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문은 왜 생겼을까? 美 사이언스데일리, “마찰력을 높인다는 기존의 정설 틀려” 2009년 06월 25일(목)

인체 기관과 조직 가운데 그 어떤 것도 불필요하게 생긴 것은 하나도 없다. 심지어 코털이나 귀에 끼는 귀지까지도 다 나름대로 역할을 하며 그 용도가 있다.

코털은 들여 마시는 먼지를 걸러 폐에 들어가는 공기를 깨끗하게 정화하기 위해 생겼다. 그리고 귀지는 강한 소리를 약하게 하는 완충작용을 해 충격으로부터 고막을 보호한다. 그저 염증이나 일으켜 구급차에 실려가게 하는 맹장염의 충수돌기도 다 맡은 바 임무가 있다.

지문은 영장류와 코알라에게만 있어

지문은 손가락 끝 마디의 바닥 면에 있는 융선(隆線)이 만드는 무늬를 일컫는다. 이 무늬는 평생 불변이며 또한 모두 다르기 때문에 옛날부터 개인 식별에 이용돼 왔다. 또한 이것은 유전성 형질이다.

▲ 지문은 영장류에게만 특이하게 나타난다. 원숭이, 침팬지, 오랑우탄에서 나타나며 영장류가 아닌 경우 코알라가 유일하다. 그러나 지문이 어떤 역할을 하기 위해 생겼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미스터리에 싸여 있다. 

한편 사람 외에 원숭이, 침팬지, 오랑우탄 등도 독특한 지문이 있고 영장류가 아닌 동물 가운데는 코알라가 유일하게 지문이 있다. 이와 비슷한 경우로 소에게는 비문(鼻紋)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문도 지문처럼 무늬가 다르고 일생 동안 변하지 않기 때문에 소의 개체 식별에 사용되기도 한다.

융선은 과학적으로 땀구멍 부분이 주위보다 융기하고, 또한 이것이 서로 이어져 밭고랑 모양으로 되어 있는 부분을 말한다. 이런 땀샘과 지문과의 관계는 1686년 이탈리아의 생물학자이자 해부학자인 말피기(Marcello Malpighi, 1628~1694)에 의하여 밝혀졌다.

곤충의 배설기관인 말피기관과 말피기소체를 발견한 과학자가 바로 그다. 개구리의 폐와 방광을 현미경으로 관찰한 말피기는 1661년 모세혈관 내부의 피의 움직임을 발견했고 윌리엄 하비가 죽은 지 4년 만에 동맥에서 정맥으로의 이행을 관찰하여 혈액순환론을 완성한 학자다.

동일인임을 확인하는 방법으로 지문은 기원전 2천년 경부터 바빌로니아에서 쓰였다고 한다. 고대 그리스에서도 이러한 방법을 썼으며 이집트의 벽화나 중국의 도자기에 사람들의 지문이 나타나고 있다.

과학들에 따르면 지문은 어머니 자궁 속에서 16주 정도 되면 형성된다고 한다. 사람마다 다다르게 형성돼 있다. 최근에는 지문이 이렇게 다 다른 것처럼 사람 유전자(DNA)의 배열이 다 다르다고 해서 DNA지문이라는 말도 생겼다.

BC2000년경부터 동일인을 확인하기 위해 사용  

▲ 이탈리아 출신의 말피기는 땀샘과 융선과의 관계를 체계적으로 연구한 과학자다. 그는 곤충의 배설기관인 말피기관을 발견한 과학자로 더 알려져 있다. 
BC 800년경에는 날인을 대신하는 방법으로 상인들 사이에서 쓰이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인감도장을 대신해서 쓰였으며, 차용증서 계약서 등에도 지문이 쓰였다.

융선의 무늬는 비단 손가락에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소위 손금으로 알려진 장문(掌紋)이 있고, 발바닥에는 족문(足紋)이라는 게 있어 친자확인 등의 소송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면 사람의 지문은 뭣 때문에 생긴 것일까? 손가락에 지문이 있는 이유는 미끄럼을 방지해 물건을 더 단단하게 붙잡아 매도록 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것이 지난 100년 동안 과학들 사이에 알려진 정설이었다. 그러나 직접적인 실험결과는 없었다.

