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화로 양(羊)의 몸집이 줄었다! CNN, “스코틀랜드 산양 무게 25년 사이 5%나 감소” 2009년 07월 09일(목)

▲ 스코틀랜드에서 멀리 떨어진 허타 섬에서 사는 야생 양 소아이. 온난화로 지난 24년간 몸집의 크기가 5%정도 줄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화제다. 
지구온난화가 고등동물의 크기를 작게 만들 수 있을까? 그것도 불과 30년도 채 안된 시간에 말이다. 진화는 수십만 년에 걸쳐 진행된다. 그런데 진화이론을 무색하게 하는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스코틀랜드의 외딴 섬에 사는 야생 양의 무게가 지구온난화로 인해 지난 24년 동안 평균 5%가 줄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관련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과학자들의 지적에 따르면 진화적인 차원에서 볼 때 양이 혹독하고 추운 이 섬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몸집이 크고 살이 쪄야 유리한데도 불구하고 몸무게가 줄면서 몸집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CNN방송은 최근 인터넷판 뉴스에서 “Could a warming world lead to pocket –sized sheep. 온난화는 호주머니 속에 들어갈 수 있는 양도 만들어낼 수 있을까?”라는 제목을 통해 이러한 사실을 비중 있게 다루었다.

이 방송은 과학자의 연구 논문을 인용, “온난화로 겨울의 온도가 점차 누그러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면서 “지구온난화가 이제 진화라는 자연선택(natural selection)을 부채질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도했다.

영국 임피어리얼 대학(Imperial College London) 연구진은 사이언스지 최신호에 실린 연구논문에서 “세인트 킬다(St. Kilda) 군도 가운데 하나인 허타(Hirta) 섬에 사는 소아이(Soay) 양의 몸집이 지난 1985년 이후 이처럼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하면서 “이는 부분적으로 기후 변화에 따른 성장률 저하가 원인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겨울철에 사나운 폭풍이 몰아치는 혹독한 환경의 이 섬에서는 몸집이 큰 양일수록 작은 양보다 생존율이 높아 결국 무리 대부분이 큰 몸집을 갖는 쪽으로 진화해 왔다. 때문에 연구진은 이 지역 양들의 몸집이 줄어들고 있는 데 의구심을 갖고 1985년부터 양들의 변화와 환경 변화를 관찰했다.

진화론적 차원에서 볼 때는 모순

그러나 연구 결과 특히 겨울 날씨가 점점 따뜻해지면서 이 섬의 양들이 전처럼 빨리 자라지 않고 전 같으면 혹독한 겨울 날씨를 견디지 못해 죽었을 작은 양들이 생존해 성장하고 번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양의 몸집 크기는 유전되기 때문에 이들 작은 양의 생존과 번식이 무리 전체의 평균 크기를 줄이는 효과를 가져온 것으로 분석했다. 또한 새끼를 낳지 못하고 죽던 어린 양들이 번식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이유도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연구진은 어느 정도 유전에 의해 결정되는 몸 크기가 기후변화에 의해 눈에 띌 정도로 변화한 것은 진화와 환경 모두가 변화의 원인임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진화의 요인인 적응(response)과 환경적 변화라는 두 가지 이유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그러나 두 요인을 분리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앞으로 계속될 생존경쟁에서 몸집이 큰 쪽과 작은 쪽 가운데 누가 결국 패자가 되고 승자로 남을지는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누가 승자이고, 누가 패자가 될 것인가?

▲ 진화는 수백만년에 걸쳐 일어나는 일종의 생물의 역사다. 그러나 최근 환경과 진화를 둘러싼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야생양 사오이 경우가 그렇다. 
이 연구를 이끈 임페리얼 대학의 팀 카울선(Tim Coulson) 교수는 “고전적인 진화이론에 따르면 그들은 당연히 몸집이 커져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왜냐하면 몸집이 큰 양이 혹독한 기후에서 생존하기 쉽고, 또한 번식에서도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몸집이 큰 양이 낳은 후손 역시 부모를 따라 몸집이 크게 되는 것이 일반적인 이론이지만 이 곳 섬에서 색다른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의 연구는 그동안 생물학자들을 괴롭혀 온 문제, 다시 말해서 왜 예상(predictions)과 실제상황(observation)이 같지 않느냐는 패러독스에 대한 해답을 얻게 됐다”고 카울선 교수는 말했다.

“생물학자들은 그동안 생태학적인 것과 진화적인 과정이 복잡하게 서로 얽혀 있다(intricately intertwined)고 이해했다. 그러나 이제 각자의 역할(contribution)을 분리할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불행하게도 과연 지구온난화가 호주머니에 넣을 수 있는 양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속단하기 이르다.” 카울선 교수가 내린 결론이다.

김형근 편집위원 | hgkim54@naver.com

저작권자 2009.07.0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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