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크는 비법에 대한 오해 (공개)
| 글 | 이정아 기자 ㆍzzunga@donga.com |
누구나 다 알고 있는 키 크는 비법 가운데에는 잘못된 정보도 많다. 그래서 키가 크려다가 오히려 키가 자라는 것을 방해할 수도 있다. ‘오해하기 쉬운’ 키 크는 비법의 진실을 파헤쳐 보자.

3KBS의 모 예능프로그램을 보면 MC들이 새로운 초대 손님이 나올 때마다 뜀뛰기로 천장에 머리나 어깨를 닿게 하는 게임을 시킨다. 키가 작아 머리가 닿지 않는 사람은 다리가 짧고 뜀뛰기마저 안 된다며 망신을 주고, 머리가 닿는 사람은 키가 크고 멋있는 사람이라는 확실한 증거라며 치켜세운다.

방송에서만 큰 키를 선호하는 것은 아니다. 부모님들은 자녀의 키를 키우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하고, 시중에선 키 크는 영양제에서 운동기구까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인터넷에도 키 크는 비법이 수없이 떠돈다.

그런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키 크는 비법이 모두 맞는 얘기는 아니라고 한다. 키가 자라는 것을 방해하는 방법이 키 크는 비법인 양 본색을 감추고 있는 경우도 있다는데, 오해하기 쉬운 ‘키 크는 비법’의 진실을 알아보자.

오해1_잠만 오래 자면 된다?
청소년기에 숙면을 취해야 성장호르몬이 원활하게 분비돼 키가 쑥쑥 자란다.
전문가들은 청소년기에는 적어도 9시간 이상 자는 편이 좋다고 입을 모은다. 청소년기 성장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성장호르몬은 대부분 자는 동안 분비되기 때문이다.

성장호르몬은 대뇌 아래에 있는 콩알만 한 크기의 뇌하수체 전엽에서 분비되는 단백질 호르몬이다. 뼈, 연골을 자라게 해 청소년기에 키가 크도록 돕는다. 또 척추의 골밀도를 높여 골절의 위험을 줄이고 골다공증을 예방한다. 지방을 분해하고 단백질 합성을 촉진시키는 작용도 하며 탄수화물 대사에 관여해 혈당을 높여 근육에 힘을 공급한다.

그렇다고 밤을 새고 낮잠을 오래 잔다고 해서 키가 크는 데 도움이 되진 않는다. 맑은코 키자람 한의원 윤광섭 원장은 “성장호르몬 총 분비량 중 90%가 밤 11시부터 다음날 새벽 1시 사이에 분비되므로 일찍 자야 한다”며 “낮잠을 오래 자면 밤에 잠이 안 오는 불면증이 반복되고 생활패턴이 깨져 성장호르몬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청소년기에 수면이 부족하면 ‘성조숙증’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생식 세포가 너무 일찍 발달하는 걸 막는 호르몬인 멜라토닌도 자는 동안 분비되기 때문이다. 수면 시간이 짧으면 멜라토닌 분비가 억제돼 2차 성징이 빨리 나타나고 그 결과 성장 속도가 감소한다. 결국 성조숙증이 나타나면 키가 클 수 있는 기간도 줄어든다.

기름기가 적고 단백질이 대부분인 고기는 성장을 돕는다.
하지만 9시간 이상 잠을 자도 피곤한 사람이 있다. 잠이 든 순간부터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까지 잠에서 깼다가 다시 잠들기를 3번 이상 반복한다면, 또는 9시간 이상 잤는데도 몸이 개운치 않고 여전히 피곤하다면 수면장애일 가능성이 높다.

상계백병원 성장클리닉 박미정 교수는 “수면 시간도 중요하지만 수면의 질은 더 중요하다”며 “얕은 잠을 오래 자기보다 짧은 시간이라도 깊게 자야 더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숙면을 해야 근육이 이완돼 긴장이 풀리고 몸이 편안해져 성장호르몬도 잘 분비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키를 고민하는 청소년 가운데 밤마다 불면증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청소년들이 쉽게 잠들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밤늦게까지 공부하는 탓도 있지만 더 심각한 원인이 있다. 인터넷 사용량이 많아지면서 ‘디지털 중독’에 빠진 청소년들이 많기 때문이다. 잠들기 직전까지 밝은 불빛 아래에서 공부하거나 전자파가 나오는 전자기기를 사용하면 두뇌가 쉬지 못하고 계속 각성 상태에 있기 때문에 아무리 피곤해도 바로 잠에 들지 못한다.

윤 원장은 “학원에서 늦게 귀가해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컴퓨터 게임을 하거나 침대에 누워서도 새벽까지 친구들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대화하는 청소년이 많다”며 “그 대신 가벼운 맨손체조를 하거나 가족과 대화하며 잠들기 직전에는 두뇌의 긴장을 풀어주는 편이 좋다”고 조언했다.

