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비밀을 밝혀내는 뇌인지과학 서울대 뇌인지과학과 창설 기념 심포지엄, 이상훈 교수 인터뷰 2009년 05월 18일(월)

▲ 15일 서울대 관악캠퍼스 25-1동에서 열린 뇌인지과학과 창설 기념 심포지엄 

고대로부터 인간이 몸과 마음으로 이뤄진 실체라는 사실은 당연하게 받아들여져 왔다. 과학이 발전하면서 인간 연구에 대한 과학자들의 끈질긴 집념은 분자수준으로까지 몸의 비밀을 밝혀내는 데 성공했지만 그 나머지인 마음에 대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매우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21세기 들어서 최첨단 장비로 무장한 현대과학은 인간의 육체를 넘어 마음의 실체마저 밝혀내려 도전하고 있으며 그 선두에 ‘뇌인지과학(Brain & Cognitive Science)’이 있다.

특히, 근래에 들어서 마음의 병이라 일컬어지는 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가운데 그 원인과 기전 이해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폭되면서 뇌인지과학의 필요성은 점차 커지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과학 선진국에서는 벌써부터 뇌연구에 집중하고 있으며 뇌와 인지과학의 융합을 향한 학문의 발전을 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 3월 19일 정부 차원에서 서울대 자연과학대에 뇌인지과학과를 설립하고 5년간 약 200억 원 규모의 연구비 지원을 약속한 가운데 15일(금) 오전 10시 서울대 관악캠퍼스 25-1동 국제회의실에서는 ‘뇌와 마음의 연결’을 주제로 뇌인지과학과 창설 기념 심포지엄이 열려 분자신경학, 세포신경과학, 유전학, 첨단 영상 장비 등과 관련한 학문들의 세션이 이어졌다.

이날 시스템적 행동신경과학으로 주제발표를 한 서울대 인지신경학과 이상훈 교수는 뇌인지과학과 창설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학자다. 심포지엄에서 만난 이 교수로부터 뇌인지과학의 필요성과 최근 현황 그리고 향후 전망 등에 대해 들어봤다.

▲ 서울대 인지신경학과 이상훈 교수 
- 뇌인지과학(BCS)을 설명하면

인지는 지각, 행동, 기억, 학습, 사고, 의사결정, 정서 등 고등정신기능을 총칭하며 인지신경과학은 인지기능과 관련된 마음 및 행동의 생물학적 메커니즘 및 시스템을 규명하는 과학이다. 뇌인지과학은 뇌와 행동을 연결시키는 과학으로 마음의 생물학이라고 할 수 있으며 미래 융합과학기술의 핵심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 이유는 인지과학, 인지심리학, 그리고 생물학, 신경과학들을 주제 및 방법 측면에서 모두 이어주는 교량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인지신경과학은 최근에야 차별화된 분야로 부상한 가운데 컴퓨터 뇌 촬영 장비의 발전 등 인접학문의 과학적 성과로 실험실에서 인지과정의 탐구가 가능해졌고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 뇌인지과학이 융합의 중심축인 이유는

뇌인지과학은 뇌신경생물(분자신경학적, 세포신경과학적 유전자 조작)과 뇌인지 간의 융합, 뇌공학과의 뇌인지 간의 융합, 뇌신경계질환과 뇌인지 간의 융합 등 뇌인지는 뇌과학 내부에서도 중심축을 형성한다. 시스템과 인지신경과학을 중심으로 뇌신경생물학 등과의 융합이 시도되고 있다. 또 컴퓨터 모델링을 통한 뇌공학 및 뇌신경계 질환과의 융합도 변화하는 양상에 맞춰 이뤄지고 있다.

- 정신질환 연구와의 관계는

첨단 산업기술이 발전하려면 인간 정신 현상의 원리와 기전 이해가 필수다. 그러기 위해선 고위기능의 장애를 보이는 인간의 정신질환 연구로부터 중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일례로, 2006년 정신질환 역학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국민의 30% 정도가 평생 한 번 이상 정신질환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질환으로 유발되는 사회적, 경제적 손실은 국가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주고 있으며 개인의 삶의 질 역시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 따라서 정신질환을 극복하려면 그 발병 기전을 규명하고 이를 치료적으로 적용하는 과정이 반드시 따라야 하고 이를 위해 정신현상의 기전 및 정신 병리의 근원을 밝히는 연구가 현재 여러 나라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 해외 선진국의 상황은

미국, 일본, 유럽 등 전통적 과학 선진국들은 기술선점을 위한 뇌연구 강화 프로그램 마련 및 전략을 마련하고 있는데 ‘90년에 미국 정부는 ‘뇌연구 10년’을 선언했고 NIH는 ‘06년 뇌연구로 비전을 확장, 신경과학 연구 사업에 중점을 두기 시작했다. ‘91년에 EU 역시 ‘뇌연구 10년’ 계획을 수립하고 ‘97년에 일본도 21세기를 ‘뇌연구의 세기’로 선언하고 뇌과학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최근에는 중국, 싱가포르, 대만 등 아시아 국가들에서도 시스템/행동/인지 수준을 다루는 인지신경과학이 미래를 주도하는 융합분야의 대표과학으로 선정되고 있는 중이다. 이에 따라 대규모의 연구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세계적 연구중심대학에 인지신경과학과가 신설되고 있다.

- 현재 우리나라의 뇌연구 상황은

우리나라 역시 ‘98년도부터 뇌연구촉진법을 제정, 지원을 하고 있으나 뇌인지 중심의 융합을 강조하는 환경변화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 뇌연구 전체를 종합적으로 포괄하는 뇌연구 중심연구기관에 대한 필요성이 증가, 현재 이를 위한 국가 주도의 뇌연구원 설립도 추진 중이며 세계 수준의 국제화된 새로운 학과 창설이 필요하다.

▲ 심포지엄에 참가한 학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뇌 연구에는 첨단 장비가 많이 필요한데...

인간의 고등인지능력(학습, 판단)을 담당하는 대뇌피질의 변화와 고등인지 간의 상호연관성을 규명 가능케 하기 위해서는 해부학적 뇌영상뿐만 아니라 기능적 뇌영상 기술(MRI) 분석을 통한 고등 인지기능에 관련된 뇌의 활동성을 측정해야 한다.

이는 필수적인 장비로서 우리 학과는 이 핵심장비를 위해서 인간의 뇌 연구에 최적인 3-4T fMRI 센터를 WCU 예산과 별개로 서울대 자체 예산으로 구입하고 ‘live cell imaging' 기술도 급속히 발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two-photon confocal imaging’ 장비도 마련, 변화하는 기술 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다.

- 뇌인지과학의 향후 전망은

뇌중심 융합기술이 IT, BT, NT 등에 이어 성장 동력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뇌과학과 IT, BT, NT 등의 융합기술은 21세기 세계 기술의 첨단 그룹을 형성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 예로, 미래기술을 선도하는 인력을 배출해온 MIT 대학은 뇌과학과 인지과학을 융합한 학부를 만들고 대학 차원에서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조행만 기자 | chohang2@empal.com

저작권자 2009.05.1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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