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요일(2008년 7월 7일) 즐겨보던 [KBS우리말겨루기]에서 출연자중 사법고시를 준비하다가 책을 보면 눈이 너무 아파 남자친구가 책을 대신 읽어주어 공부를 하고 이번 방송준비도 했다던 여성출연자가 있었다.

물론 정확히 검사를 해보아야 하지만 그 사람은 얼렌증후군환자로 보였다.
얼렌증후군이란, 광과민성 증후군(Scotopic Sensitivity Syndrome:SSS) 혹은 엄밀한 의미에서는 시지각적 과부화 증후군이라 할 수 있는데, 다시 말하면 시지각적 정보가 망막을 통해서 들어오면 이를 받아들여서 뇌간으로 보내는 시각적 정보를 처리하는 두 가지 신경세포(Magno cell과Parvo cell)중 Magno cell이 정상인보다 크기가 작든지 불안전하여 시지각적 정보를 정확하게 전달하지 못하거나, 혼돈이 일어나거나, 시지각적 정보를 처리하는 용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정상인보다 눈이 쉽게 피로해지거나, 이로 인해 두통, 어지럼증 등이 발생하게 된다.
이것은 하버드 의대에서 난독증 환자 연구를 통해서 과학적으로 밝혀진 사실이다.
원래 인간의 눈은 요즘의 생활방식에서처럼 책을 보거나 모니터를 쳐다보는 일보다는 동물에서와 같이 생명유지를 위해 멀리 먹을 것을 찾거나 신체적 위험을 피하기 위해 가까운 곳보다는 먼 곳을 보게 설계되었다. 하지만 문명의 발달로 책을 읽고 공부해야 하는 학생과 하루 종일 모니터를 보아야만 하는 상황이 얼렌증후군환자를 양산하고 있다.

 

얼렌 증후군의 증상들을 보면
첫째, 책을 읽을 때 줄을 건너뛰어 읽거나 읽었던 줄을 다시 읽거나, 종종 읽던 부분을 놓치거나, 단어를 빠뜨리고 읽거나, 읽다가 주의가 흐트러지거나, 읽고 난 뒤에도 이해력이 부족하고, 책을 오래 못 읽고, 읽기 속도가 느리고, 분량이 조금이라도 많으면 아예 읽지 않으려는 현상이 일어난다.

둘째, 책을 읽으면 쉽게 피곤해지고 눈이 자주 충혈되거나, 머리가 아프든지, 금방 졸린다든지, 뒷목이 땡긴다든지, 심하면 어지럼, 복통 등 신체 증상이 동반할 수 있다.

셋째, 어두운데서 읽기를 더 좋아하고, 형광등 빛이나 밝은 햇빛에서 읽기를 힘들어한다.

넷째, 책을 오래 읽거나 한곳을 오래 주시하고 있으면 시지각적 왜곡이 일어나는데, 글자가 흐릿해지면서 없어지거나, 두 개로 보인다든지, 글자가 서로 합해지거나 멀어지거나, 흰 바탕이 글자 위로 튀어 오르는것 같이 보인다.
이 밖에도 눈을 자주 부비거나, 글자 크기 및 줄이 비뚤어진다든지, 악보를 잘 못 본다든지, 컴퓨터를 오래 못보는 등의 증상을 흔히 동반한다.

 

사람은 학습을 할 때 정보의 70% 가까이를 눈으로 받아들이는데 이러한 증후군이 있는 사람들은 읽기 자체를 싫어하거나 실수, 피로 등 신체적 증상으로 인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게으르거나 의도적으로 공부를 하지 않는 사람으로 여겨지거나, 스스로 이로 인한 스트레스로 고통을 받으면서 생활 할 수 밖에 없다.

 

임상적으로도 얼렌 증후군이 있어 학교에서도 게으른 아이로 낙인 찍히고 5분도 책을 읽지 않던 아이가 얼렌 치료법을 적용한 후, 하루 2시간 이상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게 되어 학습능력이 높게된 사례들이 많이 있다.

얼렌증후군과 같이 자기 자신도 모르는 신경학적인 문제로 인해 주위에서의 부정적 이미지를 받고 자칫하면 이로 인해 일생을 좌절하면서 살아가야 하는 학생과 직장인들이 이외로 많다는 것을 임상적으로 경험하면서, 우리 부모님들이 자녀들의 학습에 대해 정신적으로, 물질적으로 최선을 다해서 도와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 학습에 방해가 되는 원인을 찾아 제거해 줄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본다.

HB두뇌학습클리닉 한방신경정신과학박사 김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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