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는 음악을 좋아해 

 
 
온몸을 동그랗게 접은 채 커다란 헤드셋을 끼고 음악을 듣는다. 눈이 저절로 감기고 음악은 한쪽 귀에서 다른 쪽 귀로 오간다. ‘음~음~’, 입 속에서 작게 따라 부르니 작은 진동이 느껴지며 두뇌를 안마하는 듯 편안하다. 리듬이 뇌 속의 히치하이커처럼 자유롭게 유영한다. 음악은 타인에게 가장 사적인 감정을 전달하게 함으로써 부정확한 언어들로부터 감정을 해방시킨다. 음악가 데릴 쿡은 음악에 대해 ‘한 인간의 감정이 다른 인간의 것과 닮을 수 있는 한 닮아 있는 것’이라고 했다. 

한 인간의 감정과 가장 닮아 있는 것이 음악이라면, 한 인간을 가장 닮은 것은 같은 유전자를 지닌 생명이다. 아기는 엄마의 양수 속에서 사물을 볼 수도, 만질 수도, 냄새 맡을 수도 없는 상태에서 엄마의 심장박동 소리를 듣는다. 어쩌면 청각은 오감 중에 가장 먼저 터득하게 되는 감각인지도 모른다. 생후 5개월 된 아기는 음악의 미세한 속도 변화에도 반응하고 8개월이 되면 선율을 기억한다. 인간에게 음악이란 무엇일까? 

 

 


음악과 뇌

 

뇌손상을 입은 음악가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음악적 능력은 뇌의 오른쪽 전두엽에 있음이 밝혀진 바 있다. UCLA의과대학 PET스캔 실험의 결과를 보면 독서는 뇌의 좌반구를, 음악은 뇌의 우반구를 흥분시킨다. 캐나다 몬트리올대학의 이사벨 페레츠 교수팀은 한 음의 지속 시간이나 두 음 사이의 음정 차이는 오른쪽 측두엽에서 판단하고, 마디 단위로 끊어서 음 전개를 파악하는 능력은 이마 바로 뒤 전두엽이 담당한다고 했다.

 

앞선 연구들이 음악을 우뇌에 치우쳐 연결하는 것에 대해 《This Is Your Brain on Music》의 저자이자 몬트리올  맥길대학의 부교수 대니얼 레버틴 Daniel Levitin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말한다. 음악을 들을 때 뇌는 음율, 음색, 리듬 등을 정리하고 구분해야 하며 어떤 음의 패턴은 뇌에 저장되어 있는 무의식적 또는 의식적 기억을 일깨우기도 한다는 것이다. 음악은 뇌의 감정뿐 아니라 타이밍, 지각력, 기억력, 연쇄작용 등에 관여한다. 현대인은 휴대폰 벨소리의 종류로 사람을 분류하고, 카페에 흐르는 OST로 영화장면을 떠올리며, ‘미레미레미시레도라~’로 시작하는 피아노곡에서 후진기어를 떠올린다. 레버틴에 따르면 연주자들의 경우 음악을 감상하면서 자신의 손가락뿐 아니라 몸의 여러 운동 기능까지 자극된다고 한다. 음악을 듣는 행위는 생각보다 뇌의 많은 영역과 연관되어 있는 것이다.  

 

 

음악과 치유

 

음악은 뇌의 쾌감중추를 자극한다. 이는 초콜릿을 먹을 때, 오르가슴을 느낄 때, 또는 마약을 복용할 때 활성화되는 뇌의 보상부위들과 관련이 있다. 음악은 이 보상부위들을 활성화시키고 이와 연관된 호르몬인 도파민이나 세로토닌을 생성한다.


혼수상태에 빠진 뇌도 음악에 반응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이미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밝혀졌다. 협심증 환자들 중에는 회복 과정에서 항우울제 대신 고전음악을 듣는 사람들도 있다.

 

특히 학습장애, 다중장애, 자폐아들과의 소통에서는 언어보다 음악이 먼저 사용되기도 한다. 또한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음악들, 특히 바로크 음악이나 모차르트 음악이 집중력 향상의 도구로 시선을 모으기도 했다. 음악은 마음을 진정시키기도 하지만 고양시키는 힘을 주기도 한다. 인간의 심장박동과 어긋나는 재즈, 스윙, 팝, 록과 같은 음악들은 혈압을 상승시켜 더 많은 양의 운동을 하도록 도와준다. 누가 가르치지 않았음에도 우리는 아침에는 활기찬 음악을, 고단한 저녁에는 평온한 음악을, 운동을 할 때는 활발한 음악을 듣는다. 스스로를 치유하는 법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는 셈이다.

 

 

음악과 문화

 

“이 음악 좋죠?”라는 아이의 말에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면 그 부모는 곧 아이와 거리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아이들은 부모와 자신을 다른 세대로 규정짓는 하나의 상징으로 음악을 듣는다. 세대마다 나라마다 종족마다 서로 다른 음의 배열은 각각의 문화를 상징한다. 서구화로 인해 서양의 음계와 박자가 일반화되었지만 여전히 인류가 함께 이해하지 못하는 음악들은 많다. 우리의 엇박자만 해도 서양인들에겐 낯선 박자가 아닌가.

 

빅터 주커칸들은 《음악에 대한 감각》에서 “음악과 음악 사이의 장벽은 언어의 장벽보다 넘어서기 힘들다”고 했다. 펠릭스 멘델스존의 말에서 그 원인을 찾자면 ‘음악은 지나치게 모호하기 때문이 아니라 반대로 너무 정밀하여 언어를 비롯한 다른 표현 양식으로 번역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음악은 세계가 공유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문화이면서 또한 가장 추상적인 문화이다. 때문에 음악가들은 음악을 신의 영역이라고 하고, 소설가들은 음악을 우주의 공용어라고 말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인류가 공존하는 한 음악은 항상 새로운 패턴으로 인간의 뇌 영역을 확장시키면서 그 위치를 유지할 것이라는 것이다. 한 해를 보내며, 흥겨울 일이 없어 노래 부를 일 없다 말하지 말고, 노래를 불러 흥겨움을 되찾아 봄은 어떨까. 당신의 동공은 확장되고 엔도르핀의 분비량은 높아질 것이다.

 

 

출처 : 브레인 vol.7

브레인월드 www.brainworld.com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