오해2_우유만 먹어도 키가 쑥쑥?
“한창 키가 크는 청소년기에 꼭 먹어야 하는 음식이 무엇일까”라고 질문한다면 십중팔구 ‘우유’를 떠올린다. 우유는 필수 아미노산과 여러 가지 비타민, 무기질을 포함해 성장을 촉진하는 완전식품의 대명사다. 키가 자라는 것은 뼈의 성장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우유가 정말 뼈를 쭉쭉 늘이는 ‘키 크는 명약’일까. 일반적으로 우유가 칼슘을 많이 포함하기 때문에 성장기에 필수적인 음식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박 교수는 “칼슘은 하루에 700mg만 섭취해도 뼈를 만드는 데 충분하다”며 “칼슘 섭취량과 성장 속도가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우유를 많이 마시면 동시에 칼슘을 과잉 섭취하게 된다. 체내에 흡수되고 남은 칼슘은 소변으로 배출된다. 하지만 계속해서 칼슘을 과잉 섭취하면 칼슘 흡수 능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

윤 원장은 “우유는 하루에 400~500cc를 마셔야 가장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키가 크려면 골고루 잘 먹는 식습관이 중요하다”며 “편식을 해도 우유를 많이 마시면 키가 잘 큰다는 생각은 오산”이라고 말했다.

사실은 키가 클 때 필요한 성분은 칼슘보다는 ‘단백질’이다. 뼈에는 근육이 붙어 있고 근육을 구성하는 성분은 바로 단백질이다. 근육량이 적으면 성장호르몬이 정상적으로 분비돼도 제 기능을 못한다.

윤 원장은 “근육이 적고 몸이 마른 사람은 키가 원활하게 자라지 못 한다”며 “어느 정도 살집이 있어야 키가 쑥쑥 자란다”고 말했다. 청소년기에는 일반적으로 키가 10cm 크는 동안 체중은 평균 5kg 증가한다. 그래서 청소년기 때 무리한 다이어트를 하면 근육량이 부족하고 당연히 성장에 방해가 된다.

전문가들은 청소년기에 꼭 섭취해야 할 단백질 음식으로 우유와 등 푸른 생선, 된장이나 두부 같은 콩 식품, 그리고 고기를 꼽았다. 특히 고기는 삼겹살이나 갈비처럼 기름진 부위보다는 닭 가슴살처럼 지방은 거의 없고 단백질로 이뤄진 부위가 좋다.

물론 골고루 먹는 식습관은 기본이다. 우리나라 식탁은 밥과 밑반찬이 기본이고 날마다 주요리가 바뀌는데, 밑반찬에는 시금치나 콩나물 같은 채소가 많아 상대적으로 고기 섭취량이 적다. 윤 원장은 “하루에 한 끼 정도는 고기 요리를 먹는 습관이 좋으며 간식으로 달걀을 먹어도 좋다”고 조언했다.

오해3_하루에 줄넘기 1000번씩은 해야?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가 조사한 ‘1998년과 2007년 청소년 평균 키’에 따르면 2007년 13세 남자 평균 키는 1998년 수치와 비교해 3.7cm나 더 크다. 하지만 18세 남자 평균 키는 0.8cm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여자도 마찬가지로 10년 사이 10대 초반 평균 키는 훨씬 증가했으나 10대 후반 평균 키는 비슷하다. 왜 그럴까.

윤 원장은 “10대 초반에는 10년 전에 비해 훨씬 크던 청소년들이 10대 후반에 거의 비슷한 수치에서 키가 멈추는 이유는 학업 스트레스에 있다”며 “과도한 스트레스는 생체 리듬을 깨뜨려 성장호르몬 분비와 작용을 방해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으로 ‘규칙적인 운동’을 꼽았다. 윤 원장은 “덩치는 커도 허약한 청소년이 많은데, 이는 근육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식사로 단백질을 섭취해 근육량을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어서, 근육의 힘을 기르고 성장호르몬 분비를 촉진해 뼈가 자라나는 성장판을 자극하려면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

유산소운동만 고집하며 ‘하루에 줄넘기 1000번은 기본’이라고 조언하는 전문가도 있다. 그러나 윤 원장은 “단순 동작만 반복하는 지루한 운동을 억지로 하면 오히려 스트레스가 쌓여 성장에 방해가 되는 역효과를 준다”고 반박했다. 또 농구처럼 즐겁게 하는 운동이더라도 단기간에 훌쩍 크겠다는 욕심을 부려 무리하면 오히려 성장판이 망가질 수도 있다.

박 교수는 손쉽게 어디에서나 할 수 있는 ‘스트레칭’을 추천했다. 그는 “스트레칭은 근육과 관절을 충분히 움직여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며 되풀이 동작이 많아 근육 탄력성을 길러준다”고 말했다. 윤 원장은 “자기가 좋아하는 운동을 하루에 30분~1시간씩 하라”고 조언했다. 중요한 요소는 운동 종류가 아니라 ‘근육을 쓰는 정도’이기 때문이다. 온몸에 있는 근육을 골고루 쓰는 운동이 좋고, 하나만 계속하기보다는 시간을 나눠 여러 가지를 하는 편이 좋다. 예를 들면 30분 동안 유산소운동을 하고, 남은 30분 동안 근력운동을 할 수 있다.

윤 원장은 “키가 쑥쑥 자라나는 청소년기에는 잘 먹고 잘 자고 마음껏 뛰어노는 일이 최고지만, 요즘은 초등학교 5~6학년 때부터 과도한 학업 스트레스 때문에 몸과 마음이 허약해지는 것은 물론 키가 크는 것도 방해를 받는다”며 안타까워했다.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쉽게 할 수 있는 스트레칭은 혈액순환을 돕고 근육을 탄력 있게 만들어 성장을 촉진한다.



1998년과 2007년의 평균 키를 비교해 보면 10대 초반 (여자 11세, 남자 13세) 평균 키는 훨씬 증가했으나 10대 후반에는 거의 비슷한 수치에서 키가 멈췄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윤광섭 원장은 ‘학업 스트레스’ 때문에 10대 중반 청소년이 성장에 방해를 받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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