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파로 마음 읽기

생각한 것 보게 되면 뇌파 '출렁'

 

범행현장 보여주고 용의자 관찰

반응 여부로 범인잡기에 이용도

마음을 들여다볼 수는 없을까. 현재 뇌과학.심리학의 힘을 빌리면, 마음을 읽는다는 게 적어도 1백%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마음 또는 정신은 두뇌 활동의 소산이다. 따라서 두뇌의 활동을 지켜볼 수 있다면 마음을 읽을 가능성도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렇게 두뇌활동을 관측하는 방법 중 하나가 뇌파 측정이다. 뇌파란 뇌에서 나오는 약한 전기 신호인데, 뇌가 어떤 작용을 하고 있는가에 따라 형태가 달라진다. 즉 뇌파의 모양을 잘 분석하면 두뇌의 활동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고려대 심리학과 연구팀은 최근 뇌파를 측정해 마음을 읽어내는 간단한 실험에 성공했다. 성인 남녀 13명에게 삼각형.사각형.원을 보여주고 그중 하나를 택하게 한 뒤, 도형들을 다시 여러번 보여줬을 때 나타난 뇌파를 보고 무엇을 생각했었는지 알아맞혔다.

사람들은 하나같이 자신이 선택한 도형이 화면에 떠올랐을 때 뇌파가 확연히 달라졌다. 염두에 두고 있던 것이 나타나면 약 0.3초 후에 커다란 뇌파 신호가 나왔다.

자신의 생각이 뇌파에 담겨 다른 사람에게 읽힌 것이다. '열길 물 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게 그야말로 옛말이 돼버린 셈이다.

 

뇌파를 범죄 수사에 이용하려는 연구도 있다. 범행 현장의 모습, 피해자의 물건 등 범인의 뇌리에 남아 있는 것들을 용의자들에게 보여주고 뇌파를 관찰하는 식이다.

 

이 경우에 무관한 사람이라면 특이한 뇌파 반응이 없지만, 범인은 범죄 관련 사진과 맞닥뜨리고 나서 약 0.3초 후에 커다란 신호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에서는 로런스 파웰이라는 뇌과학자가 이 방법으로 FBI 요원을 1백% 정확하게 가려내는 데 성공했다. FBI 요원과 일반인을 섞어놓고 테스트했는데, FBI 요원만 알아볼 수 있는 단어나 사진이 나오면 요원의 뇌파만 변했던 것이다.

범죄 수사에도 일부 이용하기 시작했다. 몬태나주 메이컨 시에서 1980년대 중반 일어난 살인 사건의 범인을 찾는 데 뇌파 검사가 쓰였다.

검사 결과 그라인더라는 남자가 사건 현장의 기억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는 범행을 자백해 현재 무기징역형을 살고 있다.

뇌파는 성격도 반영한다. 예컨대 내향적인 사람과 외향적인 사람은 외부에서 똑같은 자극을 받았을 때도 뇌파 신호의 크기가 상당히 차이가 난다.

아마 외향적인 사람의 뇌파 신호가 훨씬 활발할 것이라고 짐작하겠지만, 고려대의 연구에서 내향적인 사람의 뇌파 신호가 더 크게 나오는 것이 확인됐다.

전체 70명을 놓고 심리 테스트를 해 가장 내향적인 사람 9명, 가장 외향적인 사람 8명을 뽑아 실험했는데, 차이가 아주 뚜렸했다.

내향적인 사람의 뇌가 외부 자극에 더 활발히 반응한다는 것은, 행동을 억제하기 위해 뇌가 많이 활동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외향적인 사람은 외부 자극에 자연스럽게 반응하므로 억제가 필요없어 뇌가 별로 쓰이지 않지만, 내향적인 사람은 행동하려는 욕구를 억누르므로 이 과정에서 강한 뇌파가 나오는 것이다.

뇌파 측정 말고도 기능성자기공명영상장치(fMRI).양전자단층촬영(PET) 등 뇌 속을 들여다보는 여러가지 장비가 있지만, 아직까지는 현실적으로 뇌파가 가장 간단한 관측 방법이다.

최근에는 치매기를 보이는 사람의 뇌파 반응이 일반인과 어떻게 다른지를 살펴 치매를 조기에 확인하려는 연구도 이뤄지고 있다. 김현택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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