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어린이 환자가 엄마와 함께 병원 문을 들어섰다. 입이 비뚤어지고 한쪽 볼에 감각이 없어 한눈에 구안와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엄마는 당황해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아이스크림을 과다하게 섭취하고 찬방에서 잠을 자다 얼굴이 돌아간 경우였다.
 

  구안와사란 양방에서 안면신경마비라는 질병 명으로 불리는데 정확히는 안면의 운동기능을 담당하는 뇌신경 중 안면신경(제7번 뇌신경)의 마비에서 비롯되는 증상이다. 질병 명에서 이미 알 수 있듯 입과 눈에 관계된 말초신경의 마비로 인해 변형을 가져온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노년층에서 주로 발병했으나 최근에는 40~50대는 물론 20~30대의 청장년층에서도 발병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구안와사는 일단 발병하면 얼굴 근육의 마비로 인해 얼굴과 눈 주위에 가벼운 경련이 일어나고 얼굴 한쪽이 갑자기 뻣뻣해지는가 하면 아침에 일어나 세수를 할 때 안면감각에 이상이 느껴지고 한 쪽 눈에 비눗물이 들어가 따가운 증상이 나타난다.
또 입이 한 쪽으로 쏠려 음식물을 씹는 것이 어렵고, 음식물이 한쪽 볼에 끼이는가 하면 입 밖으로 흘러나오기도 하며 양치질을 할 때 치과에서 잇몸에 마취 주사를 맞은 것처럼 양칫물이 힘없이 한 쪽으로 흘러내리기도 한다.
이외에 병변이 있는 쪽의 눈을 감지 못하고 마비가 일어난 부위에 따라 맛을 전혀 못 느끼거나 눈물이나 침이 나오지 않고 목에 심한 통증을 느끼기도 한다.
 

  구안와사의 증상은 얼핏 보기에 중풍과 증상이 비슷해서 당황하기 쉬우나 수족마비 등의 증상이 일어나지 않는데서 중풍과는 구분이 된다.
다만 구안와사의 증상이 반복해서 지속될 경우 신속히 의료기관을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모든 질병이 다 그러하지만 구안와사의 경우도 빠르면 빠를수록 예후가 좋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구완와사의 발병 원인은 바이러스성 감염을 비롯해 외상, 뇌종양, 뇌졸중, 다발성 경화증 등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하여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처럼 별다른 증상이 없던 사람이 갑자기 다른 증상 없이 안면마비만 나타나는 경우는 대개의 경우‘Bell's 마비’라 하는 바이러스 감염으로 추정하고 있다.
 ‘Bell's 마비’의 발병 원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으나 바이러스의 신경감염 후에 발생되는 신경변증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중년 이후에 많이 발생되고 찬바람이나 찬 곳에 노출된 후에 나타나는 경우가 흔히 있으며 이 때 미각상실과 눈물감소, 청각과민 현상 등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한의학에서 보는 구안와사의 발병원인은 풍(風)이 혈맥에 침범해 한쪽의 안면신경을 마비시켜 생기는 것으로 보고 있으며 눈과 귀, 치아질환에서도 발생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고혈압 환자 또는 심신이 극도로 허약한 사람이 과로 또는 과음 후 추운 방에서 얼굴을 바닥에 대고 잤다든지, 또는 어린아이가 차가운 바닥에서 엎드려 자고 일어났을 때 발병한다.
또한 여름철에 날씨가 덥다고 선풍기나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잠을 잤을 경우,  더운 여름에 땀을 많이 흘리고 나서 갑자기 찬물에 세수를 할 때도 발병하기 쉬우며, 극도로 과로하거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경우에도 발병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구안와사는 외모가 변형되는 관계로 본인은 물론 주위 사람들까지 놀라고 안쓰러워 하지만 초기에 적절한 치료를 시행할 경우 치료가 그다지 어려운 질병은 아니며 후유증 또한 거의 없다.
 

  구안와사의 한의학적 치료는 약물요법과 함께 침구요법, 마사지 요법 등이 주로 이용된다. 약물 요법은 환자의 병력과 건강상태, 발병원인과 체질 등을 감안해 허증의 경우 기와 혈의 보충을 통해 몸의 신진대사를 원활히 해주는 약물을 투약하고 실증의 경우에는 이기(理氣)하는 약물 등을 투약한다.
침구요법은 응체된 기혈의 순환을 촉진시켜 주는 경혈에 침과 함께 뜸을 떠주어 증상을 개선시키는 효과가 있으며 이들 치료와 함께 발병부위에 온습포 또는 쑥찜 팩 등을 이용한 마사지 요법을 병행하면 후유증 없이 치료 효과를 증진시킬 수 있다.

  구안와사는 뇌 질환으로 발병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한방치료를 통해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따라서 반드시 치료 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적절하고도 신속한 치료를 시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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