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의 진화와 그 기능


이 춘 길



인간이 누리는 정신적인 경험의 폭과 깊이는 다른 동물에 비해 월등하다. 인간의 두뇌가 다른 동물에 비해 발달해 있으므로 우리는 이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해면과 같은 하등 동물에서부터 인간에 이르기까지 모든 동물들의 신경계가 거의 동일한 형태의 세포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은 실로 경이롭다. 동일한 벽돌로 여러 형태의 집을 지을 수 있는 것처럼, 배열된 구조와 서로 연결된 패턴 그리고 사용된 세포의 수에 따라서 기능이 판이한 신경 체계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움직이면서 뇌가 발달

독립된 형태와 기능을 갖춘 신경 세포의 시초는, 원시 후생 동물이 운동을 시작해 앞으로 움직이기 시작할 때 이 동물의 표피를 구성하는 세포의 일부가 신경 세포로 변한 것으로 생각된다. 동물이 앞으로 움직일 때 표피 세포는 여러 자극에 부딪치게 되며, 일부 표피 세포는 환경 자극에 대해 보다 민감해져서 세포 내부를 흥분 상태로 변하게 하는 성질을 회득했다. 이 중 일부는 표피 내부로 들어가 세포 형태를 변화시키고 다른 세포와 연결을 형성하게 되며, 표피에 남은 신경 세포는 감각을 수용하는 역할을 한다. 내부로 들어간 신경 세포는 양쪽으로 가지를 만들어 가지의 한쪽은 표피에 남아 감각을 수용하는 세포와 연결되고 다른 한쪽은 운동을 일으키는 효과기와 연결되어 있다. 신경계와 피부가 발생학적으로 동일한 기원을 가진다는 사실은 신경 세포의 진화 과정에 대한 이러한 추측을 간접적으로 지지한다.

신경 세포에 의해 감각기와 효과기가 연결되면, 먹이에서 발산되는 화학 물질이나 빛 에너지 등 환경을 구성하는 감각 자극에 따라 신경 세포는 흥분하게 되고, 이 흥분이 효과기에 전달된다. 감각정보가 효과기로 전달되면 동물은 반사적인 운동을 일으킬 수 있게 되는데 이처럼 환경 자극을 탐지할 수 있게 되면 먹이를 찾고 위험을 피하는 과제들을 수행하는 데 훨씬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운동을 할 수 있게 된다.

감각과 운동이 직접 연계되면 반사적인 운동은 가능하지만 상황에 따른 유연한 행동은 불가능하다. 예를 들면 동일한 자극에 대해서도 경우에 따라서는 상반되는 반응들을 수행해야 생존에 유리할 수 있다. 즉 전방에 탐지된 물체는 접근해야 할 먹이일 수도 있지만 회피해야 할 천적 동물일 수도 있는 것이다. 감각 정보에 의해 운동이 반사적으로 결정되는 신경계를 가진 동물은 이 딜레마를 해결할 수 없다.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입력된 환경의 감각 정보를 처리하는 단계가 요구되며 이 필요성은 감각과 운동 사이를 매개하는 처리를 세포 집단의 진화를 돕는다. 그래서 단순한 반사적인 `감각-운동` 단계에서 `감각-처리-운동`의 단계로 발달하게 된다. 이 변화를 가능케한 것이 신경계의 진화다.

뇌는 감각과 운동 사이에서 처리를 담당하는 기능을 가진 신경 세포들이 신체의 한 곳으로 모여서 진화된 것이다. 즉 머리를 가지는 동물이 진화하게 되는 것이다.

 

중추 신경과 말초 신경

현존하는 동물의 뇌 구성은 복잡하며 종에 따라 뇌의 크기와 구조가 다르다.

[그림 1]은 대표적인 척추 동물의 뇌를 보인다.

인간에 가까이 진화할수록 뇌의 크기는 증가하고 있지만 나의 전반적인 구성은 동일하다. 뇌는 감각계와 운동계를 매개하여 생물학적으로 의미 있는 정보, 즉 개체의 생존에 중요한 신호를 처리한다.

인간의 신경계는 크게 중추 신경계와 말초 신경계의 두 부분으로 나뉜다. 중추 신경계는 뇌와 척수로 이루어져 있다. 중추 신경계는 감각 기관을 통해 입력되는, 환경과 신체의 상태에 대한 정보를 처리하고 근육을 움직이게 하는 운동 명령을 내린다. 대한 정서, 기억, 사고의 고등 정신 작용에서부터 심장의 박동 속도, 호흡 등 생명 기능에 관한 것에 이르기까지 신체 내에서 일어나는 거의 모든 것을 통제하거나 조절하고 있다.

말초 신경계는 신경들로 이루어져 있다. 신경은 신체 말단에서 수용되는 감각 정보가 중추신경계에 전달되고 중추 신경계가 생성하는 운동의 명령이 신체 근육에 전달되는 통로다.

