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사촌은 침팬지 아니라 오랑우탄 “화석증거, 오랑우탄이 더 인간과 닮아”, 美 사이언스데일리 2009년 06월 26일(금)
포유류 영장목 중에서 사람을 제외한 동물을 일컫는 일반적 호칭이 원숭이다. 그러나 보통 원숭이를 뜻하는 영어의 monkey는 긴 꼬리를 가지고 있는 것만을 말하며, 꼬리가 없는 것은 ape라고 한다. 침팬지는 원숭이류 가운데 한 동물이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인간과 가장 비슷한 동물이 침팬지라는 사실을 정설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최근 이 가설에 강력하게 제동을 걸면서 “인간과 가장 가까운 것은 침팬지가 아니라 오랑우탄”이라는 새로운 주장이 나와 학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사이언스데일리(ScienceDaily)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미국 피츠버그 대학의 제프리 슈바르츠(Jeffrey H. Schwartz) 교수와 버팔로 과학박물관 존 그레한(John Grehan)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화석 증거를 토대로 볼 때 인간과 가장 가까운 것은 우랑우탄”이라고 주장했다. 인류학을 가르치고 있는 슈바르츠 교수는 이미 2005년 <빨간 원숭이(The Red Ape: Orangutans and Human Origins, Revise and Updated>라는 저서를 통해 인간과 오랑우탄과의 관계(connection)를 강하게 주장했고, 이번 연구가 책의 내용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된다고 강조했다. 사람과 오랑우탄, 28가지 특징 공유 이러한 주장은 DNA 분석을 통해 침팬지가 유전적으로 인간과 가장 가깝다는 기존 정설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이어서 이를 둘러싼 논쟁이 활발할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연구팀은 우선 인간을 포함한 영장류에 나타나는 수백 가지 진화와 관련된 신체적 특징들을 수집한 뒤 이 가운데 다른 포유류에서는 나타나지 않고 오직 영장류인 사람, 오랑우탄, 침팬지, 고릴라에만 나타나는 특징 63가지를 추려냈다. 결과 이런 특징들 가운데서 사람은 오랑우탄과 28가지를 공유해 유사점이 가장 많았다. 사람과 침팬지가 비슷한 점은 단 2가지에 불과했으며 고릴라와는 7가지에 불과했다. 또 침팬지와 고릴라는 11가지 특성을 공유해 서로 아주 가까운 관계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결국 사람과 오랑우탄이 한 그룹으로 묶이고, 침팬지와 고릴라가 한 그룹으로 묶인다는 것이 이들이 진행한 연구결과의 결론이다. 이들은 또한 화석도 비교했다. 인간의 선조로 여겨지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 같은 화석 인간들, 그리고 유인원의 선조로 여겨지는 화석에 나타나는 특징을 현대 인간의 몸과 비교해 독특한 특징 56가지를 뽑아냈다. 이 56가지 특징 중에서 오랑우탄, 고대 인간,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공유하는 것은 8가지였다. 오랑우탄과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공유하는 것도 7가지였다. 인류의 아프리카 기원설도 부정 이러한 조사치를 근거로 연구팀은 인간, 오랑우탄, 고대 인간을 ‘덴탈 호미노이드(dental hominoids)’라는 새로운 그룹으로 분류하고, 침팬지와 고릴라는 ‘아프리카 유인원(African apes)’이라는 별도 그룹으로 인간과 분리하자는 제안을 내놓았다. 덴탈 호미노이드라는 이름은 인간, 오랑우탄, 고대 인간이 모두 두꺼운 치아 법랑질을 갖고 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그러면서 이들은 ‘사람•오랑우탄의 조상이 아프리카, 유럽, 아시아를 잇는 우림을 통해 1200~1300만 년 이전에 퍼져 나갔으며, 히말라야산맥이 생기는 등의 지구 환경 변화로 각자 고립되면서 지금은 동남아시아에만 오랑우탄이 남아 있다’는 자신들의 새로운 가설을 내놓았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영국의 고생물인류학자 피터 앤드류스(Peter Andrews) 박사는 “그들은 충분한 행태학적 증거를 갖고 새 학설을 주장했으므로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분자생물학자들과 형태학자 사이에 새로운 논쟁이 일어나겠지만 논쟁은 건설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분자생물학자들이 유전자 분석을 통해 인간과 침팬지가 가장 가깝다는 주장을 정설로 만들어 놨지만 슈워츠와 그레한 두 교수는 이번 논문에서 “분자생물학적으로 가깝다고 반드시 진화적 연관성을 보증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반박했다. 유전자가 비슷하다고 꼭 가까운 것은 아니다라는 이야기다. |
김형근 편집위원 | hgkim54@naver.com
저작권자 2009.06.26 ⓒ ScienceTim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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