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 사육환경 개선ㆍ만성소모성질환 근절 선행돼야


정부가 배합사료 첨가 항생제 25종 중 테트라싸이클린 계열 항생제 2종과 인수공용 항생제 5종에 대해 2009년 1월부터 배합사료 첨가를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 ‘유해사료의 범위와 기준’을 개정 고시, 단계적으로 배합사료 제조에서 모든 항생·항균제의 첨가를 금지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농림부가 고시한 정부 방침의 핵심은 항생제의 사용 전면 금지가 아닌 배합사료에 항생제를 첨가하지 말자는 것인데 이는 안전한 축산물 생산을 바라는 소비자의 요구를 반영, 항생제의 오남용을 막고 사용 목적을 분명히 규정, 정책 목표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같은 정책 추진에 대한 정부 의지는 확고하다. 그러나 축산 및 사료, 동물약품업계와 관련단체, 소비자단체의 이해관계와 입장은 차이를 보이고 일부 대립하는 측면도 있다.

 

 


동물약품업계>

생산 패러다임의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축산업에서 항생제 배합사료 첨가 시스템이 한순간에 사라진다면 분명 기회를 얻게 되는 업체도 있겠지만 35년간 패러다임으로 지속돼 오던 시스템이 한순간 사라진다면 급격한 시장구조의 변화로 인해 감당하지 못하고 위기를 맞게 되는 업체들이 속출할 것이다.
현재 어려운 축산여건으로 동물약품업계도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사료가격 상승으로 인해 이를 감당하지 못해 부도가 나버린 농장들 때문에 업계의 자금회전율은 최악의 상황이며 여기에 동물약품 원료가격 상승, 환율하락으로 인한 수출 부진 등 업계는 위기 상황에 도래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급격한 정책 및 시장구조 변화는 영업조직, 마케팅, 나아가 구조조정을 통한 인력감축의 부작용도 우려된다. 더욱이 사료제조 시 항생제 첨가 시스템은 업체와 사료공장이 연계된 시스템으로 그나마 자금회전율이 용이하고 자금폭도 커서 자금운용이 유리했었다. 이를 금지할 경우 동물약품업체들의 자금운용이 어려워져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은 물론 업체와 중간유통상인, 축산농가로의 이중 유통구조가 활성화돼 업체는 물론 축산농가의 부담 또한 가중될 우려도 있다.
감축대상인 테트라싸이클린 계열은 가축의 호흡기 계통 질병을 비롯해 현장에서 높은 효과를 보이며 광범위하게 이용되고 있는데 배합사료 첨가용으로 판매된 양의 50% 가량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한 동물약품업체에서 경제적으로 분석한 자료를 살펴보면 사료 배합 시 클로르테트라싸이클린은 사료 kg당 2원(년 판매 금액 69억), 옥시테트라싸이클린 4급 암모늄의 경우 사료 1kg당 2.5원(년 판매금액 27억)의 비용이 드는데 이를 동효과를 내기 위해 2009년 감축 대상이 아닌 타이로신(배합사료 첨가 시 사료1kg당 16원)과 티아물린(배합사료 첨가 시 사료1kg당 13원)으로 대체할 경우 약 6배~13배의 비용 부담이 가중된다. 즉 클로르테트라싸이클린을 타이로신으로 대체할 경우 483억 원, 티아물린으로 대체할 경우 379억 원의 농가부담이 증가하며 옥시테트라싸이클린을 타이로신으로 대체할 경우 145억원, 티아물린으로 대체할 경우 113억 원의 농가부담이 증가하게 된다.
항생제 대체제가 완벽하게 개발되지 않은 시점에서 규제만 실시할 경우 농장에서는 질병발생 증가로 수익이 감소될 것으로 예상됨은 물론 배합사료 항생제 첨가를 통한 질병예방이 불가능할 경우 치료용 약품 사용비가 증가해 결국 농장의 경쟁력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사료된다.
테트라싸이클린 계열과 함께 감축되는 5종의 인수공용 항생제의 경우 비록 인체약품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대부분 연고제나 안약 등에서 일부 사용되고 있는 약품으로 상대적으로 비중이 적다.
특히 인체에서 분리한 병원균, 세균에 대한 내성조사 성적은 없으며 바시트라신, 콜리스틴, 네오마이신 등은 장관 내 흡수가 좋지 않아 그 동안 동물의 성장촉진용항생제의 조건에 적합하다고 판단된 성분이었던 만큼 이들 성분에 대해서는 과학적 평가를 거친 후 그 결과에 따라서 사용금지 여부를 결정했어야 했다.
정책 입안 시에는 그에 따른 영향 평가가 이뤄져야하지만 이번 정책 추진은 이를 무시한 채 강행된 것이다. 특히 2009년에 7종의 항생제 감축에 이어 2011년 모든 배합사료 첨가용 항생제 감축이라는 정부의 입장은 정책 효과 유무를 용역 등을 통해 정확히 분석하고 충분한 검토를 거쳐야 할 것이다.

