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성, 未知의 세계로 뛰어들어라!” 광고 기획자가 세운 미국 창의교육재단(CEF) ④ 2009년 02월 18일(수)

창의성이 왜 필요한가? 아마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과거와 달리 이제 모방과 베끼기만으로는 결코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창의성이야말로 중요한 국제경쟁력이라는 것에 대부분 동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창의성은 비단 우수한 과학인재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창의성은 또한 영재나 수재에게만 타고난 능력도 아니다. 창의적인 능력은 내면 깊숙이 감춰진 인간의 본성이다. 과학문화와 창의성 제고에 앞장서온 사이언스타임즈는 신년기획으로 ‘창의성의 현장을 가다’라는 시리즈 기사를 마련했다. [편집자 註]

▲ 아인슈타인 박사는 좀 더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아야 해답이 나온다고 했다 
창의성의 현장을 가다 과학에서 창의성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언급을 많이 한 사람은 상대성이론의 아인슈타인이다.

학교 시절 그는 사실 어떠한 두각도 나타내지 못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시절에는 선생님으로부터 “학교에서 나가 주는 것이 열심히 공부하는 주위 동료들을 방해하지 않고 도와주는 일”이라는 충격적인 소리를 들었다.

그렇다고 대학에서 그의 능력이 아주 나아진 것도 아니다. 대학 시절 그는 과학에서 가장 중요한 수학 점수가 나빠 늘 고민에 빠지곤 했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은 과학이론이나 자연 현상을 좀 더 독특하고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려고 노력했다.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고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려는 새로운 창의적인 노력의 산물이 바로 상대성이론이다. 그가 상대성이론을 발표했을 때 언론은 “뉴턴의 고전물리학을 완전히 못 쓰게 만들었다”는 헤드라인으로 그의 업적을 과학의 새로운 혁명이라며 물리학에서의 돌풍을 예고했다.

아인슈타인 스스로도 자신이 상대성이론을 발표하게 된 것이 머리가 결코 출중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의 뇌 구조 또한 일반사람들과 별반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 판명 났다. 그러나 그의 독특한 사고, 창의적인 노력은 남달랐다.

그래서 이런 말을 남겼다. “You can never solve a problem on the level on which it was created. 문제가 발생된 그 수준에만 집착한다면 문제를 결코 풀 수 없다.” 문제를 풀려면 좀 더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궁리해야 그 해답이 나올 수 있다는 이야기다.

“도시를 벗어나 직관의 야생이 움트는 곳으로 가라”

그렇다고 창의성이 과학과 기술에만 국한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모든 분야에서 그렇다. 미국 문화 예술계의 가장 영향력 있는 유대인으로 손꼽히는 영화배우 출신이자 작가인 알란 알다(Alan Alda)는 창의성의 중요성을 이렇게 표현했다.

“The creative is the place where no one else has ever been. You have to leave the city of your comfort and go into the wilderness of your intuition. What you’ll discover will be wonderful. What you’ll discover is yourself.”

해석하자면 “창의성은 어느 누구도 가지 않았던 곳을 말한다. (창의성을 얻으려면) 위안을 누리고 있는 도시생활을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직관의 야생(野生)이 움트는 곳으로 들어가라. 당신이 발견할 것은 너무나 아름다운 것들이다. 당신이 발견하게 될 것은 바로 당신 자신이다”라고 할 수 있다.

어쨌든 창의성의 중요성을 설파한 사람들은 과학자에서부터 예술가, 광고기획자에 이르기까지 각계각층에서 성공을 거둔 사람들이다. 그러나 알렉스 오스본은 창의성의 중요성을 그저 책이나 강의를 통해 끝낼 것이 아니라 단체를 만들어 조직적으로 창의성 제고를 위한 노력에 뛰어들었다.

CPS는 오늘날까지도 창의적 문제해결의 텍스트

1954년 오스본이 설립한 창의교육재단(CEF, Creative Education Center)은 상상력 응용을 통한 창의성 개발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선두 주자로 인정 받고 있다. 그의 책 <상상력의 응용, Applied Imagination>을 현실적으로 응용해 보자는 것이 재단의 설립 취지이자 임무다.

▲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를 좀 더 새롭고 다른 각도로 접근하려는 노력 속에서 창의성이 나온다. 
이 재단이 설립된 지 이듬해인 1955년 오스본은 버팔로 대학에 창의성 개발 프로그램인 CPSI(Creativity Problem Solving Institute)의 설립을 후원했다. 이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많은 업적을 남긴 학자가 바로 버팔로 대학의 시드니 판즈(Sydney Parnes) 교수다.