신체의 다른 기관과 마찬가지로 신경계는 세포로 이루어지는데, 뉴런과 교세포가 신경계를 이루는 두 형태의 세포들이다. 이 글을 읽는 순간에 동원되는 집중, 그에 따른 문장의 이해, 이해가 되지 않을 때의 짜증 등 모든 정신 과정은 선별적 뉴런 집단의 총체적인 활동의 결과이다.

뉴런은 신경계를 이루는 단위 세포이며, 비신경 세포인 교세포는 뉴런이 원활하게 기능할수 있도록 보조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인간의 신경계는 약 1 천억 개의 뉴런이 있으며 이보다 더 많은 수의 교세포가 있다.

뉴런의 형태와 크기는 다양 하지만 공통점을 지닌다.[그림2]는 뉴런의 일반적인 형태를 보인 것이다.

뉴런은 다른세포와 마찬가지로 DNA의유전정보를 번역해뉴런이필요로하는 단백질을 합성하는데,합성은 대게 세포체에서 이루어져 뉴런의 각 부분으로 이동된다.

세포체의 크기는 대게 5내지 1백um(1um은1천분의1mm이다)사이다.

세포체롤부터 나뭇가지모양 으로 여로 돌기가 뻗어 있는데 이 가지들은 다른 뉴런과의 통신을 위해 사용된다. 신호를 전달해 세포간의 통신을 담당하는 신경세포의 기능에 알맞게 그형태가 발달된 셈이다. 다른뉴런으로 부터시호를 전달 받은 이 짧은가지들을 수상돌기라 부른다..

초속100m의 정보 전달

세포체로부터 가늘고 길게뻗어 나온 가지 한게를 축색 이라한다. 축색은 흔히 교세포에 의해 만들어지는 수초막으로 싸여있다. 축색은 멀리떨어져 있는 세포와의 통신을 위해 길게 발달해 있다. 축색은 뉴런이다루는 전기적신호, 즉 세포막의 흥분이 전달되는 케이블이고 축색을 싸고있는 수초막은 신호의 전달이, 적은 에너지를 소모하면서도 빠른 속도로 이루어지게끔 보조한다. 신호가 축색을따라 전달되는 속도는 축색의지름이 커짐에따라증가하는데, 빠른경우초당 100m에 이른다.

축색의 끝부분은 가지로 갈라져있다.여러게의 축색끝을 통해 한뉴런의 신호가 다수의 다른세포들로 확산될 수 있다. 축색끝은 단추처럼 부풀어 다른세포의 수상돌기와 접촉하고 있는데,이와같은 두뉴런의 접촉부를 연접이라 한다. 한뉴런은 대개 수백게의 축색끝을 가진다.

[그림2]의원속에는 한뉴런의 축색끝이 다른 뉴런의 수상돌기와 연접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뉴런이 처리하는 신호,즉 세포막의흥분은 축색에따라 전달된다. 전달된 전기적 신호가 연접부위에 이르면 연접전 뉴런의 연접낭에 저장되있던 신경전달물질이 연접공간에 분비된다.분비된 전달물질은 연접후 뉴런의 세포막에 작용하여 신호가 전달되는 내게역활을 한다. 즉 뉴런의 전기적 신호가 연접에서는 화학적 신호로 번역되는 것이다.

신경 전달물질은 아세틸콜린,도파민,세로토닌,등 10가지가 현재 알려져 있는데연접의 종류에따라 사용되는 물질이다르다. 많은 향정신적 약물들은 신경전달물질의합성과 분비등의 과정에 영향을 미쳐 그효과를 나타낸다.

주름을펴면4.000cm2

[그림1]에서 보듯이 사람 뇌는 겉에서 보면 많은주름이 잡혀 있다. 목뒷부분에 위치한 더 섬세한 주름 이 소뇌이고 그윗부분 전체가 대뇌이다. 대되는 포유류의 진화과정에서 가장 강조된는 뇌로써, 뇌부피가 다른 종과차이가나는 것은 대뇌 때문이다. 대뇌의 발달은 사람에게서 절정을이루고, 특히 높은 수준의 정신기능을 담당하는 것으로 생각되는 전두엽은 사람에게 가장 발달되어 있다. 대뇌의 겉부분은 피질이라 하는데,이것은 평균 2.5mm두께로 신경세포체들의 모임이다.

