모스「과학의 눈에 본 세계」▲SF 계보와 트렌드가 관객의 발길을 붙잡았다.

8일 ‘2009 과학과 인문·예술의 만남’ 폐막식에선 ‘과학시각화 작품’ 공모전 시상식이 열렸다. 이번 ‘과학시각화 작품공모전’의 응모분야는 ▷ 2D, 3D 과학이미지(사진, 일러스트레이션, 정보그래픽, 카툰 등) ▷ 동영상(UCC 등 영상물) 2개 분야. 공모전은 과학기술과 타분야와의 교류와 협력을 지원하는 융합문화사업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 ‘과학시각화 작품’ 공모전 이미지 분야에서 손진택·손진효의 ‘바이러스’가 금상을 수상했다 

▲ 6일간 열린 이번 행사의 주제는 ‘로맨스 사이언스’였다. 

이미지 분야에서는 손진택의 ‘바이러스’가 금상을 수상했다. 이 작품은 환경오염이 지구 대재앙을 일으킬 수 있다는 메시지를 만화로 시각화했다. 은상을 수상한 박재홍의 ‘맹꽁이의 알기 쉬운 과학백과’는 지렁이의 분변토를 통해 지렁이의 이로움을 만화로 시각화했다. 아울러 석영수의 ‘나로호의 의미’도 은상을 수상했다. 동영상 분야에서는 오봉애의 ‘라면국물과 찬밥속 과학’이 금상, 김혜경의 ‘Stop it!’, 전종훈의 ‘사자의 하루’가 은상으로 선정됐다. 금상 수상자에게는 상금 200만원, 은상은 100만원, 동상은 50만원이 각각 수여됐다.

입상작들은 올해 연말에 한국과학창의재단의 융합문화사업 홈페이지 ‘융합 2.0’을 통해 융합문화콘텐츠로 온라인 서비스될 예정이다.

정윤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앞으로 융합과 소통의 사회가 도래한다”며 “미래사회를 준비하고 과학중심의 창의사회 구현을 위해 수상자 여러분이 선도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시상을 축하하는 폐막공연으로는 김형기 중앙대 교수가 기획한 디지털 인터랙티브 창작공연 ‘Rhythmic Gesture’이 펼쳐졌다. 

김재호 기자 | jhkim@kofac.or.kr

저작권자 2009.11.0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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