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온혈동물로 진화한 걸까? 에너지 소비가 심한 포유류와 조류 2009년 02월 25일(수)

▲ 우리 몸은 체온을 36.5도로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다. 왜 이런 온혈동물로 진화한 걸까? 
21세기 과학난제 오늘부터 먹지 않는다면 우리는 얼마나 오랫동안 버틸 수 있을까? 이런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공기 없이는 3분, 물 없이는 3일, 음식 없이는 3주라고. 이제까지 먹지 않고서 두 달 이상 버틴 사람은 없다. 반면 악어는 어떤가? 악어는 먹지 않고도 1년 이상을 살 수 있다.

그렇다면 사람과 악어는 왜 이런 차이가 있는 걸까? 그 이유는 우리는 체온을 항상 일정하게 유지하는 온혈동물이고 악어는 체온이 주변 온도에 따라 달라지는 냉혈동물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몸을 36.5도로 유지하기 위해 섭취한 음식을 끊임없이 태우는 인간 화로인 것이다.

장수거북의 탁월한 체온조절 능력

온혈동물에는 인간을 포함해 포유류와 조류가 속해 있는데, 이들은 주로 간과 뇌와 같은 장기에서 열을 생산한다. 그래서 보통 온혈동물의 장기는 파충류와 같은 냉혈동물에 비해 큰 편이다. 뿐만 아니라 이들 장기를 이루는 세포에는 세포 내 공장인 미토콘드리아의 수가 냉혈동물에 비해 5배나 더 많다. 미토콘드리아는 주 7일 24시간 동안 끊임없이 열을 만들어 체온을 항상 일정하게 유지해준다.

이런 덕분에 포유류와 조류는 생존에 유리한 점을 갖고 있다. 예를 들자면 매서운 겨울 날씨에도 야외에서 활동을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주위 환경에서 열을 흡수하기 위해 햇볕을 쬐러 포식자들이 우글대는 바깥으로 나갈 필요가 없다.

하지만 문제는 온혈동물이 냉혈동물보다 생존에 더 유리하다고 얘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몸이 필요로 하는 때와 장소에서만 열을 내도록 하는 냉혈동물도 그만큼 생존에 좋은 점을 갖고 있다. 사실 포유류와 조류 외에 다른 많은 냉혈동물이 탁월하게 생존하는 모습을 보면 왜 포유류와 조류가 에너지를 과하게 낭비하는지를 이해하기 어렵다.

▲ 헤엄치는 동안 만들어진 열로 바닷물보다 조금 높게 체온을 유지하는 장수거북. 
예를 들어 살아 있는 바다거북 가운데 가장 큰 장수거북의 경우 최근 연구에 따르면 체온을 바닷물 온도보다 좀 높은 10도 정도까지 체온을 낮춘다. 이 정도의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장수거북은 헤엄을 치면서 만들어낸 열까지도 아껴 쓴다. 덕분에 다른 거북이보다 훨씬 더 차가운 물에서도 먹을거리를 사냥할 수 있다.

한편 물고기인 황새치는 심해의 차가운 바닷물에서 재빠르게 움직이는 먹잇감을 추적하기 위해 눈의 온도만을 선택적으로 높이는 것으로 최근 밝혀졌다. 상어와 참치의 경우, 바닷물의 온도보다 조금 높은 상태로 근육의 온도를 유지함으로써 장거리를 이동하는데 에너지를 아낀다. 뿐만 아니라 박각시나방과 같은 일부 곤충은 필요할 때에만 열을 생산할 수 있다.

겨울밤 몸무게 3분의 1 줄어드는 새

반면 온혈동물은 몸의 크기가 비슷한 파충류의 한 달 치 먹을거리를 하루 만에 소비하는 경우도 있다. 겨울철에는 낭비가 더 심하다. 조류는 평균적으로 체온을 40도로 유지하는데, 많은 작은 새들은 겨울철 밤을 나느라 자신의 몸무게의 3분의 1 가량을 소비한다. 그러니 추운 날에도 가만히 쉬지 못하고 먹을거리를 끝없이 찾아다녀야 하는 위험에 노출되고 만다. 안 그러면 곧 죽고 마니까 말이다.

