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심술, 과학적으로 가능해졌다" 英 인디펜던트, “뇌 영상을 통해 기억을 읽을 수 있는 기술 개발” 2009년 03월 23일(월)

비밀에 싸인 사람의 마음을 과연 읽을 수 있을까? 그렇다. 인간 유전자를 전부 해독할 수 있듯이 조만간 사람의 뇌의 기억을 전부 읽을 수 있는 기술이 나온다. 말로만 듣던 해괴한 독심술(讀心術)이 과학적으로 가능하다. 그러나 복제와 인간 게놈프로젝트가 엄청난 논란을 불러일으켰듯이 마음을 읽을 수 있는 기술 역시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이 분명하다. 뇌의 신비를 벗기는 일은 훌륭한 과학연구다. 그러나 침해의 논란은 여전히 존재한다. 인간 유전자 암호가 완전히 풀리고 심지어 속 마음까지도 해독된다면 인간의 비밀은 전혀 없는 셈이다. 영국 유력 일간지 인디펜던트(Independent)가 과학적 성과와 함께 문제점을 꼬집었다. [편집자 註]

 

 

▲ 과학자들은 뇌 속의 해마상융기가 사람의 기억과 사고에 관련돼 있으며 MRI로 그 활동을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람들이 살면서 경험을 통해 축적된 직접적인 현실 또는 가상의 장소에 관한 기억은 두뇌에 저장되며 스캔을 통해 고스란히 볼 수 있다는 최신 연구결과가 나왔다. 다시 말해서 뇌 속에 있는 기억장치를 볼 수 있으며, 읽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독심술(讀心術)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영국의 인디펜던트는 최근 인터넷판 뉴스 “Scientists able to read people’s minds”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과학자들은 ‘생각을 보는 기계(thought machine)’를 통해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보도했다.

인디펜던트는 “사람 뇌의 간단한 전기적 활동(electrical activity)을 통해 무엇을 기억하고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 기술에 한걸음 다가섰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신문은 이러한 기술이 엄청난 사회적 파문을 일으킬 것이라는 점도 꼬집었다.

보도에 따르면 영국 런던 유니버시티 칼리지(UCL, University College London) 연구팀은 뇌혈류를 측정하는 뇌 스캐너, 즉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을 이용해 ‘공간에 대한 기억spatial memory)’과 관련된 피실험자들의 뇌 활동을 추적한 결과 이들이 컴퓨터로 합성한 가상현실 공간 속의 어느 지점에 있는지를 정확히 알아맞힐 수 있다는 것.

연구에 참가한 데미스 하사비스(Demis Hassabis) 교수는 “지금 이것은 사람의 마음을 읽는 기술에 대한 조그마한 진전에 불과하다”며 “그러나 뇌의 신경활동을 관찰하면 그 사람에게 물어볼 필요 없이 그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를 알아맞출 수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놀랍게도 뇌의 자료를 보는 것만으로 사람들이 어느 지점에 가 있는지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었다”며 “즉 우리는 그들의 공간기억을 읽을 수 있었으며 이는 기억이 규칙적인 패턴으로 저장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리적 토론이 중요하다”

▲ 인간의 뇌는 무한한 우주와 더불어 신비에 싸여 있었다. 
하사비스 교수는 “현재는 걸음마 단계지만 이러한 연구결과가 암시하는 것은 언젠가 다른 형태의 기억과 사고들을 전부 읽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연 것”이라며 “아마 범인을 잡고 테러리스트를 색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그러나 긴 시간(distant prospect)을 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마도 그런 기술에 접근하려면 10년 또는 더 이상 걸릴 것”이라며 “그러나 그러한 가능성이 열린 것만큼 그에 대비하기 위해 이 문제에 대한 ‘윤리적 토론(ethical discussion)’을 전개하는 것이 유용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UCL의 엘리너 매가이어(Eleanor Maguire) 교수가 이끈 이 연구팀은 방향 찾기와 기억 되살리기, 미래의 일 상상하기 등과 관련, 뇌의 해마상융기(hippocampus)를 집중적으로 관찰한 결과 이른바 ‘위치세포(place cell)’로 알려진 뉴런이 활성화돼 피실험자들이 돌아다닐 때 그들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려준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매가이어 교수는 “우리는 해마상융기가 사람들이 기억을 더듬고(navigate), 저장하고(form), 그리고 추억해내는(recollect) 능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됐으며 미래에 대한 일을 어떻게 상상하는지도 이해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뇌의 해마상융기(hippocampus)가 바로 주인공”

