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술자리의 메인안주는 키에 대한 화제였다. 175㎝의 중키를 가진 40대 초반의 모 선배는 자신이 고등학교 시절에는 무척 큰 키였음을 자랑했다. 174㎝인 30대 초반의 모 후배는 자신이 ‘O’다리여서 그렇지 다리를 쫙 펴놓는다면 180㎝도 문제 없을거라고 힘줘 말하면서 ‘O’다리의 비애까지 사이드 안주로 펼쳤다. 청소년들의 평균키가 놀라운 속도로 커지면서 두 사람 모두 상대적인 부담감을 느끼는 듯한 눈치였다.
키는 유전보다 외부적 요인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1950년대 청소년의 평균키는 160㎝였고. 1990년대는 170㎝. 현재는 174㎝다. 10년마다 3㎝ 정도씩 평균키가 커지고 있다. 이 상태로 가면 평균키가 180㎝에 육박하는 날도 머지않아 올지 모른다. 먼훗날 손자와 30~40㎝의 엄청난 키차이를 슬퍼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라도 울트라 요가로 비뚤어진 자세를 바로잡고 칼슘우유라도 매일 들이켜야하지 않을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400만년 전 지구에서는 다리가 짧은 남성이 인기였다고 한다. 울랄라. 키작은 남성이라면 눈을 지긋이 감고. 유전자 속에 새겨져 유구히 내려왔을. 멀고 먼 옛날의 영화를 깊이 호흡해보시라.
미국 유타주립대 데이비드 캐리어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무기를 사용하기 전까지 인류는 다리가 짧았는데 이는 일명 ‘숏다리’가 짝짓기 경쟁에서 유리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성인 남성의 키가 약 135㎝. 성인 여성의 키가 약 113㎝였는데 상체에 비해 다리가 유난히 짧다. 이는 무게 중심이 땅에 가까워 짝짓기 상대를 놓고 남성들끼리 몸싸움을 벌일때 잘 넘어지지 않고 상대를 이기는데 유리한 조건이었다는 것. 캐리어 교수는 또 키가 작을수록 공격성이 높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현대인이 다리가 길어진 것은 공격성이 줄어들었기 때문이 아니라 오래 걷기나 달리기를 해왔기 때문이라고 캐리어 교수는 덧붙였다.
결국 인류의 현재 모습은 영양학적인 원인도 있지만. ‘짝짓기’와 ‘2세’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불멸’에의 욕망이 불러온 결과라고 할 수도 있는 것이다. 곧 원초적 본능이 외모까지도 변모하게 만든다니 놀라운 힘이 아닐 수 없다.
현대에는 ‘롱다리’가 단연 인기다. 지금 이시간에도 큰 키에 긴~다리를 가진 남성이 여성으로부터 “오늘 남자친구와 헤어질 거에요. 당신때문이니까요”라는 작업멘트를 들으며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을지 모른다. 여성들이 롱다리를 좋아하면 할수록 남성들의 키는 점점 자라게 될 것이다. 400만년 후 인류의 키를 상상하는 것은 즐겁다. 공룡만큼 커있을까?
그러나 이 와중에도 여전히 숏다리를 가지고 있는 당신이라면 오늘부터 이렇게 말하도록 하자. “오스트랄로피테쿠스 할아버지 때가 좋았지”라고.
김영숙기자 eggroll@
키는 유전보다 외부적 요인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1950년대 청소년의 평균키는 160㎝였고. 1990년대는 170㎝. 현재는 174㎝다. 10년마다 3㎝ 정도씩 평균키가 커지고 있다. 이 상태로 가면 평균키가 180㎝에 육박하는 날도 머지않아 올지 모른다. 먼훗날 손자와 30~40㎝의 엄청난 키차이를 슬퍼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라도 울트라 요가로 비뚤어진 자세를 바로잡고 칼슘우유라도 매일 들이켜야하지 않을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400만년 전 지구에서는 다리가 짧은 남성이 인기였다고 한다. 울랄라. 키작은 남성이라면 눈을 지긋이 감고. 유전자 속에 새겨져 유구히 내려왔을. 멀고 먼 옛날의 영화를 깊이 호흡해보시라.
미국 유타주립대 데이비드 캐리어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무기를 사용하기 전까지 인류는 다리가 짧았는데 이는 일명 ‘숏다리’가 짝짓기 경쟁에서 유리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성인 남성의 키가 약 135㎝. 성인 여성의 키가 약 113㎝였는데 상체에 비해 다리가 유난히 짧다. 이는 무게 중심이 땅에 가까워 짝짓기 상대를 놓고 남성들끼리 몸싸움을 벌일때 잘 넘어지지 않고 상대를 이기는데 유리한 조건이었다는 것. 캐리어 교수는 또 키가 작을수록 공격성이 높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현대인이 다리가 길어진 것은 공격성이 줄어들었기 때문이 아니라 오래 걷기나 달리기를 해왔기 때문이라고 캐리어 교수는 덧붙였다.
결국 인류의 현재 모습은 영양학적인 원인도 있지만. ‘짝짓기’와 ‘2세’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불멸’에의 욕망이 불러온 결과라고 할 수도 있는 것이다. 곧 원초적 본능이 외모까지도 변모하게 만든다니 놀라운 힘이 아닐 수 없다.
현대에는 ‘롱다리’가 단연 인기다. 지금 이시간에도 큰 키에 긴~다리를 가진 남성이 여성으로부터 “오늘 남자친구와 헤어질 거에요. 당신때문이니까요”라는 작업멘트를 들으며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을지 모른다. 여성들이 롱다리를 좋아하면 할수록 남성들의 키는 점점 자라게 될 것이다. 400만년 후 인류의 키를 상상하는 것은 즐겁다. 공룡만큼 커있을까?
그러나 이 와중에도 여전히 숏다리를 가지고 있는 당신이라면 오늘부터 이렇게 말하도록 하자. “오스트랄로피테쿠스 할아버지 때가 좋았지”라고.
김영숙기자 eggro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