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왕립과학아카데미 노벨상위원회는 3명의 분자생물학자들이 ‘2009 노벨 화학상’을 공동으로 수상하게 되었다고 7일(한국시간) 발표했다.
영예의 주인공은 영국 MRC분자생물학연구소의 벵카트라만 라마크리슈난(Venkatraman Ramakrishnan) 박사, 미국 예일대의 토머스 스타이츠(Thomas A. Steitz) 교수, 그리고 이스라엘 바이츠만연구소의 아다 요나트(Ada E. Yonath) 박사 등이다. 이들은 세포 내 기관인 리보솜의 3차원 입체구조를 밝혀낸 공로로 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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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노벨 화학상 공동수상자들. 왼쪽부터 라마크리슈난 박사, 스타이츠 교수, 요나트 박사. ⓒNobelprize.org | ‘단백질 공장’ 리보솜의 구조를 ‘X선 결정 기술’로 포착
리보솜(ribosome)은 세포 안에 존재하는 기관으로, DNA의 유전정보를 단백질로 합성해내기 때문에 ‘단백질 공장’으로도 불린다. DNA에 담긴 유전정보를 RNA라는 전달체가 리보솜에게 넘겨 단백질이 만들어진다.
RNA에는 tRNA, mRNA, rRNA가 있는데, 리보솜은 그중 tRNA와 rRNA를 만나게 함으로써 단백질 합성을 유도한다. 그러므로 리보솜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면 단백질 합성에 문제가 발생해 인체에 여러 가지의 생체 부적합 반응이 일어난다. 질병이나 기형이 생기는 것이다.
리보솜은 모든 생명체의 세포에 존재한다. 세균 또한 리보솜의 활동이 저하되면 생명을 유지할 수 없다. 항생제는 세균의 세포 내 리보솜 활동을 억제하는 원리에 의해 작용한다.
세 과학자는 항생제가 세균 내 리보솜의 기능을 억제하는 모습을 'X선 결정 기술(X-ray Crystallography)'을 이용해 입체적으로 포착해냈다. 스웨덴 왕립과학아카데미는 “항생제 관련연구 및 개발에 큰 기여를 했다”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분자 차원에서 유전자와 생명현상을 연구하는 분자생물학
모든 유기체 안 내부 전체에는 유전자 분자가 있다. 이들은 어떻게 인간, 식물이나 박테리아가 모양을 나타내고 기능을 하는지에 대한 청사진을 가진다. 그러나 유전자 분자는 수동적이기 때문에 리보솜이 없으면 생명도 발현되지 않는다.
청사진은 리보솜의 역할에 따라 생명체로 발현된다. 리보솜은 유전자 내 정보에 기반해 단백질을 만든다. 산소를 전달하는 헤모글로빈, 면역계의 항생물질, 인슐린과 같은 호르몬, 피부의 콜라겐, 당을 분해하는 효소 등이 그것이다. 체내 수천 개의 단백질 중 수십개는 각기 다른 형태와 기능을 가지고 있으며, 화학적 단계에서 생명을 만들고 제어한다.
분자생물학(molecular biology)은 이러한 생명현상을 DNA의 구조와 기능을 중심으로 분자 차원에서 설명하는 생물학의 한 분야다. 1953년 생물학자 제임스 왓슨(James Watson)과 물리학자 프랜시스 크릭(Francis Crick)이 DNA의 이중나선 구조를 발견하면서 관련연구가 활발해졌다. 이후 생화학, 유전학 등과 병합되며 현대 생물학의 근간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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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상자들이 그린 리보솜 3차원 지도 ⓒAda Yonath | 새로운 항생제 개발의 문을 연 3인의 공동수상자
미국 국적의 라마크리슈난 박사는 1952년 인도에서 출생했으며,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현재 영국 캠브리지 소재 MRC분자생물학연구소에 소속되어 있다.
스타이츠 교수는 1940년 미국 위스콘신주에서 태어나 하버드대에서 분자생물학과 생화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예일대 하워드 휴즈 의학연구소(Howard Hughes Medical Institute)에서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다.
1964년 이후 첫 노벨 화학상 여성 수상자인 요나트 박사는 1939년 이스라엘에서 태어났다. 바이츠만연구소(Weizmann Institute of Science)에서 ‘X선 결정기술’ 분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관련 연구로 수많은 화학상을 받은 바 있다.
세 수상자에게는 1천만 스웨덴크로네, 한화로 약 17억 원의 상금이 3분의 1씩 나눠 지급된다. 시상식은 12월 10일 스톡홀름에서 열린다. 노벨상은 5일 생리·의학상과 6일 물리학상 발표에 이어 앞으로 8일 문학상, 9일 평화상, 12일 경제학상 발표를 앞두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