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차원으로 진화하는 인간의 뇌 집중기획 : 뇌-기계 인터페이스(BMI) 2009년 10월 19일(월)

S&T FOCUS ‘뇌-컴퓨터 접속 기술’이라고도 불리는 뇌-기계 인터페이스(Brain-Machine Interface, BMI) 기술은 뇌와 기계(컴퓨터) 사이에 정보 교환이 일어나게 하는 융합적인 신경기술(Neuro-technology)이다. 컴퓨터는 뇌를 모방한 기계이다. 뇌의 기능 특히, 대뇌의 기능을 기계로 객체화시킨 인간이 창조한 최고의 산물이 컴퓨터다.

컴퓨터는 우리들의 두뇌활동을 글로벌 네트워크로 연결시켜줌과 더불어 이제는 소형화되어 우리의 몸에 부착되고 있으며, 나아가서 뇌와 직접적인 인터페이스 단계에 들어와 있다. 뇌의 기능을 외부에 기계로 객체화시킨 후 부분적으로는 인간의 뇌 기능을 능가하는 정도로까지 발전시켰으며, 이제는 그것을 뇌 안에 내재화하는 과정을 통해 인간의 뇌가 새로운 차원으로 진화되기 직전의 BMI 기술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21세기 100년을 좌우하는 신기술

BMI 기술의 종류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뇌에 외부 환경의 정보를 입력해 주는‘감각 입력 BMI 기술’과 뇌로부터 정보를 출력해 주는‘운동 출력 BMI 기술’로 양분해 볼 수 있다. 인공와우(인공청각)와 같은 감각 입력 BMI 기술은 장애인의 삶을 극적으로 바꾸어 놓은 중요한 실용기술이다. 운동 출력 BMI 기술은 신경세포의 전기적 활동을 기록하는 미세 전극을 뇌 속에 삽입해서 운동 대뇌피질의 운동 정보를 실시간으로 해석해 로봇 팔이나 휠체어를 사지장애인으로 하여금 자유롭게 움직이도록 하는 기술로, 가까운 미래에 실용화 될 대표적인 신경기술이다.

또한 BMI 기술은 뇌 조직과의 인터페이스 측면에서 분류해 보면 비침습적인‘간접 BMI 기술’과 미세 신경기록 또는 자극 전극을 뇌 조직에 삽입한 침습적인‘직접 BMI 기술’로도 대별해 볼 수 있다. 간접 BMI 기술에는 전통적으로 뇌파를 두피 밖에서 측정하고 그 신호를 활용해 기계를 제어하고자 하는 뇌파 기반 BMI 기술과, 최근에 연구되기 시작한 근적외선 기반 BMI 기술이 있다.

BMI 기술의 과거 역사는 어떠했을까? 지난 세기 컴퓨터의 탄생과 더불어 뇌파 신호를 이용해 기계를 제어함으로써 장애인을 돕는 신경보장구의 개발이 진행돼 왔다. 그러나 이러한 뇌파 기반의 간접 BMI 기술은 뇌 속의 수많은 신경세포들의 전기적 활동성이 한꺼번에 겹쳐서 평균화된 신호를 두피 밖에서 측정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신경 정보를 해석해내기가 매우 어렵다. 따라서 실용성에 본질적인 한계를 갖고 있다.

컴퓨터 연산 속도의 폭발적 증가는 엄청난 양의 정보를 처리하는 뇌 내의 많은 수의 신경세포들의 활동 정보들을 뇌 속에 삽입한 미세 기록 전극을 통해 동시에 기록하고 실시간 해석이 가능하도록 했다. 그 결과 1990년대 중반부터 원숭이를 대상으로 침습적인 운동 출력 BMI 기술이 연구되기 시작했으며, 교통사고나 운동사고, 질환 등으로 척수가 손상된 사지장애인들을 정상인처럼 자유롭게 행동하도록 돕는 신경보철의 개발이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

이러한 BMI 기술의 중요성은 선진국의 다양한 기술평가기관에서 21세기 100년에 걸쳐서 8대 또는 10대 신기술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예견했으며, 국내에서도 2009년 2월에 KISTEP과 삼성경제연구소가 공동으로 개최한‘글로벌 위기 극복을 위한 중장기 미래예측 및 기술전략’국제심포지엄에서 10대 미래 유망기술로 선정했다.

BMI 기술의 미래, 새로운 진화의 출발점

장애인의 재활을 위해 활용되는 BMI 기술이 이렇게 엄청나게 중요한 기술로 국내외에서 평가를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BMI 기술의 미래를 살펴봄으로써 알 수 있다. 우선, 현재의 BMI 기술은 팔의 운동을 조절하는 운동중추에 미세 전극을 삽입해 50~100개 정도의 신경세포들로부터 운동 정보를 실시간으로 해석함으로써 생각하는 그대로 로봇팔의 운동을 제어할 수 있게 한다. 이 기술은 앞으로 척수 손상 환자가 장애를 극복하는 데도 큰 기여를 할 것으로 예측된다. 임상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뇌 자극 기술과 BMI 기술이 접목되면 다양한 뇌 질환의 치료에도 활용되리라 본다.