▲ 적외선 영상 사진으로 찍어보면 사람과 달리 전갈과 도마뱀과 같은 냉혈동물은 주변 온도에 따라 체온이 낮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포유류와 조류는 생명까지도 위험에 처할 정도로 왜 이렇게 에너지 소비가 심한 걸까? 왜 이들은 온혈동물로 진화한 것일까? 현재 이 문제는 생명의 밝혀지지 않은 신비 중 하나이다.

생물학자들은 우리 포유류와 포유류의 사촌격인 조류가 왜 온혈동물인지를 이해하기 위해 오랫동안 고심해왔다. 그래서 현재 이에 대해 표준에 해당하는 이론이 있다. 그것은 온혈동물이 작은 육식동물로부터 진화했다는 이론으로, 몸을 따뜻하게 유지시킴으로써 언제나 몸을 움직일 수 있어서 다른 동물을 잡아먹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해 이 이론과 정면으로 대립되는 이론이 등장했다. 즉 온혈동물은 육식동물이 아니라 초식동물에서 진화했다는 것이다. 몸이 필요로 하는 영양분을 고루 얻기 위해서라고 한다.

과연 온혈동물인 우리는 육식동물에서 진화한 것일까? 아니면 초식동물에서 진화한 것일까? 그 이야기는 다음에 계속해보자.

온혈동물인가? 냉혈동물인가?

▲ 체온조절을 못하는 유일한 포유류, 벌거벗은 두더지 쥐. 
오늘날 과학자들의 조사에 따르면 온혈동물 또는 냉혈동물로 구분하기 어려운 동물들이 종종 발견된다. 여기에 그 예가 있다.

■ 벌거벗은 두더지 쥐(naked mole rat): 젖을 먹는 포유류이지만 혈액에 의해 체온이 조절되지 않는다. 때문에 항상 30도 정도가 유지되는 굴속에서만 살아간다. 벌거벗은 두더지 쥐는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포유류 가운데 유일한 냉혈동물이다.

■ 아파치 매미(apache cicada): 여름철 아주 더운 날씨를 견디기 위해 온혈동물인 사람처럼 땀을 배출해 체온을 낮출 수 있다. 덕분에 여름철 찌는 듯한 날씨에도 야외에서 노래를 부르며 활동할 수 있다. 아파치 매미는 수분을 흡수하기 위해 나무의 액을 빨아먹는다.

▲ 땀을 흘려 체온을 조절하는 아파치 매미. 
■ 인도 비단뱀(Indian python): 인도 비단뱀을 비롯해 일부 뱀은 알을 품는 동안 온혈동물이 체온유지를 위해 하듯이 몸을 떤다. 그 결과 체온을 8도까지 높일 수 있다.

■ 박쥐: 대부분의 박쥐와 일부 새들은 휴식을 취하는 동안 주위 온도 정도로 종종 체온을 떨어뜨린다. 그러다가 체온이 너무 많이 떨어지면 열을 다시 생산하기 시작한다.

■ 오리너구리와 바늘두더지: 포유류에 속하는 이들 단공류 동물은 태반을 갖는 포유류의 평균 체온인 37도보다 훨씬 낮은 32도로 체온을 유지한다. 한편 캥거루가 속해 있는 유대류의 포유동물은 체온이 35도 정도이다.

■ 바위너구리: 아프리카와 중동에 사는 초식 포유류인 바위너구리는 일정한 체온을 잘 유지하지 못한다. 그래서 몸을 따뜻하게 하기 위해 파충류처럼 햇볕을 쫴야 한다.

박미용 기자 | pmiyong@gmail.com

저작권자 2009.02.2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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