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실의 자살과 우울증 치료약의 부작용

2008-10-03 23:22 (한국시간)

그녀가 갔다. 괴로움과 외로움에 맘부림치던 그녀가 갔다. 그냥 훌쩍 떠났다. 안재환의 마지막 순간처럼, 그녀의 지친 영혼 역시 술취한 육신을 빠져나갔다. 이제 다른 육신을 배정받아서 전혀 색다른 인생을 살아가리라. 인간은 현실 속에 산다. 삶의 무게가 너무 버거울 때, 인간의 영혼은 신음한다. 구원을 청한다. 음주, 흡연, 성교, 운동, 여행, 독서, 사색, 종교 등등 돌파구를 찾는다.

자살은 돌파구가 아니다. 자살은 막다른 골목이다. 이승의 끝이다. 저승이 이승보다 한층 좋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해서, 저승으로 통하는 관문 중의 하나인 자살은 절대로 돌파구가 아니다. 그저 무책임한 회피구에 불과하다. 사실, 지친 삶의 바닥에서 높게만 보이는 이상적인 돌파구를 고르기란 쉽지 않다. 그리하여 곧잘 우울증이라는 영혼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게 되는 것이다.

그녀는 직업적인 성공으로 인하여 육신은 배고프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영혼은 항상 배움에 굶주려 있었다. 이미 인기 정상에 있던 십여 년 전 무렵의 일이다. 현지 장기 촬영 때문에 이곳 북가주의 상항에 약 한달 동안을 체류한 적이 있다. 자연히 미국 현지 사정의 이모저모를 비교적 자세히 알게 되었다. 때를 놓쳐 하지 못했던 대학 공부가 언제든지 가능하다는 사실도 파악했다.

그당시의 본국 활동을 모두 정리하는 대로 이곳으로 다시 돌아와서 학업을 계속하겠다고 단단히 결심을 하고 나서 귀국 비행기에 올랐다고 한다. 허나, 그녀는 돌아오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갑작스러운 결혼과 뒤이은 출산이라는 인생의 변수를 택했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결혼 생활은 심각한 가정 폭력으로 막을 내렸고, 그녀의 외로운 영혼은 곧 본격적으로 신음하기 시작하였다.

자신의 영혼에게 꼬옥 맞는 돌파구를 찾지 못했던 그녀는 급기야 심한 우울증 때문에 정신과 의사를 찾게 되었고, 곧바로 알약 치료에 의존하였다. 사랑하는 딸을 졸지에 잃고 만 그녀의 어머니에 의하면, 약 6개월 전부터는 모종의 우울증 치료약의 섭취량도 자꾸 늘렸다고 한다. 에구구, 바로 이 부분에 그녀의 직접적인 자살 동기에 얽힌 모범 답안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곳 미국에서는 대부분의 우울증 치료약이 자살 충동을 야기시킨다는 것이 의학계의 정설이 된지 꽤 된다. 그런 약을 생산 판매하는 제약 업계는 그 연관성을 원래부터 부정하여 왔지만, 세계 도처에서 너무나 많이 쏟아지는 피해 사례 때문에 이미 온갖 저항을 그만둔 지 꽤 오래다. 지난 2004년에는 미국 식약청에서 그 연관성에 대하여 구체적인 경고를 발표하기도 하였다.

그 발표에 의하면, 프로잭, 팩쓸, 졸롶트, 이펙쏘, 씰렉싸, 레머론, 렉싸프로, 루박쓰, 써조운 등등의 대부분 우울증 치료약은 자살 충동을 일으킬 수 있는 부작용이 있고, 특히 약품 투여 초창기와 투여량을 갑자기 늘리거나 줄일 때에 또는 심한 정신적인 충격을 받을 경우에 무척 급작스러운 자살 충동이 표출될 수 있다고 한다. 그게 도대체 구체적으로 어떤 부작용일까?

그러한 약품이 육체 속에 들어가게 되면, 신체의 특정 부위 세포에서 여러가지 화학 작용을 일으키는데, 그로 인하여 지친 영혼 자체에 활력소를 불어넣자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다. 하지만, 그 방법은 영혼과 육체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가정 하에서 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현존하는 의학 지식으로는 그 두 개체의 연결 고리를 완전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하여, 그런 불완전한 약품에는 구조적인 부작용이 내재되어 있을 수 밖에 없는 노릇이다. 고로, 문제가 좀 심각하다. 사실, 그런 알약을 복용하면 대개는 도움이 된다. 하지만, 위에 열거된 특수한 경우에 맞닥뜨리기만 하면, 잠잠하던 자살 충동이 심각한 수준으로 급등된다. 자살을 생각하고, 구체적인 자살 방법을 강구하고, 실질적인 자살 시도를 하고, 죽기도 한다.

아무래도, 바로 이 부작용 문제같다. 그날 저녁부터 잔뜩 마셔댄 술이 그녀의 상태를 더욱더 심각하게 악화시켰을 수도 있다. 모든 인간이 다 자살이라는 행위를 인지하지만, 구체적인 방법을 실천에 옮기지는 않는다. 불행하게도, 그녀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잔뜩 충격받은 영혼과 우울증 치료약의 부작용과 심한 음주 사이의 치명적인 삼각함수 덫에 걸려든 것이다.

그녀는 갔다. 하지만, 그녀의 해맑은 밝은 미소는 영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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