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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큰 키 때문에 친구들에게 놀림받아 의기소침해졌던 동기는 농구를 하면서부터 명랑해졌다고 한다. 인헌초등학교 농구팀학생들
“동기에게 농구를 시킬 것을 결심하고 아이한테 말하니 싫다고 하는 거예요. 매일 뛰어야 하고 연습하다 보면 자기 시간이 별로 없다고 하면서요. 그래서 아이를 슬슬 달랬어요. 매일 집에서 컴퓨터만 하고 있으면 눈도 나빠지고 뚱뚱해지니까 운동을 하면서 체력을 키우라고요.”
처음에 농구하는 것을 꺼리던 동기였지만 한달쯤 지나자 마치 ‘물 만난 물고기’처럼 코트를 이리저리 맘껏 누비며 자신의 큰 키 값을 톡톡히 해내고 있었다.
동기군의 태어날 때 몸무게는 4.3kg. 신생아의 평균치 몸무게를 웃도는 우량아인 셈이다. 동기군은 큰 키를 예감할 정도로 어려서부터 먹성이 아주 좋았다. 우유도 하루에 5000cc 정도나 먹었을 정도.
동기군은 해를 거듭할수록 몸무게가 늘어나고 키도 쑥쑥 자라, 늘 제 또래보다 머리 하나만큼은 더 컸다.
그러나 잘 먹고 잘 자란다고 무작정 좋아할 수만은 없었다. 또래보다 키가 큰 것까진 좋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라야지 눈에 띄게 큰 키는 동기에게 많은 스트레스를 안겨주었다.
아이들은 동기의 키가 크다며 ‘키다리 아저씨’라고 놀려댔고, 어린 마음에 그런 아이들의 놀림에 상처를 입은 동기는 주눅이 들어 아이들과 어울려 놀려고도 하지 않았고 학교 갔다 오면 그저 집안에서 홀로 있기 일쑤였다.
“아이가 잘 먹고 잘 자라니까 좋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무슨 병이 있는 게 아닐까?’ 싶어 은근히 겁도 나더라고요. 그래서 병원에 가서 각종 검사를 했는데 다행히 거인증은 아니고 남들보다 성장판이 발달되었다고 하면서 걱정하지 말라고 하더군요. 한시름 놓았지만 그래도 이젠 제발 그만 좀 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동기의 가족도 각각 그 나이 또래보다 모두 큰 편이다. 40대 중반인 아버지의 키가 185cm이고, 엄마도 165cm이다. 고등학생, 중학생인 누나들은 170cm, 165cm인데 누나들도 앞으로 5~10cm 는 더 자랄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 가족들이 대체로 큰 것은 무척 잘 먹기 때문인 것 같아요. 남들은 자식들 보고 ‘제발 많이 좀 먹어라’ 하는데, 우리는 정반대로 ‘이제 그만 좀 먹어라’ 할 정도로 다들 참 잘 먹어요. 다행인 것은 그렇게 많이 먹으면서도 농구를 하고 또 인스턴트 음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인지 먹는 만큼 살이 찌지 않고 비만도 아니라는 거지요.”
큰 키 때문에 동기군이 겪는 일도 재미있다. 특히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는 학교 도서관증 등 자신의 나이를 알릴 수 있는 것들을 꼭 지참해야 한다.
지하철 표를 끊을 때도 ‘어린이 표’를 달라고 하면 대부분 동기군의 얼굴을 한번 쳐다본다고. 그러고선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표를 주는데 영 개운치 않은 눈치를 보내 괜시리 뒤통수가 따가웠던 적도 한두번이 아니라고 한다.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초등학교 2학년이 된 지 며칠이 안 지났을 때, 담임 선생님이 동기군을 보고 “고학년이 왜 2학년 교실에 와서 앉아 있느냐?”고 해 한바탕 웃음바다가 된 적도 있다.
유난히 큰 키로 인해 불편한 게 어디 그뿐이랴. 무엇보다 또래 아이들처럼 초등학생답게(?) 옷을 입을 수도 없다. 동기 나이에 맞는 옷을 찾으면 치수가 맞지 않아 그는 늘 고등학생이나 대학생들이 입는 옷을 입어야 했다.
어린 나이에 키가 크고 덩치가 좋다 보니 각 학교 농구부나 축구부, 배구부 등 많은 운동팀 관계자들이 동기를 스카우트하기 위해 수시로 동기네 집을 드나들었다. 그로 인해 동기 아버지는 지은 죄도 없이 오로지 키 큰 아들로 인해 밤낮 운동코치들을 피해 다녀야 했다.
“하루에도 전화가 열두번은 더 와요. 동기를 운동선수 시키면 좋겠느니 어쩌니 하면서 여기저기에서 달려드는데 정신을 못 차리겠더라고요.”
어떻든 동기군은 현재 농구선수가 되어 열심히 코트를 누비고 있다. 장래 희망도 한국 최고의 선수가 되어 국가 대표로 활동하는 것이다. 기회가 닿는다면 미국 프로농구(NBA)에도 진출하고 싶단다.
한때 또래아이들과 달리 자신의 큰 키, 큰 덩치로 인해 마음고생을 하던 동기군. 그러나 이제는 자신의 신체적 조건을 십분 살려 당당하고 묵묵히 자신의 꿈을 향해 노력하고 있다. 그가 코트 위에 뿌리는 땀방울이 훗날 자신이 원하는 꿈을 이루기 위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