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방송된 미녀들의 수다에 출연한 한 여대생의 발언이 일파만파 퍼졌으니.. '키 작은 남자는 루저(Loser ; 찌질이)라고 생각합니다. ' 라는 솔직, 발칙한 발언이었다.
각종 언론사는 물론 포탈에서도 이 발언이 담긴 화면을 캡쳐하여 뉴스거리로 만들어 뿌리니, 기사를 접한 수 많은 키 작은 남성들을 아침 댓바람 부터 열폭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더불어 해당 여학생이 방송 내내 보여줬던 일관되고 소신있는 '외모, 능력 지상주의적 발언'은 방송을 시청한 대다수의 남성은 물론 그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 여성들까지 불편하게 만들고 말았다.
미수다 방송, 그 후
그런데 이 시점에서 우리는, 이 한 여학생의 폭풍발언에 대한 매질을 하는 것 보다 함께 출연했던 다른 여대생들의 태도도 함께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총 12명의 여대생 중에서 키작은 남자와 사귈 수 있다고 대답한 여대생은 단 2명에 불과하고 나머지 10명은 다들 비슷한 이유로 키작은 남자와 사귈 수 없다고 했다는 점 말이다. 방송에 출연한 여대생이 특별히 이상한 표본 집단이었기에 이와 같은 결과가 나왔을까? 출연한 여대생들에게 특별한 점이 있었다면, 유난히 솔직했다는 것 뿐이었지 않나라는 생각마저 든다.
여자가 남자의 외모를 볼 때에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요즘 세대에서는 방송에 나온대로 아마도 '키'이다. 잘생겼느냐 못생겼느냐는 워낙에 개인 편차가 심해서 그렇겠지만 확실하게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이 바로 남자의 키에 대한 부분이다. 여자가 생각하는 남자의 키는, 남자가 여자를 '예쁘냐 안예쁘냐?' 라는 주관적이면서도 확실한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과 동등한 정의로 최 우선 고려사항이다. 그만큼 남자의 큰 키는 여자에게 강력히 어필하는 외모 중 하나이고, 출연자들은 방송의 대본여부를 떠나서 솔직한 발언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몇몇 여대생을 앞세워 마치 모든 여자가 키 작은 남자에 대한 시선을 부정적으로 가지고 있다는 듯이 몰고 갔다고 방송을 탓하기도 한다. 일반 출연자의 철 없는 생각을 이용해서 방송에서 가십거리를 만들어낸 방송사의 도의적인 책임에 대한 추궁이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솔직히 모든 여자는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여자들이 실제로 키 작은 남자보다는 키 큰 남자를 선호하는 것은 사실이다. 방송은 그것을 토대로 키 작은 남자를 매몰차게 loser 취급하는 사회를 향해 풍자의 메세지를 남겼을 수도 있다. 생각없는 방송이었든 풍자의 방송이었든, 어떤 면에서 현실을 대변하는 솔직한 방송이었기도 했다는 생각이 든다.
일부에서는 당연한 이야기를 필요도 없이 굳이 긁어서 부스럼 내면서까지 키 작은 남자의 아픔을 건드렸어야 했냐라고 볼멘소리를 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 부분도 프로그램의 성격을 가만히 생각해 보면 어느정도 수긍이 간다. 여대생을 모아 놓고 시사적이고 사회 발전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도 좋겠지만 미녀들의 수다는 그것을 위한 프로그램이 아니다. 그냥 여자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제목 대로 미녀들의 생각이 어떤지 엿보는데 목적이 있다. 그 와중에 우리가 직접적으로 잘 듣지 못하는 여자들의 (남자의 외모에 대한) 생각을 캐물어서 솔직한 답변을 끌어 낸 것 이라고 생각된다.
키 작은 남자가 사는 법
물론 글을 쓰고 있는 나도 loser 발언을 한 여대생의 의견에는 절대 공감할 수 없다. 개인적으로 키 작은 남자가 좋지 않다 정도로 끝냈으면 좋았을 것을 인격적이고 사회적 성공의 측면까지 뿌리깊게 끌고 들어간 여대생의 논리는 부당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대다수의 여자들이 '외적으로' 키 큰 남자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말 한 것 자체에는 어떠한 반감도 없다. 좀 잔인하지만 솔직히 그것은 대부분의 여자들이 생각하고 있는 단순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 사실을 새삼스럽게 보여준 방송이 싫지도 좋지도 않다. 그저 씁쓸한 마음이 들면서도 발칙함을 즐겼을 뿐이다.
