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으로 억만장자가 된 사나이 창의 경영의 선구자,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 (1) 2009년 01월 15일(목)

▲ 리처드 브랜슨 회장은 언론의 노출을 즐기는 기업가다. 
창의성의 현장을 가다 “지구 온난화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에게 1천만 파운드를 주겠다.”

독특한 퍼포먼스와 행동으로 널리 알려진 ‘괴짜 CEO’ 리처드 브랜슨(Richard branson) 버진그룹 회장이 한 말이다. 2007년 2월 온난화 문제를 다룬 유엔의 보고서가 관심을 끌자 현상금을 제시한 것. 1천만 파운드는 약 183억원에 달하는 엄청난 돈이다. 이 제안은 미디어를 통해 전 세계로 퍼졌고, 브랜슨은 순식간에 영웅이 됐다.

목숨을 건 기구여행을 즐기는 이 경영인은 그 대담성과 창의력으로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만큼이나 유명한 이름이다. 타임지는 한 기사에서 “리처드 브랜슨은 이미지의 마법사이며, 버진은 롤스로이스 이래 영국의 최고 브랜드”라고 평가할 정도다.

세상을 놀라게 한 괴짜 사업가, 교묘한 상술의 달인,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도전정신의 소유자. 고등학교를 중퇴한 리처드 브랜슨 버진 그룹 회장은 작은 레코드 가게를 시작으로, 지금은 버진 레코드를 포함 항공, 모바일, 호텔, 레저 등 200여 개 계열사를 거느린 거대그룹 총수 반열에 올라섰다. 현재 그는 영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부자로 3조원이 넘는 재산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만장자 아니면 감옥, 둘 다 이룬 사람

그에 대한 얘기를 하자면 열기구 세계 일주, 여장 차림, 나체 쇼 등 엽기적이면서도 효과적인 퍼포먼스들이 먼저 꼽히겠지만, 사실 그의 성공스토리에는 의지와 역경이 빠질 수 없다. 선천성 난독증으로 재무제표도 제대로 읽지 못하고, 막대한 유산도 받지 못했다.

물론 성공한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이 범상치 않은 어머니의 교육이 있었다. 그의 어머니는 “비행기 조종사는 남자만 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남장을 하고 목소리를 굵게 바꾸면서까지 원하는 것을 성취했을 정도로 도전정신이 뛰어난 사람이었다.

리처드 브랜슨이 네 살 때의 일이다. 그의 어머니는 집에서 5Km 정도 떨어진 곳에 차를 세운 후 “혼자 집에 찾아오라”고 할 정도로 자식을 강하게 키우는 여성이기도 했다. 브랜슨은 12살 때 80km나 떨어진 곳에서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찾아온 적도 있다. 훗날 창의성과 만나 큰 빛을 발하게 될 그의 도전정신은 그렇게 성장했다.

그렇다면 그의 학창시절은 어땠을까? 아인슈타인이나 기타 유명한 많은 천재들이 그랬듯이 브랜슨의 학창시절 역시 아주 엉망이었다. 선천성인 난독증으로 글자를 읽거나 쓰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어 성적은 늘 최하위권을 맴돌았다. 브랜슨은 불굴의 의지로 스포츠에 도전했지만 그마저 무릎 부상으로 접어야 했다.

결국 16살 때 스토(Stowe)라는 학교를 그만두고 사업에 뛰어든 그를 두고 교장 선생님은 “백만장자가 되거나 감옥에 갈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웃기게도, 브랜슨은 탈루 혐의로 한 달여간 감옥에 가기도 했으니 그 선생님의 예언은 아주 정확하게 맞아떨어진 것이다.

어릴 때부터 이미 크리스마스 트리 재배 사업, 앵무새 기르기 등의 기상천외한 사업 아이템에 도전했던 브랜슨이 학교를 그만두고 뛰어든 첫 번째 사업은 ‘스튜던트(Student)’라는 학생잡지였다. 난독증으로 고생했던 그가 잡지에 뛰어든 것은 보통의 사람으로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그러나 브랜슨은 편집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본인은 광고와 판매를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사업을 진행했다. 본격적인 첫 사업인 잡지 ‘스튜던트’는 그에게 많은 수익을 주지는 못했지만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를 주었다.

독특한 발상이 성공의 시작

잡지 판매과정에서 만난 많은 학생들이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음반을 사고, 또 열심히 음악을 듣는 것을 유심히 살펴본 브랜슨. 그는 음반을 우편으로 주문 받아 싼 값에 판매하면 큰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 발상이 ‘버진’그룹의 시발점이 됐다.

▲ 태평양 횡단을 하게 될 열풍선 기구에서 얼굴을 내보이는 리처드 브랜슨 회장. 그는 열기구 마니아로도 유명하다.  ⓒ연합뉴스
1971년 리처드 브랜슨과 함께 향후 수많은 신문 헤드라인을 장식할 ‘버진’그룹이 탄생했다. 버진(virgin)은 말 그대로 처음 사업을 해본다는 의미이다. 음반 우편 판매로 시작한 버진 레코드는 향후 버진 그룹으로 성장하게 된다.

