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공부가 재미있어서 하는 것이다.
지난 베이징 올림픽에서 장미란 선수의 역기를 드는 모습은 누가 보아도 감동적이었다. 인.용상을 합해 6번의 기회가 주어지는 역도 경기에서 4번 만에 올림픽 금메달을 확정하고, 이후로는 세계 신기록에 도전하는 장미란의 모습에서 우리는 듬직함과 자랑스러움을 느꼈다.
필자는 경기를 관람하면서 장미란은 왜 저 힘든 역기를 들기 위해 꾸준한 노력을 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무거운 역기를 드는 것이 스키나 골프 등 여타 스포츠처럼 재미가 있을까? 과연 올림픽 금메달을 달성하면 나오는 100만원의 연금을 위해서 피나는 운동을 했을까? 마라톤 선수들은 경기 도중 “자동차가 자신을 치어 주었으면” 하는 생각을 할 정도로 고통스럽게 달리며, 등산을하는 사람도 “이 힘든 고생을 왜 사서 하나?” 하는 생각으로 산을 오른다. 그들은 과정에서 고통을 겪지만, 테이프를 끊을 때, 정상에 올랐을때 이루 말할 수 없는 쾌감을 얻으며 그 동안의 고통을 한 순간에 잊어버린다. 아기를 낳을 때 극심한 산통을 겪으면서 다시는 아기를 안 낳겠다고 생각하던 산모들은 아기가 태어나 젖을 물리면서, 또 낳고 싶다는 생각을하게 되는 과정도 도파민에 의한 중독이라고 할 수 있다.
정신의학적으로 보면 성취감을 얻었을 때 뇌의 앞쪽 부분 (전두엽)에서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되며, 이에 중독이 되는 효과가 있다.
결국 장미란은 자신의 기록을 깰 때마다 느끼는 쾌감에 중독이 되어 고통스러운 훈련 과정을 이겨낸 것이다. 공부를 아무리 잘하는 아이들도 “공부가 재미있냐?”고 물으면 “재미있다.”고 말하는 아이들은 없다. 심지어 어떤 아이들은 “죽지 못해서 하지요.”라고 대답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런 아이들이 시험을 잘 보거나, 성적이 올라서, 부모님이 웃는 얼굴을 보고, 선생님께 칭찬을 받고, 반 친구들에게 우러름을 받으면 도파민이 쏟아진다. 그리고 거기에 중독이 되어서 또 공부하게 되는 것이다.
그럼 공부를 안 하는 아이들은 왜 공부를 안 할까? 이런 아이들은 보통 뭔가 장애가 있는 경우가 많다. 장애가 있으니깐 나름 열심히 공부해 봐도 도파민이 쏟아지는 경험을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좌절을 경험한 것이다. 공부를 통한 성취감, 즉 도파민 중독을 경험하지 못한 것이다.
나중의 큰 만족을 위해서 현재의 작은 만족을 포기하는 능력을 “만족 지연 능력”이라고 한다.
“만족 지연 능력”에서 도파민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만족 지연 능력은 인생에서 성공하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고3학생은 당장 나가 놀고 싶은 유혹을 자제하고 보다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공부에 매진하고, 젊은 신입사원은 일찍 퇴근해서 애인과 데이트를 하고 싶은 유혹을 자제하고 승진을 위해 회사에서 밤늦게 젊음을 불태운다.
필자의 나이에서는 당장 카드 할부를 이용해 좋은 차를 타고 싶지만, 미래의 부유한 삶을 위해서 그 돈을 아껴 저축을 하고 투자를 한다.
이런 습관은 어린 시절부터 꾸준한 노력을 통해 원하는 목표를 성취했을 때 도파민이 분비되어 성취감을 경험했을 때 얻어지는 것이다.
한편 도파민이 다른 사람보다 적게 나오는 아이들의 경우 만족지연능력이 떨어지고, 당장의 자극적인 만족에 매달리기가 쉽다.
이런 경우 집중력이 약해 ADHD로 진단이 되기도 하고, 게임 중독이 생기기도 한다. 성인의 경우 도박중독에 빠지는 경우도 있다.
극단적이지 않더라도 즉흥적인 만족에 매달리게 되어 먼 미래를 보고 꾸준한 노력으로 현재를 투자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결국 공부를 게을리 하는 아이들은 공부를 “안 하는 것”이 아니라 공부에 중독이 안되어 공부를 “못하는 것”이다.
이런 아이들을 위해서는 도파민을 공급해주는 약물치료, 또는 집중력에 관여하는 신경 계통을 훈련시키는 뉴로피드백 등을 통해 도움을 줄 수 있다.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꾸준한 노력을 통해 작은 성취를 했을 때 많은 칭찬과 상을 주어 성취감에 중독되도록 어른들이 도와주어야 할 것이다. 이런 아이들이 겪고 있는 장애를 교정해주어 도파민이 쏟아지는 경험을 몇 번 하게 해 주면 신기할 정도로 변하는 아이들이 종종 있다. 그런 아이들을 보면 나는 행복해진다. 이번에는 내 머릿속에서 도파민이 쏟아지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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