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뇌 가소성의 비밀, RNA에 달려있을까 환경의 인지조율사 RNA (3) 2010년 07월 20일(화)

미르(miR) 이야기 RNA 편집을 담당하는 효소들을 ADARs 라고 부른다.

이 효소들의 발현이 강하게 나타나는 곳은 신경계라고 알려져 있다. 특히 ADAR3이라는 효소는 두뇌에서만 발현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유전정보의 흐름을 RNA 수준에서 질적으로 뒤바꾸는 RNA 편집현상이 신경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가질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RNA 편집이 학습과 같은 외부신호에 따라 두뇌의 기능을 조절할 수 있는 몇 가지 가능성이 존재한다.

▲ 영장류의 두뇌는 환경의 단서들을 포착해서 내부의 상태를 조율하는 뛰어난 가소성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가소성을 나타내도록 해주는 분자수준의 물질은 어쩌면 RNA일지도 모른다. 

첫째, 신경들간의 신호전달을 담당하는 단백질들의 아미노산을 조금 수정해서 기능을 강화하거나 약화시킴으로써 신경계의 전체적인 네트워크를 미세조절 할 수 있다. 미르가 해당 단백질들의 유전자 발현양을 조절함으로써 미세조절을 한다면, RNA 편집은 유전자의 질적 정보를 수정함으로써 기능하는 셈이다.

둘째, 미르들의 염기서열을 수정함으로써 특정 미르의 특이성을 강화하거나 약화시키는 방법으로 기능할 수 있다. 미르도 RNA이고 RNA 편집이라는 현상으로부터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미르는 표적이 되는 전령RNA의 말단부위에 붙어서 단백질 번역과정을 저해한다. 미르와 전령 RNA 사이에는 염기간의 상보적 결합이 일어나는데 보통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는다. RNA 편집과정은 미르의 염기를 수정해서 이 상보적인 염기결합의 특이성을 높이거나 낮출 수 있다.

셋째, 두뇌에서 기능하는 다양한 논코딩RNA들의 정보를 수정하는 것이 가능하다. 두뇌에는 단백질로 발현되지 않지만 신경계의 기능을 조절하는 다양한 종류의 논코딩RNA들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RNA 편집과정이 그러한 RNA들을 표적으로 삼게 되면 다양한 조절 기작이 가능해진다.

ADAR 효소들의 발현과 세포내에서의 위치는 다양하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ADAR 효소들 자체도 선택적 접합과정을 통해 하나의 유전자로부터 조금씩 다른 기능을 가진 단백질들로 선택적으로 번역된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ADAR 효소들의 발현이 환경신호에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세로토닌의 편집을 담당하는 ADAR 효소들은 외부신호에 따라 활성이 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쁜꼬마선충과 초파리, 그리고 생쥐를 대상으로 한 ADAR 효소 돌연변이 연구로 RNA 편집과정이 두뇌의 인지과정과 행동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 알려졌다. ADAR이 기능하지 못하면 신경퇴행이 심각하게 초래된다는 결과도 있다. RNA 편집효소의 활성이 제대로 조절되지 않으면 신경계의 발달에도 장애가 생긴다.

RNA 편집과정이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단서는 ADAR2 효소가 촉매부위에 IP6 혹은 파이틱 산(phytic acid)이라는 물질을 가지고 있다는 것으로부터 나온다. 파이틱 산은 식물들이 인산을 저장할 때 사용하는 반응 물질인데, 동물들은 식물의 씨앗이나 견과류 등을 통해 이를 섭취한다. 신경신호전달물질인 글루타민이나 세로토닌의 수용체들이 RNA 편집과정의 주요 표적이라는 사실도 환경의 신호를 신경계에 전달하는 RNA 편집과정의 기능을 짐작하게 해준다.

영장류의 쓰레기 DNA와 RNA 편집과정

최근 들어 알려진 사실 중 하나는 생쥐보다 인간에서 A-I 로의 염기전환이 더욱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러한 RNA 편집과정은 90% 이상이 Alu라는 염색체의 부위에서 발생하는데, Alu는 잘 알려진 쓰레기 DNA의 일부다. 특히 A-I 전환이 일어나는 Alu 부위는 전령RNA의 논코딩 부위인 UTR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Alu라는 반복적 염기서열이 영장류의 진화과정에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는 것은 우리 염색체의 약 10%가 Alu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다. 물론 Alu의 기능에 대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지만 다음과 같은 추측을 해볼 수 있다.

(1) RNA 편집과정은 두뇌에서 가장 활발하며 두뇌의 기능에 매우 중요하다.
(2) 인간은 생쥐보다 2배 이상 많은 RNA 편집과정을 보인다.
(3) 인간에서 증가된 편집과정은 주로 Alu 부위에 집중되어 있다. 이러한 Alu 부위는 영장류에 특이적인 염기서열이다.
(4) 영장류는 진화과정 중에 인지능력의 폭발적 증가를 겪었다.

따라서 영장류 진화에서 증가한 Alu 부위가 진화의 잔재일 수도 있지만, 인지 능력을 최대화하려는 일종의 적응적 선택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만약 이러한 가설이 맞다면, 호미니드의 인지능력의 향상과 Alu 부위의 비정상적인 증가, 그리고 RNA 편집과정의 연관을 우연으로 보기 어려울 것이다.

환경과의 인지조율 도구 RNA

▲ 김우재 UCSF 박사후연구원 

RNA 편집과정이 수정하는 염기서열은 단백질로 번역되는 코딩 부위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 전령 RNA들이 지니고 있는 UTR이라는 논코딩 부위와, RNA 접합과정이 일어나기 전에 존재하는 인트론에서도 활발하게 RNA 편집이 일어난다. 이러한 부위들 중 상당수가 영장류에 특이적인 Alu 부위에서 비롯된 것이다. 따라서 RNA 편집과정이 단백질의 생화학적인 활성에만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 것보다, 생화학적인 활성 뿐 아니라, 전체적인 단백질 네트워크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 것이 올바를 것이다.

특히 상당수의 미르들이 Alu 부위에 코딩되어 있고, 두뇌의 기능과 발생과정에 미르들이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 RNA 편집과정이 미르들을 표적으로 삼는다는 점은 RNA 편집과정과 미르의 특이성이 함께 두뇌의 기능을 미세조절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추측을 가능하게 한다. 이러한 추측을 뒷받침이라도 하듯, RNA 편집효소가 미르의 번역과정 저해에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실제로 인간의 유전체에서 RNA 편집의 표적이 되는 단백질들을 조사해보면 상당수가 신경계의 발생과정이나 두뇌의 가소성과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직 많은 연구들이 필요하지만, RNA 편집과정은 환경으로부터 전해지는 신호들을 인지해서 다양한 표적들을 질적으로 미세 수정함으로써 신경계의 네트워크가 환경과 조율되는 하나의 방법으로 사용되는 것 같다. 또한 미르의 양적인 미세조절과 더불어 RNA 편집과정의 질적인 미세조절은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나타내기도 한다. 두뇌의 기능이 엄청난 가소성을 보여줄 수 있는 비밀은 RNA라는 물질에 달려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김우재 UCSF 박사후연구원

저작권자 2010.07.2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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