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을 이루는 지구 원소에 대한 소고

 

생명체(사람)을 이루는 중요 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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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

% (중량)

  산 소

  O

  65.0

  탄소

  C

  18.0

  수소

  H

  10.0

  질소

  N

    3.0

  칼슘

  Ca

    2.0

  

  P

    1.0

  칼륨

  K

    0.35

 

  S

    0.25

  염소

  Cl

    0.15

  나트륨

  Na

    0.15

  마그네슘

  Mg

    0.05

 

  Fe

    0.004

 

 이 밖에 미량원소로  망간(Mn), 구리(Cu),

요오드(I) , 코발트(Co), 아연(Zn) 등이 있다.

 



 

지구에는 92종의 천연원소가 있다. 그 밖에도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원소가 20여종 있지만, 그런건 옆으로 밀쳐두어도 된다.  보다 실감나게 말하자면, 지구상에 흔하게 존재하는 천연원소는 기껏 30종 정도이고, 그중에서도 생물에게 중요한 것은 10여종에 불과하다.  이미 잘 알고 있겠지만, 지각의 50%가 조금 안 될 정도를 차지하는 산소가 가장 흔한 원소인데 그 다음으로  많이 존재하는 원소들에는 아주 뜻밖 일 것이다.  실례로, 두번째로 많이 존재하는 원소가 규소(실리콘)이고, 타이타늄이 10위라는 사실을 짐작하겠는가 ?  지구에 많이 존재한다고 해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고, 유용한 것은 절대 아닌만큼 잘 알려지지 않은 원소들이 더 많이 존재하는 경우도 많음이 사실이다.  지구에는 구리보다 세륨이 더 많고, 코발트나 질소보다 네오디뮴과 란타념이 더 많다.  겨우 50위에 들어가는 주석은 프라세오디뮴, 사마륨, 가돌리늄, 디스프로슘과 같이 생전 듣지도 또한 듣도 못할 원소들 보다 더 찾아보기 어렵다.  
(자연에 얼마나 많은가는 얼마나 쉽게 검출할 수 있는가와도 상관이 없다.  발밑에 있는 것들의 10% 정도를 차지하도록 흔한 원소인 알미늄은 19세기에 이르러 처음으로 발견되었는데, 그 후로도 알미늄은 아주 희귀한 원소로 취급되었다.  미국의회에서는 나라가 크게 발전하고 번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과시하기 위해서 워싱턴 기념비의 꼭대기를 알미늄 박막으로 덮기로 결정할 뻔했고, 같은 시기에 프랑스의 왕족들은 공식만찬에서 은그릇 대신에 알미늄 그릇을 사용하기도 했었다)

천연원소의 양은 그 중요성과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  탄소는 지각의 겨우 0.048%를 구성하는 15위의 원소이지만, 우리는 그런 탄소가 없이는 존재할 수도 없다.  탄소가 다른 원소들과는 구별되는 것은 무차별적이라 할 사교적인 성질 때문인데, 탄소는 원자세계의 핵심구성원으로 자신을 포함한 다양한 종류의 원소들과 단단하게 결합해서 정말 튼튼한 분자들을 만들어 낸다.
그것이 바로 단백질과 DNA를 만들어내는데 필요한 자연의 비밀인 것이다.
 
탄소가 없었더라면 우리의 생명은 존재 할 수 없을정도로 결정적인데 인간의 경우도 탄소를 그렇게 많이 가지고 있지는 않다. (인체를 구성하는 원자 200개 중에서 126개는 수소이고, 51개는 산소이며, 탄소는 19개에 불과하다. * 맨위 표 - 생명체(사람)을 이루는 중요 원소 - 에 있는 탄소18%는 중량대비임)

 



 

