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실패'에 대한 관용이 창의성 토대 창의성 확대와 과학교육 강화 방안 2009년 01월 23일(금)

 

 

미래는 창의성의 시대다. 창의성의 시대를 맞아 영재 양성을 위한 교육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는 시점이다. 사이언스타임즈는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매달 발행하는 월간 '과학창의'1월호에 소개된 기사들을 통해 창의성 확대와 과학교육 강화 방안과 한국과학창의재단의 역할에 대해 알아본다. [편집자 註]

과학창의 칼럼 40년 전통의 한국과학문화재단이 2008년 9월 한국과학창의재단으로 재탄생했다. 과학문화 창달이라는 기존의 기능에 창의인재 육성이 더해져 과학에 대한 국가의 교육 및 문화 활동을 총괄 지원하는 기관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이제 2009년 본격적인 활동을 앞두고 있는 한국과학창의재단의 기대와 역할과 관련하여, 과학교육의 세계적 이슈인 동시에 우리 사회가 극복해야 할 문제인 창의성 교육, 교과 간 소통, 학교 과학과 외부 세계의 연계 등에 대해 살펴보자.

창의성의 사회적 차원과 보편성 제고

창의성에 대해 흔히 유창성, 융통성, 독창성, 과제 집착력, 자기 신뢰감 등을 그 구성 요소로 말한다. 창의성에 대한 이러한 개념화는 특히 영재교육을 중심으로 주로 언급된다. 즉창의성을 영재들의 개인적 특성으로 보고, 이러한 특성을 갖는 개인을 어떻게 선발하고 교육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이다.

그런데 이러한 창의성은 그것을 포용할 수 있는 사회적 토대가 마련될 때 비로소 발현 가능하다. 여기서 사회적 토대란 ‘다름’과 ‘실패’에 대한 사회적 관용이다. 문제는 우리의 교
육이 이러한 ‘다름’과 ‘실패’를 좀처럼 허용하지 않는 데 있다. 수능시험을 비롯하여 학교의 많은 평가는 여전히 5지 선택형 문항에 의존한다.

5개의 선택지 중에는 예외 없이 단 하나의 유일한 정답이 존재하는 형식이다. 진정한 과학기술의 탐구에서 정답이 알려져 있거나 단 하나의 유일한 정답이 존재하는 경우가 어디 있는가. 대부분의 탐구는 실패로 끝나게 되고, 그 실패는 새로운 창의적 도전의 출발이 된다. 그래서 창의성에는 사회적 차원의 관용이 필수적이다.

또한 창의성은 영재를 포함한 모든 학생의 보편적 교육을 목표로 추구되어야 한다. 창의성은 미래 시민이 공통적으로 갖추어야 하는 소양이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과학영재학교, 과학고등학교, 대학 부설 과학영재교육센터, 교육청 영재교육원 등을 통해 창의성을 강조하는 다양한 영재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영재아의 과학교육의 효율성에 집중하는 동안, 절대 다수의 일반 학생을 위한 과학교육은 그 수준과 질에 있어서 크게 뒷걸음질치고 있다. 물리Ⅱ 등 어려운 과학 과목의 선택을 회피하고, 언어/수학/외국어, 세 도구 과목에 치중한 수능시험 및 논술고사의 비중 때문에 과학과 공학에 관심 있는 학생들도 도구 과목에만 매달린다. 비중도 높지 않고 쉬운 선다형 지필검사를 위해 많은 노력과 시간을 투자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2007년 개정된 과학교육 과정에 도입된 ‘자유탐구’는 보다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실천할 필요가 있다. 또 이를 위한 다양한 교육 자료와 효과적인 평가 방안들을 개발해야 한다. 대학에서는 모집 단위별로 필요한 과학과목들을 먼저 이수하도록 하거나 논술고사로 부과할 수 있을 것이다. 획일성에 기초한 통제와 행정의 효율성에 대한 유혹을 뿌리치고, 엉뚱한 발상과 연속된 실패에도 포기하지 않는 도전을 높이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창의성을 모든 학생이 도달해야 할 보편적 교육 목표로서 그리고 다름과 실패를 포용하는 사회적 차원을 갖는 것으로서 인식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하는 한국과학창의재단의 역할이 기대된다.

