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뇌 발달 차이가 사회경제적 지위에 미치는 영향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은 부모는 자녀에게 초기 뇌 발달을 위한 양육환경을 조성해주지 못해 사회경제적 지위가 대물림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미디어에서는 대체로 사교육 기회의 차이를 그 이유로 들고 있다. 하지만 영양과 임 신모의 스트레스 등 태아기의 환경과 취학 전 아동기에 이르는 초기의 양육 환경 차이에서부터 문제가 비롯되는 것일 가능성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즉 뇌-인지 발달의 차원 에서 이 문제에 접근하는 것이 보다 근본적 인 해결책을 마련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는 얘기다. 뇌 발달의 사회경제적 격차를 줄이기 위한 정책은 자녀 양육 을 부모와 가족의 몫으로 바라보거나 국가와 사회의 몫으로 보는 두 가지 관점에 서 고려할 수 있다.

부모와 가족을 양육 의 주체로 볼 때 낮은 사회경제적 지위가 아이들의 뇌 발달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알리고 이에 따른 적절한 부모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 다.

즉 개인적 노력을 독려하기 위 한 직간접적인 지원을 보장하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는 것. 하지만 뇌 과학적 지식에 기반을 둔 양육 방식을 교육받고 금전적 지원을 받는다고 해 도 낮은 사회경제적 계층에서는 양육보다 우선순위가 앞서는 문제들이 훨씬 많이 존재한다.

부모와 가족 차원에서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는 것이다. 국가와 사회를 양육의 주체로 생각하는 정책으로는 저소득층 가정에 한해 일정한 범위 내에서 양육의 문제를 국가와 사회가 부 담하는 방안이 있다.

초등학교 취학 이전의 영·유아기에서부터 특별 프로그램을 통해 풍부한 인지 자극과 사회 정서적 보살핌을 전문 보육사가 제 공토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전문 보육사 양성 및 지원을 정책적으로 보장한다면 사회경제적 지위의 격차로 인한 초기 뇌 발달의 차이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국가, 그리고 사회적 부담의 범위는 이 같은 지원책이 없는 상태에서 발생하게 될 비용을 추산, 역(逆)으로 결정할 수 있다.

신경공학기술, 새로운 계층 고착 원인될 수 있어

일반적인 생명공학기술과 마찬가지로 신경 공학기술도 새로운 계층 고착화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첫째는 기술 분배의 불균형이다. 이것 은 신경공학기술에만 국한된 문제라기보다 는 고비용의 최첨단 기술들이 공유하고 있는 특성으로 높은 비용 때문에 혜택이 상류층에 집중되는 현상을 말한다.

신경공학기술은 계층 간 유동성을 보장해 주는 개인의 능력에 직접적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혜택의 불균등한 분배가 가져올 계층 고착의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둘째는 광범위한 응용 가능성이다. 신경 공학기술은 의료 목적 이외의 다양한 응용이 가능하다. 신경약물이나 마음읽기기술의 정보가 특정 계층에 독점돼 이용될 경우 계층의 고착화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 이다.

특히 뇌 과학의 이름으로 화려하게 포장 된 광고들은 사람들이 의료 전문가의 제대로 된 진료 없이 설익거나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기술을 접하는 경로가 될 수 있다. 다시 말해 의료비 지출에 부담을 느끼거나 정보가 부족한 저소득층에서 과장된 광고의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더 크다는 얘기다.

신경공학기술과 관련된 정책은 발전과 분배라는 상반된 차원에서 정책 결정자들 의 고민을 가져올 수 있다. 치료 목적이 아닌 뇌-인지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기술은 그 혜택만큼이나 남용과 계층의 고착화 등 부작용 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자유로운 연구를 촉진하되 기술 적용에 있어서는 규제 와 관리가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기본적 삶의 조건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신경공학기술에 대해서는 의료보험을 적용해 계층 간 기회 불균형을 해소하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또한 신경공학 기술에 대한 정보가 사람들에게 투명하게 공개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공공 차원에서 신경공학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일반인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현재 미국과 유럽연합은 뇌 과학 연구의 사회ㆍ문화적 영향을 체계적으로 연구, 그 결과를 연구계획과 수행과정에 반영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본 역시 이 분야의 연 구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시작했다.

신경윤리학의 문제는 과학기술의 영역 을 넘어 사회, 윤리, 문화, 법률, 교육, 보건 의료, 언론, 정책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다각 적인 분석과 실천적 대응이 요구된다. 미국 에서는 뇌 과학 전문가뿐만 아니라 정책관련 전문가들의 관심도 높다.

실제 지난 2004년 인간복제, 노화, 줄기 세포 연구 등 생명공학기술의 발전과 관련해 등장하기 시작한 윤리적 문제들을 다루기 위해 생명윤리위원회에서 신경윤리학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룬 바 있다.

대통령 자문기구인 생명윤리위원회는 구체적인 문제들을 회의에서 다루고 책자로 보고서를 발간하는데, 그 동안 아동발달ㆍ의사결정ㆍ공격적 행동 등을 다루었다. 또한 형법 차원에서 뇌 과학의 영향 등을 다루기 도 했다.

충분한 논쟁 통해 뇌 과학의 해법 찾아야

신경윤리학은 뇌 연구를 계획하고 수행하는 단계에서뿐만 아니라 연구의 성과를 활용하는 단계에서 윤리적, 법적, 철학적, 사회적 문제들을 검토하고 충분한 논쟁을 통해 해법 을 찾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같은 문제들을 뇌 연구자들이 숙지하는 것은 성공적인 뇌 연구를 위해서도 필수적인 작업이다. 뇌 연구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에게도 신경윤리학에서 제기하는 문제들은 중요하다.

뇌 연구의 질적·양적 발전, 신경공학기술의 적용, 그리고 뇌에 관한 새로운 지식에서 부터 파생되는 철학적 문제들은 사회 정책은 물론 법의 제정 및 집행과도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뇌 연구나 진단은 물론 조사 목적으로 이 용된 뇌 정보 역시 보호가 필요하다. 특히 신경공학기술의 적용, 치료 목적이 아닌 향상을 목적으로 한 약물사용, 그리고 신경공학 기술에 대한 접근성이 경제적 지위에 따라 달라질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불평등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책 수립에 참여하는 사람들과 일반 대중들의 뇌 과학에 대한 기초 지식과 신경윤리학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를 위해 뇌 연구 전문가들과 일반 대중 간 교류의 장을 마련할 수 있는 정책도 요구된다.

인간의 자유의지·도덕성·책임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정상과 이상, 적법 과 위법의 경계가 달라진다. 또한 그 경계에 따라 법적 개입의 형태에도 차이가 있게 된다.

따라서 뇌 연구 전문가들은 물론 철학자, 법 제정 및 집행과 관련된 전문가들의 교류를 통해 뇌 과학의 연구결과를 공유하고 적절한 반영 방법을 검토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글_이춘길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cklee@snu.ac.kr

입력시간 : 2009-01-23 17:30:46 (2009 . 1 기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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