방송을 보며 기분이 나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그녀가 뭐라 말하든, 키는 어디까지나 사람의 매력을 보여주는 여러가지 외모 중에서도 아주 사소한 부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외모가 잘나고 싶은데 키가 작다면 그냥 얼굴을 가꾸면 된다. 수 많은 남성들이 장동건 처럼 빼어난 미모를 타고 나는 것은 아니지만 얼굴도 어떻게 가꾸느냐에 따라서 호감이 될 수도, 비호감이 될 수도 있다. 비호감처럼 만날 인상만 쓰고 다니면서 왜 사람을 외모로만 판단하느냐는 불평을 하는 것은 지독히 초등학생스러운 발상이다. 자상하고 따뜻해 보이는 미소를 연습하고 피부를 가꾸고, 부드러운 화술을 익히는 등 외적으로 자신을 가꾸고 표현할 길은 많다. 키는 작더라도 외모에 다른 경쟁력이 생기는 것이다. (이병헌을 본받자는..)
그래도 어찌되었든 작은 키가 고민이라면 키가 커 보이는 의상을 선택하고 헤어스타일을 만드는 노력을 하면 그만이다. 미수다 출연 여대생 말마따나 요즘에는 좋은 깔창도 많이 나온다고 하니 양말 속에 넣든 신발안에 넣든 깔창을 넣어서 키를 커보이게 하면 되지 않을까? 옷을 입을 때는, 바짓단의 길이를 너무 길지 않게 하고 상의는 시원한 느낌으로 적당히 파인 브이넥 셔츠를 입고, 수트를 입을 때는 넥타이의 두께를 얇은 것으로 선택하고, 부피감 있는 옷이나 심한 레이어드를 피해서 슬림해 보이는 방법을 적용하면 키가 커 보인다. 옷의 상,하의 색상을 어두운 색으로 맞추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극복할 수 없는 것 같은 신체적 단점에 대해서도 본인과 타인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는 것 이다. 연예인 중에서는 노홍철이 그런 노력을 하는 좋은 케이스라고 보여진다.
마지막으로 키작은 것에 크게 유념할 필요가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언제나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이기 때문이다. 키가 작든 얼굴이 좀 못났든 그런 외적인 부분이 마음보다 중요할 수는 없다. 실질적으로 키가 작은 남자에게 쉽게 볼 수 있는 문제점은 작은 키로 인한 마음의 병, 열등감이다. 키가 작은 것 까지는 이해해도 열등감에 휩싸인 남자는 아무리 너그러운(?) 여자라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미수다와 같은 외모성 발언이 이슈가 되면, 많은 사람들이 외모에 대한 평가 자체를 애써 부정하려 드는데, 이 부정하는 심리에는 열등감도 어느정도 작용을 한다.
게다가 상황이 더 안 좋아지는 것은, 이 열등감이란 녀석이 상황을 부정하면 부정할 수록 더 커져만 간다는 사실이다. 애써 부정하면서 불쾌함만 가득 안고 열등감을 키우기 보다는 내면에 대한 충고를 받아들이 듯이 외모에 대한 이야기도 조금 더 솔직히, 조금더 개방적으로 받아 들이는 노력을 하는 것은 어떨까 싶다. (그것이 무턱댄 비난이 아니라면) 그렇게 개방적인 태도를 가진채 스스로를 돌아보며 외적, 내적으로 자신을 가꿔 나갈 때에야 '키작은 남자는 찌질해서 절대 싫다'와 같은 발칙한 발언을 하는 상대방의 마음에 의연히 대처하고 결국은 그 말을 하는 상대방의 마음도 돌려 놓을 수 있을 것 같다.
"키작은 사람은 loser" 라는 발언에 대해서
"예쁘면 뭐하냐 넌 머리가 비었는데!" 와 같은 보복성 비난으로 받아 치는 것 보다
"키가 작으면 어때? 키 작아도 매력 넘치는 사람이라고." 라고 쿨하게 대답하는게 더 아름답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