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의 확장 속도, 수백 배 빨라져 [교수신문 공동] 보안, 가상화 기술 등 해결해야 문제 많아 2009년 06월 08일(월)

<사이언스타임즈>는 지난해에 이어 사회와 학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 키워드를 정해 다양한 전문가적 관점의 학자적 식견이 상호 소통하는 장인 ‘학문간 대화로 읽는 키워드’ 제2탄을 마련했다. 이 기획은 학술 전문 주간지 <교수신문>(www.kyosu.net)과의 공동기획으로, 21세기 현재 지식의 전선을 바꿔나가는 이슈 키워드에 다양한 학문간 대화로 접근함으로써 인문사회과학, 자연과학, 공학, 미학적 이해와 소통의 지평을 넓히는 데 목적이 있다. 2009년에는 문명의 전환과 인간의 진화에 초점을 맞춘다. 과학기술의 발전과 정보화 사회의 심화, 지구촌을 아우르는 사회, 정치, 경제 질서의 결속 강화는 새로운 문명과 인간이 출현을 가져온다는 인식에서다. ‘기후변화’부터 ‘죽음’까지 13가지 이슈에 대해 과학자와 인문학자가 소통하며 논전을 벌였던 2008년 기획시리즈는 현재 『지식의 이중주』(2008, 해나무)로 출판돼 관심을 끌고 있다. [편집자 註]

「학문간 대화로 읽는 키워드 보통 '컴퓨터' 하면 개인 컴퓨터(PC)나 개인 서버를 먼저 생각합니다. 그러나 클라우드 컴퓨팅은 개인 컴퓨터 또는 개개의 응용 서버가 컴퓨터들의 구름(cloud of computers : 대규모 컴퓨터 집합)으로 옮겨간 형태를 의미합니다.

이를테면 개인용 컴퓨터나 기업의 서버에 개별적으로 저장해 두었던 모든 자료와 소프트웨어를 중앙 시스템인 슈퍼컴퓨터에 저장해 놓고, 언제 어디서나 어떤 단말기로도 원하는 문서 작업이 가능한 환경을 말합니다. 공급자는 하나인데 수요자는 다수라는 것이지요.

▲ 클라우드 컴퓨팅은 개인 컴퓨터 또는 개개의 응용 서버가 컴퓨터들의 구름으로 옮겨간 형태를 의미한다 
클라우드 컴퓨팅에는 많은 정의가 있지만, 화려한 외관과 어려운 단어를 젖히고 알맹이만 보면 결국 ‘복잡ㆍ다양한 IT를 잘 몰라도 사용자가 원하는 것을 가장 쉽게 쓰게 하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렵고 복잡한 것은 전문가들에게 맡기고, 그 효용만을 누릴 수 있도록 구현 방법과 사용 방법을 분리하는 것을 말합니다.

클라우드 컴퓨팅 사용의 실제 예를 하나 들어봅시다. 2007년 미국 뉴욕타임스는 1851년부터 1922년 사이의 1천100만 개에 이르는 신문기사를 전자문서로 만들어 일반인에게 무료로 제공했습니다. 실로 엄청난 일이지요.

하지만 이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 컴퓨터나 디스크 등의 저장 장치는 하나도 구입하지 않았습니다. 뉴욕타임스가 이용한 것은, 단지 아마존에서 제공하는 신축적 컴퓨팅 클라우드뿐입니다. 가상 컴퓨터 100대와 1.5TB(테라바이트)의 저장매체로 단 하루 만에 1천100만 개 기사의 전자문서화 프로젝트를 끝낸 것입니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글로벌 IT업계의 격전지입니다. 내로라하는 거물급 업체들의 출사표가 줄을 잇고 있습니다. 출신성분도 제각각입니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집합의 네트워크화

통신, 인터넷, IT인프라 분야의 간판스타들이 대거 클라우드 컴퓨팅을 향해 빠른 속도로 몰려들고 있습니다. 독자적인 영토를 호령하던 강호의 고수들이 클라우드 컴퓨팅이란 통합무대를 놓고 피할 수 없는 한판 승부를 눈앞에 두고 있다고 할 수 있지요.

클라우드 컴퓨팅 시대가 되면 공동 작업이나 지식의 확장 속도는 라디오나 TV, 퍼스널 컴퓨터, 인터넷, 휴대폰이 처음 등장했을 때보다 수백 배 빨라질 것입니다. 통합된 소프트웨어 관리 시스템을 사용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컴퓨터 관리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도 대폭 줄어듭니다.

가령 1천 대의 컴퓨터에서 네트워크 카드 펌웨어를 업데이트한다고 합시다. 클라우드 컴퓨팅에서는 1천 대의 컴퓨터를 일률적으로 한꺼번에 수행시키기 때문에 각 컴퓨터의 소유자가 제각기 따로 수행하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입니다. 운영체제의 보안 패치나 응용 소프트웨어 설치와 업데이트도 요구만 하면 자동으로 이뤄집니다. 각 기업에서 1천 명의 관리자가 따로 할 일을 한번에 해결하는 셈이지요.

클라우드 컴퓨팅을 이용한 석유 채굴 산업의 한 예를 생각해 봅시다. 평균적으로 유전 개발 과정에서 5번 시추를 하면 1번꼴로 석유가 발견되며, 그 중 30개에 1개 정도만이 경제성 있는 유전으로 판명됩니다. 결국 150번의 시추를 해야 1개의 상업적 유전을 발견하는 셈입니다. 문제는 한 번의 시추 비용이 무려 500억원을 넘는다는 것입니다. 유전 하나를 성공시키기 위해 시추 비용만 7조원이 넘게 드는 것이지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석유 채굴 사업자들은 파동방정식을 푸는 파형역산 기술을 이용합니다. 이 기술은 땅속 모양을 정밀하게 그려내 시추 비용을 절반 이하로 줄여줍니다. 그런데 어지간한 계산을 한 번 시작하면 반년씩 걸릴 정도로 많은 시간을 요하지요.

만일 여기에 클라우드 컴퓨팅을 이용하면 계산 시간이 1천분의 1이나 1만분의 1로 줄어 석유 채굴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습니다. 금융, 선박 설계, 바이오 제약 등의 분야에서도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문제의 해법을 찾을 수 있습니다.

가상화 기술이 기반

▲ 김형자ㆍ과학칼럼니스트 
클라우드 컴퓨팅은 분명 매력적인 비즈니스입니다. 그러나 네트워크가 거대해지는 클라우드 컴퓨팅이 상용화로 정착하려면 넘어야 할 산 또한 만만찮습니다. 대표적인 부분이 보안 문제와 인터넷 접속의 안정성, 그리고 가상화 기술의 문제입니다.

가상화 기술은 클라우드 컴퓨팅의 가장 중요한 문제입니다. 컴퓨터, 네트워크, 저장장치를 가상화시킬 수 있어야 하나의 컴퓨터 하드웨어에서 여러 개의 운영체제를 동시에 사용하거나, CPUㆍ메모리 같은 자원을 원하는 가상 컴퓨터로 할당할 수 있습니다.

보안 문제는 큰 약점으로 지목됩니다. 개인 정보를 외부에 저장한다는 점은 사생활 침해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습니다. 만일 완벽한 보안, 해킹 등의 문제까지 해결되면 웹 기반의 클라우드 컴퓨팅 정보 초고속도로는 하늘을 찌를 듯 도약할 것입니다.

필자는 「Newton」의 편집장을 역임했다. 『구멍에서 발견한 과학』, 『똥으로 해결한 과학』 등의 저서가 있다.

김형자ㆍ과학칼럼니스트

저작권자 2009.06.0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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