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손잡이는 왼발이 더 크다?

[KISTI의 과학향기]

2010년 08월 17일
 

새엄마가 시킨 대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를 마친 콩쥐는 잔치가 열리는 연회장으로 향한다. 다행히 두꺼비가 마련해준 예쁜 옷과 꽃신이 있어 나름 엣지 있는 모습으로 차려입을 수 있었다. 그런데 급한 마음으로 달리던 콩쥐는 그만 길에 넘어지고 만다. 이때 그녀의 발에서 꽃신 한 짝이 벗겨져 원님 앞에 떨어진다.

“어머, 내 꽃신!”
“이런 곳에 꽃신이 떨어져 있다니 누구 것인고?”

꽃신을 주워든 원님은 신발의 임자를 찾아 두리번거리다 콩쥐를 발견한다. 앙증맞은 꽃신만큼 아름다운 처자였다. 원님이 다가가 말을 걸려는 순간, 볼이 붉어진 콩쥐는 홀연히 사라지고 만다. 하지만 포기할 원님이 아니었다. 꽃신 한 짝을 들고 온 동네를 찾아다니며 콩쥐를 찾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게 웬일. 꽃신의 주인은 나타나지 않고 나머지 꽃신과 옷만 발견됐다. 콩쥐가 새엄마에게 들킬 것을 두려워해 옷과 꽃신을 강가에 내다버렸기 때문이다.

“어허~ 그 처자를 다시 볼 방법이 없단 말인가?”
“나리, 소인에게 좋은 생각이 있습니다. 꽃신과 옷을 버린 것을 보니 그 처자가 자신이 드러나는 걸 반기지 않는 것 같습니다. 마침 이 고을이 나막신으로 유명하니 꽃신과 같은 크기의 나막신을 만들고 그 신발이 발에 맞는 처녀를 모델로 뽑는다고 하면 어떨지요? 꽃신이 아니라면 그 처자도 큰 의심 없이 신발을 신어볼 것입니다.”

이에 꽃신과 크기가 같은 나막신이 만들어졌고, 원님은 ‘고을 특산물 나막신 모델을 뽑는다’는 방을 붙였다. 이튿날부터 마을 처자들은 하나 둘 관아로 나와 나막신을 신어보기 시작했다. 신발 신기 이벤트가 진행된 지 4일째 드디어 나막신이 발에 꼭 맞는 처자가 나타났다는 소식이 들렸다.

“나리, 드디어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그래? 그런데 왜 말끝을 흐리느냐?”
“나막신이 꼭 맞는 처자가 두 명이라고 합니다. 한 명은 오른쪽 발에 꼭 맞고, 다른 한 명은 왼쪽 발에 꼭 맞다고요. 그런데 바꿔서 신겨봤더니 둘 다 발에 빡빡하게 끼었답니다.”
“아니, 그럼 나막신을 만드는 자가 양쪽을 다르게 만들었단 말이냐? 내 이놈을 당장!!”
“아, 아닙니다. 신발 치수는 똑같다니까요.”

어떻게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원님은 고민에 빠졌다. 사람의 양 발 크기가 다르다는 생각은 한 번도 못했다. 신발을 만들었던 장인을 불러 사람의 왼발과 오른발 크기가 다를 수 있는지 물었다.

“그럼유, 지가 나막신만 20년간 만들었는데유. 사람마다 차이가 있기는 해도 왼발과 오른발의 크기가 같은 사람은 드물어유. 왼발이 오른발보다 평균 0.6mm 더 길어유. 어떤 사람은 왼발과 오른발 길이가 1~2mm 정도 차이 나기도 하구만유. 지는 10mm나 차이 나는 발도 본 적이 있다니께유. 그런 분들은 신 만들어신기 곤란할거유~.”
“그래? 그런데 그건 왜 그렇단 말이야? 오른손과 왼손은 거의 크기가 같지 않느냐? 발 크기가 차이 나는 이유는 모르느냐?”

