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뇌가 커서 지구를 정복할 수 있었다는 학설이 90년만에 반박주장을 받았다.

독일의 해부학자인 코르비니안 브로드만은 1912년 `인간은 영장류(靈長類)로서 예외적으로 넓은 대뇌피질 앞면부, 즉 이마를 갖고 있기 때문에 특별하다'는 유력한 학설을 발표했지만, 이 점에서 인간은 유인원(類人猿)과 큰 차이가 없다는 연구결과가 17일 발표됐다.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 대학의 인류학자인 카테리나 세멘더페리 박사는 이날 의학전문지 `네이쳐 뉴로사이언스' 온라인에 오른 논문에서 "인간과 다른 영장류의 대뇌피질 앞면부의 비례적인 크기에는 큰 차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세멘더페리 박사는 자기공명 장치를 이용해 고릴라, 피그미 침팬지, 오랑우탄, 침팬지, 그리고 인간의 대뇌피질 크기를 조사한 결과, 인간은 사람에 따라 238.8㎤~329.8㎤에 달했지만 나머지 4개 유인원은 50.4㎤(침팬지)~116.3㎤(오랑우탄)에 그치는 등 큰 차이를 보였다.

그러나 대뇌피질 앞면부의 경우, 사람은 전체 대뇌피질 가운데 36.4~39.3%를 차지한데 비해 오랑우탄이 36.6~38.7%, 침팬지가 32.4~37.5%, 고릴라가 35~36.9%에 이르는 등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원숭이는 29.4~32.3%에 그쳤다.

세멘더페리는 브로드만이 유인원 전체를 대표할 수 없는 1~2종의 극소수 영장류를 대상으로 실험했으며, 사망하면 두뇌가 축소된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사후에 표본을 채취했기 때문에 오류를 범했다고 주장했다.

세멘더페리는 두뇌피질 앞면부의 비례적인 크기가 인간의 우월성면에는 큰 의미를 지니지 않을 수 있지만, 인간의 진보에는 중대한 역할을 했다면서 진화과정에서 대뇌피질 앞면부에 일부 변화가 생겨 호모 사피언스가 지적으로 발전할 수 있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마에서 관자놀이에 이르는 대뇌피질 앞면부는 목표를 개념화해 이에 도달할수 있도록 기획하는 등 고급 지각기능을 보유한 곳으로 평가되고 있다.

세멘더페리는 침팬지 6마리, 피그미 침팬지 3, 고릴라 2, 오랑우탄 4, 긴팔원숭이 4, 원숭이 5마리와 건강한 사람 1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박제균 동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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