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쥐락펴락 하는 영웅들.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는 예술가들.
인류의 삶을 몇 단계씩 진화시킨 위인들.
그들에게도 치명적인 버릇이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그 버릇을 발전의 초석으로 삼을 줄 알았다.
20세기 무용계의 혁명으로 불리는 마사 그레이엄.
그녀가 현대 발레의 어머니로 성장하는 데 어린 시절 아버지의 꾸짖음이 큰 역할을 했다.
어렸을 때 그녀는 종종 거짓말을 하다가 들켜서 꾸중을 듣고는 했는데,
하루는 아버지가 그녀에게 말했다.
"나는 네 몸직만 보면 네가 거짓말을 하는지 알 수 있단다.
등이 뻣뻣해지고 발을 끌거나 눈을 내리깔고 있잖니."
그 날의 나무람은 마사 그레이엄에게 몸과 마음의 상관관계를 일깨워 주는 계기가 되었다.
고대 그리스의 웅변가였던 데모스테네스는 뜻밖에도 말을 더듬는 버릇이 있었다.
그는 이런 버릇을 극복하기 위하여 바닷가에서 조약돌을 입에 물고
거친 파도를 향해 발성 연습을 했다.
또한 데모스테네스는 말을 하는 도중에 어깨를 들어 올리는 버릇도 있었는데,
이를 고치기 위해서 천장에 칼을 매달고 연설을 하는 연습을 하기도 했다.
말더듬는 버릇을 고치기보다는 그 버릇을 발판으로 문장가가 된 사람도 있다.
<달과 6펜스>, <인간의 굴레> 등의 걸작을 남긴 서머셋 모음은
말을 더듬는 버릇 때문에 글로 마음을 표현하는 데 주력하여 위대한 작가가 될 수 있었다.
중국의 한비자 역시 말을 더듬었기 때문에 대화로 의사를 소통하는 대신
사람들의 본성과 사회에 대해 관찰하고 연구하여 위대한 사상가가 될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나쁘게 생각하는 버릇 가운데 하나가 왼손을 사용하는 것인데,
인손 사용에 대해서 비교적 관대한 서구에는 왼손잡이를 가진 위인이 많다.
뉴턴이나 아인슈타인, 빌 게이츠처럼 두뇌를 사용하는 이들에게
왼손의 사용은 그다지 놀라운 점이 아닐 수도 있겠으나,
손을 사용하는 예술가들 중에도 왼손잡이가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모나리자>를 그린 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현대 미술의 거장 피카소가 있고,
전설적인 기타리스트 지미 핸드릭스도 왼손잡이였다.
버릇이란 좋고 나쁜 것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것이다.
-<샘터> 2005. 9월 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