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개념은 타고나는 걸까, 배우는 걸까? 생후 5개월 아이의 수학능력 2009년 02월 12일(목)

아이가 간단한 말을 하기 시작하면 엄마들은 아이들에게 열심히 가르치는 게 있다. 1, 2, 3, 4, 5…, 숫자를 가르치는 것이다. 아이가 잘 알아듣지 못하면 엄마는 기가 팍 꺾이고, 반대로 금세 애가 숫자를 구분하면 엄마는 수고한 보람과 함께 혹시 우리 아이 천재 아니야 하는 상상을 한다.

그런데 어쩌면 이런 노력이 별로 필요하지 않은지도 모른다. 아기는 이렇게 간단한 숫자에 대한 감각을 이미 태어날 때부터 갖고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1992년 네이처에는 유아의 수학적 능력에 대해 놀랄 만한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생후 5개월 된 아기도 간단한 숫자에 대한 개념을 갖고 있다는 것이었다.

아기도 무의식적으로 1, 2, 3을 안다

▲ 생후 5개월 된 아이도 인형 한 개와 인형 두 개의 차이를 구분한다. 그렇다면 이들은 1, 2, 3과 같은 숫자감각을 선천적으로 갖고 있는 걸까? 
현재 미 예일대 유아인지심리센터를 이끄는 캐런 윈 교수는 1990년대 초 생후 5개월 된 32명의 아기들을 대상으로 대담한 실험을 벌였다. 그녀는 아이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아이들이 어느 정도의 숫자개념을 갖고 있는지를 조사했다.

한 그룹의 경우, 아이가 똑똑히 볼 수 있도록 하면서 테이블 위에 미키 마우스 인형을 하나 놓는다. 그런 다음 천으로 이 인형을 가리고 아이 앞에서 천 뒤로 인형을 하나 더 놓는다. ‘1+1’이다.

반면 다른 그룹의 아이들에게는 테이블 위에 인형 두 개를 놓여주고 천으로 가린 다음 아이가 볼 수 있도록 인형을 하나 뺐다. 이 경우는 ‘2-1’이다.

이렇게 한 다음 두 그룹 아이들 앞에 있는 천을 치운다. 이때 나타난 인형의 개수는 ‘1+1’의 경우는 2가 되어야 하고 ‘2-1’의 경우는 1이어야 한다. 아이는 이런 산수를 할 수 있을까?

윈 교수는 아이들이 간단한 숫자에 대한 개념을 아는지 모르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1+1’의 경우, 시험의 반은 최종 인형의 개수가 2가 아니라 1이 되도록 했다. 그리고 ‘2-1’의 경우는 1이 아니라 2가 되도록 했다.

아이들은 이상하거나 새로운 것을 보면 더 오랫동안 그것을 바라본다. 이를 통해 아이들의 반응을 확인했더니 결과는 놀라웠다. 1+1=2인 경우보다 1+1=1인 경우에 아이들은 더 오랫동안 인형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2-1=1보다 2-1=2인 경우 더 오랫동안 인형을 쳐다보았다.

이 연구결과는 우리가 간단한 숫자개념을 갖고 태어난다는 것으로 해석되었다. 윈 교수는 “인간은 한 개, 두 개, 세 개와 같은 숫자를 구분하는 정신적인 체계를 선천적으로 갖고 있으며 아기 때부터도 이미 무의식적으로 이를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1,2,3을 진짜 아는 거야? 1:2 비율을 아는 거야?

▲ 생후 5개월 아기들을 대상으로 숫자에 대한 연구를 한 캐런 윈 교수. 
윈 교수의 주장은 옳았던 것일까. 지난해 9월에도 윈 교수를 지지하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 영국 런던대 브라이언 버터워스 교수는 숫자개념이 후천적으로 배우는 것이라면 언어의 영향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언어가 정말 숫자개념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조사했다.

버터워스 교수는 소수의 단어만으로 이루어진 호주 원주민어를 쓰는 4~7세의 어린이들과 영어를 사용하는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숫자에 관한 시험을 보게 했다. 그런데 결과는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버터워스 교수는 숫자개념은 타고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니까, 우리가 1, 2, 3, 4, 5 하고 숫자를 세는 것은 우리 머릿속에 있는 숫자개념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얘기이다.

