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의 명언과 영어공부(45)
플레밍
▲ 알렉산터 플레밍.  ⓒ
“I have been trying to point out that in our lives chance may have an astonishing influence and, if I may offer advice to the young laboratory worker. It would be this - never to neglect an extraordinary appearance or happening.”

“실험실의 젊은 연구원들에게 충고를 한마디 한다면 나는 우리의 인생에서 우연(기회)은 놀랄 만한 영향력을 끼친다고 지적하려고 한다. 그것(충고)은 이렇다. (실험실에서) 특별하게 나타나는 모습이나 생기는 일을 절대로 소홀히 다루지 말라.”
-플레밍(1881-1955): 스코틀랜드 출신의 세균학자, 페니실린 발명자-

플레밍(Alexander Fleming)이 어떤 사람들인지 다 아시죠? 어떻게 해서 유명해진 사람인지를 알면 이 명언이 시사하는 바가 뭔지도 부연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 같네요. 항생제 페니실린을 발견해 인류를 세균과 전염병에서 구해 인간 수명을 크게 연장시키는 데 이바지한 과학자이지요.

‘마법의 탄환(bullet of magic)’, ‘만병 통치약(all-cure method)’으로까지 불리는 페니실린은 여러분이 아는 것처럼 아주 우연히 발견됐습니다. 이 점에서 플레밍은 행운아라고 할 수 있죠.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플레밍을 과소평가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어떤 정치가의 이야기처럼 ‘길 가다가 지갑 주운 격’이라고 이야기하는 거죠.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행운은 우연히 찾아오지만 그래도 준비된(prepared) 사람에게 오는 겁니다. 플레밍은 페니실린 개발이 자신만의 노력에 의한 것이 아님을 겸허하게 인정하며 이런 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It is the lone worker who makes the first advance in a subject; the details may be worked out by a team, but the prime idea is due to enterprise, thought, and perception of individual.”

해석하자면 “한 주제(이론)에서 가장 앞서 있는 사람은 고독한 연구원이다. (그에 따른) 세부적인 일은 팀에 의해 이루어진다. 그러나 최초의 아이디어는 개인의 모험, 사고, 그리고 인식능력에 의한 것이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간에게 주사하는 실제적인 페니실린이 나온 것은 플레밍이 1929년 자신의 실험 결과를 발표한 후 11년이 지난 1940년의 일입니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플로리(H.W. Florey)와 에른스트 체인(Ernst B. Chain)에 의해서 상용화할 수 있는 지금의 항생제가 개발됐습니다. 플레밍이 발견한 푸른곰팡이의 종류는 무려 650여 종이고 그 중에서 한 종류만이 페니실린의 원료가 됐습니다.

▲ 연구실에서의 플레밍, 우연은 그저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준비된 사람에게 오는 것이다.  ⓒ
플레밍은 1928년 푸른곰팡이에서 발견한, 세균의 증식 억제 기능을 지닌 물질에 ‘페니실린’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그 연구를 종합 정리해 1년 후인 1929년 당시 권위 있는 세균학 연구지인 ‘영국 실험병리학 저널(British Journal of Experimental Pathology)’에 발표합니다. 인류가 질병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신호탄을 날린 것이지요. 플레밍은 이후 푸른곰팡이를 이용해 세균을 죽이는 실험을 계속하지만 항생제로서의 약을 만드는 데는 실패합니다.

세균학자들 사이에서 플레밍의 논문에 대한 기억이 사라질 무렵, 독일의 총명한 생화학자 체인 박사가 그 논문을 읽고 상당한 관심을 보입니다. 그는 옥스퍼드 대학에서 연구를 시작하고 호주 출신의 외과 의사인 플로리 박사와 한 팀이 돼 결국 페니실린 상용화에 성공합니다. 이 공로를 인정받아 이 두 사람은 1945년 플레밍과 함께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합니다.

플레밍의 생애나 페니실린의 탄생에 대해서는 대부분 알고 있습니다. 항간에 많이 도는 ‘플레밍과 처칠’의 이야기를 해볼까요? 이야기는 아름다운 것이 좋습니다. 그게 서로 간의 은혜에 보답하는 거라면 더욱더 좋지요. 그러나 플레밍과 처칠은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두 사람을 좋게 엮는다면 재미도 있고 교훈적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심지어 국내 유력 일간지조차 그렇게 취급한 기사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은 이와 다르지요.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영국의 대단한 가문의 아들이 시골(스코틀랜드)로 가 호수에서 수영을 하다가 발에 쥐가 났다. 살려달라고 소리치자 시골 농부의 한 아들이 물에 뛰어 들어 그를 살려 주었다. 귀족의 아들은 자신을 구해준 시골 소년과 친구가 된다. 둘은 편지를 서로 주고 받으면서 우정을 키워 나간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귀족 아들은 ‘너는 커서 뭐가 되고 싶니?’라고 묻자 시골 친구는 ‘의사가 되고 싶지만 집이 가난해서 집안 일을 도와야 해’라고 답장했다. 그러자 귀족 아들은 아버지를 설득해 친구를 런던으로 데려와 공부를 하게 만든다. 그 시골 친구는 커서 오늘의 주인공 알렉산더 플레밍이 되고 귀족 아들은 2차 대전을 승리로 이끈 처칠 수상이 된다.

