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과학 멘토의 8가지 조건 네이처 과학 분야 창의적 스승 상 2009년 05월 15일(금)

오늘은 행사의 달 5월의 큰 축을 이루는 스승의 날이다. 스승의 위대함은 한 사람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 그러니 우리가 스승의 가르침과 지도에 감사드리는 것은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오늘 전국 곳곳의 초·중·고뿐 아니라 대학에서는 스승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한 행사가 벌어지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날의 주인공인 스승들은 어떤 마음일까? 잘 가르쳤다고 스스로 뿌듯해 하며 기쁜 마음으로 자리에 앉아 있을까? 아마도 이런 생각보단 못 해준 아쉬움이 더 클 것이다.

그럴 만도 한 게 학생을 잘 지도하는 좋은 스승이란 건 실제로 교사로서 혹은 교수로서 승진을 하는 데 그리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특히 대학의 경우, 부교수, 정교수로 승진할 때 중요한 잣대가 되는 건 얼마나 논문을 많이 썼느냐 하는 연구 실적이다.

그러니 연구실을 운영하는 교수들은 좋은 연구를 내야 하는 심적 부담감을 갖고 있어서, 학생 하나하나를 잘 살펴주고 인도한다는 건 특별한 사명감을 갖지 않은 한 소홀해지기 마련이다. 오늘날 대학에서는 연구와 가르침 사이에 끊임없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네이처가 상 만든 이유

▲ 네이처지 편집장인 필립 캠벨(위 오른쪽)이 2006년 네이처 과학 분야 스승 상 수상자들과 함께 한 사진. 그해는 호주, 뉴질랜드 지역이 대상이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은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닌가 보다. 영국의 과학학술지 네이처가 이를 위해 나선 것을 보면 말이다. 사이언스와 함께 과학계 양대 학술지인 네이처는 대학이 좋은 스승을 위해 해주는 게 없다고 생각하고선, 좋은 스승을 위한 인센티브를 주어야 한다며 네이처 과학 분야 스승 상(Nature Awards for Mentoring in Science)이란 상을 만들었다. 이 상은 2005년에 이 상을 제정됐는데, 네이처가 지원하는 두 가지 상 중 하나이다.

이 상은 매년 자연과학계에 종사하는 2명의 스승을 선발한다. 하나는 과학자로서 경력 중반쯤 되는 사람이 대상이고 다른 하나는 평생 동안 스승으로서 업적을 평가받을 수 있는 사람에게 돌아간다. 상을 수상할 경우 각각 상금으로 1만 파운드, 그러니까 우리 돈으로 약 2천만 원 정도를 받는다.

또한 이 상은 매년 특정 나라나 지역을 대상으로 수상자를 선정한다. 예를 들어 첫 해인 2005년에는 네이처지의 고향인 영국이 해당됐다. 그리고 2006년에는 영국, 호주와 뉴질랜드, 남태평양 섬이 포함되어 있는 오스트랄라시아 지역이었고, 2007년에는 남아프리카, 2008년은 독일이었다. 한편 올해는 아직 네이처가 어느 나라 혹은 어느 지역에서 수상자를 뽑을지가 발표되지 않았다.

참고로 수상자를 선정하기 위해서 네이처는 해마다 먼저 후보자 추천을 받는다. 후보자 등록은 상을 수상하고자 하는 본인 또는 동료들의 추천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때 후보자는 자신이 지도하고 있거나 가르쳤던 제자들 가운데 최소 5명이 얼마나 좋은 스승이었는지를 평가한 추천장을 별도로 첨부해야 한다.

스승과 감독자 간의 차이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이 상을 수상할 수 있을까? 사실 네이처는 이 상을 제정하면서 딱히 좋은 스승이란 게 뭐냐는 정의가 없이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2007년쯤 이 상을 진행하면서 과학계에서 좋은 스승이란 뭔지에 대해 네이처는 '멘토를 위한 네이처 가이드' 란 글로 정리한 적이 있다.

이 글 중 스승의 위대함에 대해 이런 말이 있다. “경력 초반에 좋은 스승을 만난다는 건 어떤 분야이건 간에 성공이냐 실패이냐를 판가름한다.”

이 글에 따르면 위대한 스승과 감독자(supervisor) 간에는 차이가 있다. 그것은 자신이 지도하는 제자들의 경력을 세우는 데 얼마나 특별한 관심을 보이느냐는 것이다. 평생을 스승으로서 역할을 다하는 대부분의 멘토들은 박사를 따서 자신을 떠난다고 해도 그들과의 인연을 끝내지 않는다. 그들과 계속 연락을 취하면서 그들에게 필요할 것 같은 정보를 제공하며 계속 도움을 준다고 한다. 훌륭한 스승에겐 제자들이 마치 가족 같은 존재들인 것이다.

네이처는 이 글이 미래의 스승이자 이제 막 멘토로서 출발하는 젊은 과학자들에게 도움이 되길 기대했다. 같은 바람에서 여기에서도 이 글의 내용 가운데 멘토를 위한 팁 부분을 요약해 보았다.

좋은 멘토가 되기 위한 팁

네이처는 후보자의 제자들로부터 받은 추천서와 후보 자신이 쓴 글을 바탕으로 훌륭한 멘토가 될 수 있는 팁 8가지를 제시했다.

1. 열린 문

“우선, 그의 방은 항상 열려 있다. 심지어 은퇴한 지금조차도 그는 나중에 오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후보자의 제자들이 얘기하는 자신의 스승이 갖고 있는 좋은 점 그 첫 번째가 바로 이것. 쌓여 있는 업무와 막중한 책임에도 불구하고 멘토들은 항상 자신의 자리에 있고 그 문은 항상 열려 있다는 것이다.