하지만 모든 과학자들이 우리가 숫자에 대해 타고났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다. 지난해 하이네켄 인지과학상 수상자인 파리에 위치한 프랑스대의 인지심리학자 스탠 데핸 박사는 이렇게 비판한다.

윈 교수와 버터워스 교수의 실험결과는 아이들이 1,2,3과 같은 숫자를 선천적으로 알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게 아니라 다른 동물들도 갖고 있는 ‘어림짐작을 통한 수리감각’(approximate number sense, ANS)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ANS는 우리가 일일이 개수를 세지 않고도 어림짐작만으로도 그 양을 알 수 있는 수리능력을 말한다. 그러므로 윈 교수나 버터워스 교수의 실험결과는 아이들이 1, 2, 3을 아는 게 아니라 ANS을 이용한 1:2와 같은 간단한 비율의 차이를 파악하는 걸 보여준다고 데헨 박사는 생각한다.

아마존 문두루크족은 숫자를 어떻게 바라보나?

이처럼 선천적인 숫자개념을 부정하는 데핸 박사는 지난해 5월 우리의 숫자에 대한 감각이 후천적으로 배우는 것이라는 상반된 연구결과를 사이언스지에 발표했다.

데헨 박사는 우리가 갖고 있는 숫자체계가 후천적으로 배우는 것이며 따라서 문화에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아마존 밀림에 사는 문두루쿠(Mundurucu)족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 그가 문두루크족을 선택한 이유는 그들의 언어가 숫자 5까지만 갖고 있기 때문.

데헨 박사는 화면 왼쪽에는 1개의 점, 오른쪽에는 10개의 점을 나타낸 뒤 그 밑에 가로로 선을 두었다. 그런 다음 아래에 1~10개 사이의 점들을 보여준다. 그리고는 실험 대상자들에게 가로 선에서 커서가 놓인 지점에 몇 개의 점이 와야 하는지를 물었다.

▲ 왼쪽에 점 1개, 오른쪽에 점 10개가 있고 그 사이에 가로로 선이 있다. 가운데 선 위로 커서가 움직인다. 이 커서가 중간에 있을때 여기에 들어와야 할 점의 개수는 아래의 1부터 10개까지의 어느 것일까? 서구인들은 1과 10의 중간인 5를 선택한 반면 아마존 밀림에 사는 문두루크족은 3을 선택했다. 

예를 들어 커서가 중앙에 있을 때 거기에 와야 하는 게 몇 개의 점인지를 물었다. 그 결과, 비교대상인 서구인의 경우는 1과 10의 중간이 되는 5를 선택한 반면 문두루크족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3의 점을 1과 10의 중간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데헨 교수는 문두루크족이 비율적으로 로그척도를 이용해 숫자를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문두루크족의 수학적 사고에 따르면 10은 5의 2배지만 5는 1의 5배이기 때문에 5는 1보다 10에 더 가까운 것이다.

이렇게 숫자에 대한 개념이 서구인들은 교육을 통해 선형적으로 갖는 반면 문두루크족은 선천적으로 우리가 갖고 있는 ANS를 이용해 비율인 로그척도로 수를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데헨 교수는 말한다. 즉 우리의 숫자감각은 학습을 통해 후천적으로 배운다는 것.

그렇다면 이제는 숫자감각이 후천적이라는 것으로 결론이 완전히 난 걸까? 따라서 '2 더하기 2'도 못하는 수학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교육을 통해 개선의 여지가 있는 걸까?

그런데 최근 또 다른 흥미로운 연구가 발표되면서도 상황은 다시 복잡해졌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우리가 갖고 있는 선척적인 수리감각인 ANS가 누구나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사람마다 차이가 큰 데다 수학점수와도 상관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과연 어떤 내용인지 그 이야기는 다음에 계속된다.

박미용 기자 | pmiyong@gmail.com

저작권자 2009.02.12 ⓒ ScienceTimes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