“나막신 만들어 파는디 뭘 알겠어유? 전에 신발 만들어줬던 의원 양반이 하는 말 들으니께 오른손잡이는 왼발이 오른발보다 힘이 더 세다고 하대유. 그래서 왼발이 몸을 지탱하고 힘을 쓰다보니 오른발이 더 길어졌다는 거에유. 뭐 어려운 건 기억이 안 나고유~.”

이때 서양 문물을 꽤나 접했다는 서 생원이 나선다.

“제가 읽은 책을 보면 우리 몸에 신경이 등뼈에 있는 척수에서 한 번 교차돼서 그런 일이 일어난다고 합니다. 오른손잡이는 왼발을 더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오른발로 공을 차고 달려가는 동안에도 왼발이 몸을 묵묵히 지탱하는 것이죠.

아, 재미있는 사실이 한 가지 더 있는데, 발 길이가 차이 나는 것처럼 발가락 길이도 사람마다 다릅니다. 고대 이집트라는 나라와 그리스라는 나라에 남아 있는 벽화와 조각을 보시면 이집트인은 엄지발가락이 둘째발가락보다 길고, 그리스인은 둘째발가락이 엄지발가락보다 길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그래서 엄지발가락이 둘째발가락보다 긴 발을 ‘이집트형’, 짧은 발을 ‘그리스형’, 같은 것을 ‘스퀘어형’이라고 부르기도 하지요.

서 생원의 말을 꼼꼼히 받아 적는 나막신 장인. 이제는 질문까지 할 기세다.

“저, 선상님. 그럼유. 사람들 발 모양 중에 제일 많은 것은 뭔가유? 보통 어떤지 알면 신발 만들 때 도움이 될 것 같아서유.”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집트형이 60%로 가장 많고, 스퀘어형은 33%, 그리스형이 7%라고 알려져 있어요. 세계적으로도 이집트형이 가장 많은데 이것을 통해서 엄지발가락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죠. 엄지발가락은 발의 균형을 잡고, 추진력을 만들어내는 중요한 역할하기 때문에 길고 커야 하는 것이죠.
“아! 그렇구만유~. 앞으로 신발 만들 때 참고가 되겠어유. 감사혀유!”

콩쥐를 찾으려던 ‘신발 신기 이벤트’가 갑자기 발 모양 학습 시간으로 변하는 동안, 원님은 콩쥐를 찾기 위한 방법을 고민 중이었다. 갑자기 손뼉을 치며 벌떡 일어난 원님. 뭔가 묘안이 떠오른 모양이다.

“이방, 혹시 내가 그 처자를 만났을 때 주웠던 신발이 어느 쪽이었는지 기억하느냐?”
“아, 글쎄요. 오른쪽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왼쪽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내가 기억을 떠올려보니 그 처자가 오른쪽 다리를 절며 사라졌던 것 같구나. 그 말은 오른쪽 신발이 헐거웠다는 것이기도 하겠지?”
“그렇죠!”
“그렇다면 왼쪽 발에 나막신이 맞는 여인이 그 처자인 듯하구나. 왼발에 나막신을 신고 있는 처자는 고개를 들라.”

처자가 고개를 들자, 그때 만났던 아리따운 여인의 얼굴이 나타났다. 원님은 흘러 나오는 미소를 감추지 못한 채 콩쥐에게 다가간다. 그리고 꽃신을 내밀며 청혼을 한다. “그대를 처음 본 그 순간, 숨을 쉴 수가 없었다”며 “결혼해 행복하게 살자”고.

콩쥐는 붉어진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이렇게 두 사람은 오래오래 서로의 발을 씻어주며 행복하게 지냈다고 한다. 발은 촉각이 가장 잘 발달한 기관이기 때문에 사랑하는 마음도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다는 사연을 전하면서 말이다.



과학향기 편집부

※ 과학향기 제525호 ‘내 발은 이집트형일까, 그리스형일까?(2006년 11월 17일자)’에서 일부 내용을 발췌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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