 


대한양돈협회>

한동안 지속됐던 돈가 호황이 지난해부터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돼지를 팔면 오히려 손해를 보는 현실이다. 친환경 축산에 대한 요구가 상승하면서 가축분뇨해양배출 규제는 강화되는 반면 자연순환농법은 도입단계에 있으며 처리비용 역시 상승하고 있다. 여기에 사료 값 상승 등 생산비 상승의 악재까지 더해져 전망은 밝지 않다. 이를 감당하지 못해 도산하는 양돈장 소식이 빈번하게 들려오고 있다. 또한 한미FTA 등은 향 후 양돈시장의 불안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농가들도 안전한 고품질 축산물 생산을 바라고 있으며 비용절감을 위해 항생제 사용을 긍정적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고 돼지를 사육할 만한 여건이 아니다.
농가들은 아직도 정확한 요인을 알 수 없는 소모성질환에 시달리고 있다. 2000년 이후부터 구제역을 비롯해 돈콜레라 등의 질병들이 간헐적으로 발생했고 2003년 말 조류인플루엔자와 광우병 발병 등으로 돼지고기가격이 급등하면서 농가에서 밀집사육으로 인한 소모성 질환은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PSY는 평균 20두인데 MSY는 13~14두 정도로 낮다. 전체 사육두수가 2000만 마리를 넘어서고 있지만 실제 출하두수는 1300만 마리로 연간600~700만 마리가 질환 등으로 폐사되고 있는 것이다. 현장에서는 수많은 돼지들이 이 같이 정확한 원인을 모른 체 폐사하고 있다.
소모성질환이 근절되지 않는 이상 양축농가는 항생제를 외면할 수 없다. 현장에서 계속해서 폐사가 발생한다면 농가들은 항생제를 쓸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이다. 많은 노력과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서 이끌어온 양돈업이 원인도 모르는 소모성 질환으로 인해 무너져버리기를 바라는 농가는 하나도 없다.
배합사료용 항생제 감축은 수의사처방전에 의해 농가의 필요에 따라 사용하게 한다는 좋은 취지로 이뤄지고 있다고는 하나 현장 수의사들이 돼지폐사에 대해 정확한 처방을 내릴 수 없다면 감축안에 대해 찬성할 수가 없다.
축산농가들은 현재 2009년 시행되는 7종의 항생제 감축에도 폐사 증가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걱정을 하고 있다. 소모성질환이 만연하고 농가들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은 현실이다. 분명 항생제 감축 정책은 이른 감이 있다.
양돈협회 회원을 비롯한 모든 양돈농가들도 무항생제 축산을 원하고 있다. 유럽의 무항생제 돼지고기가 수입된다면 국내산 돼지고기도 안전성이 보장되지 않는 한 설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양축농가들이 무항생제 축산을 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이 우선적으로 실행돼야 한다. 지난 10년간 가축개량이 꾸준히 이뤄졌다고는 하나 돈사는 아직도 10년 전의 낙후된 것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정부는 2009년 1월 7종의 배합사료용 항생제 감축을 확정하고 향 후 나머지 항생제 또한 금지하려 하고 있는데 이 같은 정책 진행과 더불어 농가의 사양관리 개선을 위해 지원을 최대한 마련하고 이미 마련된 자금에 대해서는 조기집행을 실시해야 할 것이다.

 


소비자시민의모임>

현대 사회는 소비자 중심 사회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제공해야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축산물은 대표적인 국민 먹거리로써 안전성이 가장 우선시 돼야하는데 이렇듯 항생제를 첨가한 사료를 먹고 자란 돼지에서 생산된 고기를 소비자가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는가.소비자들은 항생제의 잔류문제와 내성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의 2002년 조사 자료를 보면 잔류물질의 부적합이 228건으로 조사됐는데 이는 소비자가 축산물 안전성을 가장 중요시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엄청난 수치이다. 축산농가를 대상으로 한 항생제의 심각성 조사에서도 농가의 76.2%가 ‘심각하다’, 17.9%가‘아주 심각하다’는 결과를 보여 항생제 문제의 심각성을 나타내고 있다. 이처럼 항생제 문제는 소비자뿐만 아니라 생산자들 또한 심각성을 배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부에서는 현재 소모성 질환이 근절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배합사료 항생제 감축을 반대하고 풍선효과를 우려하고 있는데 소모성질환의 경우 농가를 직접 방문해 보니 사양관리를 잘 갖춰 놓은 농가들에게서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소모성 질환이 발생하는 농가의 경우 밀집사육이나 농장시설의 노후화 등 환경적으로 문제가 있는 농장들이었다.
최근 축산여건이 어려워 사양관리를 잘하지 못하는 농장의 경우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뒷받침 된다면 사양관리 부분의 문제는 해결될 것이다. 배합사료 항생제를 감축한다면 농장 자가배합사료 사용이 증가하게 돼 오히려 풍선효과를 초래한다고 하는데 농가 스스로가 오남용하지 못하도록 법이나 제도를 만들면 된다. 이런 이유들을 문제 삼아 배합사료 항생제 감축을 반대한다면 소비자들은 어떻게 축산물을 신뢰할 수 있겠는가.유럽에서는 이미 수의사처방전을 통해 배합사료용 항생제 감축을 실시해오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처럼 수의사제도를 정착시켜 항생제 사용을 줄이면 될 것으로 생각되는데 적극적인 의지가 없는 것으로 사료된다. 소비자들은 가격이 비싸더라도 안전한 축산물을 선호하고 있다. 수요를 하는 것은 소비자인 만큼 소비자에게 맞춰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다. 정부의 배합사료 항생제 감축 정책을 전폭적으로 지지한다.
캐나다와 미국은 배합사료에 항생제를 첨가해도 국내보다 사용량이 적은 것으로 알고 있다. 항생제의 위험이 있는 외국 축산물이 들어온다면 분명 소비자는 이를 외면 할 것이다.