CPS(창의적 문제해결, Creative Problem Solving)는 그동안 여러 가지 검증절차들을 통과했다. 여러 연구와 학문적 비판을 견디어내, 문제해결을 위한 가장 강력한 접근법의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

이 방법은 아동에서 성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 수준과 여러 상이한 장면에서도 적용할 수 있어서 폭과 일반화의 검증도 통과하였다. 그리고 시간과 활용이라는 중요한 검증에도 살아남았다.

오스본이 출판을 통해 개척한 이래 거의 50년 동안 CPS는 실천적 적용을 위한 구성 체제 가운데서 가장 오랫동안 유지되고 있다. 이렇게 보면 CPS는 오래됐고 아주 엄격하게 규정되어 있어 지금쯤은 너무나 경직되어 변화를 거부하고 있는 것처럼 생각하기 쉬울 것이다.

그러나 50여 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에도 오스본이 제시한 CPS 프로그램은 창의성 개발과 문제해결에서 하나의 텍스트로 통할 정도로 인정받고 있다.

세계적인 창의성 개발 교육의 메카

CEF가 점차 호응을 얻고 활기를 띠기 시작하자 CEF는 다시 창의적 사고 운동(creative thinking movement)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캘빈 테일러(Calvin Taylor), 제이피 길포드(J.P. Guilford), 폴 토렌스, 그리고 도날드 맥키논(Mackinnon) 등 창의성과 자기계발에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이 동참했다.

1962년 판즈와 해롤드 하딩(Harold Harding) 교수는 정기 간행물 <창의적 사고, Creative Thinking> 발행을 시작으로 창의성 개발운동에 한층 박차를 가했다. 당시만 해도 창의력 향상을 위한 간행물로는 최초였다.

1962년 ‘전설적인 광고인’ 오스본이 사망하자 판즈 교수가 CEF를 이끌었다. CEF는 창의성 개발 과정을 버팔로 대학 대학원에 신설했다.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미국이 유럽이나 다른 지역에 앞서 창의성 개발 연구에서 앞서갈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것이었다.

CEF는 교육기관을 비롯해 창의성 개발을 필요로 하는 단체에 강의를 하고, 전문가를 파견하고, 또한 각종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뿐만이 아니다. 또한 창의성 저널 ‘Journal of Creative Behavior’, ‘Creativity in Action’과 같은 정기적인 뉴스레터를 발간하고 있다. 

창의성 개발에 주력해온 CEF는 이후 세계적인 창의성 개발 메카로 성장했다. 지난 2004년 재단 설립 50주년을 맞이한 CEF는 그동안 과학과 교육에 집중했던 창의성 개발을 이제 기업에도 접목시켜 비즈니스에서의 창의적 아이디어 창출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창의적인 사람이란, "야만적이면서도 아주 많이 배운 사람"

▲ 프랭크 배런 교수는 창의성의 심리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을 개발한 개척자로 평가 받고 있다. 
저널리스트로는 실패했지만 톡톡 튀는 광고로 자신의 창의적인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했던 알렉스 오스본.

그는 자본주의의 대량소비를 조장하는 데 앞장섰던 광고기획자가 아니라 인간이 갖고 있는 소중한 자산, 우리의 내면 깊숙이 숨어 있는 창의성을 끄집어 내 성공을 창출시키는 데 개척자적 노력을 한 훌륭한 교육자로 추앙 받고 있다.

"The creative person is both more primitive and more cultivated, more destructive, a lot madder and a lot saner, than the average person.

창의적인 사람이란 보통 사람들보다 아주 야만적(멍청한)이면서도 아주 많이 배운 사람이다. 그리고 아주 파괴적인 사람이다. 또 아주 미쳤으면서도 아주 멀쩡한 사람이다.”

창의성의 심리학(psychology of creativity)의 개척자로 평가 받고 있는 미국의 프랑크 배런(Frank Barron) 교수가 남긴 말이다. 아인슈타인의 지적처럼 창의성 개발을 위해서는 ‘미지의 세계에 뛰어드는 일(a leap into the unknown)’이 필요하다. 일상적인 평범 속에서는 창의성이 피어나지 않는다. (계속)

김형근 편집위원 | hgkim54@naver.com

저작권자 2009.02.1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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