▲ 페니실린은 플레밍의 실험실에서 우연히 발견돼 인류의 삶을 변화시킨 마법의 탄환이다.  ⓒ
처칠이 군에 있을 때, 폐렴에 걸려 사경을 헤매자 플레밍은 자신이 발견한 페니실린으로 처칠을 치료한다. 당시에는 처칠이 아프리카로 출정했기 때문에 그곳까지 날아가 그의 폐렴을 치료해 자신을 의과대학 교수로 만들어 준 은혜를 갚는다.” 이런 이야기입니다. 참으로 아름다운 스토리입니다.

이와 관련된 플레밍 전문 인터넷 사이트의 내용을 소개하겠습니다. 이야기는 좋지만 사실과는 전여 무관하다고 부정합니다. “The story that Sir Alexander Fleming or his father(the renditions vary) saved Churchill’s life had been roaring around internet lately. We must have had fifty emails about it."

공부도 할 겸, 사실도 확인할 겸, 조금씩 나눠서 번역해 보기로 하죠. “플레밍경이나 그의 아버지가(플레밍인지 아버지인지는 경우에 따라서 다르다) 처칠의 목숨을 구했다는 이야기가 요즘 인터넷에 많이 떠돌고 있다. 벌써 50개가 넘는 이메일을 받았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Charming as it is, it is certainly fiction. The story apparently originated in Worship Program for Juniors, by Alice A. Bay and Elizabeth Jones Oakbery, published in 1950 by an American religious house, in a chapter entitled ‘The Power of Kindness’."

“매혹적인 이야기지만 완전히 허구다. 그 이야기는 어린이들을 위한 선교프로그램에서 베이와 오크베리라는 사람에 의해 시작됐고 ‘친절의 힘’이라는 제목으로 1950년 미국의 한 교회에서 출판한 책에서 비롯된다.” 선교를 목적으로 인과응보의 아름다움을 전하기 위해 만든 픽션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사실이 아니라 해도 믿는다고 나쁠 것은 없다고 봅니다. 과거의 수많은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이렇게 해서 탄생했을 거니깐 말입니다.

이 사이트는 이러한 사실을 제시하면서 플레밍과 처칠의 관계가 허구라는 점을 주장합니다. “A fundamental problem with the story is that Chutchill was treated for this very serious strain of pneumonia not with penicillin but with ‘M&B’, a short name for sulfadiazine produced by Mmay and Baker Pharmaceuticals.”

“이 이야기와 관련해 중요한 문제는 처칠은 그의 심각한 폐렴을 페니실린이 아니라 ‘메이 앤드 베이커 제약회사’가 생산한 설파디아진이라는 이름의 ‘M&B’로 고쳤다는 사실입니다.” 무슨 말인지 아시죠? 처칠이 폐렴에 걸린 것은 사실이고 위독했지만 항간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페니실린으로 고친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둘은 아무 관계가 없다는 주장입니다.

이 사이트는 마틴 길버트경(Sir Martin Gilbert)이라는 전기작가(biographer)의 글을 인용하면서 “The ages of Churchill and Fleming(or Fleming’s father) do not support the various accounts calculated.” “처칠과 플레밍(또는 그의 부친)의 나이를 보더라도 항간의 이야기가 맞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이어지는 이 사이트의 주장을 주의 깊게 보시기 바랍니다. “Alexander Fleming was seven years younger than Churchill. If he was plowing a field at say age 13, Churchill would have been 20. There is no record of Churchill nearly drowning in Scotland or any other age; or of Lord Randolph paying for Alexander’s education.”

▲ 플레밍은 푸른곰팡이와 같은 보잘 것 없는 미물도 인간에게 얼마나 유용한 지를 깨우쳐 준 대표적인 학자다.  ⓒ
“플레밍은 처칠보다 7살 아래다. 만약 플레밍이 13세에 들판에서 쟁기질을 하고 있었다면 처칠은 당시 20세가 된다. 그러나 그때 처칠이 스코틀랜드에서 빠져 죽을 뻔했다는 기록은 없고 그의 전 생애를 통틀어서도 없다. 그리고 란돌프경(처칠의 부친)이 플레밍의 교육비를 지불했다는 기록도 전혀 없다.”

요점은 란돌프경 같은 유명한 정치인이라면 그 정도의 기록은 당연히 남아 있을 거란 이야기입니다. 플레밍과 처칠의 관계가 진실이냐? 허구냐? 에 대해서는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치 않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에 대해 따지는 것이 그렇게 생산적인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플레밍의 페니실린 발견을 접하면서 느끼는 점은 하찮은 미물이라도 우리가 더불어 살아갈 수 있다면 유용한 게 많다는 겁니다. 동의보감 허준의 이야기처럼 “천하게 생각해 지나쳐 버릴 개천의 이끼도 천하의 명약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푸른곰팡이가 인류를 구원할 명약으로 등장하리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여러 날 실험실을 비워뒀던 플레밍이 실험용 접시에서 배양하던 포도상구균(Staphylococcus)이 죽어 있는 현상을 우연히 발견한 것이 계기가 돼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된 겁니다. 대표적인 화농균인 포도상구균 배양기에 발생한 푸른곰팡이 주위가 무균 상태라는 사실을 우연히 확인합니다. 푸른곰팡이가 화농균을 죽인다는 걸 알게 된 거죠.

“A good gulf of hot whiskey at bedtime - it’s not very scientific but it helps. 잠자리에서 독한 위스키를 들이키는 것, 그것은 과학적이지 못하다. 그러나 (과학에) 도움이 된다.” 무슨 뜻인지 아시죠? 위대한 발견이란 꼭 과학적인 연구 속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우연히 찾아올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Nature makes penicillin, I just found it. 자연이 페니실린을 만든 것이고 나는 발견했을 뿐이다.”
/김형근 편집위원  hgkim5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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