교과의 벽을 뛰어넘는 소통과 융합

우리나라의 교육과정은 10개의 기본 교과를 규정하고, 여기에는 수학, 과학, 기술·가정이 포함되어 있다. 교육과정은 국가 교육의 근간으로서 교과서 집필, 학생 평가, 학교 운영, 교사 정책 등 거의 모든 학교 교육 활동의 기준이 된다. 그래서 수학·과학 분야의 교육과정 및 교과서 업무가 한국과학창의재단으로 이관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교육과정상의 교과 구분은 하나의 절대적 장벽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학생들로서는 모두 배워야 하는 과목들이지만, 교육과정 개발이나 교과서 집필 과정에서 개념의 연계성이나 계열성을 고민하고 교과의 벽을 뛰어넘고자 하는 소통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

수학에서 배우는 개념은 과학에서 배우는 원리의 기초가 되고, 과학의 원리는 다시 기술 교과 내용 이해의 출발점이 된다. 거꾸로 기술 교과 내용은 과학적 원리의 적용 대상이고, 수학적 개념은 이러한 과학적 원리와 현상을 통해 더 잘 설명될 수 있다. 교과 간에 존재하는 높은 벽은 국가적 수준에서 볼 때 대단히 불합리하고 비효율적이다.

교육과정 및 교과서 정책의 기능을 포괄하는 한국과학창의재단의 출범은 이러한 교과의 장벽을 넘어 소통하고 융합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될 것이다. 타 교과 전문가 및 일반인이 함께 참여하는 교육과정 및 교과서 개발, 교과 간 연계성을 탐색하고 이를 통합하기 위한 과제 및 교육 자료의 개발, 나아가 이공계 논술 및 과학 글쓰기 등 과학기술과 인문사회 분야를 연계하는 교육 및 개발 활동의 지원 등은 한국과학창의재단에 주어지는 또 다른 고유 기능이 될 것이다.

학교 과학과 외부 세계의 연계

지난 정부까지 학교 과학교육은 교육인적자원부에서, 과학문화는 과학기술부에서 담당해왔다. 이들 부처가 통합되어 교육과학기술부가 만들어지고, 이 두 기능을 총괄하는 기관으로서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출범하였다. 한국과학창의재단은 학교 과학과 사회 속의 과학문화를 연결하는 중요한 제도적 연결고리가 된 것이다.

기존의 과학교육 사업이 학교의 교육과정과 교과서 및 교사 교육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지만, 과학문화와 평생교육이 보편화된 현대 사회에서 이러한 학교 중심의 전통적인 과학교육은 더 이상 고립되어 추진될 수 없다. 과학관과 연구소 등 학교 밖의 다양한 비형식 교육 자원과 지역의 산업체 및 문화 행사 등과의 연계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이미 현대 사회의 모든 측면에서 경험할 수 있는 최신 과학의 내용을 학교 교육의 범주로 끌어들여야 하고, 이의 효율적인 실천을 위해 학·연·산의 파트너십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통상 고전 과학의 내용을 전통적인 방식으로 전달하던 교사 연수도 보다 현대적이고 효율적인 과학기술의 내용과 방식으로 보강해야 할 것이다.

과학창의센터를 중심으로 한국과학창의재단은 과학교육의 새로운 리소스 개발 및 축적 그리고 이를 활용한 다양한 교육·연수 프로그램을 개발 운영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과학교육의 혁신과 관련하여 한국과학창의재단에 특별히 기대되는 역할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관련 전문 인력의 확보 및 지속적인 전문성 축적이 중요하다.

사업의 단순 집행이나 예산 배분 기능을 넘어 과학교육과 문화에 있어 진정한 국가적 중심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한국과학창의재단이 국내외의 관련 기관들을 연계하는 네트워크의 중심에 서고 또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독자적인 기초 조사 연구 및 정보 창고로서의 기능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2009년 새해에도 한국과학창의재단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

송진웅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부학장

저작권자 2009.01.2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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