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물 

가짜 손 왼쪽(가짜 손은 마네킹이나 고무로 된 손이면 더 좋겠지만 피부와 비슷한 색상의 고무장갑으로 대신해도 무방하다. 이때, 고무장갑을 공기나 물로 부풀려 묶어서 실제 손과 비슷한 형태를 띠도록 한다), 붓 2개(붓이 없으면 솔도 좋다. 단, 두 개가 같거나 비슷해야 더 효과적이다), 칸막이(책상에 놓았을 때 앉은 자세의 어깨 높이까지 가려지면 가방이든 무엇이든 상관없다), 실험 참가자 2명

실험 방법

① 먼저 한 사람이 책상 앞에 앉아 양손 손바닥을 아래로 향하도록 하여 책상 위에 올려놓는다.
② 왼쪽 어깨 앞쪽에 고무장갑으로 만든 가짜 손을 놓고, 왼손은 그보다 왼쪽에 놓는다. 칸막이를 가짜 손과 왼손 사이에 놓아 왼손이 보이지 않도록 한다. 가짜 손과 왼손은 똑같은 자세를 취한다. 왼쪽 어깨도 되도록 천으로 가린다.
③ 다른 한 명은 친구의 왼편에 서서 고무장갑과 실제 손의 엄지손가락을 동시에 똑같은 감각이 느껴지게 붓으로 쓸어본다.
④ 차례차례 서로 대응하는 손가락을 동시에 쓸어내린다. 어느 순간 가짜 손이 자신의 손인 것처럼 느껴질 것이다. 더 재미있는 것은, 2분간 이렇게 자극을 주다가 고무손에만 자극을 주면 실제 감각이 느껴지는 듯 착각이 드는 것이다.

(참고: 실험 동영상 http://kr.youtube.com/watch?v=TCQbygjG0RU)


내가 아니라 뇌가 믿는 것이 실재

실험 전만 하더라도 아무도 고무손을 자기 손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두 눈을 멀쩡히 뜨고 정신도 말짱한데 말이다. 더 황당한 경우도 있다. 책상 밑으로 손을 넣고 가려보자. 이 때 다른 사람이 책상을 두드리는 것과 동시에 보이지 않는 손을 건드리면 어느 순간 책상이 자기 몸처럼 느껴지기 시작한다. 두 명 중 한 명꼴로 형태조차 완전히 다른 책상을 자기 손으로 느끼는 경험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이처럼 몸에 대한 착각이 일어나 다른 사물을 자신의 몸의 일부로 착각하는 현상을 ‘고무손 착각(rubber hand illusion)’이라 한다. 이런 착각은 뭔가 잘못되어 생겨나는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오히려 멀쩡한 감각과 정신 때문에 일어나는 혼동이라고 한다. 왜냐하면 우리의 의식이 아니라 뇌가 믿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감각 정보들을 종합해 뇌가 그렇다고 생각하면 그것이 곧 실재가 된다.

전운동 피질에서 일어나는 착각

2004년 런던 대학과 옥스퍼드 대학의 연구팀은 고무손 착각을 일으킬 때 전운동 피질(premotor cortex)이 활성화된다고 밝혔다. 우리가 스스로 자신의 몸을 느끼는 감각은 시각, 촉각, 고유감각(자기수용감각) 등 세 가지다. 전운동 피질은 이들에게서 정보를 받아 통합해서 ‘내 몸’이라는 감각을 형성하는 영역이다. 그런데 시각이 힘이 센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다른 감각이 제대로 작동하더라도 보는 것에 의해 속아버리는 것이다.

우세한 시각이 아니라 다른 감각에 의해서도 이런 착각이 일어날 수 있다. 이어진 연구에서는 눈을 가리고 촉각만 자극했다. 실험 대상자는 눈을 가리고 장갑을 낀 두 손 사이에 고무손을 놓았다. 그리고 실험 보조자가 실험 대상자의 왼손 집게손가락을 들어 고무손을 건드리는 동시에 오른손의 해당하는 곳에 같은 정도로 자극을 줬다. 평균 11초가 지나면 고무손이 자신의 몸이라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전 실험에서는 보는 것 때문에 속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번에는 보지 않더라도 착각이 일어난다. 이처럼 의식이 아무리 아니라고 외쳐봐도 몸의 여러 감각이 하나로 모아지면서 나온 결론에 따라 착각이 일어난다. 심지어 실험을 마친 직후 자신의 손을 가리키라고 했을 때 고무손의 위치를 가리키기도 한다. 손이나 발을 잃어서 존재하지 않는데도 계속 고통이나 감각을 느끼는 환상사지(phantom limb)도 비슷한 원리다.

뇌가 진정으로 믿고 바라는 것

우리가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이성적인 생각과는 상관없이 뇌가 그렇다면 그런 것이다. 감각이 아닌 다른 두뇌 활동도 마찬가지다. 감각 같은 기초적 단계부터 무의식적으로 진행되는 온갖 판단과 감정, 행동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정보의 변형과 왜곡이 일어나고 의식과 실제 뇌가 내린 판단과는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어떤 경우든 또 다른 나, 숨겨진 나라고 표현될 만큼 차이가 클 수 있다.

자신의 일생을 결정지을 판단을 내리고도 확신이 서지 않는다든지, 모두가 논리적인 경영혁신 과제에 동의했지만 정작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든지 하는 괴리 현상은 앞서 말한 과정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 감정과 무의식적인 수준에서는 아직 뇌를 설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가슴이 뛰는 목표를 가지라는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진정 뇌가 원하는 목표일 때 우리의 뇌는 자신의 숨겨진 재능과 힘을 전력으로 발휘한다. 내가 생각하는 것과 실제 뇌가 생각하는 것 사이에 차이가 있음을 인정하고 자신을 돌아보자. 뇌가 진정으로 믿고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면, 자신의 의식대로 뇌가 믿고 원할 수 있게 한다면 그 순간부터 당신은 뇌의 주인이 될 것이다. 

글·김성진 daniyak@brainmedia.co.kr | 사진·김경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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