멘토들은 긴급한 요구에 대해서 언제나 즉시 답변을 해준다. 제자들은 자신의 문제에 대한 이메일에 20분도 안되어 답을 주는 데 놀라워한다. 그들은 항상 제자들의 문제를 들으려고 한다.

자신의 방을 개방하는 것 외에도 좋은 스승들은 학생과의 정기적인 모임을 중요시한다. 심지어 어느 교수는 자신의 연구실 멤버들 각각을 하루 중 30분씩 배당해 놓기까지 했다.

2. 격려와 긍정적 태도

“당신이 풀이 죽어 고개 숙이고 교수님 방으로 들어간다면 방을 나올 때는 우주의 미스터리를 당신이 풀 것이라고 믿으며 나올 것이다.”

문제가 잘 풀리지 않아 실패와 비참한 속에서 기가 꺾여 교수의 방을 들어갔는데 나올 때는 영감을 얻고 잘 풀릴 거라고 난관한다. 이런 현상은 위대한 스승과의 교감에서 나타나는 특별한 면이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과학이란 게 어떤 학문분야인지, 큰 그림은 어떤지, 예상치 못한 결과가 때로는 매우 놀라운 일을 가져올 수 있음을 알게 된다.

▲ 어떤 스승을 만나느냐는 한 사람의 인생이 성공일지 실패일지를 좌우할 수도 있다. 스승의 날을 맞아 과학 분야에서 훌륭한 스승이란 건 어떤 것인지를 생각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3. 지도와 자율의 조화

“내 스승은 프로젝트의 방향을 제시하면서도 학생들이 자신만의 탐구를 할 수 있는 자유를 준다.”

간단한 말이지만 사실 이건 무척 어려운 일이다. 실제로 네이처가 받은 학생들의 평가에서도 이런 점이 드러났다. 누군가는 학생들에게 너무 세세하게 지시한다고 불평하는가 하면 반면에 학생들을 너무 풀어놔 자신들이 실수를 함으로써 배우게 한다는 비판도 있었다.

지도와 자율 사이에 조화를 이루려면 젊은 연구자들에게 자신의 아이디어를 확장할 자유를 주면서도 길을 벗어나지 않도록 지도해야 한다. 문제는 이 기술을 어떻게 발전시킬 수 있는지 명확한 방법이 없다는 거다.

4. 질문과 경청의 기술

“질문을 하면 항상 또다른 질문이 나온다. 멘토는 자신의 의도를 결코 강요하지 않는다. 다만 학생의 의문에 대해 질문으로 답을 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준다.”

젊은 연구자가 좋은 스승이 되기 위한 전략 중 하나는 학생들의 질문을 질문으로 답하는 걸 연습하는 거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답을 얻을 수 있을 뿐더러 자신이 무엇을 연구하고 있는지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다. 사실 학생이 묻는 질문에 답을 제시하는 게 훨씬 쉽다.

5. 폭넓게 읽고 폭넓게 수용

“종종 나의 스승은 내 책상 위에 가장 최신의 각광받는 논문을 놓아둔다. 이 분야에 대한 스승 자신의 흥분을 전달하고 나의 관심을 불태우는 메모와 함께 말이다.”

위대한 스승의 대부분이 갖는 특징은 자신의 영역 이외의 분야에 대해서도 폭넓게 공부하고 이를 학생들에게 제시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이들의 학생은 공유하는 것을 배울 수 있다. 물론 이 일은 시간이 상당히 소비되는 일이다. 하지만 가치 있는 일이다.

6. 초기 프로젝트

“모든 학생들이 최소한 타당한 결과를 얻을 만한 프로젝트를 할 수 있도록 해준다. 결과가 불분명한 연구와 결과가 보장되는 연구 사이에 조화를 이루도록 해준다.”

학생들은 자신이 맡은 처음 프로젝트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는 경험을 하지 못한다. 지도자는 지식을 가지고 있지만 학생은 별 지식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생이 점점 공부를 해 박사를 마칠 즈음에는 그 자신도 지식을 가지고 있으며 곧 누군가를 지도할 수 있게 된다. 많은 학생들은 성공을 위해서는 처음 어떤 프로젝트가 자신에게 주어지는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7. 과학 이외의 삶

“선생님은 항상 장미의 향을 음미하는 일을 잊지 말라고 격려한다. 그는 박사과정 첫 해에 내게 과학 이외의 다른 활동에도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말을 해주었다. 나는 이 말을 평생 동안 가슴에 새기려고 한다.”

이 점은 후보자의 학생들에게서 널리 보고되는 건 아니다. 그러나 이런 충고를 받는 사람에겐 분명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8. 축하

“누군가가 처음으로 놀라운 아이디어나 실험을 스스로 생각해낸다. 이럴 때 연구실에서는 공개적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순간이다. 젊은 과학자에게 이정표와 같기 때문이다.”

큰 일이건 작은 일이건 잘 해냈을 때 이 점을 축하해주고 보상해주는 걸 종종 간과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를 높이 평가해줌으로써 자신이 속한 집단에 기여할 수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축하와 격려는 강한 동기가 되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네이처의 이 글에는 위대한 멘토들의 개인적인 특징, 커뮤니티 형성, 과학적 기술 개발 등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또한 자신이 얼마나 훌륭한 멘토인지를 확인해볼 수 있는 표도 제시되어 있다.

더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다면 네이처지 2007년 6월 14일자를 살펴보면 된다(Nature 447, 791-797).

박미용 기자 | pmiyong@gmail.com

저작권자 2009.05.1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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