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의 웃음 중추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 '장미의 이름'을 보면, 희극과 웃음을 긍정적으로 서술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제2권을 탐독한 수도사들이 차례차례 살해된다. 살인자는 웃음을 신에 대한 불경으로 간주한 수도사. 에코는 이 소설을 통해 중세 신학과 자유로운 근대 이성의 대립을 그리고 있다.

웃음은 이처럼 자유로운 이성, 사교, 의사소통, 사회성과 밀접한 것으로 여겨왔다. 그래서 서구에서는 아리스토텔레스가 시학에서 우스꽝스러움은 고통이나 해악을 주지 않는다고 지적한 이래 지금까지 웃음에 대한 지적 탐구가 이어져왔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이제 인간은 뇌에서 웃음을 담당하는 부분을 찾기에 이르렀다.
지난 28일 미국 로체스터 대학병원 신경방사선과 시배터 박사팀은 오른쪽 눈 위 돌출부위에 있는 뇌의 전두엽(前頭葉)이 '웃음 중추'라는 연구결과를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방사선협회 연례 모임에서 발표했다.



그림 왼쪽이 머리 앞쪽으로 이곳에 전두엽이 있다.
시배터 박사팀은 정상인 13명을 대상으로 우스운 이야기와 만평을 읽거나 볼 때와 다른 사람의 웃음소리를 녹음한 테이프를 듣거나 따라 웃는 네 가지 경우 뇌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를 자기공명영상(MRI)으로 촬영해 분석했다.
이 영상을 일반적인 뇌의 영상과 비교한 결과, 네 가지 경우 모두 오른쪽 눈 위부분의 돌출부위인 전두엽 하단의 여러 부분에서 활발한 반응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시배터 박사는 또 "우울증 환자의 경우 전두엽 하단이 정상적으로 반응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확인했다"면서 "이번 연구결과가 우울증 환자를 비롯해, 뇌졸중 등의 신경장애로 웃음을 상실했거나 성격이 변한 환자 등 다양한 정신장애환자를 진단하고 치료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뇌수술에서 감정과 사회적 행동을 담당하는 민감한 부위를 미리 알 수 있어 뇌손상으로 인한 성격장애와 같은 부작용을 막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네 가지 자기공명영상은 동물의 긍정적 감정과 관련된 부위나 사람의 경우 약물중독을 완화시키는 핵심 부위에서도 뚜렷한 활동이 있었음을 보였다. 이에 대해 시배터 박사는 "유머 감각은 공포와 같은 부정적 태도를 상쇄시키는 역할을 해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유지할 수 있게 한다"고 밝혔다. 실제 웃음 중추로 알려진 전두엽 하단은 사회적 행동, 정서적 행동, 의사소통, 판단력, 자제력과도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부분으로 알려져 있다.
더사이언스-이영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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