다시 말해서 손가락에 오돌토돌하게 융기를 이루고 있는 지문들이 손가락과 물건 사이에 마찰력을 증가시켜 물건을 더 단단히 붙들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있다는 것이 이제까지 전해내려 온 정설이었다. 그러나 그 답이 틀렸다는 연구가 나와 화제다.

미국 온라인 과학뉴스 사이언스데일리(ScinceDaily)는 최근 “Urban Myth Disproved: Fingerprints Not Improve Grip Friction.”이라는 기사를 통해 “지문이 마찰력을 높이기 위해 생겼다는 기존의 주장은 틀린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물건을 단단하게 붙들기 위해서라는 기존의 주장은 틀려”

이 신문은 과학자의 연구결과를 인용, “실험 결과 지문은 달라붙는 마찰력(grip friction)을 증가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마찰력을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간단하지만 지문이 왜 생겼는지에 대해서는 당분간 미스터리로 남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영국 맨체스터대학 생체역학자 롤랜드 에노스(Roland Ennos) 교수와 피터 워만(Peter Warman) 교수 팀은 동료의 집게손가락을 이 기구에 끼우고 무게를 실은 아크릴판을 스치게 한 결과 더 많은 지문과 접촉할수록 마찰력이 커지긴 했지만 예상만큼 커지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사람의 피부가 고무 같은 역할을 해 두 표면 사이의 접촉면적이 마찰력과 비례한다는 사실을 시사하는 것이다. 반면 대부분의 고체들은 마찰력이 접촉의 강도에 비례한다 물체와 접촉할 때 지문이 없는 것처럼 나타나게 하는 특수 장치를 개발해 플라스틱 투명판과 손 사이의 마찰력을 실험했다.

그 결과 지문은 그 굴곡으로 물건과 손이 닿는 면적을 줄임으로써 오히려 마찰력을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노스 교수는 “지문은 오히려 물체와 손 사이의 마찰력을 3분의 1 정도나 감소시킨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그는 “지문과 지문 사이에 골짜기가 있기 때문에 물체와의 접촉면이 적어지면서 마찰력도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마찰력은 접촉면이 넓어질수록 더 커지기 때문에 손에 지문이 없다면 물체와의 접촉면이 더 넓어지고 마찰력도 커진다는 결론이다.

“지문의 역할은 상당한 미스터리”

▲ 사람마다 제각각 독특한 지문은 오랫동안 동일인을 확인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돼 왔다. 비지니스에서는 날인용으로 이용됐고, 수사기관에서는 혐의자를 색출하는 중요한 방법으로 이용됐다. 
새롭게 밝혀진 사실에도 불구하고 지문의 역할은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한 프랑스 연구진은 지문의 역할이 촉감을 좋게 하기 위한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지문이 배수로(排水路) 역할을 해 손의 물기를 빨리 빠져나가게 한다는 것도 있다.

또한 지문이 손이나 발바닥에 대한 충격을 줄여줘 거친 물체를 잡아도 손이나 발에 상처가 잘 안 나도록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한편 MIT의 리네트 조네스 박사는 “지문이 마찰력을 증가시키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한 흥미로운 연구”라면서도 “그러나 이들은 평소 사람 손이 촉감을 느낄 정도의 세기로만 실험했을 뿐 더 강한 힘이 주어지는 마찰력은 실험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지문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알아내는 연구는 로봇 손, 또는 장애인을 위한 인공 손 개발에 중요하다. 사람 손처럼 물건을 만지고 잡으며 감각도 느끼게 하려면 지문의 신비를 풀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연구 결과는 실험 생물학 저널 (Journal of Experimental Biology) 최신호에 발표됐다.

김형근 편집위원 | hgkim54@naver.com

저작권자 2009.06.25 ⓒ ScienceTimes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