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설친 날 기억 안나는 이유 있었네! 2007.02.12 ⓒScience Times

수면부족이 뇌의 기억능력 심각하게 저하시켜  

▲ 수면이 부족할 때 기능이 저하되는 뇌 부위. ⓒ

밤잠을 설친 다음날에는 하루 종일 멍한 상태로 지내게 되고 나중에 그날 생긴 일들이 잘 기억나지 않기 마련이다. 심정적으로 충분히 이해가 가는 현상이기는 하지만 도대체 왜 그런 것일까?

수면부족과 뇌의 기억능력과의 관계가 재미 한국인 과학자에 의해 밝혀졌다. KAIST 바이오시스템학과 겸직교수이자 미 하바드 의대 교수인 유승식 교수는 수면부족 상태에서 인간 기억능력이 저하하는 과정을 기능MRI(fMRI, Functional MRI)로 조사해 '네이처'의 자매지인 '네이처 뉴로사이언스'(Neuroscience)의 2월 12일자 온라인판에 발표했다.

유 교수는 잠을 잘 못 자거나 밤을 샌 다음날에 일어난 일들이 잘 기억나지 않는 이유가 부족한 수면이 새로운 기억의 생성과 유지에 필요한 뇌의 해마(Hippocampus)의 기능을 일시적으로 저하시키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수면이 기억과 학습에 있어 필요한 기억강화(Consolidation)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었지만, 지금까지 새로운 정보를 습득할 때 수면의 역할에 대한 연구는 없었다.

유 교수팀은 18세에서 30세 사이의 건강한 피험자 28명을 14명씩 2개의 집단으로 나눈 후, 한 집단은 35시간 이상 수면을 취하지 못하게 하고, 여러 개의 사진을 보여주며 뇌기능을 fMRI로 관찰했다. 또 다른 대조 집단은 평상시대로 7시간에서 9시간의 충분한 수면을 취하게 한 후 fMRI 실험에 참가시켰다.

이틀 후 이들은 다른 사진이 섞인 영상에서 자신이 보았던 사진을 구별할 수 있는지를 검사 받았는데, 수면이 부족한 피험자들은 수면부족 상태에서 본 사진을 잘 기억하지 못했다. 정상 수면자에 비해 기억능력이 19%나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억 습득 당시에 실시된 fMRI 결과는 수면부족이 해마의 기능을 일시적으로 저하시킴을 보여줬다. 아울러 뇌의 시상(Thalamus)과 뇌줄기(brainstem, 뇌간)가 저하된 해마의 기능을 보조하는 현상도 목격됐다.

연구결과는 35시간 동안이라는 일시적 수면부족과 기억의 상관관계를 보여주고 있지만, 장기간에 축적된 수면부족도 인간의 기억(memory)과 전반적인 학습(Learning)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 주고 있다. 인간은 사회적 환경에 의해 수면을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므로, 연구결과가 내포하고 있는 잠재적 의미는 더욱 크다고 평가되고 있다.

예를 들어 성장기에 있는 아동들의 무리한 과외 스케줄에 의한 수면 부족은 바로 생물학적인 학습능력 저하를 낳을 수 있다는 얘기다. 또한 고령화 사회에서 수면장애에 기인하는 기억능력 감퇴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도 수면에 관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연구와 능동적 대책을 필요하게 한다.

유 교수는 "지난 2003년 KAIST 바이오시스템학과와 KAIST 뇌과학연구센터의 협력하에 공동실험에 참가한 바 있다"며 "KAIST가 보유하고 있는 MRI 환경하의 뇌파실험(EEG) 가동 기술은 진보된 수면연구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기술"이라고 밝혔다. 겸직교수로 있는 자신의 논문 발표가 국내 뇌과학 연구분야에서 KAIST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는 바람이다.

유 교수는 현재 KAIST 바이오시스템학과 박사과정 학생의 지도교수도 맡고 있으며, 매년 여름학기에는 KAIST에 머물면서 강의를 하고 있다. /김홍재 기자 ecos@science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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