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 사회일수록 여학생 수학 잘한다”

2008년 06월 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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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수학에 강한 반면 여자는 언어에 강하다.’

상식처럼 여겨지는 이런 남녀간 차이는 생물학적 이유보다 문화적 영향 탓이 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이코노미스트 최신호가 보도했다.

미국 대학입학시험위원회의 통계에 따르면 2007년도 여학생들의 내신 평균점수는 3.4점으로 남학생들의 3.24점보다 높았다. 그러나 미국 수능시험인 SAT의 수학 평균점수는 남학생(533점)보다 여학생(499점)이 훨씬 낮았다.

유럽대학연구소(EUI)의 루이지 귀소 연구팀은 이처럼 여학생의 수학 점수가 낮은 이유는 남녀간의 ‘원초적 차이’라기보다는 그 사회가 ‘얼마나 성 평등을 지향하느냐’에 따라 달려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40개국의 15세 청소년 27만6000명을 대상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연구(PISA)’ 결과를 재분석했다. 언어와 문화에 따른 오류를 피하기 위해 모든 참여 국가가 타당성을 인정한 문항들만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그 결과 여학생의 수학 점수는 대체로 남학생보다 낮았지만 국가별 편차는 매우 컸다. 터키와 한국에서는 남녀간 수학 점수차가 매우 크게 나온 반면 노르웨이와 스웨덴 같은 국가에서는 0에 가까울 정도로 남녀간 점수차가 없었다.

연구진은 이 데이터에 세계경제포럼(WEF)이 개발한 ‘성 격차 지수(GGI)’를 비롯한 여러 변수를 적용한 결과 사회 구성원이 남녀간 평등을 인정하고 여성이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는 국가일수록 남녀간 수학 점수차가 작았다고 분석했다.

또 언어 부문에서는 평등한 사회일수록 오히려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월등히 높은 점수를 획득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보도했다. 즉, 남녀가 평등한 사회일수록 여학생은 수학 점수에서 남학생과 비슷해지는 반면 언어 점수에서는 남학생을 월등히 따돌릴 수 있다는 것이다.
노지현 동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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