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를 느끼면 왜 소름이 돋을까 


 

 

귀신 이야기와 공포영화는 더위를 쫓는 가장 손쉬운 피서법 중 하나로 통한다. 열대야에  귀신 이야기 하나로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누구나 경험해 보았을 것이며, 영화 속 끔찍한 장면에 비명을 질러대며 스트레스를 풀어보지 않은 사람도 없을 것이다. 공포를 체험하면 더위가 싹 가신다고 하는데, 실제로 공포를 느낄 때 체온이 떨어질까? 전문가들은 두려움이나 공포가 단순히 심리적인 현상이 아니라 신경계의 복잡한 반응을 포함하는 신체현상이라고 지적한다.

 

 
공포와 추위에 대한 뇌의 반응은 같을까?

 

추우면 소름이 돋고 몸이 떨리는 것처럼, 공포를 느끼면 누구나 오싹하고 소름이 돋는다. 우리 몸이 추위를 느낄 때는 두 군데의 감각기관이 온도를 감지하는데, 하나는 피부이고 다른 하나는 뇌의 시상하부이다. 시상하부는 체내온도와 피부온도의 차이를 측정해서 체온을 조절하는 기능을 한다.

 

그렇다면 공포를 느낄 때는 어떨까? 우선 공포영화를 보면 시각과 청각이 자극되고, 이 자극이 뇌에 전달된다. 공포를 느끼는 뇌의 부위는 ‘감정의 뇌’로 불리는 변연계로 알려져 있다(1932년 독일의 헤스는 변연계를 자극하자 쥐가 공포에 질려 도망간다는 사실을 발견해 변연계가 감정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밝혔다). 변연계에서 두려움을 느끼면 그 밑에 있는 시상하부에 자극을 전달한다. 시상하부는 뇌하수체에 신호를 보내 스트레스를 받을 때 나오는 코티졸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하고, 다른 한편으로 자율신경계통을 자극한다. 이로부터 자율신경계의 반사작용이 시작되는데 주로 교감신경이 흥분한다. 교감신경은 온몸 구석구석에 반응을 전달해 심장박동이 빨라지게 한다.

 

그러면 피부혈관이 수축하여 핏기가 가시고, 땀샘이 자극돼 식은땀이 나며, 근육 수축으로 온몸의 털이 곤두선다. 한마디로 모골이 송연해지는 추위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은 추위를 느낄 때 시상하부가 내리는 체온조절 명령과 다르지 않다. 결국 공포영화를 보며 더위를 잊는다는 것은 전적으로 사실에 근거한 이야기인 셈.

 


갓 태어난 쥐도 고양이를 보면 도망간다

 

인간의 공포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갓 태어난 쥐가 고양이를 무서워하는 실험을 통해 알 수 있듯 유전자 속에 잠재된 선천적 공포이고, 다른 하나는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 식의 환경과 학습을 통해 형성된 공포이다. 공포는 사실 인간이 가진 정상적인 정신작용의 하나이다. 전문가들은 “모든 공포증은 발생 가능한 위험에 대한 두려움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한다. 현대인이 가장 많이 겪는 정신질환인 불안장애 중에서도 가장 흔한 장애가 공포증이다. 그렇다면 인간은 어떤 환경에 놓일 때 극도의 공포감을 느낄까.

 

하버드대 심리학 연구팀이 발표한 ‘공포감 지수’를 보면 여객기 내에서 추락 위기에 처했을 때 가장 극심한 공포를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뒤를 잇는 것이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테러>전쟁이 터졌을 때>암흑천지의 탄광에 갇혔을 때>말기 암 선고를 받았을 때>고층빌딩의 엘리베이터에 갇혔을 때 순이다.

 


무서운 장면보다 소리가 더 무섭다

 

공포증의 발작 자체는 불과 몇 초에 지나지 않지만 공포감은 신경계를 자극해 짧고 강렬하게 몸 전체를 훑고 지나간다. 그런데 이러한 공포자극은 쾌락과도 생리적인 함수관계를 갖는 것으로 추정된다. 공포감이 신경계를 자극할 때 쾌락과 관련된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을 분비하는데, 이것이 두려움과 동시에 쾌감을 느끼게 한다는 보고가 있다. 공포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뇌의 자극을 은연중 즐기게 된 사람들인 셈이다. 그러나 자율신경계의 반응은 우리 몸이 대응하는 일종의 방어기전이므로 지나치게 공포를 자주 접하는 것은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공포영화를 볼 때 시각적인 이미지보다 청각적인 요소가 더욱 공포를 자극한다는 것이다. 우리 뇌가 상황을 인지할 때 약 80% 정도는 시각 정보에 의존한다. 따라서 청각 정보는 시각정보보다 정확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소크라테스가 인간의 두려움과 공포는 무지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했듯, 두려움과 공포의 실체가 드러나기 이전의 청각 자극이 오히려 공포감을 불러일으키는 데 효과적이라는 말이다. 공포영화에서 음향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공포영화를 보면 음향은 일정한 박자를 유지하며 심장박동 리듬을 맞추다가 점점 빨라진다. 그러면 심장박동도 거기에 맞춰 빨라지고 몸이 긴장하게 된다. 순간, 빨라지던 음악이 갑자기 멈춘다. 그리고 꽝! 무서움의 실체가 낭자한 피를 흘리며 화면을 덮는다. 이때 관객이 비명을 지르게 하는 시점은 결정적인 장면이 나오기 직전까지 공포감을 최대치로 몰아붙이는 음악에 의해 조절된다. 공포영화를 보면서 무서움을 덜 느끼고 싶다면 손으로 눈을 가리기보다는 귀를 막을 일이다.

 

출처 : 뇌 7월호

브레인월드 www.brainworl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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