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팔다리, 몸통을 무의식적으로 이리저리 흔들다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리고 마는 이유는 바로 간지럼 때문이다. 간지럼은 심하지만 않다면 부모와 아이, 남녀 사이에 애정을 돈독하게 하는 즐거운 자극이다. 신체에서 가장 간지럼을 잘 타는 부위는 겨드랑이고 허리, 갈비뼈, 발바닥, 무릎, 목, 손바닥 순으로 간지럼을 잘 탄다. 간지럼에 민감한 부위는 접촉이나 자극을 주면 쉽게 흥분하는 성감대와 대체로 일치한다.



간지럼은 남녀 사이의 애정을 돈독하게 해주는 즐거운 자극이다. 왜 스스로 간질이면 간지럽지 않은지, 왜 간질이는 시늉만 해도 간지러운지 등 간지럼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는 최근에 와서야 활발하게 이뤄졌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간지럼에 대한 첫 번째 과학적 연구는 1872년에 찰스 다윈이 발표한 것이다. 다윈은 간지럼을 탈 때 웃고 몸을 움직이는 것을 반사작용으로 보았고 사람뿐 아니라 유인원도 특히 겨드랑이를 간질이면 사람의 웃음에 해당하는 소리를 연달아 낸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간지럼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는 최근에야 이뤄졌다. 태어나면서 귀머거리이고 장님인 어린이들에 대한 연구를 통해 간지럼이 선천적이라는 점을 알아냈다. 이들이 보통 사람처럼 간지럼에 반응했기 때문.

다른 사람이 손가락으로 간질이는 시늉만 해도 간지러운 이유, 또 남이 간질이면 못 견디게 간지럽다가 자기 스스로 간질이면 전혀 반응이 없는 이유에 대해서도 수년 전에야 밝혀졌다. 또 얼마 전에는 자다가 깨자마자 자기를 간질이면 포복절도한다는 연구도 발표됐다.

사람은 왜 간지럼을 타는 것일까. 가장 그럴듯한 설명은 외부 자극에 대한 ‘방어 메커니즘’이라는 것. 간지럼을 타는 신체 부위가 대체로 약한 곳이라 사람은 외부 자극에 간지럼을 타면서 몸을 빼는 식으로 반응해 이 부위를 방어한다는 말이다.

심지어 다른 사람이 손가락으로 간질이는 시늉만 할 때도 간지럼을 탄다. 흥미롭게도 간질이는 시늉에 대한 뇌의 반응은 실제 발바닥을 간질일 때와 똑같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스웨덴 스톡홀름 카롤린스카연구소의 마르틴 이그바르 박사팀이 2000년 ‘인지신경과학지’ 7월호에 발표한 결과다.

연구팀은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으로 간지럼을 예상할 때와 실제 간지럼을 당할 때의 뇌 활동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두 경우 다 뇌 뒤쪽의 주감각 및 부감각 대뇌피질이 활성화됐다. 뇌는 간지럼이 일어나기 전에도 실제 간지럼이 흥분시키는 부위를 활성화시키며 간지럼에 미리 준비하는 셈이다.

이그바르 박사는 “간지럼은 생사가 걸린 문제가 아니지만 뇌 반응이 압력이나 고통과 관련된 감각을 예측할 때만큼이나 빠르다”고 말했다.

자기가 스스로 간지럼을 태우는 경우에는 뇌의 일부 영역에서 이미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기 때문에 간지럽지 않다. 영국 런던 신경학연구소의 사라 블레이크모어 박사팀은 특별히 고안된 간지럼 장치로 자원자 16명의 손바닥을 간질일 때 이들의 뇌를 fMRI로 찍어 조사했다.

스스로 간질일 때보다 다른 사람이 간질일 때 촉각을 처리하는 영역인 체지각 대뇌피질에 훨씬 더 많은 활동이 나타났다. 또 즐거움과 관계된 영역인 전방대상피질은 다른 사람이 간질일 때만 활성화됐다.

반면 스스로 간질일 때는 계획에 관련되는 영역인 소뇌가 활성화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블레이크모어 박사는 “스스로 간질일 때 소뇌가 체지각 대뇌피질에 긴급히 신호를 보내 간지러운 느낌이 올 것이라고 경고함으로써 즐거움을 빼앗는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스스로 간질일 때 간지럼 장치가 예상했던 것보다 한 템포 뒤에 작동하도록 해 소뇌를 속일 수 있었다. 놀랍게도 간지럼 장치의 작동을 0.2초 지연시키자 스스로 간질이는 효과는 다른 사람이 간질이는 것과 같았다. 이 연구결과는 1998년 ‘네이처 뉴로사이언스’ 11월호에 발표됐다.

흥미롭게도 자신을 간질이면 간지러울 때가 있다. 5일자 영국 BBC 인터넷판에 따르면 잠을 잘 때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이고 대개 꿈을 꾸는 단계인 ‘렘(REM)수면’ 상태에서 깬 후 이 일이 가능하다.

영국 웨일스 스완지대학의 마크 블래그로브 박사팀은 잠과 심리를 연구하던 중 렘수면에서 깬 후 곧 스스로 간질이면 마치 남이 간질이는 것처럼 간지럽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 간지럼의 강도도 똑같았다. 블래그로브 박사는 “렘수면은 우리에게 꿈의 사건이 실제라고 믿게 한다”며 “렘수면의 이런 특성이 잠에서 깨어난 후 수분 동안 유지되고 이때는 간질이는 사람이 자신인지 남인지 구별하지 못하기 때문에 스스로 간지럼을 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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