 


대한수의사회>

현재 배합사료 첨가 항생제 감축 정책의 배경을 보면 우리나라의 항생제 사용 과다 실태와 소비자들의 요구가 정책결정에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이해된다.
이와 관련한 각종 통계는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될 만큼 이미 많이 인식되고 있으며, 대다수의 국민들은 이 문제가 우리나라 축산물의 안전성에 대한 척도로 생각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배합사료에 첨가하는 항생제 감축 정책은 여러 가지 요건이 선행된 후 시행돼야 하는 제도이다. 왜냐하면 축산농가에 항생제가 전달되어 사료 및 음수에 혼입하여 혹은 직접투입 되는 여러 경로에 대한 관리방안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는 한 가지 경로 그 중에서도 일부 약품에 대해서만 감축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실효성이 의심되기 때문이다.
이미 전체 53종의 항생제를 25종으로 감축했는데 이에 대한 효과가 과연 있었는가를 여러 방향에서 조사한 후 과학적인 증거를 가지고 정책 확립의 근거를 삼아야 함에도 이러한 것 없이 일방적인 감축은 여러 분야에서 혼란만 가중될 것이다.
또한 현재 진행되고 있는 배합사료 감축정책의 문제점에 대하여 논의하기 위해서는 이 정책의 원인에 대한 적절한 진단이 필요하다.
즉, 항생제과다사용의 문제에 대한 진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과다사용의 이유는 무엇이고, 이로 인하여 발생되는 문제점이 무엇인가에 대한 파악이 우선돼야 한다.
항생제 과다사용 이유는 사육환경 및 약품의 위해에 대한 인식 열악, 항생제 등 동물용의약품에 대한 관리체계 부실, 항생제 미사용 시 생산비의 상승 및 사회적인 비용 지불체계 미비일 것이다.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은 항생제 등의 과다사용에 따른 소비자 우려 증폭, 동물유래 항생제 내성균의 사람 전파 우려, 돼지농장에서 다발하고 있는 만성소모성질환 등 전체 축종에서 면역억제 등이 발생하여 질병의 만연 우려, 수의사의 존립기반이 없어짐에 따라 질병에 대한 관리시스템의 붕괴 우려일 것이다.
항생제 과다사용에 따른 우려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농가의 사육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정책의 수행과 더불어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시행되고 있는 항생제 등의 위험약품에 대한 수의사처방제의 시행이 우선되고, 이를 바탕으로 배합사료에 첨가되는 항생제의 감축 등 여러 가지 부가되는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배합사료에 첨가되는 항생제의 감축은 각 나라의 환경(수입형, 수출형)에 따라 결정되는 정책이며, 어떤 나라의 경우 전혀 첨가를 하지 않고, 어떤 나라의 경우 대부분의 항생제를 첨가약품으로 설정하고 있는 형편이다.
하지만 대부분이 원칙적으로 항생제 대한 수의사처방제를 실시하고 있으며, 일부 약품을 제외하고는 배합사료 첨가가 가능한 항생제라 할지라도 수의사의 확인을 반드시 필요로 하고 있는 경우(미국, 호주)도 있다.
전체적으로 동물약품관리제도의 근간은 수의사처방제를 근간으로 한 관리제도이며 하위의 개념으로 배합사료 첨가를 허용하는가 하지 않는가를 논의하고 있는 실정이다.
농가의 부담완화를 위해 질병에 대한 보험제도(일본의 경우 가축질병공제제도)가 시행될 필요가 있으며 일정규모이상의 농장의 경우 자부담으로 그 이하의 경우는 국가가 보조해 관리수의사를 농장별로 지정·관리하는 체계도 필요하다.
또한 각 축종별로 수의사의 진료기술의 향상과 그 수준을 일정정도 유지할 수 있는 수의사의사 질 관리 프로그램의 도입도 필요하다.


[자료출처:축산경제신문.2008.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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