미래에는 손가락 관절운동을 포함하는 운동정보들을 실시간으로 해석·활용하는 BMI 기술 개발이 예측된다. 이를 위해서는 수천, 수만 개의 단일 신경세포들을 동시에 기록하고 엄청난 신경 정보량을 실시간으로 해석하는 기술이 개발돼야 한다. 손가락 운동정보 출력 BMI 기술의 개발은 곧 문자언어의 신경기전에 대한 해석 및 기계제어 명령어로 변환하는 기술의 개발로도 연결되며, 운동 언어 중추로부터 언어 표현과 직결된 신경정보의 해석 및 그 응용기술을 가능케 한다. 이러한 인간의 고등한 두뇌 기능인 언어의 이해 및 표현과 연관된 BMI 기술의 발전은 인간 뇌의 핵심적인 전두연합영역에 대한 연합 BMI 기술 개발의 시발점이 될 것이다.

한편으로 운동 출력 BMI의 완전성은 감각 입력 BMI의 발전과 병행될 때 가능하다고 본다. 운동 출력 BMI에 대한 피드백으로서 피부, 근육, 관절 등으로부터의 감각 정보가 필요할 뿐 아니라 척수가 손상되어 피부감각이 없는 환자들을 위해서도 체성감각 입력 BMI 기술은 반드시 필요하다.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정보는 시각정보이다. 인공와우와 같이 실용화된 청각 입력 BMI 기술과 달리 시각정보의 뇌 내 입력에 대한 BMI 기술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또한 학습할 대상 정보의 입력(저장)과 기억한 정보의 출력(회상)에 대한 BMI 기술 분야가 가까운 미래에 핵심적으로 추진되리라 본다.

비침습적인 근적외선 분광법(NIRS)에 기초한 BMI 기술의 진보는 기술의 활용 범위를 장애인을 넘어 정상인의 일상생활에서 질환의 예방 및 진단, 교육, 문화 등 다양한 고등 두뇌능력에 혜택을 줄 것이다. 이렇듯 우리는 어느새 인간능력의 향상 또는 새로운 진화의 출발점에 와있다. BMI 기술은 사람의 뇌에만 적용되지는 않는다. 독특한 생존환경에서 특수한 정보를 처리하는 고도의 능력을 지닌 다양한 동물들의 정보 처리 능력을 활용하는 기술의 발전을 통해 인류는 엄청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이러한 동물 BMI는 인간에 의한 동물들의 새로운 진화의 시작을 의미하기도 한다.

강력한 지원으로 연구개발 인력 양성해야

▲ BMI 무선 칩이 이식, 간단한 사람의 언어표현을 하는 BMI 반려견(犬) ‘복술이(伏術理)’ 
우리 연구팀은 2000년 초부터 뇌 프론티어 사업단과 서울대 초미세생체전자시스템 연구센터의 지원을 받아 침습적 BMI 장치 및 기술 개발 연구를 수행해 왔다. 초기에는 쥐의 감각대뇌피질, 전두엽, 해마 등에서 극소수 신경세포의 자발적 활동을 활용해 1, 2차원 기계 운동을 실시간 동물의 의지에 따라 제어하는 BMI 시스템을 개발했다.

2006년부터는 반려동물인 개를 활용해 1, 2차원 운동기계제어 BMI 시스템을 개발했으며, IT 및 로봇제어 기술과의 융합으로 이의 다양한 실용화 가능성을 제시했다.

즉, 반려동물 BMI 시스템을 통해 주인과 간단한 언어 소통, 사람과의 원격인터넷 게임, 로봇 및 가전제품들의 제어 가능성을 보여줬다. 뇌에 이식이 가능한 소형 신경신호 추출 및 무선 전송 BMI칩을 개발해 BMI 슈퍼독에 활용하고 있으며, 이를 뇌 질환자에게 도움을 주는 BMI로 개발하고 있다. 또한 개의 고도로 발전한 후각신경계 정보를 해석해 다양한 냄새 물질들을 분별 보고하는 ‘개코 BMI’의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원맨쇼는 비극이다. 국가적으로 BMI 기술의 중요성이 확인됐는데도 국내에서는 몇 손가락을 꼽을 정도의 연구자만 있다. 국가적 차원에서의 강력한 지원으로 우수한 연구개발 인력들이 양성되고 기술개발 목표들이 빠른 속도로 성취돼야 할 것이다. BMI 기술을 통한 장애의 극복과 인간의 새로운 능력 향상을 통한 진화의 현 시점에서 우리는 구 인류로 남아있을 수는 없는 까닭이다.

교육과학기술부 과학기술정보과 |

신형철(한림대학교 의과대학 생리학교실 교수)

저작권자 2009.10.1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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