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연구 동향

장주가 꿈에 나비가 됐다. 나비가 되어 하늘을 자유롭게 훨훨 날아다니는 것이 즐겁고 유쾌했지만 자신이 장주라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꿈을 깬 그는 엄연히 장주였다. 그는 자신이 나비가 된 꿈을 꾼 것인지, 나비가 자신이 된 꿈을 꾸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장자의 제물론(齊物論)에서...

장자의 제물론에 나오는 '나비의 꿈'은 몇해전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던 영화 메트릭스와 많이 닮아 있다. 메트릭스에서 주인공 네오는 자신이 현실이라고 믿었던 세상이 컴퓨터가 만들어낸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세상을 지배하는 인공두뇌(AI)가 생체에너지를 동력으로 사용하기 위해 인간을 평생 꿈속에 가둬 놓고 있었던 것이다. 인간은 태어나면서 컴퓨터가 만들어 놓은 안락한 꿈속에서 살다가 마지막 순간까지 그것이 현실이라고 믿으며 생을 마치는 것이다. 영화속에서 누군가 말한다. 당신이 인식하는 세상은 결국 뇌신경을 따라 움직이는 전기신호에 불과하다고... 뇌신경을 조작할 수 있으면 꿈도 현실이 되고, 현실도 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의 생명유지에 필요하지 않은 기관은 없지만 뇌는 특별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뇌는 모든 신진대사와 관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의식이라는 아직 풀리지 않은 신비한 영역을 담당하고 있다. 다른 기관이 생존과 관계가 있다면 뇌는 그것을 넘어 인간 존재라는 철학적인 문제와 연결돼 있다. 데카르트가 남긴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cogito, ergo sum)'는 명언은 철학적 명제이기도 하지만 인간존재와 뇌가 얼마나 긴밀한 관계를 갖고 있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뇌 연구는 상당한 성과를 올렸지만 여전히 갈 길이 먼 분야다. 그만큼 어려운 연구대상인 것이다. 지금은 치료가 불가능한 수많은 뇌질환을 정복하는 것은 물론 원숭이와 인간을 구별하는 가장 큰 요소인 '이성'의 실체를 밝힐 날이 언젠가 올 것이다. 그날을 앞당기기 위해 전세계 관련 분야 전문가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 가장 최근에 이룬 뇌 관련 연구성과는 어떤 것이 있었을까. 해외에서 최근 발표된 몇가지 연구결과를 통해 최신 뇌 관련 연구 동향을 살펴본다.

뇌종양 연구 활발

뇌 관련 연구에서 가장 눈에 띄는 연구분야는 역시 뇌종양이다. 뇌종양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이 많고 생명과 직접 연관이 된 만큼 연구가 활발한 편이다.

미국 로스엔젤레스에 있는 시다스시나이 의학센터는 최근 신경줄기세포가 뇌에 펴져있는 종양세포를 추적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신경줄기세포에 유력한 항종양제인 '인터루킨12(IL-12)'를 담아 종양에 전달, 치료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시다스시나이 의학센터는 실제로 암세포를 죽이는 단백질을 생산하도록 조작된 신경줄기세포를 암에 걸린 마우스에 주입, 생존기간이 크게 늘어나는 것을 확인했다. 일부 마우스는 면역력까지 생겼다.

시다스시나이 의학센터 몬니브 에테샴 박사는 "신경줄기세포를 이용해 IL-12를 주입한 마우스의 생존기간이 현저하게 길어졌다"며 "특히 실험 대상 마우스 30%에서 암세포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마우스는 종양이 생긴 후 평균 25~35일 동안 살지만 새로운 치료법을 실시한 경우 생존기간이 50%나 늘었다.

그는 또 "악성 뇌종양은 침입력이 매우 강하다"며 "이미 전이된 종양세포는 잘 발견되지 않기 때문에 외과적인 방법으로 주종양을 제거해도 재발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 참가한 키스 블랙 박사는 "뇌종양을 제거하는 것은 세포를 추적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며 "신경줄기세포는 열추적미사일처럼 뇌종양 세포를 찾아간다"고 말했다.

블랙 박사는 궁극적으로 뇌종양 환자의 골수에서 신경줄기세포를 추출해 배양한 후 IL-12를 붙여 다시 뇌에 넣어 악성종양을 찾아내 없앨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시다스시나이 의학센터는 현재 골수에서 신경줄기세포를 배양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블랙 박사는 실제로 치료법을 환자에게 실시하기까지 앞으로 18개월에서 2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또 "신경줄기세포가 악성 종양을 추적하는 매카니즘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방, 허파 등 다른 곳에서도 동일한 매커니즘이 존재할 것"이라며 "그럴 경우 비슷한 방법으로 각종 암을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디프테리아 박테리아가 생성하는 독소를 이용한 뇌종양 치료법도 선보였다. 미국 사우스 캐롤라이나 의대는 디프테리아 독소를 암세포에 침투시켜 치료하는 신약인 '트랜스미드(TransMID)'를 개발했다. 트랜스미드는 세포에 철성분을 전달하는 트랜스페린과 디프테리아 독소로 이뤄져 있다.