대뇌의 주름은 동일한부피의 두개골 내에 넓은 피질이 들어갈수있도록 한다. 주름을 폈을때피질의 면적은 대략4천cm2에 이르는 엄청난 표면적이다. 피질에는 대략 1백5억 개의 뉴런이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뇌의 피질의 가장 큰 특징은 좌우의 두 반구로 나뉘어져 있으며 각 반구는 신체 및 환경의 반대편에 관여하고 있다. 예를 들면, 우측 신체에서 기원하는 감각은 척수 혹은 뇌간에서 중심선을 넘어 좌측 뇌로 들어가 대뇌의 좌반구에 수렴한다. 두 눈을 공간의 한 점에 고정하고 있을 때, 그 점을 중신으로 우측 시야에서 일어나는 일은 두 눈과 좌측 시각 신경계를 거쳐 대뇌 좌측의 시각 피질에 수렴된다. 또한 좌측 대뇌는 우측 신체의 근육, 즉 오른팔, 오른다리를 움직인다. 좌우 반구는 축색 다발에 의해 연결돼 있다.

대뇌 피질은 구조적으로는 거의 동일하지만 표면 부위에 따라 담당하는 기능이 다르다. 뇌의 특정 부위가 손상을 때 관찰되는 정신 기능과 행동의 장애를 통해서, 그리고 뇌의 특정 부위를 인위적으로 자극했을 때 관찰되는 행동의 통해서 피질의 각 부위가 서로 다를 정신 기능과 행동을 담당하고 있음을 알게 됐다.

[그림3]은 인간의 대뇌를 좌측에서 본 것이다.

피질은 크게4부분으로 나뉘는데,머리뒷부분이 후두엽,앞부분이 전두협 귀쪽이 측두엽, 그리고 머리윗부분이 두정엽이다. 피질은 인위적으로 전기자극 하면 자극 된부위에 따라 특정한 정신 기능을 인위적으로 일으킬 수 있고, 종양이나 출혈이있으면 주변의 신경세포는 퇴화하게되어 손상된부위에따라 특정정신기능이 손상된다. 예를 들어 좌측 후두엽의 시각 피질의 손상되면 두눈이 현제 고정되어있는 지점하여 우측 시야를 볼수없게된다.좌측 전두엽 의 운동피질 가운데 팔을구동하는 부위가손상되면 오른팔이 마비된다. 이처럼 특정정신기능이 각기 다른 피질부위와 관련되있는 것은 '기능적 국재화'라 부른다.

동물 실험 활발

1860년대 이후 브로카와 베르니케에 의해 시작된 실어증에 관한 신경학적 연구들은 언어를 이해하고 만들어 내는 기능이 대뇌의 특정 부위에 국재화되어 있음을 보였다.

또한 이 연구들은 좌우 대뇌의 기능이 완전한 대칭작으로 동일한 것이 아님을 보여 주었다.

[그림3]에 브로커 영역 으로 명명된 좌측 연두엽 일부를 포함해그 안쪽과 주변영역이 손상되면 의미있는 논리적 말을 구사할수 없게된다. 그에 반해 좌측 측두엽에의 베르니케 영역을 포함한 주변부위가 손상되면 언어의 이해능력이 손상돼 비록 말은 유창하게 할수있지만, 흔히 뜻이 일관성 있게 통하지않는 말을 나열한다.

사람의 뇌기능에 대한 이해는 뇌의 일부가 손상된 환자들에 대한 임상적 관찰을 통헤 이루어져왔다.임상연구를 통해 뇌와 행동 그리고 정신과정에 관계를 연구하는 분야를 오늘날 신경 심리학 이라 부른다. 환자의 문제를 뇌 손상과 관련 짓는 신경학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

브로카와 베르니케의 연구는 대표적인 신경신리학 연구들이다. 이러한 분야의 활동은 환자 개개인의 손상되지않은 뇌를 가지고, 즉 온전한 능력으로 무었을할수있는지 결정할수 있다.뇌와 행동의 관계를 이해하기위해서 신경심리학자들은 뇌 손상 환자들을 찾을 수밖에 없다.그러나 어느손상도 동일한 경우가 거의 없기때문애 임상적연구를 통한결론은 신빙성을 확립하기 어렵다.

사람에 대한 임상적 관찰과 더불어 뇌 기능의 국화는 잘 통제된 동물의 뇌 손상실험에서 얻어진 자료를 통해 빨리 확립됐다. 특히 동물실험에 동원되어온 전기자극,뉴런의 전기적 활동의 측정, 해부학적, 생화학적 기법들은, 이 기법들이 잘 고안된 심리학적 해동연구와 동시에 이루졌으때 효과적이었다.

생물심리학은 행동의 생물학적 기반을 다루는 심리학의 기초 분야이다. 대부분의 경우 인간놔 동물의 행동은 뇌기능에 따라 이루어 지기 때문에 뇌기능의 기초연구는 생물 심리학 의 핵심을 이룬다.우리는 어떻게 보는가. 슈퍼컴퓨터도 필적하지 못하는 뇌의 비밀은 무었인가. 이러한 질문들은 생물 심리학이 던지는 물음에 일부분에 불과하다.

이춘길/서울 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일리노이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 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재임 중이다. 저서로는 시각 신경계의 구조와 기능에 관한 다수의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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