생명의 탄생이 아니라 생명의 유지에 꼭 필요한 원소들도 있다. 우리는 헤모글로빈을 만들기 위해서 철이 필요한만큼 철이 없으면 우리는 죽게 될 뿐이다.  바이타민 B12 를 만들기 위한 코발트를 필요로 하고, 포타슘(칼륨)과 약간의 소듐(나트륨)은 신경에 좋게 작용한다.  몰리브데넘, 망가니즈, 바나듐도 몸 속의 효소를 만드는데 꼭 필요하며, 아연이 알코올을 산화시켜주는 것도 아주 다행스러운 일이다.  우리는 그런 원소들을 활용하거나 허용하도록 진화해 왔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받아 들일 수 있는  범위는 매우 좁다.  셀레늄은 우리 모두에게 필수적이지만, 아주 조금만이라도 더 섭취하면 치명적이다. 이쯤에서 염두해야 할 것은, 생물이 어떤 원소들을 필요로하거나 허용하는 정도는 진화의 정도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사실이다.  오늘날 양과 소는 함께 풀을 뜯어 먹지만, 그들이 필요로 하는 광물질의 양은 전혀 다르다.  현대의 소는 구리가 풍부하게 존재하는 유럽과 아프리카지역에서 진화했기 때문에  상당한 양의 구리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양은 구리가 결핍된 소아시아에서 진화했다. 우리가 허용할 수 있는 원소의 양이 지각에 존재하는 원소의 양에 직접 비례한다는 사실은 전혀 놀랍지 않은 법칙이다. 우리는 섭취하는 살코기나 섬유소에 축적되어있는 소량의 희귀원소들을 당연하게 받아 들이도록 진화했고 어떤 경우에는 그런 원소들이 반드시 필요한 경우도 있다.  그러나 섭취량이 어느 선을 넘어서면 않될 것이다.  어느 경우이던 확실한 사실은 과하게 먹으면 죽게 될 뿐이다.
그런데 그런 원소들이 서로 결합하면 그 성질은 더욱 신기해진다
.  예를 들어서, 산소와 수소는 가장 쉽게 타는 원소들이지만 그 둘을 결합시키면 전혀 타지 않는 물이 된다.  더욱 신기한 결합의 예는 원소들 중에서 가장 불안정한 소듐(나트륨)과 독성이 강한 염소의 경우이다.  순수한 소듐 작은 덩어리를 물에 떨어뜨리면 사람을 죽일 정도의 힘으로 폭발을 한다. 또한 염소는 그 보다 더 지독한 독성을 가지고 있다.  표백제처럼 아주 낮은 농도로 사용하면 미생물을 죽이는 데에  유용하지만, 많은 양을 사용하면 치명적이다. ( 염소는 제 1차 세계대전에서 사용했던 여러가지 독가스 중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었다) 더욱이 수영장에서 눈에 통증을 느끼는 사람들의 경우에서 알 수 있듯이 인체는 아주 묽은 경우도 허용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종류의 고약한 원소를 서로 결합시키면 무엇이 얻어질까 ?  염화소듐(나트륨), 즉 식용 소금이 얻어진다.


대체로 우리는 물에 녹는 등의 방법으로 자연스럽게 인체로 흡수되지 않는 원소들은 허용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 음식을 담는 그룻이나 수도관에 납을 사용하는 것이 유행하기 전에 우리는 납에 노출된 적이 없었기 때문에 납은 인체에 강한 독성을 나타낸다.  로마 사람들은 납이 포함된 물질을 포도주의 향료로 사용했는데 로마인들이 전과는 달리 힘을 잃었던 것은 그 때문일 수도 있다. 
다른 경우에서(
우리가 일상적으로 흡입하는 수은이나 카드늄을 비롯한 여러가지 산업오염물질은 말할 것도 없이)납에 대한 우리의 적응범위는 그리 넓지 않다.  우리는 지구상의 자연에 존재하지 않는 원소들에 대해서는 허용하지 않도록 진화해왔기 때문에 그런 원소들은 플루토늄의 경우처럼 우리에게 매우 강한 독성을 나타낸다.(플로토늄에 대한 우리의 허용한계은' 0 '이다.  즉 아무리 조금만 섭취하더라도 죽음에 이른다) 

 

 

아주 간단한 사실을 길게 설명했다.  지구가 기적같이 우리를 받아들이는 것처럼 보이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우리가 지구가 제공하는 환경에 적응하도록 진화해왔기 때문이다.  우리가 신기하게 여기는 것은,  그저 지구의 환경이 생명에게 적당하다는 것이 아니라 특별하게 우리의 생명에게 적당하다는 사실이다.  정말 놀랄일이 아니다.  
적당한 크기의 태양, 지나치게 사랑스러운 달, 사교적인 탄소, 엄청난 양의 마그마를 비롯해서 우리에게 훌륭하게 보이는 많은 것들은 단순히 우리가 그것들을 의존해서 태어났기 때문에 멋지게 보이는 것일 수도 있다.  물론 아무도 확실하게 밝힐 수는 없겠지만



 

다른 행성에서는 은빛으로 빛나는 수은과 암모니아 구름이 떠다니는 환경에 적응하는 생명이 있을 수도 있다그런 생물들은 자신들의 행성에서는 충돌하는 판 때문에 지진이 일어나거나, 엄청난 양의 용암덩어리를 뱉어내지 않는 영원한 정적 속에 존재하게 됨을 즐거워하고 있을 것이다. 
먼 곳에서 지구를 찾아오는 방문객은 우리가 아무것과도 반응하려고 하지 않는 질소와 우리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도시 곳곳에 소방서를 설치해야만 할 정도로 연소에 집착하는 신소로 만들어진 대기 속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에 놀랄 것이 확실하다.  만에 하나 우리를 찾아오는 방문객이 산소를 호흡하고, 상가와 액션영화를 좋아하는 양족동물이라고 하더라도, 그들이 우리 지구를 이상향이라고 생각하게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우리 음식에는 그들에게 독성을 나타낼 수 있는 망가니즈, 셀레늄, 아연을 비롯한  여러가지 원소들이 들어있기 때문에 그들에게 점심을 대접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들에게는 지구가 절대 유쾌한 곳이 아닐 것이다. 

 


평범한 것이라도 그것을 운명이라고 생각하면 아주 특별하게 보일 수도 있다. 한즉, 지구가 생명이 태어나게 된 사건과 조건들이 우리가 생각했던 것 만큼 특별한 것이 아닐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사건과 조건들은 여전히 특별한 것이었다. 한가지 확실한 사실은, 우리가 다른 이유를 찾게 될 때까지는 그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Bill Bryson - A short history of nearly everything ( ISBN 89-7291-364-2 )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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