일반적으로 뇌종양 세포는 정상 뇌세포 보다 철분을 많이 필요로 한다. 따라서 뇌종양 세포는 주변 정상세포보다 트랜스페린을 더 많이 갖고 있다. 트랜스미드를 주입하면 암세포는 철분 전달을 위해 트랜스페린을 끌어들이고 이때 트랜스페린과 함께 들어간 디프테리아 독소가 분리돼 암세포를 죽이는 것이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의대는 트랜스미드를 사용한 환자 가운데 34명중 5명이 완전히 치유됐다고 밝혔다. 나머지 환자들도 부분적으로 효과를 보았다고 밝혔다. 국립신경장애뇌졸중연구소는 뇌간(BrainStem)에 발생한 종양을 치료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뇌간에 종양이 생기면 뇌간을 보호하는 혈관 내벽 때문에 약물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어렵다.

연구진은 뇌간에 약물을 전달하기 위해 '전달-강화 전달법(CED convection-enhanced delivery)'을 개발, 추적자 물질(tracer molecule)인 'Gd-알부민(Gd-albumin)' 을 뇌간에 전달했다. 연구진은 자기공명화상법(magnetic resonance imaging)을 이용, 전달된 추적자가 뇌를 통해 이동하는 상태를 조사한 결과 추적자 물질이 뇌간에 도달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CED는 지난 94년에 처음으로 개발된 기술이다. 압력 차이를 이용해 주입된 분자 상태 물질을 세포조직을 통해 이동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연구진은 지난 8년동안 CED 기술의 정밀도를 높여 문제점을 개선, 최근 성과를 올린 것이다.

퇴행성 뇌질환 연구 전기

최근 발표된 연구결과 가운데 관심을 끄는 것은 '브레인온어칩(Brain-on-a-chip)' 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얼바인에 있는 바이오테크 회사인 텐소바이오사이언스(Tensor Biosciences)는 살아있는 뇌조직을 칩에 올려 놓고 신약이 뇌세포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할 수 있게 하는 장치인 브레인온어칩을 개발했다. 이에 따라 과학자들이 알츠하이머와 조발성치매를 포함한 정신질환 신약 실험을 더욱 효과적으로 할 수 있게 됐다.

브레인온어칩은 특히 하나의 뇌세포가 아닌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는 뇌세포 조각을 연구할 수 있다. 텐소바이오 관계자는 "인간의 행동은 하나의 뇌세포가 아니라 수십억개의 뇌세포가 복잡하게 연결돼 나타난다"며 "브레인온어칩은 뇌세포 조직을 수주일 동안 살아있는 상태로 유지해 개별 뇌세포 대신 뇌조직에 신약이 미치는 영향을 관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브레인온어칩은 일종의 유리칩으로 인공뇌액에 떠 있는 수천개 동물 뇌세포가 서로 연결돼 있다. 칩 표면에 배열된 64개 전극이 뇌조직의 전기적 활동을 관찰한다. 마치 뇌활동을 기록하는 장치인 뇌파도(EEG)처럼 조직에 투여된 약물의 효과를 보여 준다.

캐나다 토로토대학 웨스턴 병원은 뇌졸중으로 인한 뇌손상을 막을 수 있는 물질을 개발했다. 웨스턴 병원 신경외과 전문의 마이클 티미안스키 박사는 최근 미국 과학전문지 사이언스에 'tat-NR2Bc'라는 물질이 동물실험 결과 뇌졸중으로 발생하는 뇌 손상을 90%까지 막을 수 있다고 발표했다. 티미안스키 박사는 "이 물질이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유전자 한부분을 이용해 뇌세포로 들어간 후 뇌졸중으로 생기는 자기파괴 신호를 차단한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뇌졸중이 발생하면 뇌의 내부 신호전달에 핵심적 역할을 하는 NMDA수용체가 과잉반응을 일으켜 가까이에 있는 독성 단백질에 세포 파괴 신호를 보내게 된다. NMDA 수용체는 그러나 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단순히 활동을 차단하면 혼수상태 등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난다.

티미안스키 박사가 개발한 물질은 NMDA수용체가 갖고 있는 정상적인 기능은 그대로 두고 수용체가 과잉반응 할 때 나타나는 부정적인 결과만을 차단한다. 특히 NMDA수용체와 독성 단백질을 연결하는 단백질인 PSD-95를 차단, NMDA수용체에서 오는 신호를 받지 못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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