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정신병을 치료한다

[표지로 읽는 과학] 신경세포 생성의 비밀

2009년 10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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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사이언스는 일주일 동안의 세계 주요 학술소식을 모은 ‘표지로 읽는 과학’을 연재합니다. 이번 주 ‘네이처’는 중심소체에 주목했습니다. 중심소체는 세포가 분열할 때 염색체를 잡아당기는 중심체를 구성하는 물질입니다. 중심소체의 양에 따라 세포분화가 달라질 수 있다고 하네요. ‘사이언스’는 신경과학기술을 스페셜이슈로 다뤘습니다. 그 중에서는 빛을 이용해 신경병을 치료할 수 있는 기술도 있습니다. - 에디터 주



신경세포로 갈까, 전구세포로 남을까

우리 몸 안의 세포 수는 몇 개일까. 아기는 보통 2조 개의 세포를 갖고 태어난다. 이후 세포는 분열하고 분열한다. 흔히 ‘자란다’ ‘성장한다’고 부르는 과정이다. 성인이 됐을 때 세포 수는 무려 70조 개에 이른다. 각 세포마다 약 2m 길이의 유전물질 DNA가 담겨있으니 DNA를 모두 이은 길이(1400억 km)는 지구 둘레(4만2541㎞)나 지구에서 달까지 거리(38만4400㎞)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긴 셈이다.

세포분열은 몇 가지 단계를 걸친다. 우선 세포의 염색체 수가 두 배로 늘어난다. 중심체 2개가 세포의 양 끝으로 이동한다. 중심체에서 나온 방추사가 염색체를 잡아당긴다. 방추사에 이끌려 염색체가 양 끝으로 옮겨오면 세포가 나뉘기 시작한다. 우리 몸은 이런 과정을 통해 세포 수를 2조개에서 70조개로 35배나 늘린다.

이번 주 ‘네이처’는 중심소체에 주목했다. 중심소체는 세포분열과정에서 핵심역할을 하는 중심체를 구성하는 물질이다. 미국 연구진은 생쥐 배아의 대뇌피질 발달과정을 연구한 결과, 신경세포가 만들어지는데 중심세포가 큰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세포분열을 하더라도 중심소체의 차이에 따라 분화가 다르게 된다는 것이다.

중심소체가 보통보다 두 배 이상 많은 딸세포는 대뇌피질의 뇌실부위에 그대로 남아 특별한 분화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뇌실은 뇌 안의 빈 곳으로 수액으로 채워져 있다. 반면 그렇지 않은 딸세포는 뇌의 바깥부분인 피질로 이동해 신경세포로 분화한다는 것이다.

이번 표지에서 네이처는 “신경세포 또는 전구세포(NERVE CELL OR PROGENITOR CELL)?”이라 물었다. 전구세포는 특정 세포의 형태와 기능을 갖기 전 단계의 세포를 말한다. 그 물음의 열쇠는 중심소체에 있는 셈이다.

빛으로 신경병 치료한다?

초파리의 뇌다. 바깥에서 보랏빛을 쬐자 뇌 곳곳이 보라색으로 반짝인다.

보라색으로 반짝이는 부분은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을 만드는 뉴런이다. 도파민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으면 우울증을 앓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너무 많이 분비되면 조울증이나 정신분열증 증세를 보이게 된다.

이번 주 ‘사이언스’는 진보된 신경과학기술을 스페셜이슈로 다뤘다. 그 중에서도 주목할 만한 기술은 광유전학(optogenetics).

특정 세포나 뉴런의 유전자를 조작해 빛에 반응하도록 한 방법이다. 빛의 세기와 파장을 조작해 빛에 반응하는 세포나 뉴런이 만드는 물질의 양을 조절한다는 게 이 기술의 핵심이다. 광유전학으로 도파민 분비량을 조절하면 우울증이나 조울증을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셈이다.

사이언스는 광유전학 이외에도 계산신경과학(computational neuroscience) 등을 소개했다. 계산신경과학은 뇌를 컴퓨터로 가정하고 연구하는 방법으로 신경계의 정보처리 기능을 분석하는데 중점을 둔다.

신경과학기술을 스페셜 이슈로 꼽은데 대해 사이언스는 “최근 신경과학기술의 발전이 혁명적으로 이뤄져 과학자가 사람의 뇌나 신경시스템을 연구하기가 수월하게 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변태섭 동아사이언스 기자 xrock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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