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가 생존하기 위해 애쓸 때 이들은 누구와 경쟁하는 것인가?





같은 종 안의 다른 개체들인가?
아니면 다른 종의 개체들인가?


아프리카의 사바나 초원에 사는 영양은 치타에게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일단 치타가 공격해 올 때에는 다른 영양보다 더 빨리 도망치려고 애쓴다.
아프리카 영양에게 중요한 것은 치타보다 더 빨리 뛰는 것이 아니라 다른 영양보다 더 빨리 뛰는 것이다.


옛날이야기를 한토막하겠다.
한 철학자와 그 친구가 길을 가다가 곰에게 쫓기게 되었다.
논리 정연한 친구가 “뛰어 봤자야, 곰보다 더 빨리 뛸 수는 없잖아’라고 말하자,
“그럴 필요는 없지. 나는 단지 너 보다만 빨리 뛰면 되니까’ 하고 철학자가 응답하였다.


마찬가지로, 인간의 지능이 형성되던 원시 시대의 인간에게는 아무 짝에도 쓸모없던 능력, 이를테면 미적분을 이해한다거나 햄릿의 희곡 구절을 외울 수 있는 능력이 왜 인간에게 주어졌는지 심리학자들은 때때로 의문에 빠진다.


어떻게 하면 털난 코뿔소를 잡을 수 있을까 궁리하는 문제라면, 아인슈타인이라도 별수 없이 절망에 빠질 것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의 심리학사 니콜라스 험프리Nicholas Humphrey는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처음으로 명확하게 제기 했다.
사람은 실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능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보다 한 술 더 뜨기 위해 지능을 이용한다.


사람속이기, 속임수 알아채기, 타인의 동기 알아내기, 사람 이용해 먹기 등과 같은 것들이 바로 지성을 이용해서 하는 일들이다.
따라서 중요한 점은 내가 얼마나 영리하고 더 재주가 있는가가 아니고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얼마나 더 영리하고 더 재주가 많은가이다.
지성의 가치는 무한하다.

같은 종 안에서 이루어지는 선택은 언제나 종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선택보다 더 중요해진다.


매트 리들리 붉은 여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