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무방비 상태로 풀어놓아라 뉴사이언티스트, 창의성 높이는 8가지 방법 (2) 2009년 06월 02일(화)

▲ 파스퇴르는 미생물이 발효와 질병의 원인이 된다는 것을 증명하면서 당시의 보편적인 생각을 뒤집었다.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온다.” 이 말은 위대한 과학자 루이 파스퇴르(1822-1895)가 남긴 명언이다.

19세기 파스퇴르는 미생물이 발효와 질병의 원인이 된다는 것을 증명하면서 당시의 보편적인 생각을 뒤집었다. 뿐만 아니라 저온살균법을 비롯해 백신, 입체화학 등 다양한 업적을 세웠다. 이런 그의 창의적인 업적은 그의 말마따나 자신의 마음이 이런 업적을 세울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준비가 되어 있었던 덕분일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부단히 실험하는 철저한 준비를 통해서 말이다. 그 결과, 파스퇴르는 ‘아하, 알았다’하고 탄성을 내뱉는 창의적인 발상을 얻었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파스퇴르의 창의적인 업적은 단지 철저한 대비와 준비에만 있었던 게 아닐지도 모른다. ‘아하’ 하고 외치는 창의적인 발상의 순간은 문제에 집중하는 마음보다 오히려 문제를 풀기 전에 우리 마음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그것도 무방비하고 느슨한 마음의 상태가 필요하다고 한다.

직관적 문제 해결은 휴식상태의 뇌에 달려 있다

2006년 미 드렉셀 대학의 심리학자 존 코니오스 교수와 노스웨스턴 대학의 심리학자 마크 정 비만 교수의 연구팀은 우리가 어떤 때는 아하 하는 순간이 쉽게 찾아오는가 하면 어떤 때는 전혀 생각나지 않는지가 궁금했다. 그래서 그들은 유레카를 외치는 그 순간에 뇌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조사해보기로 했다.

이를 위해 그들은 실험참가자들이 어떤 실험을 하게 될지를 듣기 전까지 실험참가자들의 쉬고 있는 뇌를 촬영했다. 그런 다음 연구팀은 실험참가자들에게 알파벳 단어의 순서를 재배치해서 말을 만드는 철자 바꾸기 문제를 제시했다. 그리고 해답을 직관적으로 얻었는지 아니면 문제를 해결하고자 부단히 머릿속으로 생각해서 얻었는지를 실험참가자들에게 보고하도록 했다.

실험 결과, 코니오스 교수와 비만 교수의 연구팀은 놀라운 점을 발견했다. 문제를 제시하기 전에 이미 실험참가자들의 뇌의 상태만으로도 어느 실험참가자들이 직관적으로 문제를 해결할지를 알아낼 수 있다는 점이었다.

연구팀은 실험참가자들의 뇌의 상태를 문제를 제시하기 전인 쉬고 있는 상태일 때와 비교해보았다. 그러자 직관적으로 문제를 풀었다고 보고한 실험참가자들과 그렇지 않은 이들 간에 뇌의 활동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음을 확인했다.

직관을 사용하는 실험참가자들은 문제가 등장하기 전 우뇌의 활동이 더 활발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었다. 우뇌는 수없이 들어오는 시각정보를 순간적으로 차단해 마치 눈을 감은 상태로 만들어주면서 우리의 마음을 느슨한 상태로 해준다. 그 결과, ‘아하’라는 순간을 낳게 해준다고 연구팀은 해석했다(Neuropsychologia, vol 46, p 282).

창의성의 뇌파는 알파파 多, 감마파 小

2007년 영국 런던 대학의 조이딥 바타챠르야 박사도 이와 비슷한 연구결과를 얻었다(PLoS onE, vol 3(1), p e1459). 어떤 것에도 집중하지 않는 평안한 상태의 뇌가 창의적인 해법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점을 말이다.

▲ '아하'하고 창의적인 생각을 해내려면, 우리 마음은 미리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느슨하고 무방비의 마음의 상태가 필요하다. 
바타챠르야 박사는 실험참가자들에게 어려운 단어와 연관이 있는 퍼즐을 주었다. 예를 들어, 'shirts', 'black', 'put', 이 세 가지 단어를 묶어주는 단어를 찾는 것과 같은 퍼즐이었다. 바타챠르야 박사는 실험참가자들이 답을 찾지 못하고 교착상태에 빠져가는 동안 뇌파를 측정했다. 그런 다음 바타챠르야 박사는 그들에게 해답의 첫 번째 철자를 말해줌으로써 단서를 주었다.

흥미롭게도 뇌파 중 느린 알파파가 많이 나타나고 짧은 감마파가 적게 나타나는 실험참가자들의 경우 이 단서만으로도 쉽게 문제를 해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뇌파는 눈을 감고 편안하게 쉬고 있을 때 나타나는 패턴이다.

반면 알파파가 적게 나타나고 감마파가 활발한 실험참가자들의 경우에는 여전히 답을 찾아내지 못했다. 이런 뇌파는 우리가 어떤 생각이나 고차원적인 논리에 집중하고 있을 때 보통 나타난다. 문제에 집중한다고 해서 문제를 푸는 게 아닌 셈이다.

바타챠르야 박사는 “단서가 제대로 쓰일지의 여부는 그들이 이전부터 갖고 있던 뇌의 상태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현재 그는 우리가 의도적으로 뇌의 상태를 어떤 것에 집중하지 않고 무방비 상태로 만들 경우 창의성이 증가할 수 있는지를 알아내고자 한다.

만약 그렇다는 결과가 나온다면 우리는 창의성을 기르기 위해서 이제부터 열심히 우리의 뇌의 상태를 무방비 상태로 풀어헤쳐 놓는 연습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어쨌건 이 연구결과들을 토대로 파스퇴르의 명언을 재해석해 본다면, 준비된 자란 자신의 마음을 느슨하게 풀어헤칠 줄 아는 사람일 것이다.

박미용 기자 | pmiyong@gmail.com

저작권자 2009.06.0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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