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의 생각을 따라 가면 창의성이 보여 창의적 해결 기법 트리즈의 창시자 알츠 슐러 2009년 01월 20일(화)

창의성이 왜 필요한가? 아마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과거와 달리 이제 모방과 베끼기만으로는 결코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창의성이야말로 중요한 국제경쟁력이라는 것에 대부분 동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창의성은 비단 우수한 과학인재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창의성은 또한 영재나 수재에게만 타고난 능력도 아니다. 창의적인 능력은 내면 깊숙이 감춰진 인간의 본성이다. 과학문화와 창의성 제고에 앞장서온 사이언스타임즈는 신년기획으로 ‘창의성의 현장을 가다’라는 시리즈 기사를 마련했다. [편집자 註]

창의성의 현장을 가다 우리는 비범한 사람들을 가리켜 천재라고 부른다. 그들은 뛰어난 창의력으로 새로운 이론이나 사물을 창조하면서 인류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천재들에 관심을 갖는다. 더 정확히 말하면 그들의 창의성에 관심을 갖는다. 그러나 관심이 너무 지나치다 보면 병리학자 토마스 하비 박사와 같은 사람도 생겨나게 마련이다. 그는 1955년 아인슈타인이 죽은 후, 유족 몰래 그의 뇌를 떼어내 잠적한다.

▲ 디스커버에 실린 아인슈타인의 뇌 사진 
그는 아인슈타인의 뇌를 연구해 천재성을 밝혀내려고 했지만 특별한 연구 성과 없이 그의 인생만 망치고 말았다. 하비와 같은 사람이 아인슈타인의 뇌에 욕심을 낸 이유는 그의 천재성에 대한 비밀을 혼자서 풀고 싶었기 때문이다.

만약에 하비가 아인슈타인의 뇌 연구를 통해 천재성 발현의 비밀을 밝혀낼 수 있었다면 그는 아인슈타인보다 더 위대한 과학자가 될 수도 있었다. 극소수의 천재들이 선천적으로 갖고 있는 창의적 능력을 일반인도 공유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인류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할 수도 있는 획기적인 사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뇌의 해부학적 연구로 천재성을 밝혀낼 수는 없었다. 하비는 위대한 과학자는커녕 도둑놈 소리만 듣고 그의 인생을 망치고 말았다. 이후의 사람들도 해부학적 성과는 얻었지만 천재성 발현의 비밀까지 풀어내진 못했고, 아인슈타인의 천재성은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을 뿐이다.

천재들이 갖고 있는 창의성은 그들의 뇌의 골짜기 깊숙한 곳에 영원한 비밀로 묻혀 있어야 하는 것일까? 결론적으로 그렇지 않다.

심리학자 매슬로우는 “창의성은 모든 인간 본성에 내재하는 기본적 특성”이라고 말했다. 즉, 천재와 범재의 차이는 천재들은 고정관념을 뛰어넘어 그들의 창의적 발상력을 마음껏 확장한 사람들이고, 범재들은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그들의 사고영역을 한계 지어 생각하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이를 역으로 생각하면 평범한 사람도 천재들의 사고 과정을 배우면 어느 정도 그들의 사고방식을 소유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실제로 천재들의 창의성에 대해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그 비밀이 서서히 풀리고 있다.

천재들의 사고 과정을 분석해보면 거기서 나타나는 일정한 패턴을 알게 되고 이를 모델화시켜서 우리는 천재들의 창의성을 어느 정도 배울 수 있는 것이다. 러시아 공학자 ‘겐리흐 알츠 슐러(Genrich S. Altshuller)가 창시한 ‘트리즈(TRIZ)’는 바로 그런 물음과 대답에서 만들어진 이론이다.

트리즈의 창시자 알츠 슐러 박사

알츠 슐러도 매슬로우 박사와 비슷한 말을 했다. 그는 “창의성은 선천적인 능력이 아니며 누구나 노력하면 창의성을 기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관점에서 그는 천재들의 창의적 사고과정을 연구했다. 지금까지 위대한 업적을 이뤄낸 천재들의 사고 과정을 정리해 그들에게서 나타나는 일정한 패턴을 파악, ‘트리즈(TRIZ : Theory of Inventive Problem Thinking)’를 창시했다.

▲ 트리즈 이론을 만든 겐리흐 알츠 슐러 박사 
트리즈를 창시한 알츠 슐러는 그 자신이 천재적인 발명가였다. 1926년에 구소련에서 태어난 그는 14세 때부터 발명을 시작, 16세에 첫 특허를 받았으며 구소비에트 연방 발명대회에서 두 번 연속 그랑프리 대상을 수상한 경력을 갖고 있다.