사업 초기 순항을 계속하던 버진 레코드에도 암초가 있었다. 우체국이 파업을 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되자 우편 판매 모델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느낀 브랜슨은 타 음반 업체와의 차별성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의 성공 시대를 열어줄 창의적 발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기존의 음반매장이 단순히 음반만을 판매할 뿐인 것에 비해 버진 레코드는 매장에서 음악을 듣게 하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머물 수 있도록 했다. 음반 매장의 개념을 뒤흔든 이 전략은 크게 성공했고, 브랜슨은 스튜디오를 제작해 가수들의 음반을 만들기 시작한다. 기존 대형 음반사들이 거들떠보지도 않던 무명가수를 발굴해 좋은 성과를 올린 버진 레코드는 후에 롤링 스톤스 같은 유명 가수들과 계약하게 된다.

단 10%의 가능성을 창의성으로 극복

여기까지만 보면 조금 특별한 천재의 다소 이채로운 성공기에 불과하다. 그러나 괴짜 CEO 브랜슨 회장과 버진 그룹의 창의력 넘치는 행보는 계속 이어진다. 브랜슨은 음반으로 벌어들인 돈을 바탕으로 나이트클럽, 영화 배급, 호텔, 식품, 철도, 웨딩, 통신 심지어 콘돔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에 진출한다.

그 중 항공업 진출은 그의 의지와 창의성을 대표하는 유명한 도전으로 손꼽히고 있다. 브랜슨은 1976년 약혼자와 함께 버진아일랜드로 휴가를 떠났는데, 그곳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항공편을 구하지 못해 고생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휴가지에서도 그는 타고난 사업정신을 발휘, 전세기를 빌려 편도 39달러에 티켓을 팔았다.

물론 티켓은 순식간에 동이 났고, 브랜슨은 여기서 또 하나의 영감을 얻는다. 차별화된 서비스와 아이디어만 있다면 항공사업에서도 성공할 수 있으리라는 확신을 가지게 된 것. 이후 브랜슨은 전 세계를 여행하며 기존 항공사들의 문제점을 찾아내기 시작했다.

사실 그의 도전을 긍정적으로 보던 사람들도 항공업 진출에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영국에는 세계적인 항공사인 브리티시 항공이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자체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단 10%만이 버진애틀랜틱항공을 이용하겠다고 대답하기도 했다. 훗날 브랜슨은 이에 대해 “단 10%만 이용해도 상업성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각 항공사의 맛없는 기내식과 형편없는 서비스를 경험하고 여기에 승부를 걸기로 했다. 기존의 항공사와는 완전히 차별화된 서비스를 선보인 것이다. 일등석을 없애고 비즈니스 클래스 요금의 어퍼 클래스를 만들었다.

놀랍게도, 버진 항공사는 목욕· 이용· 안마 서비스 등 어퍼 서비스 승객에게 타 항공사 1등석 이상의 서비스를 제공했고 승무원들도 친절한 미소로 승객을 맞았다. 1984년 고작 비행기 1대로 시작한 버진애틀랜틱 항공은 그렇게 영국 2위의 항공사로 성장했다.

우주 여행 상용화에 도전하다

끊임없이 기사거리를 제공해주는 브랜슨은 실제로 언론노출이 가장 많은 경영인 중 한 명이다. 그의 도전정신과 창의력은 작년에도 화려하게 전 세계 매스컴을 장식했는데,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우주 여행 상용화가 그것이다. 

작년 7월 28일 세계 최초의 상용 우주선인 ‘스페이스십2’를 실어나를 모선 ‘화이트나이트2’가 일반에 공개됐다. 이 역시 브랜슨 회장의 작품으로 버진 갤럭틱사가 2010년으로 예정하고 있는 최초 상용 우주선 운항 프로그램의 성공을 다짐하는 일종의 시발점으로 볼 수 있다.

현재 예약이 진행 중인데, 브랜슨 회장의 가족을 포함해 여배우 시고니 위버, 패리스 힐튼,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영화감독 브라이언 싱어 등 유명 인사 다수가 이미 '우주 여행자' 명단에 올라 있다.

버진 갤럭틱사의 사업 목표는 민간인 탑승객을 태우고 고도 100km 이상으로 날아올라 무중력을 체험하고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의 풍경을 감상하는 것이라고 한다. 버진 갤럭틱사는 또한 최초의 탑승객 100명의 비용은 1인당 20만불 수준이지만, 장기적으로는 1인당 2만불까지 낮출 계획이다. 만약 실현된다면 브랜슨 회장은 '우주 여행'을 대중화시킨 장본인으로  더욱 명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도전 정신과 창의성. 21세기에 가장 자주 언급되는 단어이지만, 그 실천과 실행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선천적인 장애를 딛고, 200여 개 계열사를 거느리는 그룹의 총수가 된 리처드 브랜슨은 도전 정신과 창의성을 가장 잘 표현하는 경영인이다. 

비록 교묘한 상술의 천재라는 비난을 듣고 있기도 하지만, 그의 도전정신과 창의 경영이 오늘날 버진그룹의 자양분이 됐다는 것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김청한 기자 | chkim@kofac.or.kr

저작권자 2009.01.1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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