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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촌이 땅을 사면 배 아프다.", "애간장이 탄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라는 옛말이 있다.

사촌이 샀다는 논에 가서 누렇게 출렁이는 벼이삭을 본다면?
혹시라도 구구절절 안타깝고 슬퍼서 애가 타는 일이 생긴다면?
자라보고 놀라고 나선 솥뚜껑보고도 놀란다면?

사람에겐 다양한 정서가 있다.
보고 들은 것에 따라 감정을 일으키고,

각 감정에 따라 해당되는 몸의 부분을 작동시키기 위해서는,
뇌가 여러가지 복잡한 절차에 따라 일을 한다.
그 중에서 두려움은 주로 뇌의 어느 부분에서 다루어질까?
'편도핵(아미그달라 : amygdala)'이다.
'아미그달라'는 변연계에 자리잡고 있는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
그러나 두려움의 정서를 다루기 때문에 우리의 생존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감각을 통해 각종 자극이 들어오면 그 종류에 따라,
자극을 일으킨 사람이나 상황에 다가가기도 하고 피해가기도 하는 것이다.

만약 쥐에게 '아미그달라’가 없어진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참으로 난처한 일이 생길 것이다.
고양이를 보면 놀라서 얼른 도망을 가야 살텐데,
‘놀라야 하는 정서’를 잊었기 때문에 도망을 가지 않는다.
그래서 죽은 목숨이나 마찬가지가 되는 것이다.

사촌이 땅을 샀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자신의 생각이 반듯한지 아닌지는 그 다음으로 미루고. . .)
"기뻐서, 속이 편안하네!" 또는 "화나서, 배가 아프네!"라는 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
또는 깜짝 놀랄 일을 보고 나서 식은 땀이 흐를 수 있다.
이럴 때는 "내가 너무 소심한가?"하고 걱정하지 말고,
자신의 뇌가 열심히 정상적으로 일을 잘하고 있는 것을 감사히 여겨야겠다.
왜냐하면 위에 든 다른 동물의 예처럼
만약 자극이 왔는데도 자극에 대한 느낌이나 반응이 없다면  
이것이 더 심각한 문제인 것이다.

옛 사람들은 이런 일이 신체의 어느 부분에서 다루어진다고 생각했을까?
현대에 밝혀진 뇌과학의 결과와 같은 것도 있으나, 다르게 생각한 부분도 있었다.
마치 옛날엔 지구가 둥글지 않고 평평하다고 생각했듯이. . .

플라톤은 ‘화(angry)’ 를 다루는 신체의 부분은 ‘간’이라고 여겼다.
우리의 옛 말 “애간장이 탄다.”와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어 흥미롭다.
플라톤은 지능은 ‘뇌’에서 다스리고,
공포, 화, 용기는 ‘간’에서 다스리며,
욕망, 고민, 탐욕, 무절제는 ‘장’에서 다스린다고 했다.
또한 사람이 죽으면, ‘간’과 ‘장’에서 다스리는 부분은 사라지지만,
‘뇌’에서 다스리는 지능과 이성은 불멸하다고 주장했다.

그럼 아주 먼 옛날 이집트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선하고 악한 행동은 ‘머리’가 아닌 ‘가슴’에 기록된다고 믿었다.
그래서 사람이 죽으면 심장을 저울에 올려놓고
깃털의 무게와 비교했다고 한다.
악한 사람은 심장이 무겁고 . . .
선한 사람은 심장이 깃털처럼 가볍고 . . .

BC 5세기가 되어서야
알크마이온(Alcmaeon)이나 아나사고라스(Anaxagorass)가
뇌의 기능이 중요하다는 주장을 하기 시작했다.
아나사고라스는 귀족이었으나 과학 공부를 좋아해서,
많은 재산도 친척에게 다 주어 버리고 고향을 떠나,
아테네로 가서 공부를 했다는 흥미로운 사람이다.
피타고라스의 제자였던 알크마이온은 최초로 사람을 해부했으며,
시신경과 귀의 ‘유스타키오관(Eustachian tube)’을 발견했다.
그는 또한 동맥과 정맥이 다른 것을 알아냈으며,
뇌가 지적활동의 중심이라고 생각했다.