그는 “그러나 수백만 개에 이르는 해마상융기 뉴런들의 활동이 어떠한 기능으로 이어지는지에 대한 것은 여전히 신경과학의 중요한 숙제(fundamental question)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뇌 전문가인 매가이어 교수는 이미 런던 시내를 아주 잘 알고 있는 한 택시 운전사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그의 해마상융기가 다른 사람보다 크고 운전사의 머릿속에 있는 런던 시내에 대한 ‘지식’이 여기에 담겨 있다는 것을 발표해 세간의 주목을 받은 학자다.

스캐너를 통해 마음을 읽는 연구는 이미 수 차례 진행됐다. 생쥐를 이용한 다른 학자들의 기존 실험에서도 해마상융기를 집중 관찰해 수십 개 뉴런의 활동을 측정한 적은 있지만 이 실험에서는 뇌가 기억을 저장하는 패턴에 아무런 규칙성이 나타나지 않았었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는 수만 개의 뉴런이 관찰됐으며 그 결과 기억이 저장되는 방식에 기능적인 구조, 즉 특정 패턴이 분명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연구진은 이 연구에서 출발, 실제 기억이 뇌세포에 저장되는 방식을 조사하는 많은 추가 연구가 가능할 것이라면서 공간 기억에서 더 나아가 뇌 스캔으로 과거의 기억과 미래의 버전을 보여주는 패턴을 발견하기를 고대하고 있다.

연구팀은 “사람이 기억을 어떻게 저장하는지 이해하는 것은 해마상융기에서 정보가 처리되는 방식과 알츠하이머 병과 같은 질환으로 기억이 손상되는 방식을 이해하는 데 결정적인 중요성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뇌 질환 연구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뇌 질환 연구에 도움이 될 수 있어”

사람의 마음을 읽는 연구는 최근 몇 년 사이에 점점 기법이 발달되고 있어 한 연구에서는 피실험자들의 두 가지 음료 가운데 어느 것을 좋아하는지 80%의 정확도로 예측할 수 있었다.

또한 한 연구에서는 사람들이 실수를 저지르기 최고 30초 전에 뇌가 비정상적인 활동을 보여주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 영원한 수수께끼로 알려졌던 뇌의 비밀이 하나 둘씩 풀리고 있다. 그러나 이에 따른 윤리적인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자발적으로 참여한 자원봉사자들을 대상으로 했다면서 앞으로 법의학 분야에서 실용화되기까지는 최소한 10년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연구가 더욱 확대되면 장차 법의학자들이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으로 다른 사람의 기억과 생각을 모두 조사하는 것도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윤리와 관련된 폭발적인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사람의 마음을 읽는다는 것은 공상과학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이 현실화되면서 뇌 연구에 대해 윤리적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다른 사람의 기억과 생각을 알아내는 연구가 인간의 고유한 권한을 침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뇌의 연구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주장 가운데 하나가 바로 뇌 연구가 뇌 세포의 특정지역, 특히 사람의 기억과 관련된 해마상융기 부분에 대해서는 엄격한 룰이 적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성을 침해하는 연구는 아니다”

이에 대해 매가이어 교수는 “이번 연구가 다른 종류의 기억들도 읽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준 것은 사실이지만 사람의 뇌를 훤히 들여다 보기 위해서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며 “우리가 진행한 연구가 (인간의 고유권리)를 ‘침해하는(intrusive)’ 연구는 결코 아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과학적 연구는 공개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 또한 윤리와 도덕이라는 뚜렷한 감시 통제를 받는 것도 아니다. 과학의 윤리와 도덕을 둘러싸고 복제와 인간 유전자 해독이 커다란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처럼 마음을 읽는 기술도 커다란 논쟁의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인디펜던트는 지적했다.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마음 속은 모른다”는 속담은 인간의 모든 비밀이 마음 속에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그 한 길 깊이도 안 되는 마음의 비밀이 열릴 날도 그렇게 멀지만은 않은 것 같다. 우리에게 과학이 과연 무엇인지를 다시 곰곰이 생각하게 만든다.

김형근 편집위원 | hgkim54@naver.com

저작권자 2009.03.2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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