2차세계대전 후인 1946년에 그는 해군에 입대했다. 해군 특허사무국에서 엔지니어들의 특허 심사를 맡게 된 그는 당시에 구소련 해군이 보유하고 있던 선박과 관련된 일을 하면서 수많은 기술적 문제와 접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뛰어난 창의력을 갖고 있던 알츠 슐러는 모순을 해결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원리를 생각하게 된다.

이후 그는 50여 년 동안 200만 건의 발명과 특허들을 일일이 조사, 창의적인 특허 4만 건을 추출, 트리즈(TRIZ)의 원리를 창시하게 된다. 그는 “창의성은 끊임없는 훈련을 통해 발전될 수 있다”는 유명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평범한 사람도 세상을 바꿀 창조적 리더로 훈련시킬 수 있는 창의적인 기법 트리즈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그는 스탈린에게 ‘소비에트 연방의 창의력 향상을 위한 제언’이라는 편지를 썼다가 KGB에게 끌려가 고문을 받고 25년형을 선고받아 수용되는 등 많은 고초를 겪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츠 슐러 박사는 1964년에 드디어 트리즈를 발표하게 된다.

초창기 트리즈 기법은 16가지의 모순 요소와 31가지의 해결원리로 이뤄졌다. 이후 1971년에 39가지의 모순 요소와 40가지의 해결원리를 갖춘 형태로 바뀌었다. 트리즈가 발표되면서 오랫동안 구소련에서 비밀리에 연구되어 오던 트리즈는 서방 국가에서 빛을 발하게 된다.

특히, 비즈니스 영역에서 트리즈 이론은 문제해결의 최적 기법으로서 각광받고 있다. 현재 전 세계 500여 개에 달하는 초일류기업들이 혁신의 방법론으로 트리즈를 채택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LG전자를 시초로 삼성이 트리즈를 도입, 활용하고 있다. 이후 많은 트리즈 연구회 등이 생겨나면서 트리즈는 한국에 정착됐다.

창의적 인재를 만드는 트리즈 이론

구소련의 경우, 트리즈가 확산되면서 초등학생에서부터 대학생에 이르기까지 트리즈 교육이 활발히 실시됐으며 이는 과학기술의 발전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트리즈 이론은 모순을 해결하고 문제해결의 원리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창의성과 관련이 있다. 우리가 창의성을 필요로 하는 대부분의 이유는 무언가를 새로이 만들어낼 필요가 있을 때이기 때문이다. 즉, 새로운 창조물은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것이다.

▲ 창의력은 인간에 내재한 본성이다.(2008 미래과학캠프) 
트리즈는 문제의 본질에 대한 근원적인 모순을 찾아내 적합한 해결안을 찾는 창의적 문제 해결 이론이다. 알츠 슐러는 모순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트리즈를 만들게 됐는데 문제의 대부분은 이미 해결책이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자연과학의 법칙과 트리즈를 비교해볼 때, 예를 들면 뉴턴의 운동 제1법칙의 경우, 정지해 있거나 일정한 속도로 직선운동을 하는 물체는 외부에서 힘이 주어지지 않는 한 계속 정지해 있거나 일정한 속도로 계속 직선운동을 하는 것으로 돼 있다.

이를 관성의 법칙이라고도 한다. 실제로, 이와 관련된 자연현상은 이 법칙의 지배를 받고 원인과 결과도 모두 똑같은 규칙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기술적 문제점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트리즈는 자연과학의 법칙과 비슷한 체계를 갖는다.

알츠 슐러는 그의 동료들과 전 세계에 발표된 300만 건의 특허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공통의 원리를 발견했다. 즉, 특허의 2%만이 진정한 의미의 창조적 발명이고, 98%는 이미 알려진 아이디어와 개념을 이용해 발명된 것이라는 생각을 얻은 것이다. 특히, 이러한 발명은 최소한 하나 이상의 ‘모순’을 해결함으로써 완성된 것들이라는 점에서 트리즈는 모순의 해결 원리를 제공하는 방법론으로 알려져 있다.

기업들이 트리즈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이유는 기술과 제품 혁신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입장에서 당면한 모순의 해결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트리즈는 하나의 대안으로서 활용될 수 있다. 최초에는 기술 분야에서 많이 활용됐지만 최근에는 경영, 사회 분야에서의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몇 년 전 삼성 이건희 회장의 “한 명의 천재가 십만 명을 먹여 살릴 수 있다”는 천재경영론이 부각된 적이 있다. 이에 대해 지금과 같은 고도 사회에서 한 명의 천재에 의존하는 것보단 여러 명의 창의성 있는 인재들을 발굴, 활용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정말 이 세상을 혁신할 진정한 천재를 찾기가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이는 알츠 슐러 박사가 창안한 트리즈와 같은 이론이 이 시대에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조행만 기자 | chohang2@empal.com

저작권자 2009.01.2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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