히포크라테스는 저서에서(“On the Sacred Disease”)에서,
“사람은 뇌에서 기쁘고, 슬프고, 즐거운 것을 느낀다.
우리는 뇌를 통해 지혜와 지식을 얻고, 보고 들으며,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무엇이 정당한지를 알아낸다.
또한 뇌를 통해 공포도 느끼고, 화를 내기도 한다.
이렇게 뇌는 사람에게 막강한 힘을 발휘하게 해준다.”라고 주장했다.

그리스의 철학자인 소크라테스(BC 469-399)는 아테네의 거리에서
지나는 사람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수없이 했다고 한다.
“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 무엇입니까?”
“ 용기란 무엇입니까?”
“ 용기를 어떻게 실천해야 합니까?”
당대의 여러 현인들도 이 질문을 받으면,
“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답했다 한다.
소크라테스는 무엇보다도 사람들이,
자기 자신이 무엇인지 깨닫게 하고 싶어했다.
그래서 그는 우리 자신의 무지함과 그릇됨에 대해 자각하라는 의미로
"너 자신을 알라!”라고 외쳤다.

“너 자신을 알라! ”의 20세기 뇌과학적 의미는무엇일까?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하고, 기억한 것을
뇌에서 어떻게 처리하는지를 과학적으로 이해해서,
가진 바 능력을 100% 펼쳐보자”라고 할 수 있을까?

예전처럼 죽은 사람의 뇌를 해부하지 않고,
살아있는 사람의 뇌영상을 찍을 수 있게 된 오늘날,
“ 너 자신을 알라! ”라는 말은 우리에게
새롭고도 깊은 여운을 남긴다.  

< 추천 인터넷 싸이트 >
1. Greece Delphi(델파이)의 아폴론 신전 소개 :

http://www.mfa.gr/english/greece/through_time/archaeology/
ancient_sites/delphi.html
2. Delphi(델파이)의 아폴론 신전에 새겨진 "Gnothi safton(To know yourself)" :
http://brtom.org/gr/know.html
“너 자신을 알라”는 그리스 Delphi(델파이)의 아폴론 신전에 새겨져 있던 말이다.
이것은 아폴론 신이 인간에게 "너 자신이 인간이라는 것을 알라."는 뜻으로 한 말이다.
소크라테스는 이 말을 "너 자신이 아무 것도 모르고 있다는 것을 알라.
그래야만 너는 비로소 참된 것을 알 수 있다"고 해석했다.

< 용어 >
1. 유스타키오관(Eustachian tube) :
귀에서 고막 안과 밖의 압력을 일정하게 유지시켜 주는 역할을 하는 기관
2. 변연계(邊緣系, limbic system) :
대뇌반구의 안쪽과 밑면에 해당하는 부위로서
편도(扁桃, amygdala)과 해마(海馬, hyppocampus) 등이 있다.
3. 애간장 (肝腸) ‘간(肝)’을 강조하여 이르는 말
4. 뇌교(腦橋, pons)
중뇌(中腦)와 연수(延髓) 사이의 중추신경 조직
5. 연수 延髓 (medulla oblongata)
척수보다 큰 원통 모양이며 뇌구(腦球)라고도 한다. 생명에 직접 관계되는 폐 •심장 •혈관 등의 운동을 지배한다.
6. 척수( 脊髓, spinal cord)
뇌의 연수 아래로 이어져 있으며 백색의 가늘고 긴 원통상이다. 한국인 성인남자의 척수의 길이는 약 45cm, 여자는 약 42∼43cm이다.

<참고문헌>
1. Human Anatomy (2001), Elaine N. Marieb & Jon Mallatt, Third Edition,

Benjamin Cummings,

An imprint of Addison Wesley Longman, Inc. P372, 375, 387, 458,
2. Brainscapes (1995) by Richard Restak, M.D.,
- An introduction to what Neuroscience has learned about the structure, Function, and Abilities of the Brain, A Discover Book , Hyperion, New York , p 3-12.
3. An anatomy of thought (1999) by Ian Glynn, - The Origin and

Machinery of the Mind, Oxford University Press, p334-350.

 

written by 한종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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