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이 2006년 미국 국립과학재단(NSF) 자료를 토대로 조사한 결과는 의미심장하다. 한국 고급인력들이 미국에서 공부하고 돌아오지 않는 비율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미국 내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한국인 중 미국에 남는 사람들의 비중이 지난 1992~1995년 전체의 20.2%에서 2000~2003년에는 46.3%까지 늘어났다.

2005년 OECD의 자료에서도 미국에서 귀환하지 않는 한국인 연구 인력 비중은 100명 당 12.6명으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미국 이공계 학위자 70% 이상 “한국 가기 싫어”. 과학기술분야 미국박사 체류 변화추세. 동아일보 자료 사진


‘두뇌 빼앗긴다’ 인식 재고해야

보통 이 같은 수치를 앞에 두고는 여러 우려들이 나오기 마련이다. 바로 ‘두뇌 유출’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두뇌 유출이 부정적 효과만 발휘하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1990년대 이후 많은 연구들은 두뇌 유출이 송출국 사회에 여러 가지 긍정적 효과를 일으킨다고 분석한다.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의 애너리 색스니언(AnnaLee Saxenian) 교수는 전문 기술 인력의 해외취업은 ‘두뇌 유출’에서 ‘두뇌 순환’(brain circulation)으로 변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해외에서 활동하는 전문기술 기업가들을 ‘새로운 아르고 원정대’라 불렀다.

실제로 해외 취업은 개인의 기술과 자질 향상에 보탬이 되고 전체 한국 사회에서 ‘인적 자본 투자’의 의미를 지닌다는 점이 명백한 게 사실이다. 선진 기술을 연계할 수 있는 창구가 생겼다는 점에서 한국 연구 인력의 해외 진출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점이 많다.

우수인재 해외진출의 긍정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국내외에서 한국 사회와 밀접한 상호작용을 지속하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한 때 ‘두뇌유출’로 여겨졌던 현상은 ‘인적 자본 투자를 위한 아르고 원정대의 두뇌 파견’으로 재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오픈 네트워크 활용-해외 인력유치 시급



구성원의 자발적 참여 및 활동에 기초한 웹 2.0 환경과 구성원 간 인적 교류를 강화하는 사회적 네트워킹 기능을 제공함으로써 고급 인적자원의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사진 제공 KOSEN21
월드와이드웹과 인터넷의 발전에 힘입어 세계는 오픈 네트워크시대를 열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발맞춰 온라인 기반 인적 자원 네트워크를 공고히 함으로써 해외 고급 인력에 대한 상시 연락 및 활용 체계를 구축하고, 해외 인적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40개국 6만여 명의 회원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한민족과학기술자네트워크 (www.kosen21.org)와 같은 온라인 기반 활용 체제를 강화하고, 아울러 해외 한인과학기술자협회 및 전문가 단체와 좀 더 밀접한 연계체제를 구축해 해외 전문가와의 연계를 확대해야 한다.

구성원의 자발적 참여 및 활동에 기초한 웹 2.0 환경과 구성원 간 인적 교류를 강화하는 사회적 네트워킹 기능을 제공함으로써 고급 인적자원의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분야별, 지역별 한인 전문가의 거점을 확보하고 육성해 언제나 활용할 수 있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해외 우수 인력의 단기 유치도 중요하다. 집중적인 기술 이전을 실현하기 위한 유용한 창구다.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 해외 우수 연구인력 초빙을 위한 제도를 개선하고 해외 인력의 국내 체류를 위한 각종 인프라를 정비해야 한다.

기존의 우수 인력 초빙 프로그램을 다양화하고 유연하게 운영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단기적이고 집중적인 인력 활용 프로그램을 신설해야 한다. 특히 이 경우 국내 연구자와 네트워크와 협력 기반을 구축하는 데 중점을 둬 중·장기 초빙과 연계할 수 있어야 한다.

교포 2세 이후의 세대를 보듬는 것도 중요하다.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이들은 한국과의 연계 고리를 잃을 수 있다. 해당 거주국에 완전히 동화될 위험이 큰 만큼 2세를 위한 프로그램을 신설하고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현지 유학생과 2세 간 공고한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구축하고, 기존 프로그램을 인맥 형성과 관리라는 관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구축된 인맥은 한국과의 지속적인 연계 고리 생성에 매우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 현지에 거주하는 교포 과학자를 활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주요 거점 지역에 있는 연구센터나 한국 기관의 분소에서 현지 교포 과학자를 활용하면 언어 소통과 현지 네트워크 등에서 이득이 될 수 있다. 전일제 연구원 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시간에 여유가 있는 박사후 연구원이나 퇴직 과학자를 파트타임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출처:과총 STS observer>
한선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정보기술개발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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