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뇌 사령탑, 전전두엽
브레인 탐험 브레인   vol.8

전전두엽前前頭葉(prefrontal lobe)은 전두엽 중에서도 머리의 이마 앞부분에 해당한다. 아직 그 기능이 베일에 싸여 있을 때 전전두엽은 지능과 의식, 영혼의 핵심적인 비밀이 숨겨져 있는 곳으로 생각되었다. 그러나 지능과 의식이 어느 한 영역의 역할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전전두엽의 기능도 서서히 알려지고 있다. 감정과 행동, 기억의 통합에서 특별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는 두뇌의 CEO, 전전두엽에 대해 알아보자.


부자도 범죄자도 전전두엽이 다르다

부자들의 비결은 무엇일까? 미국 듀크 대학의 뇌 과학자 스콧 휴텔Scott Huettel 박사는 이러한 의문을 풀기 위해 기능성 자기공명 영상으로 부자들과 일반인들의 뇌를 비교했다. 그 결과 부자들은 똑같은 과제를 풀 때 일반인들에 비해 배외측 전전두피질(dorsolateral prefrontal cortex, dl-PFC)을 더 많이 활용하는 효율적인 두뇌습관을 가진 것으로 밝혀졌다. 이 부분은 계획을 세우고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며 사고를 다양하게 하는 영역이다. 또 다른 실험에서 부자들은 신문 전체에 걸쳐 헤드라인 위주로 기억하고 한 편의 소설처럼 이야기를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사건이나 사물들에 규칙을 부여하는 전전두엽의 패턴화 능력이 뛰어났다.

습관적이고 병적인 사기꾼들의 뇌도 잔머리를 너무 굴려서인지 전전두엽이 일반인과 다르다. 일반인들도 거짓말을 할 때는 여러 가지 사고들을 연결하고 조절하는 전전두엽의 활동이 늘어난다. 하지만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 애드리안 레인Adrian Raine 교수에 따르면 사기꾼들은 아예 전전두엽에서 백질이 일반인보다 22~26%가량 더 많았고, 회백질은 14.2% 더 적었다.

범죄자의 경우는 전전두엽의 활동이 훨씬 약하다. 정상적인 일반인도 이곳이 손상되면 폭력적이고 반사회적인 행동을 하게 되는데 감정을 조절하는 기능이 손상되기 때문이다. 잠을 설치고 나면 화를 잘 내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수면이 부족하면 전전두엽의 활동이 저하되면서 부정적인 일에 평소보다 과잉반응을 일으키게 된다.

기억과 학습, 감정도 조절

전전두엽의 영역들은 단기간 기억을 저장하는 작업기억(working memory)과 학습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전에는 단기기억, 작업기억이 전전두엽에 저장된다는 이론이 우세했지만 요즘에는 저장보다는 선택적으로 주의를 기울이는 기능이 있다고 생각하는 학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어떤 경우든 전전두엽은 기억해야 할 것과 기억할 필요가 없는 것의 선택을 통해 정보처리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전전두엽은 다양한 영역들과 연결되어 원초적인 감정에서부터 고등인지 기능까지 관여한다. 뇌간의 망상 활성화 시스템(reticular activating system, RAS)과 변연계, 감각과 운동영역, 사고영역 등 모두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연결을 통해 각성상태를 유지하고 쾌락과 고통, 걱정과 분노, 공포와 공격성 등의 감정적인 반응을 담당하는 반응에도 참여하게 된다.

뇌의 CEO

특히 안와전두피질(orbitofrontal cortex, OFC)과 복내측 전전두피질(ventromedial prefrontal cortex, vm-PFC)은 전전두엽 중 감정과 사고를 종합해서 감정을 통제하고 판단과 결정을 내리는 영역이다. 이 부분이 손상된 사람은 지능의 손상은 없지만 도덕성과 통찰 능력, 판단력에 문제가 생긴다. 인간의 판단은 논리보다는 감정의 계산에 의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전전두엽의 또 다른 영역인 전대상피질(anterior cingulate cortex, ACC)도 감정반응에 함께 관여하고 실행과 평가, 학습과 기억 등 여러 인지 기능과 관련이 깊다. 오류를 파악하고 동기부여와 예상하는 기능 또한 가지고 있다.

한마디로 전전두엽의 영역들은 대립하는 생각들을 조율하고 선과 악, 같은 것과 다른 것을 구분하며 현재나 미래의 여러 가지 가치들을 비교, 평가해서 인간의 행동을 통제한다. 마치 대통령이 국정 전반에 대해 통제하듯, CEO가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평가하며 회사의 방향을 결정하듯, 전전두엽에 따라 인간의 성격과 행동은 달라진다. 인간이 도덕심을 가진 사회적인 동물이 될 수 있는 것도 전전두엽이 적절히 감정과 행동을 통제하지 않는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또한 미래를 계획하는 인간의 능력도 전전두엽 덕분이다.

전전두엽이 문제인 아이들
 
두뇌의 사령탑 역할을 하는 전전두엽은 어른에게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에게 더욱 더 중요하다.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나  정서장애와 깊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전전두엽은 날 때부터 제 힘을 발휘하지는 못한다. 보통 전전두엽은 청소년기를 지나야 완성되기 때문에 아이들은 어른들보다 충동을 잘 이기지 못하고 산만하며, 청소년들의 경우 일탈에 쉽게 빠지기도 한다. 감정과 감각은 일찍 발달하지만 그것을 조절해야 하는 전전두엽은 미성숙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체활동을 통해 두뇌의 발달을 돕고, 대인관계를 비롯한 정서적 발달을 통해 전전두엽이 제때, 제대로 성장하게 만들기 위한 학교와 가정의 노력은 필수적이다.

전전두엽의 발달은 일생을 좌우하는 중요한 문제다. 그런데 요즘 TV의 시사고발 프로그램에서는 결손가정에서 자신의 감정을 잘 조절하지 못하게 된 아이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이처럼 제대로 보살핌을 받지 못하거나 신체활동 없이 공부와 경쟁만을 강요하는 교육환경 속에서 과연 아이들의 전전두엽이 제대로 크고 있을지 걱정이 된다.

글·김성진 daniyak@brainmedia.co.kr│일러스트·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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