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폭력배 유전자 따로 있다” 범죄는 생물학적 요인으로 결정되기도... 2009년 06월 18일(목)

▲ 청소년기 남자 가운데 조직폭력집단에 가입하거나 흉기를 휘두르는 성향이 강한 것은 부분적으로 선천적인 '전사 유전자'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조직폭력배는 타고 나는가?"라고 물으면 "다 타고 나는 것은 아니지만 일부는 선천적으로 타고 나기도 한다"라는 대답이 정답이다.
 
유전자에 따라 남자의 폭력성이 달라지며 특정 유전자를 가진 남자는 폭력조직에 가입하려는 경향이 강하고 총과 칼 같은 살인적인 무기를 사용하는 범죄인이 될 가능성도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화제다.

미국 온라인 과학일간지 사이언스 데일리(ScienceDaily)는 최근 “‘Warrior Gene’ Linked To Gang Membership, Weapon Use”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전사(戰士) 유전자’를 갖고 있는 청소년의 경우 다른 사람들보다 폭력집단에 가입하거나 흉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연구논문 결과를 인용, “이 유전자를 갖고 있는 남자는 외부의 자극(provocation)에 대한 반응에 있어서 훨씬 더 높은 공격적인 성향을 갖고 있다”며 “그래서 쉽게 조직적인 폭력집단에 가입하며, 흉기를 휘두르는 잔인한 폭력배로 될 가능성이 많다”고 전했다.

생물사회 범죄학자로 유명한 미국 플로리다주립대의 케빈 비버(Kevin M. Beaver) 교수팀은 美 국립청소년보건연구(NLSAH)에 등록된 2천500명의 청소년을 상대로 그들의 DNA 자료와 생활방식을 분석한 결과 이러한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비버 박사에 따르면 전사 유전자로 불리는 ‘모노아민 산화효소(MAOA,Monoamine oxidase A)’라는 유전자가 있는 남자 청소년은 미래에 폭력조직에 가입할 확률이 높고 조직원이 돼서도 더 폭력적이며 총과 칼 같은 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여성에게도 있지만 저항력이 강해 힘 못써”

전사 유전자는 일부 여성에게도 나타났다. 그러나 이 유전자의 역할은 남자에게만 해당됐으며 여자 청소년은 MAOA 유전자를 가지고 있어도 이에 대한 저항력이 강하기 때문에 폭력성을 강하게 나타내지 않았다.

과학자들은 그동안 사람의 유전자와 반사회적인 행동(anti-social behavior)과의 연관성을 규명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조직폭력배나 총기사용 등과 관련해서는 명확한 답변을 내리지 못했다.

비버 교수는 “폭력조직은 전통적으로 사회적 현상으로 간주돼 왔으나 우리 연구는 그것이 유전자라는 생물학적 원인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보여 준다”며 “MAOA의 변이(variants)에 따라 폭력조직 가입 가능성뿐 아니라 조직 안에서 더 폭력적으로 행동하고 무기를 사용할 가능성도 예측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과거의 연구들은 전사 유전자가 반사회적인 행동이나 폭력성과 관련해 과소 평가한 면이 많다”고 지적하면서 “그러나 이번 연구를 통해 유전자가 인간의 폭력적인 성향과 활동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전사 유전자는 마오리족 폭력성 연구에서 시작

전사 유전자를 둘러싼 논쟁은 2006년 뉴질랜드 원주민인 마오리족의 폭력성과 관련해서 시작됐다. 이 유전자는 기분이나 행동과 관련이 있는 도파민이나 세로토닌 같은 신경전달 물질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뇌에서 공격성, 기쁨 등의 기분을 전달하는 화학물질 생산을 조절하며, 알코올과 만나면 세로토닌을 파괴해 폭력성을 더욱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 초 브라운대학 연구팀은 전사 유전자는 개인에 따라 자극에 대한 공격성의 정도가 달라진다고 발표했다.

한편 미국 밴더빌트(Vanderbilt) 대학의 크레이그 케네디(Craig Kennedy) 교수는 “인간에게 공격성을 유발하는 유전자가 있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라 당연한 사실”이라며 “인간은 섹스, 음식, 약을 원하는 것처럼 본능적으로 폭력성을 갈망한다”고 말했다.

▲ 전사 유전자는 가장 용감하고 공격적인 종족으로 알려진 뉴질랜드 마오리 족에 대한 연구에서부터 시작됐다. 
과학수사요원으로도 활약하고 있는 그는 “공격성은 협동심 같은 다른 감정처럼 유전적으로 전해지는 인간의 기본 감정이며 대부분의 포유동물은 각자의 방식으로 공격성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제 흉악한 범죄들이 후천적인 환경에 의해 발생한다는 기존의 개념에서 유전적인 요인도 크게 작용한다는 범죄생물학이 점차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또 유전자 코드를 해독하면 상대방의 범죄성향까지도 알 수 있다는 이야기며, 이는 인권침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심지어 연쇄살인이나 강간과 같은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미리 격리시키는 범죄예방이론이 고개를 들 수도 있다. 유전자가 모든 것을 설명하는 시대가 가까이 왔다.

장수할 유전자와 단명(短命)할 유전인자가 따로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유전자 해독, 고질적인 질병 예방과 치료라는 생명과학이 한편으로 가져다 줄 사회적 파장은 엄청나다.

아무리 훌륭한 상대방이라고 해도 살인 유전자나 단명할 유전자를 갖고 있다면 결코 반려자로 택하지 않을 것이다. 아마 취직하기도 힘들 것이다. 또한 보험회사들이 기피하던지, 아니면 차등 지급하려고 할 것이다.

유전자 해독이 축복이자 재앙이라는 한 과학자의 주장이 현실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축복보다 재앙이라는 비관적인 시각도 상당히 많다는 것이다. 한편 이 연구는 ‘Comprehensive Psychiatry’ 저널에 실렸다.

김형근 편집위원 | hgkim54@naver.com

저작권자 2009.06.18 ⓒ ScienceTimes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